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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미지의 호수

2006.05.29 20:33

카스-오로치 조회 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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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저어 밑에는 해저수로가 있다고 한다.
평소에 그것과 무관했던 내게 그러한 사실은 의미없이 떠도는 헛된 소문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이 길을 걷고 있던 나는 학교의 급식소 앞에서 밥 먹을 차례를 기다리면서 우물쩡우물쩡하고 있었다.
그 순간 주위의 환경이 어두컴컴해졌다.
한 무리가 쫓아왔고 도망가는 영문채 모른채 벽을 타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벽에 기대어서 적들을 살필 때 어느 정도 따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저 멀리서 한 녀석이 나를 발견했다.
당황한 나는 숨죽이며 벽에서 하수구 쪽으로 달려갔다.
한참을 달려보닌까 녀석들은 따돌린 듯 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 다른 벽에서 한 미친자가 알수없은 웃음을 짓더니 뻘쭘하게 쳐다 보고는 벽을 허물겠다고 했다.
무슨말인지 몰라할 때 쫓던 무리들이 수로가 파괴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졌다.
저 멀리서 콸콸콸 거리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좌 모퉁이로 돈 후 지상으로 연결된 사다리와 지하로 갈 수 있는 두개의 선택의 길, 과감히 사다리를 택한 나는 달리고 또 달릴 수 있었다.
한 무리들의 인파가 보였다. 유치원 선생과 유치원 생들의 일부가 흰 색 줄로 금지되어 있는 누런 구린 빛 유물 안으로 스며들어가듯이 처리한 거울 뒤는 끝을 알 수 없는 길이 있었다.
"여보세요?"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 내 앞을 막고 있던 의문의 벽, 그 위로 계속 올라가는 인파, 이곳과 다른 분위기 너머로 외딴 섬 그 외딴섬 뒤 그 섬엔 한 여인이 있고 하지만 지나지도 올 수도 없는 그 강이 눈에 맺혔다.
"추위로 서러움으로 얽히고 얽혔던 차가운 냉기의 2월에 헤어진 뒤 7개월이 지난 지금... 지금에 가족을 만나는 건가..."
흐르고 흘렀던 뜨거움과 차가움은 눈 아래로 흘렀다.
길거리에 뛰쳐나온 내게는 정든 울타리에서 정처없이 혼란스러운 야생마였다.
하지만 그 무엇을 탓하기만 할 수 없던 나는 주위의 건물 중 특히 빵집을 쳐다보았다. 주위를 돌려 외딴 건물 미로처럼 복잡한 건물속에서 평소에 알고 지냈듯 친하지는 않으나 어색하지 않는자를 만났다. 허기에 져서 그런지 내 눈에는 그 빵집이 주위에 거슬렸다. 그래서 그 자와 우리는 떠났다.
"그리움으로 갈 것인가? 낯선 곳으로 갈 것인가?"
거대한 녹차밭, 한 모퉁이를 걷는 우리들에겐 외딴 황톳길은 어색하지 않았다. 결계처럼 음지부분에 나무가 뒤덮혀있고, 그곳으로 우리는 걸었다.
"이곳 너머 강이 보이는가?"
초라한 밭너머에는 강이 흘렀고, 그 너머에는 안개에 끼여서 보이지 않으나 뭔가가 있을법한 것이 있으리라 보이는 섬이 존재했다.
"과거 이곳에는 어깨너미 정도, 그래 우리들의 어깨너미 정도의 물이 차였던 곳, 이 깊이에서 저 섬을 향해 마을의 인파들이 건너고 건넜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곳을 건널수 없었다. 다만 건넜다면 저곳에는 아늑한 초원이 있을것이라는 생각들 뿐."
이야기의 막바지에 들무렵, 우리는 조그만 밭두렁 개울을 응시했다.
개울의 물은 얇았다. 여위고 보잘것 없었다.
그것은 한없이 얇아지고 얇아졌다. 하지만 이 강을 건너기 위해서 죽었던 인파들의 목소리를... 이 강을 건너려 했던 자들과 의지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학교 건너편 뒤에서 카센터 알바에 취직한 내게 뭐하나 부족할 것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조그만한 카센트 옆에는 큰 만화방이 있다. 약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는 큰 만화방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에 다름없이 책방에서 책을 빌린뒤, 카센터로 와서 책을 읽고 있을때 학교앞에서 엄청난 충돌이 일어나듯 '쾅'소리와 함께 밖의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보고 있던 만화책을 뒤로 던지고 바깥으로 오던 내게는 신호등에 한 여인이 건너오는게 보였고, 신호등을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트럭이 오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별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내가 카센터로 들어가던 때 싸늘한 소름과 함께 눈을 뒤집히고 반대로 누워서 손으로 내 다리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놀라서 발에 손이 묶이지 않는 다른 발로 그 여자의 머리를 차는 순간, 조금전 만화방에서 책을 빌려오는 내 모습이 보였고, 그리고 연이어서 시선은 내가 빌려온 만화책에 빌려온 봉지안에 시선이 쏘였다.
그 봉지안에는 조금전 내가 차버린 여자의 머리가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게 보였다. 몇번이고 그 장면이 반복되고 반복되었을 순간 신호등 앞에서 우두커니 멀뚱멀뚱 바라보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카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저 멀리서 트럭 한대가 멈추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트럭의 앞좌석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그 때 무엇인가가 등뒤에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트럭의 운전사와 카센터에서 빌려온 여인의 목... 트럭의 목없는 몸뚱아리가 내 목을 조였고 겁에 질려서 고함을 지르려고 하는 순간 카센터 지붕위에서 무엇인가 떨어졌다.
그 순간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한 참을 쓰러져있던것 같았던 내가 알 수 없는 차에 타고 있었다. 이 건물을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하지만 그 누구도 차 안의 나를 치료해주지 않았다. 사고에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정처없이 떠도는 과속의 차량에서 버스 맨 뒤에서 졸고 있던 내가 보였다.
한 아저씨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종점인가 하고 내리려고 했는데 버스는 열리지 않았다. 과속 차량과 트럭이 부딛히는 재수없는 꿈을 꾼 나는 열리지 않는 문에 신경질 나서 두꺼비같은 얼굴에 실실 쪼개는 하지만 어찌보면 창백히 질려서 하얀 아저씨가 고개를 들더니 하품을 하면서 자동차의 불을 껐다.
까만 암흑속에 버스 앞에는 술 먹고 쓰러진 여인이 보였다. 강 건너 매혹한 파도소리와 함께 나지막한 소리가 들렸다.
"죽었군... 미친년..."
그 때, 이 버스의 문이 열리지 않는걸 떠올랐다.
물끄러미 취해서 쓰러진 여자를 죽었다고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열어달라고 악을 지르자 기사는 연이어 웃음을 지으며 열어주었다. 황급히 앞 문으로 내린 내게는 강으로 뛰어내리는 여자가 보였다.
'철퍼덕'
미처 구하기도 전에 뛰어들면서 얼척없이 서있을때 언제 왔는지 버스 기사가 나를 무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뭘 보는거죠?"
빤히 쳐다보는 버스 기사가 내게 아가씬 죽었어. 이제 곧 당신도 죽을거야.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모든걸 알고 있다는 태도가 상당히 마음에 거슬렸다. 그 때 물에서 물거품이 뜨는것이 보였다.
그.... 그으.. 그것은, 조금전 꿈속의 검은 비닐속 주인공의 목이자, 트럭 운전사의 목이었던 것이다. 무슨 이유인줄은 몰라도 난 그것에 매혹되어서... 강으로... 강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의외로 눈앞의 그것에 다가가는 것은 평온했다. 하지만 거친 소리도 들렸다. 누군가는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 마음속의 평온과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 두가지 갈림길 중 귀에 익은 평온보다 그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기로 결심했다.
"누..누우... 누구세요?"
그 소리가 가슴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음속의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무릎을 꿇고 손에 물을 담은것을 목으로 넘기려고 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주위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멀뚱멀뚱 강가앞에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돌처럼 굳어버린듯 꼼짝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가 내 움직임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움직이는 것이 안되자 손에 쥐고 있던 목이 갈증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과감히 그 물을 버리자, 그제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