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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귀[鬼]

2007.07.12 04:12

핑크팬더 조회 수:638 추천:2

extra_vars1 귀[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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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다.


상반신을 일으키자마자 머리를


짓눌러오는 굳은 고통이


잠을 싹 달아나게 만든다.


평소였다면 환했을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부슬부슬 떨어지고 있어,


밖은 굉장히 어둡다.


 


마치, 사람하나 살지않는 죽은 유령도시 처럼.


 


목이 말라온다.


집은 고요하다.


빡빡한 눈이 이리저리 돌아가며 집안을 살핀다.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내 컵도 없이


벌컥벌컥 들이킨다.


목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물을 시원하게 받아들인다.


 


안방의 열려있는 문, 뒤 헝클어져있는 이불.


물을 마시는 내 등뒤로 어둠이 엄습해온다.


고개를 돌렸다.


회색의 짙은 어둠이 비에 가려져 흔들흔들


바닥을 비출 뿐이었다.


 


"답답해."


 


공간에서 나혼자 외친말.


 


"답답해."


 


공간에서 나의 외로움이 외친말.


 


"답답해."


 


공간에서 나의 쓸쓸함이 외친말.


 


"답답해."


 


생물이 나에게 외친말.


 


주변을 둘러본다.


여느때와 다른 집안의 분위기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엔돌핀이 빠르게 돌고 눈알이


뺑글뺑글 돈다.


또다시 어둠이 엄습해옴을 느낀다.


사방에서 시선이 느껴져온다.


 


고개를 돌린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화장실 문 앞에 걸린 거울에서는


나의 움직임이 반대대여 보여진다.


그 거울앞을 지나 나의 방문을 열어


들어온다.


 


거울에서는 문을 여는순간 뒤돌아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내가 서있다.


 


모든것이 어둠으로써 커져나가고,


모든것이 어둠으로써 엄습해온다.


 


방문을 닫고 의자에 앉아 무더운 여름을


나기위한 선풍기를 틀어 몸에 진정


시원함을 느낀다.


약, 중, 강….


점차 빨라지는 선풍기의 회전.


방금전과는 비교도 할수없을 정도의 시원함이


온 몸을 헤집어 놓는다.


비로소 방금까지 느꼇던 불안한 공포감과


어둠이 엄습해오는 불길한 기운이 사라진것이다.


 


"음, 어둡군."


 


컴퓨터의 전원을 켠 채로 의자에서 일어나


전등 스위치를 누른다.


 


딱-!


 


소리를 내며 깜빡깜빡 거리던 전구가


밝은 빛을 비춘다.


컴퓨터가 켜짐과 동시에 밖에서 빛이


번쩍 한다.


 


잠시후, 강한 부딪힘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꽈강!!-


 


천둥이 친다.


 


비가 새차게 쏟아진다.


하늘에서 창이 떨어지듯 빗줄기가 멈추지않고


땅으로 추락해 내려온다.


시끄러운 빗소리에 창문을 닫아버린다.


바로 앞이지만 어렴풋이나마 들려오는


빗소리,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한시간….


 


다시 목이말라온다.


컴퓨터는 극심한 소리를 내며


그 몸을 떨어온다.


 


"이 멍청이!."


 


있는힘껏 컴퓨터를 걷어찬다.


매일 말썽이다.


머리를 박박 긁고서는 의자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한다.


 


그리고 천천히 손잡이를 돌린다.


 


투웅-


 


잠시나마 큰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방의 불이 꺼졌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컴퓨터도


꺼졌다.


 


"망할놈의, 정전인가."


 


입을 퉁기고 문을 연다.


 


.


.


.


.


.


.


.


.


.


 


 


송장이 꽂꽂히 서서 통나무 처럼


쓰러지듯이, 아직 죽지않은 시선이


눈앞에서 멈춰선다.


 


흰 원피스,


정돈되어 있지 않는 긴 생머리,


핏기가 없는 얼굴,


그리고…


 


음산하게 노려보는 눈.


 



 


아직 마르지않은 눈알이 피를 터뜨리며 천정을 돌아보기 전,


그녀의 웃음이 내 귓가를 때린다.


 


끼‥


끼‥


끼‥


끼‥


끼‥


끼‥


 


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끼ㄲ…ㅣ,끼 끼 ㄲ…ㄲ…ㅣ 끽‥


 


-End-


 


Ps.모든것이 무[無]로 돌아간다.


   내 눈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그 생명도…


 


   비는 쏟아진다.


   어마어마한 천둥으로 하늘을 찢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