수필 지그재그로 걷는 꼬마아이처럼...
2010.02.2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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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의 한 오후였다.
시간은 7시쯤 되었으나, 여름이었기에 해는 지지 않았었다.
야자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유유히 집으로 귀환하는
노안의 내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찌는듯한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 나의 머리속엔
집생각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발걸음을 서두르는 나의 눈에 들어온건
다름 아닌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꼬마였다.
근데 이 꼬마가 보통 꼬마가 아니더라.
왼쪽 오른쪽 폴짝 폴짝.
내 시야의 양 끝쪽을 횡단하기도하고 때로는 폴짝폴짝
뛰기도 하면서 길을 걷고 있는 꼬마였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알았겠지만, 이 꼬마는 그때
하얀색 보도 블록만 밟으며 걷고있었다.
아 나도 어릴때 항상 저렇게 걸었었지.
라는 생각과 함께 떠오르는 것은.
왜 지금의 나는 그렇게 지그재그로 걷지 않는가..
누가 멍청이 아니랄까바 참 멍청한 생각만 한다.
여튼 그런 멍청한 위 질문에 대한 내가 내린 답은 이렇다.
그 꼬마는 흰색보도 블록만을 밟는게 옳은 일이라고
확고히 믿고 있고,
나는 흰 보도 블록만 밟으며 지그재그로 걷는 것이
보도블록의 색을 상관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걷는 것보다
귀찬고 힘들다는 것을 알아버린것이다.
그래 성장한 나는 어릴적의 흰색만 밟아야 한다는 신념을
개나 줘버리고 편한길을 택했던 것이다.
나는.. 진짜로 성장한것일까?.
성장이라고 친다 한들 올바른 성장일까?
어릴적 우리들에겐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것을 끝까지 믿고,
나쁜것을 나쁘다고 말할수 있는...
그래서 우리들은 흰색보도 블록만 밟았었고,
나쁜짓을 한사람은 반드시 경찰 아저씨한테 잡혀간다고
믿었으며, 착한 사람은 반드시 이긴다고 믿었다.
지금의 우리들은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귀찬고
힘들게 사는 것인지 알아버렸다.
흰색보도 블록만을 밟는것이,
고딩들에게 삥뜯기는 아이를 구해주는 것이,
나쁘놈 면전에서 '너 이 개새끼 너는 존나 나쁜새끼야'라고
말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귀찬은 일인줄 안다.
그래서 우리들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마음속에
꾹꾹 밀어 넣으며 고개를 푹 숙인체 집으로 걸어간다.
다시 한번 말해본다...
우리는 성장한 것인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결코 우리는 성장한게 아니라고...
우리는 그저 잃어버린것이다.
옳은것을 옳다고 말하고 나쁜것을 나쁘다고 말할수
있는 신념을...
나는 그 신념을 간직하고 있던 그 꼬마를 예찬한다.
그리고 나는 그 신념을 다시 찾아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나의 궤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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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황을 보고도 사람은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법입니다만, 횡단보도 하얀 곳만을 고집하는 아이가 어쩐지 자기 우물만 아는 개구리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타인의 생각, 건전한 상식을 접해 보지도 않고 갖는 신념이란 영 쓸데없는 것이 아닐지요.
...그런다 해도 신념은 역시 중요한 겁니다, 네;|+rp2+|19298|+rp3+|fiction_yeonj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