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shape of his heart

2006.11.17 23:08

초요 조회 수:174 추천:4

extra_vars1 단편 
extra_vars2 212-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밤이 오면 모든 것은 고요해진다. 다만, 고요해지는 까닭이 단지 활동의 영역을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어둠은 누구 에게나 존재하는 공포와 같고,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마음에 드리워진 본연의 어둠조차 거부하는 것이 인간인 것일까. 어둠을 감싸주길 바라는 것도, 어둠을 승화시키길 바라며, 그것에 매력을 느끼는 것마저도, 그저 그 것의 두려움 앞에 무릎을 꿇어버린 것일 뿐. 그래서 인간은 본연의 흑막이 드리울 때엔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무의식의 백일몽 속으로 도망친다. 그리로 매일 한번의 죽음을 경험한다.

시계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바보 같은 자명종 소리와 같은 심장소리를 멈추고 싶다고 그는 생각했다.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칼날의 감을 놓치지 않는 그의 손이 사라지는 듯이 빠르게 움직였다. 당사자도 없이 공백을 베는 요란한 울림 속에 그는 시계를 확인한다.  태엽이 감긴 시계가 곧 나막새의 등장과 함께 시간을 알릴 것이다. 그러면 그의 계획이 시작 될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돌아왔습니다. 무거운 노래와 함께 시작되는 무거운 방송. 날씨도 추워지는데 감기, 걸리진 않으셨겠죠? 몸도 따뜻하게 잘 보호하시고, 가슴도 훈훈하게. 정말 이런 날씨에 병이 걸리면, 그것만큼 고생이 없습니다. 그렇고말고요."

라디오 방송을 귀에 들으며,  손으로 싸늘해진 가슴을 가볍게 두드린 그는  이미 거리 앞 버튼을 이용해 조명등을 확실하게 꺼 놓았다. 그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세워야 할 눈가리개이자 제단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손에 든 칼을 이용하기 위함도 아니고, 이미 견딜 수 없는 그의 공포심을 확실하게 채우는 것뿐이다. 어느새 듣는 소형 라디오의 배선을 타고 그의 귀까지 노래가 들려온다. 미리 준비한 신청곡. Shape of my heart가 달아오른 그의 가슴과 뇌에 확실한 한 글자를 각인시킨다. Respect.

"It's not the shape of my heart. but all of it's pleasure is my respect"

이윽고 초바늘이 지나가는 것과도 같은 일정한 구두소리가 그의 귀를 두드린다.

시작한다 시작한다. 망설임 없는 그의 칼은 내질러진다. 손을 타고 흐르는 묵직한 꿰뚫음의 감각.  성공 한 것일까?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서 미묘한 액체 섞인 바람소리만이 형형하게 울린다. 죽음을 알리는 절망의 소리 없는 단말마. 성공이다. 확실하게 끊어졌다. 꿰뚫린 것은,  피해자의 목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꿰뚫은 환상의 모든 것이 몸을 타고 흘렀다.

마음 속 한 자루의 공포의 극복을 확인한 그의 희열에 차오른 찬웃음만이 달빛에 빛난다. 이미 모든 것은 끝났다. 얻은 것은 한 자루의 칼을 이용한 완성. 그것은 ,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기 위한 점멸의식의 완성이다.
제단에서 거행한 의식의 확인을 위해 그는 불빛을 켠다. 그리고 전등아래에서 빛나는 그의 진정한 미소만이 아름다웠다. 그의 마음속엔 이미 그 무엇이 없었다.

그 어느 것도 감추지 않은 채, 다시 한번 묵직한 칼을 작품에 들이대고, 작품에 맺힌 붉은 열매를 사과 깎는 소리와 함께 베어 든다. 그는 다시 조명등을 껐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방송이 끝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밤. 좋은 꿈을 꾸시고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하루가 그렇게 끝난다. 12시를 알리는 자명종소리가 울리고, 그는 이미 멈추어 움직이지 않는 그것의 머리채를 잡고 쓰다듬는다.

다음날이 되어도, 모든 것은 오랜 시간 고요했다. 단지 적막 속에 시계소리만이 흐르다가, 오전 10시가 쇠 울림과 함께 넘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집의 대문이 부서질 듯 울려다. 처벌자? 복수자? 아니, 그저 결과를 뒤집을 줄 모르는 멍청이들의 등장이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마당에, 단지 의지 없는 보복을 위한 그들의 울림소리임을 아는 그의 죽은 눈빛이 허망하게 창문 밖을 바라봤다. 그랬다. 이미 이 상황은 종료되었다.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단 한가지의 인생 추구. 전에 추구하던 모든 것이 지워졌던 그였고, 이제 모래 후면 이 집도 그의 것이 아니게 된다. 단 하루 남은 방황의 시간 속에 그의 손에 남은 것은 잔인한 식칼뿐이었다.

어제, 그는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통해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운명과 같이 대화방의 이름에 이끌려 방에 들어간다.

“죽고 싶습니다. 01x-xxx-xxxx”

입으로 중얼대는 그는 그곳에서 운명과 조우했었다. 느낀 것은 그 와의 미묘한 동질감과 혼란속의 매력. 그의 소외는 그 곳에서 새로운 대화의 틀이라는 존재로서 성립했다. 이미 세상에서 지워지길 희망해버린 그조차 가장 끝내기 힘든 그것을 채워 줄 그 무엇. 가장 끝낼 수 없는 그것은 무엇일까.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고결한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 상대에 쓸모가 있고 싶다는 의식만이 존재할 뿐. 상대와의 배역을 통해 그는 단지 절대 악이 되고, 상대는 고결한 영혼으로서 모든 것이 정해졌다.

망설임을 공포로 승화시키며 깨끗하게 저질렀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보낸 사진과 전화까지 확인하고 실행, 그리고 그것에 대한 흔적은 남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더욱 안심을 했다. 이미 모든 증거를 말소했다.

이제 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기 전에, 죄악을 저지른 단검으로 그 자신의 목을 언저리부터 끝까지 힘차게 그어버리면 상황을 끝날 것이다. 칼날의 감촉이 그의 목을 타고 스몄다. 그의 가장 이상적인 자살이 완성되고,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따뜻한 감촉, 그리고 뜨거운 고통과 함께 의식은 사라져갔다.

다시 다음날이 되었다. 이미 그것은 대사건이 되었다. 그것은 아무런 잘못 없는 순수한 영혼의 여고생이 학원에서 귀가 길에 참수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와 자기모멸감에 찬 무차별의 살인마의 이야기라는 식의 글귀를 담은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다만 신문에 그것이 실리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을 뿐.

그 신문이 강조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그들의 공포. 싸이코 페스의 뿌리가 이미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식의 이야기 속에, 그들은 사건의 대처보다 사건의 흉악성을 언급하며 마무리 짓는다. 그것은 신문을 팔기 위한 비싼 필력의 산물에 불과할까. 애도하기보다 수 없이 분노하는 영혼들 앞에, 단 몇몇만의 영혼이 울부짖고, 단지 수만의 영혼만이 슬퍼한다.









..
그리고 단 한명의 영혼은 깊이 냉소했다.
오늘도 열린다.
“죽고 싶습니다. 01x-xxx-xxxx"
All of it's pleasure is her only r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