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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사적정보관리관 유진 3.

2006.12.24 05:51

아야메블랙번 조회 수:80 추천:7

extra_vars1 3. INFORMATION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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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NFORMATION ZERO




소년은 어머니에게 야단맞았다.


 


학교 끝나고 바로 오든 친구와 놀다가 들어오든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왔던 그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가 뒤쪽으로 넘어가고 완전히 밤이 되었을 때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달려오더니 그의 몸부터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런 이상도 없는 걸 확인하자 어디 갔다가 이제 오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 질문에 소년은 솔직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 마라.


 


어머니가 소년을 학교로 보낼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사실대로 ‘탐정 누나를 만나고 왔다’ 이런 식으로 대답하고 그 증거로 그녀에게 받은 명함을 내밀면, 어머니는 당장 그것을 찢어버리고 귀싸대기를 때릴 것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로 말하겠지, ‘왜 엄마 말 안 들어?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지!’. 그래서 소년은 친구와 놀다가 늦게 들어왔다고 답을 얼버무렸다. 어머니는 소년이 늦게 들어온 것에 대해 대략 20분간 잔소리와 설교를 늘어놓았지만 그의 대답에 납득하는 것 같았다. 결국 다음부터는 늦게 들어오지 않겠다고 어머니와 약속하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은 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낙서를 했다.


 


뒤죽박죽인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그 생각과 관련된 낙서나 그림을 그리면 좋다고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의문 첫 번째. 어째서 담임선생님은 철수에 대해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걸까.


 


철수가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9일 전, 그러니까 6월 13일의 일이다. 이때부터 담임선생님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철수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출석을 마쳤고, 소년이 철수의 상태를 물어보자 ‘감기에 걸렸다’는 말만 반복했으며, 소년이 더 깊게 파고들려 하자 그를 협박하는 등, 유진이 말한 대로 그것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었다.


 


의문 두 번째. 철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니 집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소년은 철수네 집에 한번 찾아갔었다. 하지만 벨을 몇 번이나 눌러도, 2시간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철수네 어머니는 물론이고 철수 본인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철수가 집이 아니라 밖의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어디에 있을 지 상상해 보았지만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대충 이 정도일까.


 


기지개를 펴고 펜을 내려놓으려던 소년은 문득 그 때 담임선생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철수네 어머니께서 어제 밤에 내게 전화를 하셨더구나. 대문 앞 CCTV에 어떤 애의 영상이 찍혀 있더라고, 계속 벨을 눌러대다가 자그마치 2시간이나 집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애의 인상착의를 들어봤더니 어제의 네 모습과 겹쳐지더랬지.]




 


 


뭔가 이상했다.


 


소년은 철수네 집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따라서 소년은 철수의 어머니 얼굴을 모른다. 반대로 철수의 어머니는 소년의 얼굴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할 수가 있었지? 그건 소년이 철수네 반 아이라는 걸 모르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적었다.


 


의문 세 번째. 철수네 어머니는 어떻게 내가 철수네 반 아이라는 걸 알았을까.


 


 


 




소년에게는 그의 어머니가 사준 핸드폰이 있었다. 1년 전에 나온 것인데 크고 걸리적거리는 데다가 별로 쓸 일도 없어서 평소에는 집에 놓아두고 밖에 나갔다. 어머니는 그것을 두고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지만, ‘혹시나 모르니까 들고 다니라’고 가끔 무언의 압박을 보내곤 했다. 그래도 소년은 들고 다니지 않고 버텼는데, 유진과 이야기하느라 늦게 들어온 그 다음 날, 가방 들고 나가려는 소년의 바지 주머니에 책상 서랍 속에 처박아 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넣어주며,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라. 어제처럼 아무 말도 없이 늦게 들어오지 말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안 가지고 가겠다고 하면 또 잔소리 들을까봐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들고 나왔다. 그리고 가방 속에 집어넣으려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데 뭔가가 바닥에 떨어져 툭 소리를 냈다. 유진에게서 받은 명함이었다. 소년은 얼른 그것을 주워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핸드폰도 같이 넣었다. 유진에게 연락해야 한다. 만나서 같이 철수를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핸드폰이 꼭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소년이 그녀에게 연락하기도 전에 그녀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갑자기 삐리리리! 하는 소리와 함께 문자가 온 것이었다. 뭔가 해서 바로 보려고 했는데 마침 담임선생님 수업 시간이었다. 그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소년을 밖으로 내보냈고 그 때 슬쩍 핸드폰을 가지고 나가서 밖에서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016-779-2094. 분명 명함에 써져 있던 유진의 연락처였다.


 


 


 




[학교 끝나면 벤치로 와줘.]


 


 


 




간단명료한 문자였다.


 


그래서 소년은 방과 후에 유진과 처음 이야기했던 그 벤치로 달려갔다. 그 때 유진은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상당히 작고 가벼운 책이었다. 완전히 푹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소년이 가까이 가자 책을 탁 덮고 “왔구나?”라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렸어요?”


 


“응. 2시간 전에 여기에 왔어. 여긴 낮에는 참 조용한 곳이더구나. 덕분에 책 한권을 방해 없이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어.”


 


그녀가 옆으로 살짝 움직였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소년이 앉았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니?”


 


“네?”


 


내가 어떻게 너에게 먼저 연락할 수 있었는지 말야.


 


아.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소년에게 명함을 주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녀에게 아무런 연락처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는 소년이 잘 사용하지도 않는 핸드폰의 번호를 알고 문자까지 보낼 수 있었을까. 그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납득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는 탐정이다. 분명 무슨 수가 있었을 것이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자. 괜찮지?”


 


“네. 저도 그러려고 했어요.”


 


그러고는 소년은 그녀에게 어제 자신이 생각했던 의문점 세 가지에 대해 말했다. 어째서 담임선생님은 철수에 대해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걸까. 철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철수네 어머니는 어떻게 내가 철수네 반 아이라는 걸 알았을까.


 


“우선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지금까지 모인 정보로는 알 수 없어.”


 


이번에도 조용히 듣고만 있던 유진은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철수네 어머니는 분명 네 얼굴을 봤을 거야. 기회가 있었어.”


 


“기회요?”


 


“그래. 수종아, 너희 반 공개 수업 했었니?”


 


공개 수업?


 


소년은 가만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봤다. 자세한 날짜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히 5월 초에 공개 수업이라고 해서 반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교실로 들어와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갔다. 소년도 그 중 하나였는데 한 사람, 소년의 친구 철수만은 의자에 가만히 앉은 채 교실 뒤쪽의 한 곳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


 


“역시 했었구나. 그래. 너와 철수는 짝궁이었지. 철수의 어머니가 공개 수업에 참관했었다면 아들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네 얼굴을 못 볼래야 못 볼 수가 없었을 거야. 물론 그 한 번의 만남으로 네 얼굴을 완전히 기억했다는 보장은 없어. 하지만 분명 인상은 머릿속에 남았을 거야. 그래서 네가 철수네 반 아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고.”


 


맞다. 틀림없다.


 


소년도 철수의 어머니 얼굴은 완전히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대충 어떤 얼굴이었다는 기억은 확실히 남아 있었다.


 


“그래. 그게 세 번째 의문점의 답이야. 그런데 여기에서 또 다른 의문점이 생겨.”


 


또 다른 의문점?


 


“생각해봐. 철수의 어머니는 네 얼굴을 알고 있었어. 네가 정확히 누구라는 것은 몰랐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자기 아들의 반 아이라는 건 알았겠지. 그리고 네가 철수의 집 앞에서 한 행동을 보고 ‘아들 친구가 놀러 왔었구나’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아들에게 그 사실을 전해주겠지. 하지만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까지 해서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하지는 않아. 아들에게 CCTV 영상을 보여주고 누구냐고 물어보면 그만이니까 그럴 필요도 없어. 그런데 실제로 철수네 어머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 이상하지 않니?”


 


그렇다. 듣고 보니 정말로 이상하다.


 


이로서 의문점 하나가 지워지고 대신 또 다른 의문점이 생겼다.


 


의문점 네 번째.


 


철수네 어머니는 어째서 굳이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하여 나에 대해 물어 보았을까.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정보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의문점은 이 정도인 것 같네.”


 


“하지만...아직 철수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내지 못했어요.”


 


“그거 말인데, 실은 어제 그거에 대해 약간 조사를 해봤어.”


 


그러면서 유진은 소년이 오기 전까지 읽고 있었던 책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A4용지보다는 작았다. 그럼 B4인가? 아니, B5인가? 아무튼 소년이 보기에 그것은 일종의 공문서 같았다. 중간 중간에 그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튀어나와서 일단 그것은 제쳐두고 알아볼 수 있는 것만 읽어보았다.


 


한참을 읽어본 후 소년은 그것이 무슨 공문서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실종 신고서였다.


실종된 사람은 박철수.


신고한 사람은 철수의 어머니였다.


 


 


 


- 다음 화 : 4. INFORMATION ZERO


"3 시간 안에 찾지 못하면 3일이 되고, 3일 안에 찾지 못하면 3달이 되고, 3달 안에 찾지 못하면 3년이 되는게 어린이 실종 사건이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