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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피와 뼈 0. 태동(胎動)

2007.07.14 06:30

페이스리스 조회 수:743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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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2006년 5월 1일 낮 12시,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한 100층짜리 건물, 엠페러 빌딩에서 불특정다수를 향한 대량학살극이 벌어져 102명이 사망, 19명이 중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최초의 살인은 건물 1층 로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마침 로비에서는 엠페러 빌딩 건축 50주년을 맞이하여 빌딩 운영업체의 대변인인 제임스 하버가 한참 연설을 하고 있었다.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빌딩의 입주자들로, 엠페러 빌딩의 전성기와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함께 견뎌온 동지이자 가족들이었다. 그들은 연설을 들으며 한참 그 옛 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던 터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청년이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검은 색 헌팅 캡을 푹 눌러쓰고 검은 스포츠백을 든 사냥복 차림의 그를 본 제임스는 지금은 연설 중이니 무대에서 내려가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으나, 청년은 무시하고 그대로 무대 위로 올라가 제임스의 바로 앞에 섰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버터플라이 나이프로 그의 목을 그어버렸다.


 


목에서 터져 나온 피가 분수를 이루며 기념식장 사방에 흩뿌려졌다. 제임스는 갑작스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한 채 힘없이 무대에서 굴러 떨어졌고, 놀란 참석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빌딩 입구 쪽으로 달려갔으나 문은 잠겨서 열리지 않았다. 경비원이 기념식을 이유로 잠시 문을 잠가놓았던 것이다. 입구의 문은 요즘 유행하는 전자식이 아닌 옛날 방식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문 아래의 버튼을 살짝 돌리기만 하면 누구라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겠지만,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문고리를 잡고 흔들기만 할 뿐 아무도 그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청년은 가방에서 길이 50cm 정도의 소도를 꺼내 문의 방탄유리를 깨뜨리려 애쓰는 한 직원의 배에 깊숙이 박았다. 날은 목선 아래로 뚫고 나왔고 직원은 입에서 피를 울컥울컥 쏟아내며 쓰러졌다. 덕분에 청년의 몸은 온통 피로 뒤덮였는데 그는 개의치 않고 또 다른 사람의 몸을 베었다. 입구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뿔뿔이 흩어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나 비상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피난했다. 청년은 소도에 묻은 피를 바지에 대충 닦아낸 다음, 엘리베이터에 끼어 들어가려는 사람 무리에 뛰어들었다.


 


엘리베이터는 닫혔다.


 


비명이 울려 퍼졌다.


 


30분 후 신고를 받고 빌딩으로 달려온 경찰들을 처음 맞이한 것은, 빌딩 전체에 진동하는 비릿한 피 냄새였다. 로비에서 아직 열도 식지 않은 시체 몇 구를 발견한 경찰들은 새삼 사태의 심각함을 느끼며 2층으로 올라갔다. 로비의 것들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훨씬 더 끔찍한 시체들이 그곳에 있었다. 피의 행렬은 2층에서부터 시작해서 100층, 빌딩의 옥상까지 이어져 있었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경찰들은 그 정도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질리도록 깨달았다. 그들 중 몇몇은 심한 구토 증세를 느끼고 도중에 1층 로비로 내려갔고, 마침내 옥상에 도착했다. 그들은 문을 열었고, 그 현장을 본 경찰관 중 한명은 후에 이렇게 진술했다.


 


“그곳에 시체는 없었다. 피와 뼈만 가득했다.”


 


청년은 옥상의 전망대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가만히 담배를 피우며 뉴욕 시 전역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침 그 날 날씨는 쾌청해서 전망이 아주 좋았다. 경찰들은 즉각 학살극의 범인을 체포해서 서로 연행했다.


 


청년의 신상명세는 금방 밝혀졌다. 헨리 맥스웰. 나이 18세. 뉴욕 시 거주. 베네딕트 고등학교 재학 중. 전과 기록 없음. 아버지는 건축회사의 중역, 어머니는 주부. 기록상으로는 어느 곳 하나 특이한 점이 없는, 그야말로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 정신감정을 통해 그의 정신에, 그의 신상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심각한 이상이 있음을 알아냈다. 이 정신이상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기 때문에 그의 정신감정 중에 있었던, 우리 프로파일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일화 한 가지를 말하는 것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정신감정에 참관한 사람들 중에 감정이 꽤 격한 형사 한 사람이 있었는데, 무려 100여명에 달하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서 태연하게 철제 의자에 앉아 있는 헨리를 보고 열이 뻗친 나머지 그만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멱살을 쥐었다. 동료들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그 감성적인 형사가 헨리에게 소리쳤다.


 


“왜 죽였지?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 잔인하게 죽인 거냐!?”


 


그러자 헨리는 피식 웃으며 이렇게 되물었다.


 


 


 


“당신은 바퀴벌레를 밟아 죽일 때도 이유를 찾는가?”


 


 


 


어쨌든, 언론에서는 그가 벌인 대량학살극을 빌딩의 이름을 따서 ‘엠페러 학살사건’이라고 명명했고, 사상 유래가 없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실은 아무 특징도 개성도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느니, 뉴욕 시 전역, 특히 엠페러 빌딩 앞으로 추모의 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느니, 헨리 맥스웰이 사형 선고를 받은 것에 대해 일부 인권단체에서 사형 반대를 내걸고 일어섰으나 피해자 가족들과 대다수의 뉴욕 시민들의 강한 반발로 묵살 당했다느니 하면서 약 한달 동안은 신문 1면의 기삿거리로 써먹었다.


 


현재 헨리 맥스웰은 아이온우드 주 교도소에서 수감되어 있으며, 2007년 5월 1일에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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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뼈 예고


 


1.  각성(覺醒)


 


"그는 진짜였다.


TV에서 하는 거짓말보다 몇 십배는 더 리얼한 진짜였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고동치던 뭔가가 내 안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