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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사적정보관리관 유진 5.

2006.12.27 09:23

아야메블랙번 조회 수:96 추천:7

extra_vars1 5. INFORMATION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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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INFORMATION ZERO




필요한 정보는 모두 들었어. 그러니까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유진은 소년을 끌고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소년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어째서 경찰이 철수를 찾지 않은 건지 알기 위해서 서로 간 것이었다. 하지만 소년이 들은 것이라고는, 실종 신고를 받는 그 경찰 아저씨가 뇌물을 받았다는 얘기와 뇌물을 건네준 것이 어느 아줌마라는 얘기, 그리고 신고를 받던 그 시간에 강도 사건이 일어나서 서 내에 있던 경찰관 모두가 출동했다는 얘기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세 가지가 어떻게 다섯 번째 의문점의 답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유진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소년을 끌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굉장히 무서운 표정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 한 그녀의 모습은 변장하기 전의 그녀와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변장하기 전의 그녀는 상냥하고 부드럽고 소년의 말에 귀 기울여주던 탐정소녀였다.


 


변장한 후의 그녀는, 퉁퉁한 경찰 아저씨를 몰아붙일 때의 그녀는, 그 형사 아저씨와 말할 때의 그녀는, 날카롭고 독하고 무서운 어른이었다.


 


그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소년은 어느 쪽이 진짜 그녀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녀의 지금 모습은 변장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실은 이쪽이 진짜이고 탐정소녀인 그녀가 가짜가 아닐까. 아니, 어쩌면 둘 다 하나가 아닌 사람일 수도 있다. 경찰서에 가기 전에 들른 화장실에서 소년은 유진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유진으로 알고 손을 잡고 따라온 것이다. 그런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겠어.


 


그럼 이 사람은 누구지?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야?


 


소년은 자신을 잡고 있던 손을 홱 뿌리쳤다.


 


검은 정장의 소녀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수종아?”


 


“...누구세요?”


 


“뭐?”


 


“당신은 유진 누나가 아냐. 당신 누구야!? 유진 누나 어떻게 했어!?”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는 동안 소년의 상상은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멋대로 확장되고 있었다. 경찰서에 가기 전, 유진은 소년을 밖에 남겨두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변장을 하기 시작한다. 그 때 화장실에 미리 숨어 있던 검은 정장의 소녀가 슬금슬금 유진의 뒤로 돌아가 그녀의 목을 조른다. 숨이 막혀 죽어버린 유진의 시체를 화장실 구석에 처박아 놓고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파이프담배를 뺏어 든다. 그리고 웃으며 문을 열고 나와 소년을 끌고 간다. 다른 사람이다. 저건 다른 사람이다. 유진의 얼굴을 빼앗아 가면으로 쓰고 있는 괴물이다. 괴물이 가면을 벗는다. 담임선생님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선생님은 입을 크게 찢으며 씨익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말했을 텐데, 김수종 군. 무서운 일을 당하게 될 거라고 말야.


 


정신을 차려보니 소년은 괴물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괴물이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수종아! 기다려, 수종아!!”


 


유진의 목소리.


 


아니야, 저건 괴물이야. 아까 누구냐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했잖아. 유진이 아냐. 유진이 아냐. 잡히면 죽는 거야.


 


“제발 기다려 줘, 수종아!!”


 


부드러우면서도 간절한 목소리.


 


유진이 아냐.


 


유진이 아냐!


 


유진이 아냐!?


 


소년은 걸음을 멈추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따라오던 소녀도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곳, 그리고 오늘 그들이 만났던 곳, 그 벤치로 돌아왔다.


 


하늘은 붉게 물들고, 사람들은 제각기의 길을 가는 가운데, 소년과 소녀는 서로 거리를 두고 아무 말도 없어 조용히, 가만히 서 있었다.


 


“...모르겠어요.”


 


소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느 쪽이 진짜 유진인건지 모르겠어요! 상냥한 유진이 진짜 유진이에요? 아니면 지금 그 모습이 진짜 유진이에요? 유진도 담임선생님처럼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거예요? 상냥한 가면 뒤에 괴물을 숨기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 거예요!?”


 


“수종아...”


 


소년은 또 뭐라고 더 말을 하려고 했다. 한껏 내뱉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진은 유진이었다. 다른 존재가 아니었다.


 


그냥 투정부리는 것일 뿐이다.


 


자기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고 그녀에게 투정부리고 있는 것이다.


 


“미안해.”


 


어느새 다가온 유진이 소년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나도 머릿속이 복잡해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단다. 정말 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우...”


 


“오늘은 이정도로 하자. 너도 집에 돌아가 봐야 할 테고. 어제 너희 엄마가 집에 늦게 들어왔다고 걱정 많이 하셨지? 오늘 하지 못한 얘기는 내일 해줄게. 너무 갑작스럽게 얻은 정보라서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으니까.”


 


“정말...정말 내일 얘기해 줄 거죠?”


 


“그래.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 집에 가 봐. 알았지?”


 


울먹이는 소년을 달래면서 유진이 말했다. 소년은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유진과 헤어져 집을 향해 걸어갔다. 해가 반 이상이 멀리 있는 산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늦게 되면 전화하라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지만 어차피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전화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걸어가고 있는데, 소년은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 오는 것을 느꼈다.


 


유진 누나인가?


 


설마 오늘 일을 마음에 두고 다시 사과하러 온 건가?


 


하지만 걸음걸이가 그녀 치고는 어째 이상했다. 그녀는 오늘 구두를 신고 있어서 걸을 때마다 또각또각, 약간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런데 그를 따라오고 있는 사람은 걸음이 경쾌하기는커녕 무거워서 발이 땅이 질질 끌리는 소리를 냈다.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기분 나쁜 발걸음이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무서워진 그는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을 도로 꺼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 순간 뒤의 그 무겁고 느린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지면서 소년을 향해 다가왔다. 그는 깜짝 놀라서 핸드폰이 손에서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바로 앞으로 뛰어갔다.


 


누구지? 대체 누구지?


 


뒤를 돌아보고 싶은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린 순간 발걸음이 느려진 그의 뒷덜미를 무섭게 생긴 손이 덥석 잡아서 그를 어디론가 끌고 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미친 듯이 뛰어도 공포가 계속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공포가 그의 마음속을 휘저으며 속삭였다. 뒤를 돌아봐, 뒤를 돌아봐. 궁금하지도 않니? 어서 뒤를 돌아서 나를 쳐다봐.


 


고개가 돌아갔다.


 


활짝 웃는 가면을 쓴 괴물이 거기에 있었다.


 


“우, 우왁!!”


 


그 때 소년의 발이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달리던 그 기세로 뒤통수부터 땅바닥에 처박힌 그는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시간동안 그의 뒤를 한참 쫓아오던 괴물은 소년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보다 훨씬 더 작고 가느다란 양 팔을 거친 두 손으로 꽉 붙잡았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김수종 군. 무서운 일을 당하게 될 거라고 말야.”


 


담임선생님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년에게 말했다.


 


낄낄낄 기분 나쁘게 웃었다.


 


“그렇게도 철수가 만나고 싶니?”


 


그는 말하면서도 그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건지 소년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좋아, 그럼 선생님하고 같이 만나러 가자. 아니, 넌 깨어 있을 필요 없어. 조금 있다가 깨어나 보면 철수와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 돈밖에 모르는 창년이 아직 잘 보관하고 있으려나? 설마 그 돌대가리로 나 몰래 허튼 수작 부린 건 아니겠지? 아, 이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잊어버려. 근데 어딜 가냐고? 낄낄낄, 당연한 걸 묻고 있구나. 이 늦은 시간에 철수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겠니?”


 


뭔가 뜨겁고 끈적거리는 게 소년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뭐지? 피인가? 점점 더 흐릿해져가는 의식 속에 괴물이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얼굴을 소년 바로 앞까지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말했다.


 


철수네 집으로 가야지, 안 그래?”


 


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


 


소년은 정신을 잃었다.


 


- 다음 화 : 6. INFORMATION ZERO


"우리 애는 가출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