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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단편] 거울

2006.05.30 15:08

aQuA응아 조회 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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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널 꼭 지킬꺼야.”
한마디를 내 뱉고, 나는 아직 어린 여옥이를 내의 뒤에 세웠다.
내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총소리가 울리며.. 우리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간다.
“이 빨갱이 새끼들 죽어! 죽어! 죽으란 말야!!”
서로 다른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마구 총을 쏘고 있다.
“이 간나 새끼들 한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다 죽이라우!!!”
마을 사람들을 항해 총알비가 거세게 퍼부어 지는 것이 보인다.
혼란을 틈타. 여옥이를 안아 들고 뛰었다. 뒤로 돌아 뛰고 있는데, 등부터 가슴까지 화끈하게 아려왔다.
그리고 힘을 잃고.. 주저 앉아 버렸다.
가슴에 살며시 손을 대보니.. 붉고 따뜻한 것이 손을 적셨다.
“준호.... 오빠”
여옥이가 앞에서 울고 있다. 울지마..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저 눈물 닦아 주고 싶은데..
손을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땅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몸에 힘은 점점 빠져가고.. 나.. 죽는거야?
여옥이.. 내가 지켜줘야 되는데.. 나.. 아직..
가물거리는 눈에.. 눈물까지 고여서 흔들리는 사물들 사이에서, 여옥의 가슴에 울컥 솟아나는 피가 보인다.
그 피와 함께 풀썩 쓰러지는 여옥이의 몸까지도..
덜덜 떨리는 손에 억지로 힘을 넣어 여옥의 손을 잡았다.
여옥이가 빙긋 미소짓는거 같기도 하다. 잘 보이진 않지만..
손을 더 꽉잡아 주고 싶은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눈은 더욱 가물거려 지고..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더 이상 들고 있을 힘도 없다.
나.. 여옥이를 지켜줘야 되는데....







2002. 현재
“당신! 요즘 머하고 지내길래 애 성적이 이모양 이꼴이야!”
“내가 알아요? 지가 하기 싫으니까 안하는 거겠지!”
“그러게 애가 좀 볻받을 짓을 해봐 좀! 당신이 그러니까 애까지 그러는거 아냐!”
“아니 뭐요? 내가 뭘 어쨌길래 나하테 이래요? 불만있으면 애하테 가서 직접머라고 하면 될꺼아네요?”
“아니 이게!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어?”
- 퍽
- 악!
“당신이 머길래날쳐?”
“어쭈 네년이 머가 잘한게 있다고 어디서 눈을 부라려? 눈 깔어 못깔어?”

휴.. 못살겠다.. 요즘들어 항상 저러신다. 하루에도 열두번....
부모님들끼리 일이면서.. 꼭 내가 뭘 잘못해서 두분이 사이가 나쁘신 것처럼 항상 애기하시니.....
하긴 요즘 내가 성적이 조금 떨어진건 사실이지만. 항상 반에서는 1, 2등을 놓쳐본적은 없었는데...
난 문을 열어 화장실에 갈려다가 거실에서 부모님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조금 열었던 문을 조용히 다시 닫았다.
그러고는 이 공평치 못한 현실에 대한 원망에 다리가 풀려 문에 기대어 주저앉아버렸다.
눈물이 나와버릴 것만같아 입술을 꾹 깨물고 눈을 감아버렸다.
서럽다. 너무 너무 서러워서 미쳐버릴것 같았다.
난 습관처럼 책상 뒤편에 매달려있는 반전신거울 앞에 섰다.
테두리에 세공된 꽃과 덤불이 얼기설기 얽혀있는듯한 하지만 지저분해보이기는 커녕 청아한 아름다움마져 느끼게 만든는 이 거울을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라봤다.
여전히 장주혁 내모습이다. 전혀 달라질 것이 없는 장주혁 그대로의 모습이다.
“휴우”
어쩔 수 없는... 이제는 습관처럼 익숙해져버린 한숨이 입술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거울에 비친 나의 볼을 살며시 쓸어봤다.
그렇게 참으려고 노력했건만.. 내 노력은 안중에도 없는듯 나의 볼에는 눈물자국이 뚜렷히 나있었다.
볼에 흐르던 눈물이 말라서 그런지 양볼의 느낌이 굉장히 불쾨했다.
여.옥...
이 거울의 이름이다. 뭔 뜻일까..? 좋은 이름 같지만 그리 썩 좋은것만 같지는 않기도 하다.
내가 이름까지 지어 - 내가지은것이 아니라 거울뒷편에 써있었지만 - 준 이 거울은 얼마전 어머니와 밖에 나갔다가 골동품 상점에서 구입한거다.
그냥 스쳐 지나갈뻔 했지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내 눈의 시선을 모두 빼앗아 버렸으니 어쩔수 없이 어머니를 끌고 무작정 들어갔다.
평소에는 거울 같은거는 잘 보지도 않던 내가 이 낡고 볼품없는 거울을 연신 쓰다듬으며 입을 헤벌리고 웃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서는 아무말도 없이 돈을 지불하고 거울을 받아오셨다.
그뒤로 나에겐 하나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것마냥 기뻐했다.
거울에게 나의 고민을 늘어놓으면 꼭 거울안에있는 나에게 화답이 오는것마냥 마음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거울을 보고 있다보면 나아닌 다른 누구가 나에게 씽긋이 웃어주는것도 같은 착각을 느꼈다.
결국에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옥과 난 떼놓을수 없는 친구가 되버렸고.
난 무슨일이 있으면 항상 여옥에게 달려가 여옥과 상담했다.
여옥은 나에게 있어 다정한 부모님이셨고, 친절한 선생님이였으며, 죽마고우보다 더한 친구도 되주었다.
내가 애기를 할때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 나의 애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대답도 해주었다.
나는 이런 나만의 여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늘은 왠일인지 여옥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재밌는 애기를 해주어야 하나?
나는 책상의자를 끌어다가 여옥의 앞에 놓고 편하게 앉아 여옥을 한손으로 쓰다듬으며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여옥에게 말을 걸었다.

“들려? 들리지? 후.. 어쩌냐.. 우리 부모님 또싸우신다. 이제는 저 훤한 대낮에도 싸우시니.. 이러다 어찌되실려고..”
- .....
“이렇게 매일 옥신각신 싸우실 바에는 차라리 이혼하시는게 낳을꺼 같애..”

가만히.. 내가 말하는 모습만 비추던 여옥이 살짝 동요를 보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갑자기 활기가 솟아 여옥에게 싱긋 웃어주며 학교에 있었던 애기를 모두 늘어놓았다.

“오늘 아침에는 말야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어. 그래서 그만 1분 지각을 해버렸지 머야? 에구.. 우리 학교 선도 애들은 왜 그모냥인지.. 1분도 못봐주드라..”
- 훗.. 일찍 일어나지 그랬어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거든.. 너도 아침마다 0교시 수업에 빠지지 않고 나갈려면 무지 힘들꺼야 거기따가 아침에 너랑 대화를 안하고 가면 왠지 하루가 허전하거든..”
- 훗

여옥이 나에게 가볍에 웃어주었다. 아마도 여옥은 보면 볼수록 포근해지는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여옥의 미소를 보니 오늘 있었던 애기는 다 해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음.. 아무래도 오늘밤 잠자기는 다 글른건가? 하하
음... 무척이나 오랫동안 애기한것 같다.. 밖에 많이 어두워진것 같은데....
흠. 갑자기 여옥이 눈앞에서 뱅뱅도는것 같다. 우 어지러워. 꼭 몸에 힘이 다 빠져 나간다는 느낌도 들고....

“여옥아 아무래도 우리 이제 그만 애기......”

앞이 흐려 더이상 애기를 못할 꺼 같았다. “쿵”소리가 났다. 누가 꼭 넘어져 땅에 머리를 찧은거 같다.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다. 아무래도 오늘은 땅에서 자야할것 같다.
나와 여옥이 만난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몇일이 지났다.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이 나보고 무슨일 있나고 묻는다.
내 얼굴이 수쩍해 졌다나 뭐라나. 아마도 부모님들의 부부싸움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졌기 때문이겠지..
요즘들어 여옥과 난 더욱 친해졌다.
묘한 매력이 있는 여옥을.. 난 더욱 떼어 놓을 수가 없다.
집에 빨리가고 싶다. 여옥을.. 그의 미소를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
요즘엔 학교가는 시간 빼고 항상 여옥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거리가 떨어지면 그냥 그의 미소만 보고 있었다.
그래도.. 마냥 행복해지고 나른해 지는듯한 이 편안함은.. 후훗...
얼마전엔 여옥이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옥에게는 자신이 매우 아껴주던 좋은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은 참 착하고 예쁘고 말도 잘듣는다 했다.
그 동생도 자신을 매우 따랐는데 부모님보다 자신을 더욱 부모님처럼 여겼다는 것이었다.
더 애기를 듣고 싶었는데 눈 앞이 어질하며 깨어보니 바닥이었다.
몸이 약해졌는지 요즘엔 현기증이 자주 있었다.
그래도.. 오늘 일과는 빼먹을 수 없어. 집에가자마자 가방을 내던지고 여옥의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내가 부르기도 전에 여옥이 먼저 날 기다리고 있다.

- 이제야 왔어?

그의 청량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렸다.

“응 미안. 좀 늦었지? 지각했다고 보충수업을 시키는 바람에.. ”
- 쿡쿡 담부턴 늦지마.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낮게 울리는 웃음이 내 몸을 붕 띄우는 것 같았다.
난 또 요즘 연에계 소식이나 내 생각같은 것을 여옥에게 늘어놓았다. 여옥은 작게 웃거나. 맞장구 쳐주며 또 내 혼을 쏙 빼놨다.
내가 다음 말할거리를 생각하고 있던 즈음. 여옥이 입을 열었다

- 있잖아..
“응?”
- 나.. 내가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웅.. 그래? 누군데?“
- 내가 애기 했었는데.. 내 사랑스러운 동생.
“아 동생?”
- 동생 찾아야 되는데.. 도와줄 수 있지?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도와줄께.!”
- 고마워. 그 보답으로.. 뭘 해주면 좋을까...
“보답? 그런건 필요없어.. 아! 그렇지.! 우리 부모님을 사라지게 해줘.”
- 정말? 알았어.
“어? 진짜야? 난 농담으로 한거였는데..”

또 여옥이가 눈 앞에서 돌기 시작한다.
이 빌어먹을 현기증! 꼭 여옥이랑 애기하는 게 한창 재밌을 때 이런다. 짜증나게.
스르르 눈이 감기는게.. 또 쓰러지려나 보지.
- 쿵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면서 정신을 차렸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는 손에 느낌이 이상했다.
내 손에.. 피가.. 뭐? 피???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집 거실에.. 피가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내 앞에 있는 길고 빨간 것은.. 창자..
그 창자가 나온곳은.. 우리.. 엄마.. 뱃속...
욱.
욕지기가 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에 머리를 쳐박고 뱃속을 게워냈다.
세면기에서 세수를 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았다.
거울에 비친 욕조에는.. 우리 아버지.. 아빠가. 붉은피가 엉겨붙은 텅 빈 눈알로....

욱.
이미 게워냈는데도. 또 나올 것이 있었는지. 목을 넘어서 무언가 자꾸 올라온다.
‘너 왜그러니. 아악 살려줘’ 라고 하는 왜침이 귓가에 환청처럼 울린다.
무섭다. 너무 무서워서.. 집을 뛰쳐나와 달렸다.
온몸에 피칠을 했지만 밤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윽.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정신이 가물가물 해지는게..

우리 동네에서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깨보니 울창한 숲이다.
내 몸에는 거의 넝마가 다 되어버린 옷이 걸쳐져 있었다.
뭐야 이건 꼭 몇 달간 산을 헤멘 것 같잖아.
깨질 것 같이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여옥이 목소리 같은데..

- 여옥아 내가 널 지켜줄께.

여옥이를 찾아달라니..
여옥이? 내 방에 있잖아.

- 여옥아 기다려. 준호오빠가 갈께.

무슨 소리야. 준호는 또 누구고..
윽. 머리야. 머리가 너무 아프다. 또 눈앞이 돈다.
젠장! 엄마하테 영양제를 사달라고 해야겠다.
아.. 우리엄마.. 죽..... 었.................... 지.......................................

..
..
..
..
..
..
..

『지명수배』
이름 : 장주혁.
죄목 : 살인.
생년월일 : 90년 05월 08일
키 : 178Cm
특징 : 얼굴이 하얗고..........


그 후..
휴전선부근 외진 곳에서는 애타게 ‘여옥’이란 사람을 찾는 청년을 보았다는 사람이 가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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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작은 아니지만.. 창도에 올리는건 처음이네요. ^^

아 역시 많이 미흡해요.
고쳐도 고쳐도 항상 어느정도는 불만이.. ㅜㅜ


-------- 수정 ----------
아 내용이 말이죠.;
준호랑 여옥이라는 남매가 있었는데..
거울에는 준호의 영이 씌인거구요.
주혁이가 거울에 붙인 이름이 '여옥'이었던 거고..
그러니까 주혁이가 알고있던 '여옥'이는 실제로 '준호' 였던거죠.

뭔가 뭐..하기는 한데.. 뭐. 그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