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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MENTAL -Destiny-

2006.10.29 21:18

셀레네 조회 수:69 추천:1

extra_vars1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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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 화재




  [2004년 4월 12일 21:00, 서울 명동 거리]



  “아까 그 식당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정말 맛있었어.”




 세영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형욱에게 팔짱을 꼈다. 형욱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저 앞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 한식집인데 뭐.”




  “쯧쯧, 밥은 겉이 아니라 맛이야. 정말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좋았는걸?”




검지손가락 하나를 펴고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서 말하는 세영.


참 착한 여자다. 과분할 정도로..


형욱은 세영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영도 여자다. 분명 고급 레스토랑에서 고급 와인을 잔에 따르고 영화처럼 잔을 부딪치고 스테이크를 먹는 그런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미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세영은 그런 내색을 전혀 내지 않았다. 정말 좋은 여자였다.




  “오늘 데이트는 이쯤하고 집에 바래다줄게.”




형욱이 헛기침 몇 번하고 말했다. 그러자 세영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내일 비번이니까 내일은 하루 종일 함께 있어줄게.”




그러자 세영은 약간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걸로 봐줄게. 내일은 하루 종일 내가 예약한거다?”




대답 대신 빙긋이 웃어주는 형욱. 세영은 팔짱 낀 손에 힘을 더 주어 착 달라붙어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길로 발길을 옮겼다.






  [2004년 4월 12일 21:40, 남대문 시장 근처 주택가]




지하철을 내린 형욱과 세영, 두 사람은 사람들 발길이 한가한 골목을 걷고 있었다. 점점 세영의 집에 가까워지는 것이 두 사람에게 아쉬웠지만 그들은 내일 데이트를 생각하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그럼 내일 롯데월드에 가는 거다.”




 세영은 형욱에게 팔짱을 낀 채로 형욱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다짐하듯이 말했다. 형욱은 나이 30에 무슨 놀이공원이냐고 생각했지만 세영의 이런 천진난만함에 할 말을 잃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알았다니까. 그러니까 내일 아침 10시에 롯데월드 곰 동상 앞에서 보면 되지?”




  “곰 동상......?”




그런게 있던가? 세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한 손으로 입을 살짝 막으며 쿡쿡 웃었댔다.




  “왜 그래?”




  “그거 곰이 아니라....후후.... 너구리 동상이야. 후후훗.”




계속 웃어대는 세영. 형욱은 당황스러운 나머지 얼굴을 빨개지며 헛기침을 했다.


그..그게 곰이 아니라 너구리였어?! 그건 누가 봐도 곰인데.


하지만 형욱은 그것을 곰이라고 생각하는 건 형욱 혼자밖에 없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렇게 골목을 지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부.......불이야! 불이야!”




  “어..어서 소방차를 불러!!”




그 고함소리에 형욱은 그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록 골목길이긴 했지만 밤하늘이 이상하게 붉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 났나봐.”




세영도 그것을 눈치채고 형욱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형욱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불이 난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세영아, 가 보자.”




  “가려고?”




  “응, 그래도 난 경찰이니까.”




세영 역시 형욱의 손에 이끌려 불이 난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2004년 4월 12일, 22:00, 남대문 시장 주택가, 화재가 난 빌라 앞]




불길은 미친 듯이 한 빌라를 희롱하고 있었다. 엄청난 불길에 사람들은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방화인가?”




 형욱은 그 커다란 불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로 불길이 번졌을 동안 소방차가 오지 않았다는 건 가스통이나 휘발유 같은 걸 이용해서 불을 냈다는 것이다. 그렇게 불을 이 정도로 냈다면 범인은 엄청 간이 큰 녀석일 것이다.


형욱은 자신의 옆에 서서 어쩔 줄 몰라하는 세영을 내버려두고 근처 주민에게 형사 수첩을 보이며 말을 걸었다.




  “강력계 정형욱입니다. 빌라에 사람이 남아 있나요?”




  “거의 빠져 나왔을 겁니다. 그런데 2층에 사는 사람들이 안 보이는 게 못 빠져 나온 것 같은데요. 이거 큰일이네.. 아까 집에 있던 것 같던데..”




주민 아저씨의 말에 형욱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 불길이면 소방차가 올 동안 그 사람들이 살아날 확률은 거의 없었다.


형욱의 눈에 다급함이 서렸다.




  “모두 제 말 들으십시오. 저는 강력계 형사 정형욱입니다. 모두 소방차가 들어오는 길의 장해물을 모두 치워 주세요! 최대한 소방차가 빨리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형욱은 이렇게 소리치고는 근처 물동이를 들어 올려 자신의 몸에 쏟았다. 그리고 형욱은 그 불길을 향해 뛰어가려고 했을 때 세영이 형욱의 손을 붙잡았다.




  “저길 들어가려고? 안돼!! 절대 안돼!! 죽는단 말이야!!”




거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외치는 세영. 형욱은 안심하라는 듯 웃으며 세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난 절대 죽지 않아. 그리고 지금 이 일은 나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형욱은 이렇게 말하고 세영의 손을 살짝 뿌리치고 세영의 외침을 뒤로 한 채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이 때는 전혀 몰랐었다.


이 화재 사건이 후에 형욱에게 엄청난 운명의 전환점이 되리라고는....


그리고 이것이 끔직한 운명의 서곡이라는 것도 알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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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본 이야기로 들어가기 직전이군요. 앞으로 한 편이면 오프닝이 끝나고 본 스토리가 진행이 됩니다. 아직 글 솜씨가 그다지 다듬어지지 않아 부족한 면이 무지 엄청 많지만 잘 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