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Libera Maris

2008.06.29 22:06

紅月神 조회 수:986 추천:1

extra_vars1 Dead Of Distress 
extra_vars2 단편 
extra_vars3 103205-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죽음, 그것은 행복.


 고통, 그것은 불행.


 인간은 결국 죽음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인간이든 가질 수 있는 최후의 행복. 하지만 고통을 겪었던 인간의 죽음은 몇 배의 행복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행복인 죽음을 원하지 않는 것인가?


 



 12월 5일 일본 오사카.


 밤거리를 배회하는 차가운 바람. 하늘에서는 백색의 눈이 내리고 있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마치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든 모든 불빛이 꺼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검은색의 코트로 온 몸을 가린 한 인간이 있었다.


 



「끄억―」


 


 술에 취한 듯한 남성이 골목을 걷고 있었다. 퍽퍽 눈 밟는 소리와 함께 콧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골목에는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은 불빛을 내며 벌래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검은색 코트를 입은 인간이 나타났다.


 


「엉?」


 


 남성은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 인간에게 말을 걸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전에 붉은 액체가 튀면서 땅에 쌓인 눈 아래로 떨어졌다.


 남성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왼쪽 가슴에 칼을 찔린 채 쓰러졌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인간은 남성의 왼쪽 가슴에 꽂힌 칼을 뽑고, 그 피를 자신의 혀로 핥았다. 그리고 남성의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벤 뒤, 목에 꽂은 다음 가면처럼 웃는 얼굴로 말한다.


 


『영원한 행복을…』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남성은 붉어진 눈을 크게 뜬 채 백색의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면서 그대로 죽어갔다.


그것에 처음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시작이었다.


 


 12월 13일 도쿄의 한 중학교.


 어째서인지 하늘은 회색빛이었고, 안개 때문에 멀리 있는 건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 학교의 통학로를 코트와 함께 목도리를 입은 학생들이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유난히 특이하게 피처럼 붉은 목도리를 한 소녀가 입김을 불며 걷고 있었다.


 


「후우…」


 


 학교에 정문과 후문에는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선도와 선생이 있었다. 바로 며칠 전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살인 사건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오후는 물론이고, 오전까지 경비는 심해졌다.


 공포 살인 사건.


 며칠 전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이 살인 사건은 아직까지 11시가 지난 오후에만 일어났다. 피해자는 전부 왼쪽 가슴에 칼에 꽂힌 상처가 있고, 얼굴은 발기발기 찢어진 상태로 목에 칼을 꽂힌 채 죽어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에 또 다른 공통점은 전부 남자였고, 뭔가에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목격자가 적거나 없으며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시해.」


 


「그러네.」


 


 붉은 목도리를 벗으며 창가 자리에 앉은 소녀 쿠로가와 이즈메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대답해 준 것은 그녀의 클래스메이트인 아야세 신지라는 짧은 머리의 소녀였다.


 이윽고 신지는 창가 쪽으로 가 눈을 찌푸리며 흐릿한 하늘을 보며 말했다.


 


「시시하구나.」


 


「그런데 왜 그런 얼굴이야?」


 


「글쎄… 왜일까?」


 


「…….」


 


 이윽고 학교 전체에 퍼지는 수업 종이 울렸다. 그녀들의 학교생활은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5명 정도 떼를 지어 하교했지만 이즈메와 신지는 단 둘이서 하교했다.


 둘은 학교 근처 횡단보도에서 헤어졌고, 이즈메는 버스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사는 곳은 쿠로가와 가문의 저택. 일본의 대부분의 경계를 손에 쥔 거대한 가문이다. 그리고 그 소녀가 바로 그 가문에 딸인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그녀의 어머니는 웃는 얼굴로 말했고, 하인들은 정중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그녀는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갔고, 가방을 내려놓은 뒤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안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품위 있어 보이는 남성이 있었다. 그 남자가 바로 쿠로가와 가문의 당주이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그녀는 인사를 한 다음 탁자 위에 놓인 종이를 보고 물었다.


 


「이건…?」


 


「그거 말이냐? 그건 아는 지인한테 받은 거란다.」


 


 그 종이에는『죽음 그것은 곧 행복』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즈메는 그걸 보고는 계속 머릿속에 남겨둔 채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그 글귀를 생각해냈다.


 그러던 도중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죽음, 그것은 곧 행복… 이라.」


 


 그때 갑자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녀는 재빨리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는 왼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구역질은 금방 사라졌고, 그녀는 다시 고통에서 풀려났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손을 응시했다.


 


「뭐였지…?」


 


「…이즈메.」


 


「아, 어머니?」


   


 문 앞에 그녀의 어머니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친구가 찾아 왔단다.」


  


「친구? 네, 알겠어요.」


 


 이즈메는 하인이 아닌 어머니가 와서 말했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문을 열고 그 친구를 안으로 들여보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은 전혀 아니었다.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누…구?」


 


『네가 쿠로가와 이즈메?』


 


 붉은색의 긴 머리를 하고, 날씨와 어울리지 않은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10대 초반의 소녀가 그녀의 이름을 말하면서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느새 이즈메의 어머니는 그곳에서 떠나 있었고, 그 방에는 두 소녀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붉은 머리의 소녀는 침대에 앉아 몇 번 몸을 흔든 뒤 멈추었다.


 


「너, 누구야?」


 


『내 이름은 리사. 너의 친구야.』


 


「난, 네가… 누군지 몰라.」


 


『응. 나도 네가 누군지 몰라. 하지만… 나는 너의 죽음에 반응해서 찾아왔어.』


 


「나의 죽음에 반응해서?」


 


『뭐, 알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온 거거든.』


 


「무슨 소리야?」


 


『답답하네. 그냥 너를 도우려고 온 ‘천사‘라고 생각해. 자, 그럼 언젠가 또 만나겠지.』


 


 그렇게 말하더니 리사라는 소녀는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 뒤로 정확히 7일째. 이즈메는 리사와 더 이상 만나지 않았고, 그녀도 평범하게 지냈다.


 그리고 그날 드디어 이변이 일어났다. 평소와 같이 등교한 이즈메는 평범하게 학교를 끝마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불러서 심부름을 하게 되었고, 심부름이 끝나자 시간은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너무 늦었나.」


 


 그녀는 재빨리 가방을 메고 후문을 나섰다. 역시 학생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하늘은 여전이 흐릿했다. 그녀는 어쩐지 불안한 기운을 느낀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이라 마치 다른 세계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버스가 늦지…」


 


 초조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버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전에 누군가가 뒤에서 목을 팔로 휘감았다. 이즈메는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힘이 센 것으로 보아 남자인 듯 했다. 그녀는 남자의 팔을 이빨로 물어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검은색 코트.


 


「살인…마?」


 


 모자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20대 초반의 남성 같은 몸체를 가졌다. 게다가 오른손에는 식칼 정도의 크기인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이즈메는 재빨리 가방을 들고 골목으로 도망치려고 하였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계속해서 달렸다.


 


「하아… 하아… 누가…」


 


 뒤를 바라보았지만 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안심하고 멈추려는 순간 누군가와 부딪쳐 뒤로 쓰러졌다.


 


「아야야… 아, 죄송합…」


 


 그녀는 사과하기 위해 고개를 든 순간 검은색 코트를 입은 남자를 보고 경악했다. 그녀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남자에게 붙잡힌 뒤 그대로 잠에 빠졌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자신은 양 팔을 위로 올린 채 긴 책상에 묶여 있었다.


 


「여… 긴?」


 


 주변을 둘러보니 갈라진 벽과 많은 상자가 보였다. 어둡기도 해서 정확히는 확인해 불가능했지만 아마도 그곳은 버려진 공장인 거 같다.


 그리고 옆에서 발자국 소리와 함께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아직도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다, 당신 누구야? 살인자?」


 


『……영원한…』


 


「뭐?」


 


『영원한 행복을…』


 


 그렇게 말하더니 이즈메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단검으로 교복의 아래에서부터 위로 쭉 긋더니 그대로 힘없이 교복이 잘려나갔다.


 


「그, 그만둬…」


 


 살인자는 단검의 칼등으로 이즈메의 볼을 어루만지더니 단검을 높게 들었다. 그리고 가면처럼 웃고 있는 얼굴을 이즈메는 보았다. 살인자는 웃으면서 그대로 단검을 든 오른팔을 이즈메의 얼굴을 향해 내려쳤다.


 그 순간 상자가 날아오더니 살인자를 날려버렸다.


 


「에?」


 


 그리고 공장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붉은 머리의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리사라는 소녀였다. 살인자는 상자를 치우고 다시 일어나더니 이윽고 머뭇거리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사이렌소리와 함께 경찰차가 공장의 앞에 모여들었고, 경찰들이 공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결국 살인자는 유유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한 형사가 이즈메에게 다가와 묶인 밧줄을 풀고, 담요로 몸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무전기에 대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아직 범인이 근처에 있을 지도 모른다! 샅샅이 찾아내!」


 


 그리고 그 형사는 이즈메를 부축하면서 공장 밖으로 나갔다.


 


「아…」


 


 이즈메는 리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전혀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대로 이즈메는 형사와 함께 경찰차에 탔다. 형사는 경찰수첩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난 경시청 특수 수사본부의 토무로 타케루 형사다. 너의 이름은 뭐지?」


 


「…이즈메… 쿠로가와 이즈메…」


 


「뭐?! 너, 혹시 쿠로가와 재벌의 딸이냐? 이런, 녀석도 귀찮은 상대를 골랐구먼. 상관없지. 그런데 범인에 대해서 뭔가 본 건 없니?」


 


「그게… 남자였어요. 더 이상은… 모르겠어요.」


 


「그래, 그렇겠구나. 그럼 일단은 집까지 데려다주마. 정신적인 충격이 큰 거 같으니까. 그리고 이거, 내 명함이란다. 혹시 핸드폰이 있다면 번호를 알려주지 않겠니?」


 


「네… 아, 그런데… 붉은색의 머리를 한 여자애… 못 보셨나요?」


 


「무슨 소리니? 그곳에는 너와 그 녀석밖에 없었어. 우리도 신고를 받고 달려왔지만 신고자의 모습도 전혀 없었다.」


 


 이즈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경찰차는 쿠로가와 본가에 도착했고, 마중 나온 이즈메의 어머니와 형사는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즈메는 하인의 부축으로 일단 그녀의 아버지가 있는 안방으로 갔다.


 



「그래, 괜찮니?」


 


「네…」


 


「…좀 쉬는 편이 좋겠구나. 방에 들어가렴. 한동안은 집에서 푹 쉬도록 해.」


 


 이즈메는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문을 열려는 순간 자신의 방 안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 이즈메는 재빨리 문을 열었고, 순간 흠칫했다. 왜냐하면 검은색 코트를 들고 있는 신지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신지는 이즈메를 보더니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아, 왔구나. 어때? 몸은 괜찮아?」


 


「으, 응. 어쩐 일이야?」


 


「사실 아까부터 계속 연락이 안돼서. 음…… 이거!」


 


 신지는 자신이 가져온 가방을 뒤지더니 이윽고 공책 한권을 꺼냈다. 그리고 탁자 위에 펼쳐놓으면서 웃는 얼굴로 이즈메에게 말했다.


 


「내일 숙제 좀 보여줘.」


 


「아아, 그렇지. 내일… 그런데 나 조금만 학교 쉴 거 같아. 그러니까 공책 빌려줄게. 다음에 갖다 주면 돼.」


 


 이즈메는 서랍에서 공책 한권을 꺼내 신지에게 건네주었다. 신지는 고맙다고 말하면서 이즈메의 공책을 가방에 넣고는 코트를 입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즈메는 순간 코트가 신지에 몸에 비해 커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멈춰서는 이즈메에게 등을 보인 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이즈메…」


 


「응?」


 


「오늘 누구 안 만났니? 아니, 일주일 전에는 누구 안 만났어?」


 


「……!! 무, 무슨 소리야? 만나다니, 누굴?」


 


「……그래? 알겠어.」


 


 신지는 다시 뒤로 돌아 웃는 얼굴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나갔다. 이즈메는 힘을 빼면서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고 오늘 일어난 일은 천천히 떠올렸다.


 


 살인자, 나를 왜? 검은 코트, 공장, 단검, 붉은 머리, 흰색의 원피스, 밧줄, 상자, 웃는 얼굴, 가면, 목격자, 신고자, 피해자, 용의자, 남자, 팔의 상처, 토무로 타케루 형사, 투명, 사라져? 어디로? 경찰, 형사, 없어, 무슨 소리니? 신지, 같은 코트, 리사―


 


「아.」


 


 이즈메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곳에는 오른손에 귤을 들고 있는 리사의 모습이 있었다. 리사는 한번 하품을 하더니 이즈메를 향해 말했다.


 


『멍청이. 그런 녀석한테 잡히면 어떡해?』


 


「너… 누구야?」


 


『글쎄? 그건 7일전에도 말한 거 같은데. 난 리사. 너의 죽음에 반응하여 찾아온 천사. 그러니까 나의 모습은 너 의외에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그래서 아까 그 녀석도 날 보지 못하고 당한거지.』


 


「자세히 얘기해줘.」


 


『싫어. 내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살아남아. 지금부터 정확히 20일이다. 그 안에 네가 살아있으면 전부 얘기해주지. 하지만 죽으면, 넌 의문도 풀지 못한 채 억울하게 죽은 거야.』


 


「죽는다니? 어째서 내가!」


 


『너 정말 바보구나. 살인자는 절대로 목표를 놓치지 않아. 그리고 지금 그 녀석은 자신의 얼굴을 너에게 들킨 줄 알고 있어. 그렇다면 당연히 죽이러 오겠지. 하지만 네가 20일 동안 집에만 있다면 넌 살 수 있어. 다행히도 이 건물은 좋은 경비를 가졌거든. 하지만 넌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그럼―』


 


 리사는 방에서 나갔다. 이즈메는 또 다시 힘이 풀려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다음날, 이즈메는 경시청으로 수사를 받으러 갔고, 몇 시간이 지나서 겨우 풀려났다. 그리고 쿠로가와 가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오늘 이즈메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또 다음날, 이즈메는 오늘도 역시 집에만 있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신지에게서 전화가 온 탓에 별수 없이 대문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음…」


 


 이즈메는 주변을 둘러보며 신지를 찾아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


 


 이즈메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담장에 기대고 있는 누군가를 보고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바로 검은색 코트를 입은 살인자의 모습이었다. 살인자는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고, 이즈메는 겁먹은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때 옆에서 신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즈메?」


 


「아…」


 


 이즈메는 다시 담장에 기댄 사람을 보았다. 모자를 벗더니 신지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품에서 꺼낸 것은 며칠 전 빌려준 노트였다.


 


「자, 여기 있어. 그런데 정말이지 너희는 무섭구나.」


 


「무슨 소리야?」


 


「네가 당한 뒤로는 더 이상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잖아. 역시 부자는 무섭군!」


 


「아, 그런데 신지는 괜찮아? 혼자서 다니면 어쩐지 위험하지 않을까? 뭣하면 내가 하인 시켜서 집까지 바래다줄게.」


 


「됐어, 난 혼자 갈 수 있어. 걱정 마.」


 


「으응.」


 


「그럼 안녕~」


 


 신지는 손을 흔들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이즈메는 안심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다시 하루가 지났다.


 그날도 여전히 아무대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타케루 형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내용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즈메는 형사의 허락을 받고, 그 사건의 목격자를 만나러 갔다.


 


「쿠로가와 이즈메 씨, 들어가십시오.」


 


 수사실 안에는 한 여성이 고개를 숙인 채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이즈메는 그 여성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 여성은 이즈메의 같은 학교 후배이기 때문이다.


 


「유나? 혹시 너, 카와조 유나야?」


 


「응? ……아! 이즈메 선배…」


 


「너희 둘이 아는 사인가? 그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생기는군.」


 


「네?」


 


 타케루 형사는 책상 위에 사진과 함께 묶여있는 서류를 몇 개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이번 피해자와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신원을 조사해본 결과 모두 쿠로가와 기업과 협력 관계인 하세가와 기업의 중직에 있는 직원들이었다. 게다가 너희 둘도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이 사건의 중심에는 분명 쿠로가와 가문이 연결되어 있어.」


 


「그럴 수가, 그럼 누가 나를?」


 


「그게 의문이야. 단순히 하세가와 기업을 망하게 하기 위해서 쿠로가와 기업이 그런 짓을 했다면 회장의 딸인 너를 죽일 이유는 없지. 게다가 쿠로가와와 하세가와 기업은 둘 다 거대한 기업이라서 함부로 조사도 불가능해.」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제가 아버지에게 부탁해 볼게요.」


 


 이즈메는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안방으로 가보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커녕 어머니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하인에게 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디 계셔?」


 


「두 분은 지금 외국으로 출장을 가셨습니다.」


 


「무슨 소리야? 아까까지만 해도 보통 차림으로 계셨잖아.」


 


「네. 하지만 아가씨가 가신 뒤 두 분은 바로 떠나셨습니다.」


 


「…그럼 통화는 가능해?」


 


「죄송합니다. 워낙 중요한 일이라 1달간은 통화가 불가능합니다.」


 


「1달씩이나… 그럼 떠나시기 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


 


「네.」


 


「그러면 경찰이 우리 기업을 조사해도 상관없겠지?」


 


「죄송합니다. 아무리 아가씨라고 함부로…」


 


「중요한 문제야! 차후의 일은 전부 내가 책임질게.」


 


「……그렇게 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정말이지 그 고집은 사모님을 닮으셔서…」


 


 그리하여 경찰은 쿠로가와 기업에 사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자 경찰은 금방 철수했다. 지금은 하세가와 기업을 조사하기 위해 협조를 부탁하고 있었다. 이즈메는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를 허무하게 끝냈다.


 그렇게 며칠간 집에서 나오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12월 30일.


 이즈메는 조금씩 리사에 관한 일을 잊어가고 있었고, 살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를 하여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그날 점심시간.


 


「쿠로가와, 2학년 애가 찾는다.」


 


 같은 반의 여학생이 와서 그렇게 말했고, 이즈메는 앞문으로 갔다.


 


「아, 유나. 무슨 일이야?」


 


 유나는 이즈메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어― 사실 요즘 계속 누가 쫓아다니고 있어요.」


 


「뭐? 혹시… 스토커야?」


 


「아니요, 그게…」


 


 유나는 귓속말로 작게 ‘살인자’라고 말했다. 점점 기억이 흐릿해져갔던 이즈메는 다시 모든 일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유나를 데리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화장실에는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말해봐.」


 


「그게… 사실은 3일 전부터 계속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이 제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어요. 제가 어디를 나가기만 하면 쫓아오고, 밤에도 계속 저희 집을 감시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도 역시 학교를 오던 도중 계속 쫓아왔어요.」


 


「음… 검은 코트는 워낙 흔하니까 다른 사람한테도 별로 수상하게 보이지는 않겠지. 그러면 일단 경찰에 신고해 봐.」


 


「저도 그랬는데 기다리라고만 하고 전혀…」


 


「알겠어. 그럼 오늘은 같이 가자.」


 


「아, 감사합니다.」


 


 그때 밖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즈메는 뭔가 불안한 기분을 느끼고 창문 밖을 보기 위해 세면대를 밟고 밖을 바라보았다. 작은 사각형의 틈을 통해 검은 코트를 입은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그 검은 코트의 사람을 얼굴을 위로 들더니 이즈메와 눈이 마주쳤고, 가면처럼 웃는 표정을 짓고는 그곳에서 유유히 떠나갔다.


 


「아…」


 


 이즈메는 힘을 빼고, 그대로 세면대에서 내려왔다.


 


「선배?」


 


「그, 녀석이야…」


 


 그리고 수업은 끝이 났다. 이즈메는 유나와 함께 정문 앞에서 대기 중인 차를 타고, 유나를 집에 내려주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이즈메는 몇 명의 하인을 시켜 집 주변을 조사해보도록 부탁했다. 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는 방학식을 해서 이즈메는 오늘도 역시 집에만 있기로 하였다. 그때 하녀가 자신의 방 앞으로 와 말했다.


 


「아가씨, 아야세 자매 분들이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이윽고 문을 열고 신지와 그녀의 언니인 아야세 타츠야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야세 타츠야는 신지와는 다르게 긴 머리에 몸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잘 나오지 않지만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신지와 함께 이즈메의 집에 찾아온 것이다.


 


「아, 신지. 그런데 타츠야 언니까지 무슨 일이야?」


 


「자, 이거.」


 


 타츠야는 이즈메에게 먹을 것이 있는 봉지를 건네주었다.


 


「아니 뭐 이런 것 까지.」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 요즘 몸이 안 좋아 보이니까.」


 


「고마워요.」


 


 신지와 타츠야는 이즈메와 학교에 대한 이야기나,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몇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새 시계를 보니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신지는 침대에서 일어나 검은 코트를 입고, 타츠야는 점퍼를 입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같이 현관까지 나왔다.


 


「괜찮겠어요?」


 


「응. 걱정 마. 그럼 몸조심해.」


 


 신지는 먼저 나갔고, 이어서 타츠야가 나가려는데 갑자기 이즈메에게 등을 보인 채 멈춰 섰다. 그리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이즈메. 요즘 누구 안 만나고 다녀?」


 


「네? 누, 누구라뇨?」


 


「그러게, 요즘 이즈메. 이상한 아저씨랑 만나고 있던데…」


 


 밖에 나가있던 신지가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타츠야고 고개를 돌려 이즈메를 바라본 순간 이즈메는 뭔지 모를 공포심을 느꼈다.


 타츠야는 마치 귀신처럼 이즈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숨을 내뱉듯 말했다.


 


「어쨌거나 조심해. 요즘은 안 좋은 일만 일어나니까.」


 


 그리고 둘은 그곳을 떠나갔다. 이즈메는 그곳에 몇 분 동안 굳어 있다가 이윽고 뒤에서 들려온 하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가씨. 문을 열어놓고 계시면 안 됩니다.」


 


「아아, 응.」


 


 하인은 문을 닫고, 다시 복도를 걸어갔다. 이즈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려는 순간 등에서 뭔가 따가운 감촉을 느끼고는 재빨리 위로 일어났다.


 그리고 등을 만지면서 이불을 들춰냈다.


 


「윽… 이건…」


 


 그곳에는 사람의 손 모양을 한 5개의 송곳이 있었다. 이불이 있어서 심하게 찔리지는 않았지만 재대로 찔렸다면 분명 엄청난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대체… 누가… 아.」


 


 이즈메는 아까 침대에 앉아 있던 신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그럴 리가…」


 


 그리고 다음날, 1월 1일.


 많은 사람들이 새해 참배를 하기 위해 집에서 나와 주변 신사는 북적거렸지만 이즈메는 집에서 나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윽고 하인이 이즈메의 방 앞에 와서 말했다.


 


「아가씨, 아야세 자매 분들이 오셨습니다.」


 


「……!! 호, 혼자 있고 싶으니까… 오늘은 미안하다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하인은 그곳을 떠났다. 이즈메는 침대에 누운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달력을 바라보았다.


 리사가 말한 20일까지 앞으로 8일. 약 1주일이다.


 


「하아…」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냐.』


 


 이즈메는 리사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났다. 리사는 어느새 책상에 앉아 귤을 먹으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러니까 말했잖아? 난 특이한 녀석이나 내가 인정한 것 외에는 그 누구한테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 때문에 내가 방금까지 널 인정하지 않았고, 넌 내가 들어왔다는 것도 모른 거지.』


 


「…….」


 


『그래. 지금 너의 고민은 그거구나. 아야세 신지가 수상하다 이거지?』


 


「어, 어떻게?」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야? 난 사실 계속 너희 집에 있었어. 내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습이 보이지 않은 거야. 그건 상관없어.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무슨 소리야?」


 


『아야세… 누구더라? 어쨌든 그 녀석들 중 하나가 죽을 거야. 지금 가지 않으면 말이지.』


 


「하, 하지만 이렇게 오늘같이 사람이 많은 날은…」


 


『사람이 많은 곳에는 사람이 적은 곳이 있기 마련이야. 게다가 오늘은 대부분 신사에 있기 때문에 사람이 없는 곳은 얼마든지 있어.』


 


「그럴 수가…!」


 


 이즈메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인이 불러도 무시한 채 그대로 대문을 나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타츠야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점점 더 불안감만 올라갔다.


 그때 뒤에서 리사가 나타나 말했다.


 


『네가 붙잡혔던 공장이야.』


 


 그 말을 들은 이즈메는 하인을 데리고 차를 타서 그 버려진 공장까지 갔다. 차로 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금방 도착했고, 하인 한명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안에는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이즈메의 옆에서 리사가 나타나 말했다.


 


『안이다.』


 


 이즈메는 그 말을 듣고 하인과 함께 더 깊이 들어갔다. 그리고는 불빛이 켜있는 한 방을 발견하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털썩 주저앉은 신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앞에는 무엇인가가 불에 타고 있었다. 바로 타츠야였다. 이미 온 몸이 불에 타서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신지는 하의만 입고 있는 채 가슴부터 시작해서 복부 전체에 칼에 베인 수많은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누군가에게 맞은 상처가 있었고, 뭔가에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즈메는 재빨리 신지에 위에 자신의 코트를 덮어주었고, 그녀를 부축해 불에서 최대한 떨어졌다. 불은 금방 사그라졌지만 타츠야의 시신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뒤 경찰이 도착했고, 신지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음날, 이즈메는 신지의 병문안 겸 자세한 상황을 듣기 위해 신지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갔다. 병실에는 이미 타케루 형사가 수사를 하고 있었다. 이즈메는 쉽게 허락을 받고 병실 안으로 입장했다.


 


「…그럼 범인의 얼굴은…」


 


 신지는 온 몸에 붕대를 하고 있었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윽고 수사가 끝났는지 타케루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수사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나가려고 하다가 이즈메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옆에서 작게 속삭였다.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걸 얻으실 수 있다면 좋겠군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병실에서 나갔다. 이즈메는 가져온 꽃과 과일 바구니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신지 옆에 의자에 앉았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게… 이즈메랑 같이 참배를 갈려고 했는데 이즈메는 몸이 아프다고 해서… 그래서 언니랑 둘이 갈려고 했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나랑 언니를 잡더니 차에 탔어.」


 


「사람들? 그럼… 공범이 있는 건가?」


 


「그리고는 기억이 안나… 눈을 떴을 때는 이상한 사람이 나랑 언니의 옷을 다 벗기더니 몸을 마구 핥았어. 그리고는 칼로 막 베기 시작했고… 그랬는데 언니가 떨어져 있던 유리조각을 들어 그 이상한 남자를 찔렀더니… 언니를… 언니를…」


 


 갑자기 신지가 떨기 시작했다. 이즈메는 신지의 어깨위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그녀를 진정시켰다. 이윽고 신지는 숨을 거칠게 내쉬더니 다시 차분해졌다.


 그리고는 그대로 눈을 감고 누워버렸다. 이즈메는 더 이상 묻는 걸 그만두고 유유히 병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다시 신지에게서 수사는 계속되었고, 이즈메도 자신 나름대로 수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8시가 좀 지났을 무렵 갑자기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쿠로가와 이즈메?』


 


 심한 음성 변조로 목소리가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즈메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화를 건 사람이 하는 말을 들었다.


 


『카와조 유나. 공장. 유괴다.』


 


 그리고는 전화가 끊겼다. 이즈메는 한순간 아주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 그녀는 하인 몇 명을 불러 차를 타고 다시 공장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많은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범인은 쉽게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그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고, 이즈메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에서는 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 괜찮으세요!』


 


「에? 유나? 어떻게 된 거야? 너, 유괴당한 거 아니야?」


 


『무, 무슨 소리에요? 저는 선배가 유괴 당했다고… 꺅!」


 


 그때 휴대폰 안에서 유나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휴대폰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으로 들린 유나의 목소리는 ‘공원’이었다. 그걸 듣고 있던 경찰들도 재빨리 근처 공원으로 출발했고, 이즈메도 다시 차에 타 경찰들을 쫓아갔다.


 그리고 근처 공원에 도착했고, 유나가 누군가와 어둠 속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은 경찰을 보고는 숲속으로 사라져 더 이상 쫓을 수가 없었고, 유나는 경찰들의 보호를 받았다. 이즈메는 유나에게 달려가 물었다.


 


「유나야!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아… 선배, 괜찮아요.」


 


「어이! 어떻게 됐나?」


 


 이윽고 공원 입구에서 타케루 형사가 달려왔다.


 


「범인은 놓쳤지만 피해자는 다행히 무사합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아! 이즈메 씨! …아야세 신지 양이 사라졌습니다!」


 


「네?!」


 


 현재 시각 8시 50분.


 신지가 병원의 화장실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정확히 사라진 시간은 7시 50분. 유나가 당한 시간은 8시 40분. 병원과 공원까지의 거리는 뛰어와도 40분이 걸린다. 그리고 유나는 8시 20분에 누군가의 전화를 받아 이즈메가 유괴 당했다는 말을 듣고, 공원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같은 시각 이즈메도 유나가 공장에 유괴 당했다는 말을 듣고 공장으로 간다.


 그리고 그날 오후 11시.


 공원 근처에서 자신의 목을 칼로 찔러 자살한 신지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렇게 3일이 흘렀고, 3일째 밤에 이즈메에게 타케루 형사가 전화를 걸려왔다.


 


『죽은 신지 양의 DNA를 조사해본 결과 아야세 타츠야 양으로 판명됐습니다.』


 


「네?! 그, 그게 사실이에요?!」


 


 이즈메는 전화를 끊고 방으로 돌아가 공책을 펼쳐 연필을 쥔 다음 뭔가를 쓰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범인은 타츠야 언니. 그때 불에 타고 있던 건 사실은 신지였던가. 그리고 나를 유괴한 것도 타츠야 언니였고. 유나를 공격한 것도 타츠야 언니? 하지만 이상해… 타츠야 언니의 시신이 공원에서 밤 11시에 발견. 사망 추정 시각은 8시 30분. 하지만 유나는 8시 40분경에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았어. 죽은 사람이 살아났을 리도 없고, 그렇다면 역시 공범인가? 그렇다면 타츠야 언니를 누가 죽인거지?」


 


『…꽤나 복잡한 거 같군.』


 


 그때 침대에 귤을 먹고 있는 리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리사…」


 


『자, 이제 2일 남았다. 오늘은 그만 자는 게 좋을 거야.』


 


 이즈메는 공책을 덮고, 리사 쪽으로 돌아섰다.


 


「진짜 너의 정체를 알려줘.」


 


『……옛날에 말이지…』


 


 굳게 입을 닫고 있었던 리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한 소녀가 있었어. 그 소녀는 아무것도 부러울 거 없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지. 하지만 어느 날 큰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었어. 그리고는 기억까지 잃었지. 그렇다면 죽었어야 했어. 하지만 죽지 않았지. 왜냐하면… 누군가가 구해줬기 때문이야.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소녀는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걸 알게 되었어.』


 


「…….」


 


『네가 모르는 진실은 너의 주변에 있어. 그렇다면 기다리지 말고 그 진실을 찾아.』


 


 그리고 리사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렇게 이즈메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몇 분을 보냈다.


 다음날, 이즈메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유나의 집으로 갔다. 유나는 부모님과 함께 오래된 작은 맨션에서 살고 있다.


 


「유나~ 있니?」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즈메는 문을 열려고 하였다.


 


「문이 열려 있어…」


 


 이즈메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방에는 불하나 켜있지 않았고, 창문은 전부 커튼으로 닫혀 불빛이 희미했다. 이즈메는 벽을 짚으면서 스위치를 찾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서 곧바로 코를 막았다.


 


 (이… 냄새는…)


 


 확실하다. 이건 피 냄새다. 이즈메는 거실 쪽으로 갔다. 거실에는 빛이 어느 정도 있어서 이즈메는 안심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도중 소파 옆에 사람의 팔이 보였다.


 이즈메는 조심스레 그곳으로 다가갔다.


 


「읍―!」


 


 그곳에는 어깨가 반만 잘린 채, 얼굴이 찌그러지고, 유방에 칼이 꽂힌 상태의 유나의 어머니가 죽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성기가 노출되어 귀두(龜頭)가 잘려나가고, 얼굴에 무차별적으로 칼에 찔린 자국이 있는 유나의 아버지가 죽어 있었다.


 이즈메는 그 시체를 보고 구역질을 참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찰칵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누군가가 나타나 이즈메는 놀라며 창문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무언가를 씹고 있는 유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오른손에는 피가 묻은 칼이 쥐어져 있었다.


 


「유…나?」


 


「어라? 선배 오셨어요? 어쩐 일이신가요.」


 


「그럼… 유나, 네가―」


 


「헤헤. 전부 눈치 채셨나요?」


 


 이윽고 유나는 뭔가를 삼켰다.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 이즈메는 또 다시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아냈다. 이윽고 유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전부 제가 했어요. 신지 선배도, 타츠야 언니도, 지금까지 죽어온 사람들도. 그리고 이즈메 선배를 납치한 것도 저에요.」


 


「그, 그런!」


 


「12월 5일. 전 처음으로 하세가와 기업을 없애기 위해 그 기업의 중직들을 차례차례 죽였어요. 그리고 쿠로가와 기업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인형, 아야세 타츠야를 약으로 세뇌시켜 쿠로가와 이즈메를 납치했죠. 하지만 실패. 그래서 계속해서 하세가와 기업의 중직들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선배, 선배가 그 형사를 만난 뒤로 너무 거슬렸어요. 그래서 선배를 죽이려고 했는데 아야세 신지가 알아차렸죠. 그래서 1월 1일, 타츠야를 시켜 신지를 죽이고, 자해를 하게 한 뒤 신지로 변장시켰죠. 아, 그리고 저를 쫓아다닌다던 살인자도 사실 타츠야였어요. 그런데 타츠야가 병원에 입원 한 뒤로 이상한 증세를 보이더군요. 그래서 타츠야를 죽이기 위해 그날 선배한테 카와조 유나가 공장으로 유괴 당했다고 전화한 건 나였어요. 그리고 내가 공원에서 제3자에게 당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다시 전화한 거예요. 사실 그때 저를 공격한 사람은 없었어요. 저는 죽어있던 타츠야를 그저 흔들고만 있었을 뿐, 그 다음 도망치게 하는 건 쉬웠어요. 던져버리면 그만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신지로 변장한 타츠야의 DNA를 분석하면 변장한 사람은 타츠야가 되고, 자동적으로 범인은 타츠야가 되지. 타츠야는 자살로 끝났고.」


 


「그럼 부모님은 어째서!」


 


「여기 있는 카와조 유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세가와 기업의 중직. 그래서 죽였어. 나를 가지고 논 상으로, 최대한 고통스럽게 유린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끝내려고 했는데… 왜 온 거야, 당신은. 그냥 그대로 끝내면 좋았을 것을.」


 


「어째서 너는 이런 짓을 한 거야?」


 


「……5달 전, 나는 하세가와 기업의 어떤 남자 사원에게 강간당했어. 그리고 그게 아버지라는 걸 알게 된 건 일주일 전, 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 그리고 또 며칠간 아버지는 쿠로가와 기업의 사원 1명과 하세가와 기업의 사원들과 함께 나를 집단 강간했어. 정신병자 같은 새끼였지. 쿠로가와 기업의 사원은 이미 오래전에 죽였고, 시체는 바다에 버렸어. 그리고 나머지 하세가와 기업의 사원들은 알다시피 전부 죽였지. 그리고 최후의 희생자는 그 자식과 저 년이야.」


 


 카와조 유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죽어있는 두 부부의 시체를 가리켰다. 마치 다른 사람에 시체라도 보는 듯 입에는 요염한 미소가 띄어졌다.


 이윽고 유나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매로 이즈메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좀 바뀌고 말았어. 이제 마지막 희생자는 너야. 쿠로가와 이즈메.」


 


 유나는 칼을 들고 조금씩 이즈메에게 다가갔다. 걸을 때마다 바닥에 흥건히 젖어있는 피 때문에 질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으로 가기 위한 길은 유나가 막고 있다. 그렇다면 유나를 쓰러뜨려야 한다.


 


「큭―」


 


 하지만 코가 지릴 정도로 강한 피 냄새가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에 비해 유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조금씩 이즈메 쪽으로 걸어왔다.


 이윽고 유나가 살짝 웃더니 이즈메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칼로 이즈메의 배를 찌르려고 하였지만 이즈메는 옆으로 피해 옆구리만 스쳤다. 무기가 없는 이즈메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무기로 쓸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 유나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도중 바닥에 있는 피에 미끄러져 그대로 시체 옆에 쓰러졌다.


 


「꺅―!」


 


 그리고 그 위로 유나가 올라탔다. 이즈메는 마치 뭔가 거대한 것이 자신을 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 방에는 몸을 둔하게 하는 약이 가루로 휘날리고 있어. 이 약도 내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그 자식들이 강간했을 때 사용했던 거야. 넌 모를 거야, 그때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차라리 죽자는 생각까지 했어.」


 


「유…나…」


 


「그럼, 너에게 죽음이란 행복을 선사하지.」


 


 유나는 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유나의 손에 쥐어진 칼은 이즈메의 목을 향해 내려쳐졌다. 그 순간 두꺼운 책이 날아와 유나의 머리를 가격했다. 유나는 들고 있던 칼을 놓치고, 머리에 흐르는 피를 붙잡고 웅크렸다.


 이즈메가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리사의 모습이 있었다.


 


「리… 사?」


 


「으윽! 대체 뭐야!」


 


 유나는 현관 쪽 통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리사를 보고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어, 어떻게! 문은 분명 잠갔는데… 들어올 곳은 없는데…」


 


 유나는 다시 칼을 잡고 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리사는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 복부를 칼을 찔렸다. 하지만 리사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유나는 고개를 들고 그런 리사를 보더니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 아아…」


 


『너는… 죽지 않는 인간을 보면 무서운 거야? 아니면 누군가를 죽이는 게 무서운 거야? …아무래도 넌 전자인거 같네.』


 


 그 순간 유나는 마구 칼을 휘저으면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발코니 쪽으로 가더니 그대로 난간에 부딪쳤다.


 


「유, 유나!」


 


 이윽고 얼마나 녹슬었는지 난간은 힘을 잃으며 부서졌다. 그리고 그대로 카와조 유나는 5층 높이의 건물에서 떨어졌다. 이즈메는 재빨리 발코니로 달려가 손을 뻗었지만 유나는 그대로 떨어져 아래에 있던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두껍고, 날카로운 나무의 부러진 부분에 목 뒤를 뚫려 그대로 부러져서 날카로운 나무 위에 걸렸다.


 유나는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며 손에 있던 칼을 놓았다.


 그 뒤, 경찰은 쿠로가와 이즈메와 리사의 증언으로 카와조 유나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모든 사건은 끝을 맺었다.



 그리고 조사를 하던 도중 불에 타 죽은 건 아야세 신지가 아닌 인형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희생자 8명.


 아야세 신지 실종.


 쿠로가와 기업의 사원의 시신도 실종.


 아야세 신지의 부모님도 실종.


 범인인 아야세 타츠야와 카와조 유나 사망.



 이즈메는 자신의 방에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신지는 나를…」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 옆에 놓아 둔 사람 손 모양의 송곳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각 쿠로가와 본가 지하 사당.


 쿠로가와 가문의 당주(堂主)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여성은 붉은 머리에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여성.


 


「돌아가는 건가?」


 


『응. 시간나면 한번 그 녀석을 혼내주러 가야겠어. 그 녀석 때문에 나만 귀찮아지잖아.』


 


 조금씩 리사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넌 전부 알고 있었겠지?」


 


『글쎄, 난 이제 다른 녀석들을 보러 가야겠어.』


 


 그리고 리사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밤 도쿄의 한 건물의 옥상. 차가운 바람이 살을 스쳐 지나가고, 아름다운 밤하늘에 떠있는 달은 그 건물의 옥상을 비추고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 옥상의 난간에는 한 여성이 서있었다. 이윽고 하늘을 바라보며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그 결과 건물 아래를 지나가던 하세가와 기업 회장의 아들과 비서와 부딪쳐 세 명 모두 사망.


 


 죽음, 그것은 행복.


 고통, 그것은 불행.


 인간은 결국 죽음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인간이든 가질 수 있는 최후의 행복. 하지만 고통을 겪었던 인간의 죽음은 몇 배의 행복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행복인 죽음을 원하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인간이 행복을 원하기 때문에 꿈인 죽음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