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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사적정보관리관 유진 0. 수정 완료

2006.12.21 04:15

아야메블랙번 조회 수:120 추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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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정보관리관 유진




0. INFORMATION ZERO




탐정이라는 직업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남의 비밀한 일을 은밀히 알아내거나, 범죄사건을 추적하여 알아내는 일, 또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보수를 받고 범죄와 관련된 사항, 신원조회, 증인의 신빙성, 사람의 소재, 재산의 소재 등에 관한 정보를 찾아주는 일 혹은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탐정은 옛날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인류의 사회에 존재해 왔지만 공식적인 기록으로 처음 등장하는 것은 17세기 초의 일로, 1817년 프랑스의 프랑수와 유진 비독(Francois Eugene Vidocg)에 의해 세계 최초의 탐정사무소가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보통 이 유진 비독을 전문탐정의 시조라고 부른다. 그 후 1850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풀타임 탐정 앨런 핑커튼은 미국 최초의 사립탐정사무소 ‘핑거튼 탐정사무소’를 세워 링컨 대통령 암살기도사건을 알아내는 등 맹활약을 펼친다. 이후 그의 회사는 성공을 거듭하며 오늘날 세계 30개국에 11만 4천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기에 이른다. 이처럼 공식적인 기록만 보더라도 탐정이란 직업은 자그마치 200년이라는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여러 나라에서는 모두 탐정의 활동을 인정하고 탐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 탐정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초강대국 미국이다. 핑거튼 탐정사무소를 시작으로 하여 미국은 일찍이 탐정업을 제도화하여 발전시킴으로써 다른 나라들보다 제도적인 면에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5만 5천명의 탐정이 활동 중이고 주당 평균근무시간은 약 50시간이며 대체로 시간당 20에서 100달러 정도를 받는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정도인데 미국보다 그 출발은 늦었지만 그래도 사회 내에서 하나의 비즈니스로서의 대우를 받고 있다.


 


즉, 외국에서라면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과 같은 일을 대놓고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자신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떨까.


 


 


*




소년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친구 한 명이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유치원이었는데 사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친해졌는지 소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같은 반에 짝궁이었던 그들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별 볼일 없는 일에 불같이 화를 내며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그 불은 또 금방 식어서 싸운 그 다음 날, 빠르면 싸운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과를 하곤 했다. 그러고 나면 그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다른 놀이를 하면서 히히덕거렸다. 그들은 같은 초등학교에 진학했고 그러한 관계는 더욱 더 굳건해졌다.


 


그런 친구가 일주일 전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에 소년은 그가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어느 반이든 간에 한 달에 한번쯤은 감기라든지 부상이라든지 하는 이유로 결석하는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이런 경우에는 담임선생님이 출석을 부를 때에 그 사실을 말하곤 한다. 하지만 친구가 학교에 안 나온 첫 날 평소처럼 순서대로 출석을 불렀고 친구의 출석란에 체크를 했다. 둘째 날도 그랬고 셋째 날도 그랬으며 일주일 후에도 그랬다. 병 때문에 못 나오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그래도 소년은 혹시 담임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깜빡했을까봐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선생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어, 그래. 네 말대로다. 감기가 심해져서 나오지 못한다는구나.”


 


거짓말이었다.


 


소년은 알 수 있었다. 물어본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대답할 때 지은 웃음 또한 잔뜩 굳어 있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이고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바뀌지 않았고, ‘선생님 말을 믿지 못하는 거니?’라면서 되레 화를 내기도 했다. ‘자꾸 거짓말을 하는데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이 구라쟁이!’라고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더욱 이상한 것은 같은 반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친구가 왜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 했었는데, 사흘 정도가 지나가 그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그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소년에 비해 친구는 항상 활발해서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 그런데 겨우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애당초 그 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어보았는데,


 


“그러게. 걔 왜 안 나온대?”


 


“담임선생님이 알고 있는 거 아냐?”


 


“그런 애가 있었던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미안, 나 학원 가야되거든.”


 


너무도 무관심하고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소년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친구의 상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그게 너무도 슬펐다.


 


친구가 너무도 불쌍했다.


 


 


 




그래서 소년은 직접 친구네 집에 가보기로 했다. 혹시 담임선생님의 말대로 감기 때문에 못 오고 있는 것이라면 틀림없이 집에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친구의 어머니가 집에 있을 테니까 친구의 상태가 어떤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소년은 친구의 집이 어디인지 잘 몰랐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만 알고 실제로 가본 적은 없는 것이다. 학교나 그 근처에 놀 거리는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 친구가 소년을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지 않았다. 유치원 때부터 같이 지낸 사이인데 집 주소 하나도 모르다니. 소년은 처음으로 친구가 정말로 친구였는지를 생각했다.


 


친구의 집 주소를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선생님 책상 위에 있는 출석부에는 소년의 반 아이들의 집 주소가 다 적혀 있었다. 소년은 친구의 집 주소를 보았다. 학교에서 굉장히 먼 거리에 있었다. 지하철을 타도 몇 정거장은 더 가야 했다. 주소를 메모지에 적고 출석부를 덮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지? 우리 반에서 제일 덩치가 큰 준석이일까? 아니면...


 


“수종아,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담임선생님이었다.


 


미소를 띤 얼굴이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뭐지, 응? 선생님에게도 한번 보여주면 안 되겠니?”


 


그러면서 소년이 들고 있는 메모지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담임선생님의 몸이 굽혀지면서 소년의 시야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손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무서웠다. 담임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무섭게 느껴진 적은 요 반년동안 한 번도 없었다. 그가 고개를 숙인 덕에 소년은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이 학교 선생님들 중에서도 잘 생긴 축에 속하는 그 얼굴. 학교 여자애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생님의 그 얼굴. 그 얼굴이 어둠 속에서 크게 일그러져 마치 가면이 깨진 것처럼 보였다. 이제 메모지까지는 앞으로 한 뼘 정도.


 


딩동뎅동.


딩동뎅동.


 


갑자기 귓가를 가득 메우는 소리에 담임선생님은 동작을 멈추었다. 순간 소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다시 그의 얼굴을 보았다. 깨졌던 가면은 어느새 원상 복귀되어 교과서를 뒤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 가면 속에 있는 그의 본질을 봐 버렸다. 아직 어른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그는 그것을 뭐라고 똑바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이 더럽고, 사악하면서도 뭔가를 두려워하는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방과 후 소년은 메모지를 참고하여 지하철을 타고 친구네 집으로 갔다. 역을 나와서 경사가 진 언덕을 한참동안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다 지쳐서 근처에 있는 계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더니 옆의 슈퍼마켓 아줌마가 이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계단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도 비슷했다. 옆에 보호자라고 할 만한 사람도 없이 가방만 둘러매고 앉은 그를 보고 가출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소년은 자신이 그렇게 보인다는 게 기분 나빴다. 그래서 재빨리 일어서서 길을 재촉했다. 친구네 집은 소년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는 달랐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2층 집이었다. 소년의 키를 훨씬 뛰어넘는 담 때문에 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집 앞에 널따랗게 잔디가 깔려 있는 듯 했다. 그는 집 크기에서 압도당해 가만히 집 앞에 서서 그 위용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자신의 임무를 깨닫고 대문 앞에 있는 벨을 눌렀다.


 


삑.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반응이 없어 다시 한번 눌렀다.


 


삑.


 


반응은 없었다. 집에 사람이 없는 모양이었다.


 


소년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는 분명히 친구의 어머니가 집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랬기 때문이다.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든, 근처 PC방에서 친구와 놀다가 들어오든, 학원에 갔다가 늦게 집에 돌아오든 어머니는 항상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집에 없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소년에게 있어 이 상황은 이상했다. 어머니가 집에 없다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친구에게 보통 일이 아닌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소년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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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탐정이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