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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사적정보관리관 유진 4.

2006.12.26 07:11

아야메블랙번 조회 수:106 추천:8

extra_vars1 4. INFORMATION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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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INFORMATION ZERO 




실종 신고서




작성 일시 : 6월 13일 새벽 1시 13분


실종 일 : 6월 12일


 


...(중략)...


 


실종된 당시 아동의 인상착의를 써주세요 :


가운데에 J자가 있는 파란색 모자를 쓰고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검은색 줄무늬 반팔 티셔츠, 청바지를 입었습니다.


 


...(중략)...


 


실종된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자세히 써주세요 :


우리 아이는 보통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다가 바로 그 근처에 있는 학원으로 갑니다. 학원은 두 곳을 다니는데, 먼저 피아노 학원에 간 뒤에 영어 학원으로 갑니다. 피아노 학원은 시간이 1시간으로 정해져 있는데 영어 학원은 딱히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어서 간혹 수업을 연장해서 하거나 일찍 끝내는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7시에서 8시 사이에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당시 저는 집에서 TV를 보면서 저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8시가 지나도 오질 않아서 영어 학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철수는 이미 집에 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혹시 피아노 학원에 있는 게 아닌가 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거기에도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녁은 혼자 먹었습니다.


물론 아이 것도 남겨 놓았지요.


그런데 12시가 지나도 돌아오질 않아서, 참다못해 이렇게 실종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발 우리 아이 좀 찾아 주세요.


 


 


 




“이런 얘기야. 그리고 경찰은 지금까지도 철수를 찾지 못해서 철수는 그대로 실종 상태인 거지.”


 


맙소사.


 


소년은 절망했다.


 


그는 친구가 집 안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 가능성은 완전히 깨졌다. 친구의 어머니가 직접 실종 신고를 했다면, 그것은 곧 집 안에는 친구가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밖은 넓다. 게다가 소년은 딱 한 번밖에 가보지 못한 동네다. 그런 동네에서 친구가 집에 돌아가지 않고 갈 만한 곳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경찰도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열흘 동안 찾았는데 결국 못 찾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수종아, 너 이 얘기 처음 듣지?”


 


“...네. 설마 철수가 실종 상태일 줄은...”


 


“바로 그거야. 그게 이상해.”


 


“네?”


 


어디가 이상하다는 걸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소년을 내려다보며 유진은 말을 계속했다.


 


“실종아동을 찾을 때에는 보통 이웃사람들이나 친구들, 친척들 집부터 먼저 수색해. 아이가 실종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웃집이나 친구 집에서 놀고 있는 경우도 적잖이 있거든. 그 다음이 집 주변 수색이고 다음엔 그 지역, 끝에는 전국에 있는 경찰서에 수색 요청을 하는 거지. 그게 원칙이야. 자, 이제 뭐가 이상한지 알겠니?”


 


아. 그제야 소년도 알 수 있었다.


 


만약 경찰이 원칙대로 수색을 진행했다면, 적어도 소년은 친구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반 아이들도. 하지만 요 열흘 동안 경찰이 소년의 집을 방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경찰이 철수를 찾지 않았다는 건가요!?”


 


“그랬을 가능성이 있어. 주변 수색부터 했을 수도 있지만 그건 더 이상해. 경찰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해져있는 절차를 밟아서 수사를 하거든. 그것보다는 경찰이 아예 수색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겠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이건 말도 안돼요!!”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경찰은 그렇게 했어.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알아야 해.”


 


의문점 다섯 번째. 경찰은 왜 철수를 찾지 않은 걸까. 왜...


 


소년은 종이에 그 의문점을 써 갈기는 손이 분노로 덜덜 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친구가 없어졌다. 그런데 경찰은 그걸 알고도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게 경찰인가!?


유진은 그런 소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가자, 경찰서로.”


 


 


 




경찰서에 가기 전에 유진은 그 앞에 있는 상가 건물의 화장실에 들렀다. 볼일 보러 가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어째 분위기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10분이면 되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줘’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소년은 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친구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대답을 듣고 싶을 뿐이었다. 친구가 소년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전에는 그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고 애당초 그 사실에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나 친구였고 언제나 함께였으니 언제든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친구는 지금 소년의 곁에 없다. 소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래서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철수야.


 


어쩌다 일이 이렇게 어렵게 되었을까.


 


왜 이렇게 널 만나는 힘들어진 거지.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년은 슬픈 상념에서 깨어났다. 유진 누나가 나왔나 보다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그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이었다.


 


뒤로 묶은 긴 머리에 안에 입은 하얀 와이셔츠를 제외하고는 정장이며 넥타이며 바지며 전부 검은 색인 여자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검은 색 둥근 테의 안경을 쓴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로 소년을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가자.”


 


“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소년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정장의 여자는 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디긴 어디야, 경찰서지.”


 


엑!? 


 


소년은 어안이 벙벙하다 못해, 가슴 속이 덜컹 거려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왜 이 날카로운 눈매의 무서운 누나와 같이 경찰서로 가야 하는 건지 속으로 계속 생각해 보았지만 짚이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파이프 담배였다.


 


파이프 담배. 새하얀 피부. 검은 머리. 경찰서.


 


소년은 맥이 탁 빠지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랬잖아요, 유진 누나.”


 


그러자 유진은 무서운 표정을 풀고 활짝 웃었다.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였다.


 


“미안. 하지만 변장하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건 언제해도 재미있거든. 자, 이제 경찰서로 가보자.”


 


그들은 건물에서 나와 경찰서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왜 변장을 한 거지? 궁금해진 소년이 유진에게 물어보았지만 ‘들어가 보면 알게 될거야’라면서 예의 그 장난꾸러기 미소를 다시 한번 내보였다.


 


소년은 경찰서를 한 번도 직접 가본 적이 없었다. TV에서 해주는 형사 드라마에서만 가끔 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경찰서의 이미지는 ‘무서운 경찰 아저씨’와 ‘무서운 범죄자’, 또 ‘무서운 감옥’이 있는 ‘무서운 곳’이었다. 그래서 경찰서 입구 앞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길을 물어보러 온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여경 누나, 데스크에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아줌마, 의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아저씨,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 어디에도 ‘무서운’ 것은 없었다.


 


유진은 소년을 끌고 데스크에 있는 경찰 아저씨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퉁퉁하고 기름진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날름거리며 손에 들고 있는 돈다발을 하나 둘 세고 있었다. 어찌나 열심히 세던지 유진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저기 실례합니다. 여기 한세욱 순경 계십니까?”


 


그녀가 그렇게 묻자 그제야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는데 마치 ‘지금 일하는 거 안 보이슈’하고 시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인데, 무슨 일이쇼?”


 


말투에도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요?”


 


박철수라고 아시죠? 그 애 이모 되는 사람입니다.”


 


‘박철수’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아저씨의 안색이 굳는 것을 소년은 놓치지 않았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진의 얼굴을 뜯어보던 그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도 그렇고 몸도 엉덩이도 모두 퉁퉁했다. 경찰복도 덩치에 맞지 않은 것을 억지로 껴 넣어서 겨우 입은 것 같았다. 소년의 반에는 준석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애도 몸이 뚱뚱해서 옷을 입을 때도 그렇고 움직일 때도 불편하다고 했다.


 


“이, 이거 죄송합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고마워요.”


 


주춤거리며 걸어가는 경찰 아저씨를 유진은 잰 걸음으로 따라갔다.


 


철수의 이모라고? 그녀와의 만남은 어제와 오늘 이렇게 두 번이지만 절대로 20살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이모가 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거니와 소년은 철수에게 10대의 이모가 있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도 단번에 알아차린 거짓말을 어째서 경찰 아저씨는 모르는 거지?


 


아. 소년은 그제야 유진이 왜 변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거짓말을 위해서였다. 탐정 차림의 숨김없는 그녀가 자신이 철수 이모라고 말했으면 경찰 아저씨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유진은 탐정 차림의 그녀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2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년은 사람이 변장 하나로 이렇게 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따라간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며 일하고 있었다. 경찰 차림의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간혹 평상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는데 형사일 거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경찰 아저씨가 유진에게 자리를 권하고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소년도 의자를 끌어와서 앉을까 했는데 남아 있는 의자가 없어서 유진 옆에 섰다. 그러자 아저씨는 소년 쪽을 바라보며 유진에게 물었다.


 


“저기, 이 아이는 누굽니까?”


 


“철수의 친구입니다. 왜요?”


 


“아, 아닙니다. 저,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 오셨는지...”


 


“언니에게 듣기로는 철수의 실종 신고를 한 지 열흘이나 지났다고 하는데, 아직도 못 찾으셨다고요?”


 


아저씨는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예, 예. 저희도 최선을 다해 찾고 있습니다. 주변 수색은 물론이고 각지에 수색 요청까지 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


 


“최선을 다했다고요?”


 


갑자기 유진이 말을 끊고 무서운 얼굴로 아저씨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제가 알기로는 주변 수색이나 수색 요청을 하기 전에 이웃집이나 친구 집을 탐문 수색하는 것이 원칙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수 친구인 얘 말로는 경찰이 집을 방문한 적이 요 열흘동안 한 번도 없었다더군요. 이건 어떻게 된 거지요? 최선을 다했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철수 친구네 집 한번 방문하지 않은 거죠?”


 


“아, 아니, 저기, 그게...”


 


“철수가 친구네 집에 있을 가능성은 생각도 해보지 않으셨나요? 철수가 이웃집에서 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으셨나요? 정말로 최선을 다해 수색하신 거 맞으신가요? 사실은 주변 수색도 수색 요청도 없었던 거 아닌가요? 네? 한번 제대로 대답해 보시죠!!”


 


경찰 아저씨는 물론이고 옆에서 듣고만 있던 소년도 그 기세에 압도당했다. 그가 보기에 유진의 얼굴은 정말로 화난 것처럼 보였다. 정면으로 그 무서운 얼굴을 맞대고 있는 아저씨는 벌벌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뭐라고 입으로 중얼거리고 있기는 한데 그것이 형태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뭐냐...겨, 결과적으로는...아, 아닙니다 그게 저기...철수 어머님에게서 드, 듣지 못하셨는지...”


 


“뭘 말이죠!?”


 


“이거 보십쇼, 아가씨. 서 내에서는 조용히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뭐라고...!!”


 


한참 밀어붙이던 중에 누가 소년의 옆으로 걸어와서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유진은 얼굴을 들어 그를 보고 뭐라고 소리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꿰뚫을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소년은 고개를 들어 갑자기 끼어든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무서운 경찰 아저씨’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소년이 보기에 엄청나게 거대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보다도 더 컸다. 잔뜩 헝클어져서 새집같이 보이는 머리 아래에는 심장이라도 꿰뚫을 것 같이 날카로운 눈이 있었고, 며칠 면도를 하지 않은 건지 입 주변에 털이 눈에 확 보이도록 자랐으며, 녹색과 청색을 섞어놓은 애매모호한 색의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또 뭐라고 하려다가 죽이기라도 할 듯이 노려보는 유진을 보고 그도 입을 다물고 똑같이 노려보았다.


 


“아가씨, 저 좀 잠시 볼 수 있을까요?”


 


“어머, 마침 잘되었네요. 저도 형사님께 할 얘기가 있었는데.”


 


“그럼 한세욱 순경, 이 아가씨 좀 빌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아, 예, 예. 저는 상관없습니다, 예.”


 


경찰 아저씨는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얼굴이었다. 유진과 형사, 그 둘은 같이 벽 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년은 그 문에 가까이 가서 귀를 댔다.


 


“여기엔 뭐 하러 온 거냐?”


 


형사 아저씨 목소리였다.


 


“그러는 당신은? 당신 관할 경찰서는 분명 여기가 아닌 걸로 아는데요.”


 


그리고 이건 유진의 목소리.


 


둘 다 딱딱하게 굳은 말투였다.


 


“네가 알 필요가 있나?”


 


“정보 교환하죠.”


 


“웃기는 소리하네. 보아하니 또 사칭 좀 하신 것 같은데 영창 신세 지게 만들어주리?”


 


“...일하러 왔어요. 이제 됐나요?”


 


“나도 여기 일하러 왔어. 됐나?”


 


“한참 몰아붙이고 있는 중이었는데 무슨 짓이에요? 좀만 더 했으면 원하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는데.”


 


“시끄럽잖아. 남은 지금 도망친 새끼 찾느라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옆에서 신경 거슬리게 떠들어대는데 너 같으면 참을 수 있겠냐?”


 


“다른 관할서 사건도 맡고 계신 겁니까? 오지랖도 참 넓으시네요.”


 


“난 그렇게까지 성실하지가 못하다는 거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이쪽 관할 사건이 아냐. 우리 쪽 관할이었던 자식이 이쪽으로 넘어와서 사건을 저질러서 말이지. 덕분에 이쪽하고 우리 쪽은 어느 쪽 관할이냐 놓고 난리도 아냐.”


 


“무슨 사건인데요?”


 


“정보 교환하지.”


 


“뭐하고요?”


 


“넌 지금 뭐 하러 여기 왔는데? 일하러 왔다는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더 자세히 말해봐. 아까 네 옆에 있던 애도 관계있는 것 같던데. 그리고 앞에서 덜덜 떨고 있던 뚱땡이 자식은 여성청소년계쪽 자식이었던 것 같고. 그럼 뭐냐, 실종이냐?”


 


“어머, 대단하신데요. 조금만 더 추리해 보시죠.”


 


“닥치고.”


 


“...맞아요. 실종이죠. 하지만 단순한 실종 같지는 않아요. 아까 그 애의 친구가 열흘 전에 실종되었는데 수색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원래 친구집이나 이웃집부터 탐문 수색하고 주변 수색 들어가는 게 원칙이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그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그걸 조사하러 오셨다, 그 말인가?”


 


“네.”


 


“...큰 건인가?”


 


“몰라요. 하지만 가능성은 있어요.”


 


커? 뭐가 크다는 거지? 소년이 그렇게 생각하는 새에도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렇군.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라.”


 


“그럴 거예요. 어차피 내게는 아무런 힘도 없으니까. 이번엔 당신 차례."


 


“한 12일 전에 우리 관할에서 편의점 강도짓 하다가 체포된 놈이 하나 있었어. 그런데 취조 중에 순경 한 사람 기절시키고 서에서 달아났지. 우리 쪽에서는 난리가 나서 사방팔방 다 뒤져서 그 자식 찾고 있었는데 열흘 전 새벽에 이쪽 관할 편의점에서 강도 사건이 일어났더군. 이쪽 순경들이 모두 출동해서 잡으러 갔는데 이미 다 털고 사라졌다더군. 근데 알고 봤더니 우리 쪽에서 도망쳐 나온 바로 그 녀석이더랬지. 그 새끼 담당이 나여서 이쪽에 협조 수사 요청하고 온 거야.”


 


“고생하시네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지껄이는군. 그런데, 네가 알고 싶은 정보 말인데, 내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거든.”


 


“됐어요. 가서 그 경찰 아저씨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과연 네 생각대로 잘 될까? 나와 이야기하는 시간도 꽤 지났는데 아마 이 정도 시간이면 그 돼지 새끼가 아무리 머리가 안 돌아가도 변명거리 하나 정도는 만들어 두었을 텐데. 그리고, 네가 내 정보를 듣지 않으면 그 돼지의 변명을 듣기도 전에 내가 너를 서 밖으로 쫓아 버릴 거야. 어때, 정보를 듣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오르지 않나?”


 


“완전 강매로군요. 정보료는?”


 


“언제나와 같이 보수에서 제하도록 하지.”


 


“...할 수 없군요. 그렇게 해요.”


 


“좋아. 이건 나와 같이 협동 수사하는 형사로부터 들은 얘긴데, 저 돼지새끼, 뇌물을 받았다고 하더군.”


 


“뇌물이라고요?”


 


“그래. 정확히 열흘 전의 일이지. 열흘 전 새벽에 편의점에 강도가 들어서 이쪽 순경들이 다 출동했다는 얘기는 아까 했었지? 그런데 경찰서를 비워둘 수도 없고 해서 순경 한 명이 이곳에 남았는데 그게 바로 저 한세욱 순경이었다더군. 강도 자식 놓치고 서로 들어와 보니 저 돼지 자식이 돈봉투를 들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었더랬지.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까 어느 아줌마가 돈을 두고 갔다고만 얘기하고 그 이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이 얘기를 해준 형사가 더 재미있는 얘기를 내게 해주더란 말이지.”


 


형사 아저씨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계속했다.


 


“돈봉투를 들고 좋아라 하는 그 돼지새끼 책상에 한 장의 종이가 놓여져 있었는데, 제목이 ‘실종 신고서’? 아무튼 그런 게 있었다더군. 작성 일시를 보니 편의점 사건이 일어나서 순경들이 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의 시간이었고. 자, 이제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상상이 되나?”


 


“......말도 안돼.”


 


“그렇지? 나도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 형사 녀석이 미치기라도 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거든.”


 


“당신은, 아니, 당신들은 그걸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는 건가요!?”


 


“난 그렇게 성실하지가 못해서 말이지.”


 


“당신들은 썩었어!! 아니, 미쳤어!!!”


 


“이제 와서 뭘 새삼스럽게. 자, 할 얘긴 다 한 것 같으니 이제 나가볼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년이 귀를 대고 있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형사 아저씨가 나왔다. 그는 바로 앞에 쓰러져서 놀란 듯이 올려다보고 있는 소년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엿듣기는 나쁜 짓이란다, 꼬마야.”


 


그 아저씨의 뒤를 따라서 유진도 같이 나왔다. 방에 들어갈 때보다 더 살기 어린 눈으로 그의 등을 쏘아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너무 살벌해서 소년은 도저히 말을 걸 수 없었다. 형사 아저씨는 의자에 앉아 있던 뚱뚱한 경찰 아저씨의 앞에 섰다.


 


“이보쇼, 한세욱 순경.”


 


“예?”


 


퍽!! 


 


느닷없이 형사 아저씨의 바위 같은 주먹이 경찰 아저씨의 퉁퉁한 얼굴에 꽂혔다. 의자에서 쓰러진 경찰 아저씨의 입가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고 그 바닥에는 옥수수알 크기의 하얀 것이 두세 개 떨어져 있었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당황한 눈초리로 형사 아저씨를 올려다보았다.


 


“듣자 하니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양인데, 이거 아쇼? 3시간 안에 찾지 못하면 3일이 되고, 3일 안에 찾지 못하면 3달이 되고, 3달 안에 찾지 못하면 3년이 되는 게 어린이 실종 사건이오! 그만큼 초동 수사가 중요하단 사실은 교육 기간에 분명히 배웠을 텐데, 한세욱 순경!!”


 


“으, 으아...”


 


“쥐꼬리 만한 ‘보너스’ 때문에 정직 받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에 충실 하는 게 좋을 거요. 그럼 난 이만 관할서로 돌아가 보지. 잘 있으시오.”


 


그리고 그는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유진과 소년을 포함해서 서 내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의 커다란 등이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 다음 화 : 5. INFORMATINO ZERO


"내가 분명히 말했지, 김수종 군. 무서운 일을 당하게 될 거라고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