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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미스테리 파일 -ZERO-(8)

2006.04.23 06:36

생각하는소녀 조회 수:32

extra_vars1 성역살인사건 
extra_vars2 해결편,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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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1. 성역 살인사건(진상)-

사람들은 김현석 뒤에서 경악하고 있었다. 실망감이 어린 범인의 얼굴을 보고 사람들은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하지만 그럴 리가.......”

“믿을 수가 없어!”

현석은 손을 들어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범인은 저 사람입니다. 네, 그 ‘2명’을 죽인 진범. 성역의 사자입니다. 그렇지? 양예슬!!”

순간 지명당한 예슬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자 중간에 끼어들어 현승하가 말했다.

“하지만 예슬씨는 냉장고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잖아요?”

“그것에 대해서는 양경석 교수님이 남긴 일기와 최민혁씨가 죽을 때 남긴 다잉 메시지에 나와 있어요. 여기에 올 때 예슬이 너는 나한테 외동딸이라고 했었지?”

“맞아. 그건 나도 기억나.”

소연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현석은 그런 소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일기를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상한 점?”

이번엔 의아한 듯 조영훈이 말했다.

“네. 이 일기를 보면 [내가 내 아내와 딸들을 버리고 평생을 고고학에 바쳐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런 글이 나옵니다. 그렇죠?”

“그러고 보니 이상하잖아?”

강인철이 그 일기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에 김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분명히 그녀는 외동딸이라고 했는데 일기에는 ‘딸들’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왜 그런 걸 속인 걸까요? 그건 냉장고에서 발견된 시체가 예슬의 시체가 아니라 자매의 시체, 그래요. 아마 예슬은 쌍둥이 자매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시체를 냉장고에 넣어둔 것도 사망시간 추정이 힘들도록 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예슬을 바라보았다. 예슬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추측일 뿐이잖습니까? 쌍둥이 자매라니.......”

이번엔 조영훈이 말했다. 하지만 그 반론을 누르려는 듯 현석은 주머니에서 최민혁이 남긴 다잉 메시지가 적힌 쪽지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확신을 심어준 것이 바로 이것 예슬이 너는 모르겠지만 최민혁씨가 남긴 이 다잉 메시지입니다.”

그에 현승하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 [RANDI]라는 메시지는 막연하잖아.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건 메시지 자체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다잉 메시지는 최민현씨가 직접 남긴 것이 아니라 범인이 흘리고 간 것을 쥔 것입니다. 최민혁씨는 살해당할 걸 예감하고 문을 열었을 겁니다. 도망치기 위해서죠. 하지만 오히려 당하고 맙니다. 그 때 범인이 흘린 걸 주은 거죠.”

“이게 뭐길래 범인, 아니 예슬이가 가지고 있었던 거죠?”

이번엔 조영훈이 말했다. 현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건 제가 여기 오기 전 학교 시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전 컨닝 페이퍼를 작성했죠. 하지만 저희 반 반장인 예슬이가 컨닝은 안된다면서 빼앗아 간 것이 바로 이 쪽지입니다.”

그제서야 아! 하며 고개를 드는 예슬. 그녀도 기억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 영어 컨닝 페이퍼.

“그래요, 영어 시험을 대비해 적은 내용이 제 기억으로는 [OR AND If you are....]이런 구문이었을 겁니다.”

“그렇구나. 그러니까 그 부분에서 [R AND I]부분만 남고 불에 타 버린 거야!”

“맞아. 소연이 말대로입니다. 그리고 그 컨닝 페이퍼를 가지고 있었던 인물....... 그러니까 범인은 양예슬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현석이 말을 마치자 예슬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현석의 논리정연한 추리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 살인 사건인 민준기씨 사건은 어떻게 된거야?”

소연이 불쑥 물었다. 현석은 주머니에서 그 사진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여러분. 이건 제가 찍은 사진인데 이게 몇 시쯤 찍은 걸로 보이시죠?”

거기에는 전에 한 여학생과 현석이 태양을 등지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현승하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오후 6시 쯤? 아침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죠? 저도 몇 번 느꼈었는데 해 뜰 때와 해지기 직전하고는 분간이 힘들어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민준기씨는 210호가 아닌 다른 빈방인 201호에서 살해당한 겁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201호에서 민준기씨는 납치되어 전화를 걸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방을 둘러보다가 빈방이라는 걸 알았죠. 그래서 201호, 혹은 210호가 됩니다. 하지만 그 때 민준기씨에게 창 밖으로 보이는게 있었는데, 그렇습니다. 바로 태양입니다. 서쪽에 위치한 201호에서 민준기씨는 지고 있는 해를 동쪽에서 해가 뜨는 걸로 착각했던 겁니다. 민준기씨는 전화로 기절해 있다가 깨어났다고 했어요. 당연히 시간 감각이 없는 건 당연합니다. 빈방에는 시계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동쪽에 있는 빈방. 바로 210호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그 태양이 지고 있는 건지 뜨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가는건 그이도 마찬가지잖아. 그걸 지고 있는 태양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잖아?”

김미연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김현석은 김미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을 계속 이었다.

“그렇죠. 하지만 민준기씨는 그 태양을 뜨고 있는 걸로 확신했을 겁니다. 그걸 아침해라고 확신을 심어주는 게 있었으니까요.”

“그게 뭐죠?”

현승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현석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바로 아침 6시 30분에 울리게 되어 있는 알람소리,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음악 소리입니다. 예슬은 그 음악을 틀어놔 민준기씨가 그 때가 아침이라고 인식을 시킨 겁니다. 상황이 긴박한 만큼 민준기씨도 냉정한 판단은 힘들었을테고 분명 민준기씨는 아침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창 밖의 태양을 아침 해라고 생각한거죠. 그래서 210호라고 생각하고 저한테 전화를 했던 겁니다.”

김현석은 잠깐 쉬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풀 죽어 있는 예슬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말이 맞지? 양예슬! 이번 살인 사건의 범인, 성역의 사자는 네가 맞지?”

현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예슬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현석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예슬에게 다가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겨우 죽은 사람이 돌아왔군.”


-CIRCLE 1. 성역 살인사건(에필로그)-

“이거....... 완전히 졌어. 성역의 사자의 패배구나.”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예슬은 흐르던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말했다. 현석은 예슬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잔혹한 짓을 저지른 거야? 너 이런 일을 저지를 애가 아니었어.”

“그건 아버지를 살해한 그 두 놈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 비록 돌아가신 어머니와 내 쌍둥이 언니, 그리고 나를 버리고 연구에만 몰두하신 아버지였지만 아버지를 죽인 그 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단 말이야!”

“그럼 양경석 교수가 자살한게 아니고 살해당했단 말이냐?”

얼굴에 놀란 빛을 역력히 나타내며 조영훈이 소리쳤다. 그러자 예슬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맞아요. 나도 처음에는 자살인 줄 알았어. 하지만.......”

예슬은 별이 촘촘히 떠 있는 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 ** ** ** ** ** ** ** ** ** ** ** ** ** ** ** **

아버지는 우릴 버리고 고고학에만 빠졌어. 그래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에도 찾아 오지도 않았어. 너무 원망스러웠어. 그래도 나하고 언니가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어. 자살이라고.
비록 미워하던 아버지였지만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오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
그러던 중 언니가 암에 걸려버린 거야. 난 정말 죽고 싶었어.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없을 거야. 난 모든 돈을 쏟아부어서 언니의 병을 고쳐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어.
그래서 난 나 혼자 아버지 장례식장에 찾아갔어. 물론 내가 딸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지.
그런데 최민혁이라는 놈과 민준기라는 놈이 방에서 뭔가 말하는 소리를 지나가다 들었어.
아버지가 마지막에 찾은 보물 욕심 때문에 아버지를 죽였다고!
아무도 모르니까 입조심하라고!
나는 용서할 수가 없었어. 마치 지금까지의 불행이 저 사람들 때문인거 같았어.
난 언니한테 찾아가서 그 얘기를 했어. 그런데 언니는 용서해주라는 거야.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그리고 얼마 전에 언니도 병 때문에 죽고 나 홀로 남았어. 난 다짐했어. 최민혁하고 민준기....... 죽여버리겠다고. 성역의 전설처럼 성역을 침범한 자에게 심판을 내리겠다고!

** ** ** ** ** ** ** ** ** ** ** ** ** ** ** **

예슬은 상당히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현석은 조심스럽게 예슬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이 살인 계획을 네가 세운 거야? 언니의 시체를 이용해가면서까지?”

“아냐. 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누군가한테 전화가 왔어. 그 사람이 나한테 이 살인 계획을 말해준거야.”

“.......!! 뭐라고?! 그게 누군데?”

“이름은 모르고 홀리 서클(HOLY CIRCLE)이라던가 그런 조직이라고 했어.”

홀리 서클! 현석은 순간 온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그 유일한 단서인 홀리 서클이 언급되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현석은 매우 흥분하면서 예슬에게 물었다.

“그 조직에 대해서는 몰라?”

“응. 그냥 아무 조건없이 나의 원한과 증오를 풀어준다면서 그 계획만 가르쳐준거야.”

현석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보통 조직은 아닌 것 같았다. 범죄 조직.. 그것도 치밀한 범죄 조직. 아버지도 여기에 휘말려서 죽은걸까? 현석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때, 꺄악 하고 비명이 들려왔다.

“왜 그래? 소연아.”

“저기 좀 봐.”

소연이 가리킨 곳에 여러 야생 동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뱀이며 살쾡이, 새들과 다람쥐나 사슴 등 여러 동물들이 모이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서로 천적일텐데도 서로 적의식이 없어 보였다.

“이게 무슨 현상이죠?”

현승하도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 그 때 조영훈이 외쳤다.

“하늘을 보세요!”

현석은 그 말에 하늘을 보았다.

“이....이건?”

현석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성스러운 벽 위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 북반구나 남반구쪽에서만 볼 수 있다던 그 것이 하늘에 걸쳐 있었다.
신이 내려준 빛의 천막...

“오로라다.”

소연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 곳에 모여든 동물들도 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 그것은 신의 조화였다. 나는 순간 숨을 숙이고 그 신의 축복과 조화, 그리고 신이 내리신 보물을 지켜보았다. 그것이 쏟아내는 빛은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평생을 모아 온 그 어떤 보물보다도 가장 가치있는 보물.....』
김현석은 양경석 교수가 남긴 그 일기 내용을 기억해냈다.
과연 이것은 신의 축복, 조화, 세례였다. 세상을 마치 감싸주는 듯한 빛.
양경석 교수가 발견했다던 보물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그 때 현승하가 조용히 말했다.

“이 성스러운 벽에는 전설이 있어요. 크리스챤들이 여기에 모여서 신의 세례를 받았다고. 그리고 사람들뿐이 아니고 새나 짐승들한테도 신의 축복이 내려졌다고. 그래서 적의식도 증오심도 다 사라졌다고 해요.”

정말인 듯 싶었다. 지금 모인 동물들이 서로 경계하지 않고 나란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전설이 진실인건 확실했다. 그리고 성역의 사자였던 예슬을 봐도 그 전설은 진실이었다. 그 녀의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살인을 저지른 눈이 아니었다. 증오도 적개심도 사라진 순수한 눈이었다.

** ** ** ** ** ** ** ** ** ** ** ** ** ** ** **

하루가 지난 아침. 조영훈이 말한대로 이 곳에 사람이 찾아왔다. 그의 도움으로 경찰에도 연락이 되었고 경찰도 성역으로 찾아왔다.
예슬의 모든 자백으로 경찰의 수사는 종결되었다.

“드디어 끝이 났네요.”

현승하가 경찰이 조사하는 것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현석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런데 이건 제가 생각한 건데요, 일본군이 여기서 저주로 죽어서 물러난게 아니고 그 날 밤의 자연의 조화, 아니 기적을 보고 물러난게 아닐까요? 적개심도 증오심도 사라진 채로요.”

“아.... 맞아요. 틀림없을거에요. 교수님 일기에 보면 역사가 다시 쓰일 거라고 했죠? 바로 그걸 말한 걸거에요. 이 이야기를 예슬씨한테도 이야기 해줘야겠어요. 어때요, 같이 가시겠어요?”

그렇게 말한 현승하에게 소연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왜 오빠까지 끌어들이는 거에요? 갈려면 혼자가세요.”

“어머, 보면 모르겠어요? 저 현석씨 마음에 들었어요. 매너 좋고 추리력도 뛰어나고 잘생겼고.”

“뭐라고요?! 안돼!! 안돼!! 내 허락없이는 절대 안돼요!”

“왜 동생분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 건데요?”

현석은 당황해하다가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했다.
휴우....... 현석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푹 빠져들것 같은 하늘의 블루. 그 하늘이 마치 현석에게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마워요.’

현석은 잠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그냥 착각이려니 하며 그 유적지를 한계단 한계단 천천히 내려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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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이번 성역 살인 사건 편은 끝이 났습니다. 짧은 기간동안에 다 쓴다고 엉성하고 복선 부분도 엉망이지만 어느 정도 정성을 들였습니다.
3년전에 쓴 걸 이제서야 문득 생각나서 올리네요.

에필로그와 해결편을 한데 묶었습니다. 게시물이 많아지니 짜증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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