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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미스테리 파일 -ZERO-(5)

2006.04.21 10:16

생각하는소녀 조회 수:43 추천:2

extra_vars1 성역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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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1. 성역 살인사건(5)


김현석은 전혀 잠을 자지 못하고 밤새 뒤척였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전화에서 들려오는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엘리제를 위하여 라는 음악. 그건 결코 민준기의 장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라면, 생각도 하기 싫지만 민준기의 신상에 큰 일이 생긴 거라면 도대체 그 5분도 안되는 그 짧은 순간에 그 방에서 어떻게 사라져 버린 것일까.
오히려 범인뿐이라면 창밖으로 어떻게든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민준기와 함께 사라진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야! 아니라고! 너무 과민반응이야!”

현석은 침대에서 뒹굴며 작게 외쳤다.
설마 무슨 일이 있으려고. 지나친 생각이다.
분명히 김미연이 말한대로 민준기가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남들에게 겁주려고 한 짓이 틀림없다. 그럼 모든 게 들어맞는다.
하지만..... 김현석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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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은 알람소리가 울리기 전에 옷을 추슬려 입었다. 그 망할 전화 때문에 알람 소리가 들리면 그 때의 생각이 날 것 같아서 미리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210호의 문 앞에 섰다. 다시 한 번 조사해보려고 생각한 것이다.
현석은 천천히 210호 문 손잡이를 서서히 돌렸다.

-끼이익

문이 작게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현석은 문을 천천히 열었기 때문에 방 안의 광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현석의 눈동자는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이...이럴수가?!”

3미터 정도 되는 천장에는 형광등과 그리고 지붕을 받치기 위한 대들보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대들보에는 그것이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인간’
창밖에서 아침햇살이 찬란하게 들어오는지라 눈이 부셨지만 그 얼굴은 확실하게 보였다.

민준기.... 그랬다. 어제 전화로 납치당했다고 구해달라던 민준기였다. 그의 목에는 두꺼운 로프가 감겨져 있었고 그 로프의 끝은 천장 대들보에 걸려있었다.
민준기의 퍼렇게 부어오른 얼굴, 그리고 자신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듯한 반쯤 감겨 있는 눈, 그리고 거기에 들어있는 공포에 질려 탁해진 눈동자.
현석은 끔찍한 전율이 온 몸에 흘렀다.
범인은 어제 분명히 어떤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른 다음 사라지게 해놓고 밤에 다시 이 방에 시체를 목매달아 놓은 것이다. 범인은 민준기를 ‘두 번 살해’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민준기에게 향한 증오가 그렇게 극심했던 것일까...

“거기 오빠야?”

등 뒤에서 소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석은 흠칫 놀라면서 소연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소연아! 들어오지마. 방안을 보지도 마!!”

“어? 왜?”

“민준기씨가 죽어있어. 빨리 사람들을 불러와!”

“뭐? 마..말도 안돼. 어째서...?”

“빨리 사람들을 불러와!!”

“으응... 알았어, 오빠.”

현석은 소연이 뛰어가는 걸 보고 다시 방안은 찬찬히 둘러보았다.
분명 어제의 그 전화는 장난이 아니었다. 자신이 210호에 납치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왔던 범인의 목소리...
순간 현석의 머리 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민준기씨는 어떻게 자신이 210호에 있다는 걸 알았지? 방 구조도 별 다른게 없어 보이는데.......”

현석은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지만 별 다른 특징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가지, 다른 방과는 달리 빈방이라서 침대보도 테이블보도 커튼도 없었다. 하지만 빈방이라면 201호 하나 더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때 전화상의 민준기의 목소리는 자신이 틀림없이 210호에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 확신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일까.
그리고 살인범은 누구일까.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흠.... 그나저나 조심해라. 정말 성역의 사자가 너희들을 죽일지도 모르니까. 하하하하하..”


현석의 머리 속에 어제 민준기가 살아 있을 때 현석에게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성역의 사자의 저주....... 분명 거기에는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저주도 있었다고 예슬한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누구일까.......
바깥세상과는 동떨어진 이런 유적지에서 이렇게 증오를 미쳐 날뛰게 하는 살인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그 증오의 저주를 내린 ‘성역의 사자’는?!

“우아아악!”

“꺄악!!”

소연이 사람들을 불러 왔는지 남은 사람들 모두가 방 앞에 모여있었다. 하지만 시체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손을 휘휘 저으며, 얼굴을 가리고, 어떤 사람을 울고 모두들 공포와 두려움의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석은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외부사람이 이렇게 치밀하게 범죄를 저지르기는 힘들다. 밖에서도 아닌 저택 안에서는 외부인이 범행을 저지르기란 더더욱 힘들 것임이 틀림없다.
분명...
여기에 있을 것이다.
냉혹한 증오의 저주에 서린 살인자.
단 한 장의 피부로 그 진짜 모습을 가리고 있을테지만
‘성역의 사자’가 분명 이 안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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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바늘이 이제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들 아침부터 그런 장면을 봐서 그런지 아무도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된 침묵 속에 살해된 민준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오래된 침묵을 깬 건 강인철이었다.

“이것으로 어제 김현석이 받았던 전화가 민준기씨의 장난이 아니었다는게 밝혀졌군요.”

“네. 저도 확실히 기억해요. 그 공포와 두려움에 삼켜진 목소리를요..”

“빌어먹을..... 누가 그런 짓을!!”

이번엔 최민혁이었다. 그는 소파 앞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소리쳤고 그에 김미연은 남편을 잃었기 때문인지 두려워서인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김미연을 현승하가 위로해주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또다시 침묵 속에 잠겼다.
하지만 곧 현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 저택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니 외부사람이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힘들죠.”

“뭐라구요? 지금 범인이 우리 중에 있다는 말인가요?”

현승하가 놀란 빛을 얼굴에 가득 채우며 말했다. 그러자 조영훈이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현석군의 말대로라면 어제 210호에서 사건이 일어난 건데 우리가 확인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어요. 만약 창문을 통해 시체와 범인이 사라졌다고 해도 적어도 10분 이상은 걸릴텐데 다들 모이는데 5분도 안 걸렸어요. 이건 어떻게 설명할거죠?”

“설마....... 성역의 사자의 저주라는 건가?”

최민혁이 두려운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양예슬이 반박했다.

“말도 안돼요. 저주라니뇨. 그런 얼토당치도 않은 이야기를.........”

“맞습니다. 이건 저주 따위가 아니에요. 분명 여기에는 어떤 트릭이 있을 겁니다.”

“트릭?”

“네. 아직은 그걸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분명 어떤 방법이 있을 겁니다. 조영훈씨, 여기에 혹시 밖으로 전화통화가 되나요? 되면 경찰에 연락해주시겠어요?”

현석은 조영훈을 보며 말했지만 조영훈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양경석 교수님은 외부와의 연락을 싫어했기 때문에 여기엔 전화가 없어요.”

“그럼 여기에 왔을 때 타고 온 자동차가 있으니까 그걸로 경찰에 연락하도록 하죠.”

현석의 말에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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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은 유적지 아래에 차량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영훈이 차들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안되겠네요. 연료탱크가 구멍이 나서 차를 운전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 꼼짝없이 갇힌 건가요?”

민혁이 끔찍하다는 듯 소리쳤다. 물론 걸어서 산을 내려가도 되지만 꽤 먼거리이기 때문에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게다가 범인과 동행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아마 이것도 범인의 계획일 것이다. 우리를 여기에 가두려고.......
순간 김현석은 마치 유령에 홀린 듯 등골이 오싹했다. 그렇다는 건 아직 범인의 살인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걸어서 내려가기에는 너무 문제가 커요. 보통 거리도 아니고 큰일이네.......”

김미연은 턱에 손을 갖다 대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조영훈은 걱정말라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만일을 대비해서 양경석 교수님의 기일이 끝나면 제 친구가 데려오기로 했으니까요.”

현석이 알고 있는대로라면 기일은 내일이다. 그럼 2일 뒤에나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럼 일단 다시 저택에 올라가도록 하죠. 여기 있어봐야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예슬은 탄식과도 비슷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다시 위로 올라갔고 현석은 가장 뒤에서 사람들을 뒤따랐다. 그러다가 계단 중간쯤 가서 현석은 다시 뒤로 돌아보았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그리고 겨울의 찬바람이 현석의 몸을 휘감았다. 현석은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그건 추위때문이 아니었다.
범인의 저주스러울 정도의 증오와 살기.......
현석은 오싹해지는 느낌을 억지로 지우면서 다시 저택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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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배경은 2002년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쓴 것이 3년 전이거든요.
아직 미숙할 때라... 흠.. 그나저나 이젠 글이 팍팍 올라오네요. 히히.
도면은 다음편을 올릴 때 같이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