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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살해-殺害

2008.09.02 10:02

핑크팬더 조회 수:752

extra_vars1 죽음과 그녀 
extra_vars2 단편 
extra_vars3 2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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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빗소리가


어둑한 하늘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해 내려온다.


 


침대에 누워 울려퍼지는


TV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하나, 둘, 목표를 잃은


분침이 미쳐돌아갈때


감았던 두눈을 지긋이 뜨고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는다.


 


"…이번 살해사건의 용의자 김모씨는…"


 


기분나쁜 소식이 연이어


귓전을 때린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멈추게 되는 말.


 


살해-


殺害-


 


피를 흘리며 고꾸라 지는


인간의 처참함과 공포스러움,


두려움은 창문을 뚫고 방을


어둠속으로 추락시키는


나락과 같은 것이었다.


 


최악의 일들이 머리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침몰하는 대지, 추락하는 하늘


피에 물든 빗물들.


 


정신을 놓은 인간들, 미쳐가는 전봇대들


목을 조여오는 전깃대들.


 


라디오 위에 고개를 꺾인채 가만히


앉아있던 피에로가 날 비웃었다.


 


비웃어-


비웃어-


비웃어-


비웃어-?


 


"니가 나를… 비웃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다짜고짜


피에로 인형을 한손에 집어들고


힘을 꽉 주었다.


피에로 인형은 쪼그라든 것 같이


얼굴을 있는대로 구기며 추악한


악마의 몰골을 내게 보였다.


 


쏟아져 내리는 빗속으로


피에로 인형이 날아간다.


새캄한 하늘을 불안한듯이


비추고 있는 물 웅덩이 위로


피에로가 피를 튀기며 고꾸라진다.


 


살해-


殺害-


 


"내가 널 죽인거야."


 


다시 한번 되뇐다.


 


"그래, 내가 널 죽인거야."


 


수없이 많은 빗방울들이 죽어가는


피에로에게 마지막 안식을 선물해


주었다. 온 몸이 더럽혀진 피에로는


이제 다신 일어설수도, 생각할수도 없다.


 


영원한 암흑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고


황폐화된 핏물을 지나 얼굴이 일그러진 사공과


지옥으로 가는 문을 두드려야 한다.


 


번개가 내려친다.


두번째 번개가 내려친다.


세번째 번개가 내려친다.


 


사방에서 죽은자들의 목소리를


흩뿌리며 하늘을 찢어놓는다.


 


"아름다워."


 


고요한 방에는 TV속의 정신나간


인간들의 목소리와, 번개소리


그리고 자신을 잃어버린 내 목소리가


서늘하게 울렸다.


 


 


다시 침대에 누웠다.


길을 잃은 아이가 불안함 속에


떨고 있듯이 이유모를 불안함이


머리속을 가득 매웠다.


 


웅덩이 위 피를 뿌리며


죽어있는 피에로가


노려보는 듯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TV에서 울려퍼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날 저주하는 것 처럼


들려왔다.


 


떨어져 내리는 빗소리가


날 향해 죽음의 주문을 쏟아내는


것 처럼 들려왔다.


 


쉴새없이 하늘을 찢는 번개소리가


날 칼로 찌르는 것 처럼


느껴졌다.


 


두눈을 지긋이 감고 온 몸에


힘을 빼었다.


잠시모를 편안함이 생각을


여유롭게 바꿔주었다.


 


다시 한번 번개가 쳤다.


또 한번 번개가 쳤다.


번개가 쳤다.


 


유리가 떨려온다.


TV도 목숨을 잃는다.


목표를 잃은 시계 초침이


피를 흘리며 마지막


시간을 알린다.


 


'댕, 댕, 댕, 댕…'


 


조용히 닫혀있던 방문이


강한 바람에 밀리듯 벽을 때리며


시끄럽게 열린다.


 


'쾅'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공포가


두눈을 문에 고정하게 만들었다.


손이 떨려온다.


다리가 떨려온다.


온 몸이 떨려온다.


 


조금뒤 새캄한 물체가


열려진 방문으로 천천히


밀고 들어온다.


 


시계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선혈을 흩뿌리며 조각난다.


 


곧이어 그 검은 물체가


문을 통과하여 조금씩 눈 앞에


가까워져 온다.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이내, 도착한다.


 


-


-


-


-


-


-


 


"끄끄끄- 끄끄끄끄- 끄끅끄끅끄끄끅,- 그극그그그극…"


 


그것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얼굴을


밀착시킨다.


이내, 심장이 멎어 버린다.


 


"그그그극- 그그극… 끄극끄끅끄그!!끄끅그!!끄끄끄끄끅!!!-"


 


살해-


殺害-


 


 -End-


 


 Ps.언제나 비는 새캄한 하늘과 몰려오지.


    그 저주섞인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난


    곧 죽을 것을 알아. 분명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