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단편]Suffering.... 고통

2008.05.13 10:10

크리켓≪GURY≫ 조회 수:655

extra_vars1 1263-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오른팔의 손가락들이 떨리기 시작했다.


 


 새끼가 떨어져 나간다. 약지가 떨어져 나간다. 중지가 떨어져 나가고 검지도 엄지도 떨어져 나간다.


 


 피가 나지 않아. 떨어져 나갔지만 피는 나지 않아. 떨어져 나갔지만 손가락들은 붙어 있어. 그런데 그 고통은 내 온몸으로 느껴져.


 


 서서히 더 떨어져 나간다. 팔 목이 떨어져 나간다. 팔꿈치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어깨까지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내 팔은 왜 멀쩡할까. 변한 것은 팔 전체 붉어졌다는 것. 변한 것은 팔이 아니라 내 몸이라는 것. 변한 것은 내 눈동자.


 


 수축해 들어간다. 수축해 들어간다. 가운데 검은색의 공을 집어 삼키며 수축해 들어간다. 내 눈이 하얗게 변해간다.


 


 고통 스럽다. 아프다! 변한 것은 없는데 괴롭다. 매우 괴롭다. 죽을 정도로 괴롭다. 이렇게 괴로운데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 쇼크사 할 정도로 괴로운데 죽지는 않는다. 이렇게 괴로운데 죽지는 못한다.


 


 못한다. 하나 하나 세포들이 괴로워 하는데 심장은 모른다. 칼로 배를 후벼파고 바늘이 손톱 밑을 찌르고 발톱 밑을 찌르는 듯한 괴로움이 온 몸을 덮친다. 그러나 죽지는 않는다. 죽지는 못한다. 비명이 없다. 나에게 비명이 없다.


 


 눈이 떨린다. 시야가 흐릿해진다. 눈동자가 수축해 들어가고 눈썹이 떨리며 입은 떨리고 입 안은 마르다. 귀가 멍해지고 귀의 떨림이 느껴진다. 머릿털이 솟구치고 머리의 각질 하나 하나가 경련하는게 느껴진다.


 


 바늘이 몸에 꽂힌다. 개미가 온 몸을 물어 뜯는다. 개가 달려와 내 살 한 웅큼을 베어 물어간다. 칼이 내 몸을 토막낸다. 총알이 관통하지 않고 몸에 박힌다. 불에 타오른다. 발이 타오르고 허리가 녹아 들어가고 가슴이 타가며 팔이 뭉게진다.


 


 고통 스럽다. 매우 고통 스럽다. 죽는 것이 좋을 정도로 고통 스럽다. 살아 있다는 것을 저주 할 정도로 고통 스럽다. 느껴지는 하나 하나가 익숙하지 못한 고통이라서 매우 고통 스럽다.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고통에 고통 스럽다.


 


 그런데 똑같다. 달라 진게 없다. 내 다리는 불에 타지 않았고 허리는 녹지 않았으며 가슴은 멀쩡하고 팔 또한 자유롭다.


 


 나의 뇌가 미치려 한다. 나의 심장은 즐거워 한다. 나의 뇌만 미치려 한다. 모든 기관이 뇌를 비웃는다. 내가 나를 비웃는다. 내가 나를 비웃는다. 내가 나를 비웃는다. 끊임없이 나 스스로를 비웃는다. 비난한다. 그리고 비웃고 비난한다.


 


 뇌가 멈추려 한다. 심장 쇼크가 아니다 모든 나의 기관은 정상이다. 세포 하나 하나가 뛰어다닌다. 심장은 똑같은 압력을 주어 피를 내보내고 들이쉰다. 죽으려한다. 죽으려고 하는 건 뇌다. 나는 살아있지만 나는 죽으려 한다.


 


 눈물이 돌지 않는다. 눈에 바늘을 찔린 것 같다. 눈이 찢어질 정도로, 눈이 뽑아질 정도로, 눈이 썩어 나갈 정도로, 눈이 갈라질 정도로 아픈데 눈물이 돌지 않는다. 동공은 수축한다. 하얗게 물들어간다. 피눈물이 나온다. 눈물이 아니다. 피가 나온다. 눈물이 아니었다. 피가 나오고 있었다. 눈물이 아닐 것이다. 피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입이 벌어진다. 입이 뜨겁다. 갈증이 느껴진다. 내 몸의 피가 역류하여 내 입안을 적신다. 맛있다. 내 피가 맛있다. 내 위액이 맛있고 내 오줌이 맛있다. 내 몸의 모든 것이 역류한다. 그리고 입안을 적신다. 더럽다. 내 피가 더럽다. 내 위액이 더럽고 내 오줌이 더럽다. 내 몸의 모든 것이 역류한다. 그리고 입안을 적신다.


 


 귀에서 소리가 들린다. 비명소리. 내 아이의 비명소리, 내 부모의 비명소리, 내 친우의 비명소리, 내 동료의 비명소리. 제일 중요한건 웃음소리. 나의 웃음소리. 매우 즐거워 하는 나의 웃음소리. 갈라지고 찢어지는 나의 웃음소리. 증오하지도 경멸하지도 않는 즐거움의 웃음소리.


 


 그런데 똑같다. 달라 진게 없다. 내 눈에는 피가 나지 않고 눈물도 나지 않으며 내 입 안에는 몸속에서 역류하는 액체들이 없으며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웃지 않는다. 그러나 즐거워한다. 나는 즐거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웃는다. 나는 울지 않는다. 그러나 통곡한다. 나는 통곡하지 않는다. 그러나 울고 있다.


 


 왜 모든 것이 이렇게 뒤죽 박죽일까. 왜 하나 하나 고통은 느껴지며 몸은 괜찮을까. 찢어질 것 같은데 그대로다. 그대로다. 그대로다. 그대로다. 그대로다.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그대로 일까?


 


 하하하하하


 


 뇌는 떠났다. 이제 아프지 않다. 심장이 웃는다. 피가 뿜어져 나온다. 나의 온몸이 즐거워한다. 왜? 고통이 사라졌으니까. 하나도 아프지 않으니까. 고통이 사라졌으니까. 죽지를 않으니까. 그러니 즐겁다. 그래서 즐겁다. 그렇기 때문에 즐겁다.


 


 그런데 몸이 쓰러진다. 눕고 싶다. 자리를 깔고 누우니 편하다. 피는 계속 나오는데 이상하게 아프지 않다. 피를 만지니 느껴지지 않는다. 웃는다. 웃었다. 웃으리라.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 아하하하 아하하하 아하하 아하하 아하 아하 아하 아 아.


 


 생각한 대로다. 내가 느낀 대로다. 역시 난 천재였다. 바로 생각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역시나 그대로다. 변한 게 없다.


 


 나는 죽었다.


 


----------------------------------------------------


 


 음... 1년 만인가.


 


 Pleasure에 이어 Horror를 쓰고 잠시 접어 두었다가 이번에 다시 써보는 '심리 공포'입니다.


 


 제1 심리 공포 : Pleasure.... 쾌감


 


 제2 심리 공포 : Horror.... 공포


 


 개인적으로 옛날에 썼던 심리 공포와는 방식이 많이 틀려졌습니다. 그러나 처음 썼던 쾌감은 지금 봐도 재미있네요.


 


 나의 공포는 언제나 이렇게 쭉 심리 공포일 것이고 언제나 고통 스러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