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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수수께끼

2009.07.17 06:52

물망초 조회 수:564

extra_vars1 소녀의 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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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몽둥이를 들다.’라는 속담은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알몸으로 여자와 대면한 나는 가히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그 여자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보았고 순간적으로 난리를 치는 여자에게 쫓겨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때에는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정작 놀라서 자빠져야 하는 건 나잖아?’ 그러니까 내가 내 집에서 옷을 벗고 샤워하는 데 몰래 들어온 여자가 있는지 없는지 조심해야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하지만 당장에 나가서 따지기에는 힘들어보여서 방안에서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을 내서 입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번 쉼을 하고서 방문을 딱하고 열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이미 교복과 비슷한 모양새의 푸른색의 윗옷과 치마를 세트로 입은 검은 장발의 소녀가 볼을 뚱하게 분체로 멋대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내가 밖으로 나온 낌새를 알았을 텐데도 눈조차 마주치지 앉고 있다.




“......해괴망측한 녀석!”


“누가 해괴망측한 녀석이냐?!”




뭔가 이 녀석, 대단히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여기서 화를 내야 하는 건 나야 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똑바로 날 쳐다보았다.




“해괴망측한 짓을 한 너 말고 여기에 누가 해괴망측한 녀석이 있다는 말이냐! 이 해괴망측한 녀석아!”


“아니, 그러니까.......”


“해괴망측한 녀석!”


“.......”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한숨을 쉬게 된다. 그러고 보니 처음 봤을 때는 당황해서 잘 몰랐지만 이 녀석은 완전히 어린애다. 나이를 높게 잡아봐야 13살 정도로나 보이는 꼬맹이였다. 그렇다면 이 이상 당황하는 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어른답게 처신하자.




“이봐, 꼬마야. 그런데 대체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흥. 해괴망측한 녀석, 내가 어떻게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어떻게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이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물음이란 말인가. 내가 어째서 이런 꼬맹이 여자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지 누가 논리적인 이유라도 갖고 있으면 알려줬으면 한다. 다시 한 숨을 쉰다.


최대한 설득력을 갖고 꼬맹이한테서 벗어나자.




“네가 어떻게 들어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가.......”


“중요해.”


“뭐?”




순간, 당황했다. 대체 뭐가 중요하다는 거지?




“해괴망측한 녀석! 혹시 네 녀석은 이 정도 ‘수수께끼’도 못 푸는 새대가리인가?”




열이 확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수수께끼’리고? 어디, 헛소리를 하는 거지? 나랑 장난이라도 쳐보자는 건가. 이건 마치 농간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상당히 씁쓸하다. 아니, 실제로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꼬맹이한테 농락당하고 있다.




“헛소리 같은 소릴......!!”


“왜 그러느냐?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화부터 내려고 하는 거?”


“......”




‘않되. 이런 꼬맹이한테 화를 낼 필요까지는 없다.’ 여기서 화를 내면 자신의 페이스를 잃게 된다. 경제학상에서든 현실상에서든 최소의 힘으로 최대의 이윤을 얻는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상식이다. 다시 숨을 고르게 쉰다. 잠깐 어울려주다가 끝내면 되는 거다. 눈을 감고 생각을 잠시 해본다.




“좋아. 알았어.”


“뭐를 말이냐?”


“너는 열려진 문을 통해서 들어왔지? 내가 깜빡하고 문을 열어둬서 그 문을 열고 들어 온 거야!”




순간, 소녀가 놀란 듯이 동공이 커진 게 보였다. 아마도 정확하게 맞춰서 놀란 것이리라 생각하고 내심 흡족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너는.......멍청이구나.”




냉담한 것이었다. 소녀는 자신의 검은 장발을 어루만지면서 피식 웃었다. 그 행동이 나를 더 비참하게 했다.




“너는 자기가 집안에 들어와서 문을 안 잠글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특히나 자취방에서 혼자 생활하는 너라면 문단속은 기본 중에 기본이었을 터이다. 그런 네가 모르고 문을 안 잠근다는 게 쉽나? 그리고 만약에 해괴망측한 네 녀석이 멍청하든 무슨 이유가 있었든 깜빡하고 문을 열어뒀다고 쳐보자. 그 때 내가 하필이면 그때 그 사실을 알고 문을 열고 들어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야말로 기하학적인 확률이 아니겠느냐?”


“무슨.......! 그럼 넌 대체 어떻게 들어왔다는 거야!?”


“키로 열고 들어왔지.”




이거 무슨 황당한 꼬맹이를 만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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