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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단편]illusion -환영(幻影)-

2006.08.11 02:05

악마성루갈백작 조회 수:200 추천:1

extra_vars1 …지금 여기 참극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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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지금부터 전할 이야기는 시체 귀신(屍鬼)의 전설입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어떤 약을 먹여도 낫지 않는 아이의 엄마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매일 밤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다리에서 버려진 시체를 XX하고 있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먹을 수 있는 부위를 척출해 그것을 자신의 아이에게 먹였습니다.
그것을 먹이면 아이가 다시 괜찮아 질거라고 믿은 채….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이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그녀는 그 원인이 죽은 자의 고기였기에 아이에게 맞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번에는
마을에 찾아오는 이방인들을 차례대로 살해해서 아이에게 그 고깃덩어리들을 먹였습니다.
그것들을 먹은 직후부터 아이는 점차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고 그녀는 기뻐했습니다.
그것이 사람으로서 행하지 말아야할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자신은 어떤 취급을 받아도 괜찮았던 것일테지요. 허나 모자에게도 비극은 찾아왔습니다.

지나가던 마을 처녀가 그 광경을 목도하였고, 그 사실은 즉각 마을 촌장에게 알려졌습니다.
'마을에 손님이 찾아옴과 같은 날 행방불명됬던 것이 죽어서 같은 동족에게 먹혔을 줄이야…'
촌장은 마을의 이익과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죽이라고 명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광인(狂人)이라는 낙인이 찍힘과 생매장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매장 당하기 직전 자신은 어찌되어도 좋으니 아이만은 살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아이는 사람의 고기(人肉)을 먹은 식인귀(食人鬼)라며 눈을 빼내어, 귀를 잘라
내고, 코를 베어, 혀를 뽑고, 팔과 다리를 두번 다시 쓸 수 없도록 분질러 놓은 채 마을 어귀
에 아무렇게나 내버렸다는 경솔한 언동을 한 마을 청년의 말에 참을 수 없는 슬픔과 원한을
품은 채 마을 사람들에게 산채로 매장당하여 죽었─다고─생각했습니다.

그들중 누군가가 하다못해 무덤이라도 만들어주자고 제안했으나, 그 의견은 무시당했습니다.
'하지만 만일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서 우리들에게 복수라도 하면 어쩐단 말인가'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요.
제안을 한 사람은 이 마을에 있다가 재앙(災殃)을 당하기 싫다면서 부랴부랴 떠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화근(禍根)을 제거했으니 다시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올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번 소문이 난 마을에 구태여 찾아갈 사람은 극히 드물었지만.
자신들이 범한 죄(罪)를 애써 기억 속에 묻어둔 채…….
그리고 3개월이 지나 어느덧 햇살의 따가움이 느껴질 무렵, 그 현상은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닭과 오리, 돼지가 뼈만 남은 채 발견되더니 점차 집안에 보관해뒀던 고기들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보초도 세워보고 별짓을 다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기 말이야, 혹시 석달 전의 …가 귀신(鬼神)이 되어 우리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의 시체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진 뒤였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산 채로 매장된 그녀가 유력한 후보였지요.
하지만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말도 안되거니와, 그녀라면 일부러 그런 짓을 할 필요
가 없다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의 견해였습니다─살아 있는 인간을 죽이면 되니까.

그래도 저질러 놓은 죄가 그들을 옮아매고 있었기에 그녀를 생매장 시킨 지대로 발걸음을 옮
겼습니다. 그리고, 흙을 파내어 그녀의 유해가 나오길 기대하던 마을 주민들의 표정이 얼어
붙었습니다. 거기에는─그 수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골과, 허무로 가득찬 눈동자로 이
쪽을 바라보는 …가 있었습니다─증오, 원한, 분노 그리고... 환희(歡喜)!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나고─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을에 사는 주민들을 차례대로 한명씩 처참하게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연쇄적으로 죽여 마침내 몰살(歿殺)시켰습니다.
그만큼 원한이 깊었던 것인가─아니면, 단지 살인을 즐기고 있을 뿐인가.
그뒤로 그─혹은 그녀─의 행방은 묘연해졌습니다.
복수를 이루고 사라졌을지, 아니면─아직 어딘가에서 살인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인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시체 귀신은 과연 누구?’

#1

"히이이이이이이이야야야야악!!"

오직 달빛만이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 밤.
언제나 고요하기만 했던 숲에서 괴성이 들려온다.
그것은 숲이라는 공간에서 들려오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소리였다.

그리고, 그 숲의 경계선으로부터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로 뛰쳐나온다.
눈물을 흘리며 뛰어오는 자, 온몸에 피가 묻은 채 뛰어오는 자, 카메라를 부여잡고 오는 자,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오는 자, 한눈으로 보기에도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오는 자.
그것은 처음 이 마을에 도착했던 인원에 비해 2명이 줄어든 것.

무엇이 급하기에 저렇게 빠른 뜀박질을 하는 걸까?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등뒤의 숲에서 도망쳐온 것이다─무엇으로부터?
체면도, 자존심도, 돈도, 명예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인성도 버린채…….

그러나 그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분명히, 분명히 있다는 것.
등 뒤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이 쫓아오고 있다는 것일뿐.
여기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하는 의문은 더욱 더 증폭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끔찍한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은 확실하겠지.

─── 그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악몽의 그림자가 그들을 추격한다 ───

그들이 갖는 공통의 생각은 단 하나.
달려. 계속 달려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이런 촌동네에 저런 '것'이 있다는 소린 듣지도 못했어!"
"이게 다 처음부터 특종이니 뭐니 해서 끌고 온 네놈의 책임이잖냐!"
"…과거의 악몽을 깨운 인간들 치고 좋은 꼴본 인간은 얼마 없지."
"네녀석! 이런 상황에 그렇게 재수 털릴 소릴 지껄일 때냐!"
"히..히이익. 차까지는 아직 멀었습니까?"

그 조화로운 밸런스가 갑자기 무너졌다.
온다. 들릴듯 말 듯 들려오는 발소리.
그것은 그들에게 실날같은 희망조차 서서히 빼앗으며 점점 박차를 가해간다.

터벅. 터벅. 터벅.

"제길, 아직도 쫓아오고 있단 말이냐?!"
"하..하아.. 저는 이제.. 더이상.. 못 뛰겠습니다.
애당초 '그건' 도망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요?"

중장비를 짊어든 앳되어보이는 인간이 힘에 부쳐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빌어먹을, 이봐 그거 이리줘. 아니, 차라리 여기에 버리는 게 낫겠군.
그걸 짊어진 채로는 금방 따라잡힌다."
"잠..잠깐, 그게 얼마짜린 줄 알고서 하는 소리야?! 네 1년 봉급으로도 못사는 거라고!"
"지금 생사가 갈렸는데 그깟 물건 두어개 잃는게 뭐가 대수냐!
네놈이라면 그걸 계속 가지고 가다가 모두 살해당하게 할 셈이냐?"

그렇게 서로 옥신거리며 다투고 있을 때쯤 다리 옆에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
소년의 형상이 그들 눈에 띄었다─그 소년의 존재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이봐, 앞에 서 있는 게 꼬마...냐?"
"킥킥. 그런 것 같군. …아아, 이제 데드엔드의 최후 플래그가 성립된건가."

분명 이런 시각까지 남아 있는 소년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남아있는 것이 비정상이다─오히려 유령으로 생각될 만큼.
허나, 카메라를 움켜쥔 남자는 그것을 보고 눈빛을 번뜩인다─사냥감을 발견하기라도 한듯이.

"…마침 잘됐군. 저녀석을 미끼로 해서 재빨리 귀환해야겠어."
"하.. 하지만 아직 어린애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흥, 어차피 인간 '한두명 쯤'은 희생시키고 온 참이지 않나? 아니면, 네가 남을테냐?"

남자는 기분나쁜 웃음을 지어보이며 도발하듯 앳된 인간에게 말한다.
그 말에 중장비를 짊어든 앳되어보이는 인간은 분한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움켜쥔 남자가 척 보기에도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다가간다.

…그가 소년을 자세히 바라봤더라면 어딘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터.
첫째, 본래 눈이 있어야 할 곳이 휑하니 뚫렸다는 것.
둘째, 귀와 코가 날카로운 것에 의해 잘려졌다는 것.
셋째, 입안에 본디 있어야할 혀가 통채로 뽑혔다는 것.
넷째, 팔과 다리의 살점들이 썩어 거의 뼈만 보인다는 것.
다섯째─지금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에게 있어 최대의 자극제라는 것.

그러나 끝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채 남자는 경솔하게 접근해버렸다.
그는 스페이드 에이스를 뽑았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틀림없는─조커였다.

"후우우우우───"

그건 인간의 성대로는 낼 수 없는 괴이한 성량이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경고하기 위해서인가─아니면 '무언가'를 부르기 위해서인가.

"이녀석, 말도 제대로 못하는 건가? 쳇, 어쩔 수 없군. 그럼 강제로라도─"

남자가 소년의 손을 억지로 잡으려 한 그 때,
…그들의 등뒤에서 '무언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4명의 인간들은 숨을 삼키며 같은 생각을 했다.
'이제─모든 것이 끝났다'

"어이 뭐야? 내 등뒤에 귀신이라도 나타난건..."

혼자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채 뒤늦게 뒤를 돌아본 남자의 앞에 보인 것은─

숲의 그림자와 월광(月光)속에 우뚝선 '그것'은 여인의 형상을 한 이질적인 존재였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강렬한 인상.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 갸날픈 몸을 감싸안는 듯한
검은 천의, 인형을 연상시키는 순백의 피부, 병자를 연상시키는 푸른빛이 감도는 입술.
이쪽을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는 분명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키아악──"

그 음성은 흡사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그것은 사냥감을 발견했다는 것에서 오는 희열인가.
이제, 그들은 더이상 도망칠 수 없다. 그들에게 남은 선택은 단 두가지.
…여기서 죽임 당하거나, 아니면─그녀를 죽이거나.
허나, 그녀를 죽일 수 있었다면 그들이 도망치고 있었을 리 없겠지.

그리고 느껴지는 시선. 그들의 몸 전체를 훑어보는 듯한,
내면 깊숙한 곳까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이쪽을 응시하는…
지금이라도 당장 이곳에 서있는 모든 것을 죽여버릴 듯한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자, 한 인간이 무언가 결심을 한듯 등뒤를 돌아 비굴한 표정으로 용서를 구한다.

"살, 살려줘! 이제 다시는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살려...커억!"

그러나 그의 말은 끝내 다하지 못한채, 가슴이 뾰족한 그것─손─에게 꿰뚫려 절명한다.
애당초, 용서를 구한다고 받아들일 상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터인데.
그녀는 가차없이, 그 손톱으로 남자들을 마구 찢어버리기 시작한다.


─── 자아, 살육의 시간이다. 마음껏 울부짖고, 마음껏 죽여라! ───


一 끊이지 않는 비명소리를 흘리는 혀를 뽑아,


二 경악과 공포에 물든 두 눈을 베어,


三 다른 이의 살려달라는 구원을 무시했던 두 귀를 찢고,


四 자신에게 반항을 하는 두 팔을 구부러뜨려,


五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쓰는 두 다리를 반으로 깨끗하게 절단하여,


六 파열 직전까지 고동치는 심장을 터트리고,


七 가슴을 가르고 그 안에 붉게 윤기 나는 내장을 XX하여,


八 이제 더이상 아무 의미가 없어진 생식기를 잘라내─


九 죽음을 맞이하였다는 사실을 부인한 두개골을 으깨 발로 짓밟는다.


十 순식간에 일어난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현실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눈앞에 굴러다니는 '그것'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던 고깃덩어리이기 때문이겠지.



보통 사람이 보기에도 그다지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만, 세상에 어느 죽음이 보기 좋을까.
전쟁영웅들의 죽음도 결국엔 참형과 교수형을 당하며 질질싼 배설물로 얼룩지는 것인데,
죽음이란 숭배할 것이 절대 못된다.


"────────────!!!"


여느 때와 같은 여름을 보내야할 다리에서는, 소리없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세상에 낙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이곳은 곧 사지(死地).
금기의 땅을 밟은 이에게 저주를 내릴 뿐.

맨처음 소년에게 접근했던 남자가 소년에게 우연히 고개를 돌렸을 때,
그러나─분명 '그 입가는 웃고 있었다'

─── 확실한 것은 이 마을에 그들을 위한 구원따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

그런 식으로 수십번이나 같은 행위를 반복, 또 반복한다.
찢고, 또 찢고, 찢고, 찢고, 찢어서 완전히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한번 찢을 때마다 그녀의 몸에 선혈이 낭자하지만, 그것을 신경쓰지는 않는 눈치디.
아니, 이미 그녀의 몸은 붉은색으로 점칠된 이형(異形).
바깥 세상 사람들이 부르는 괴물(怪物) 그 자체였다.

#2

…그리고, 내 눈 앞에 무언가 역겨운 것이,
검은 색으로 일변한 허공에 토해내─지고─있다.
녹색의 자연과는 대조되는 붉은 색으로 점칠한 토지는 나머지 곳과 확실하게 비교 되었다.
세상이 전부 붉은 색으로 뒤덮인 듯한 착각이 나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온다.

피. 피. 피. 선홍색으로 일변된 물 웅덩이.
갈기갈기 '찢어진' 남자들의 시체더미들.
잔혹하게 떨어져있는 인간의 파편(破片).
흘러나온 뇌수(腦髓)와 구부러진 팔.
살점이 뜯겨나간 채 피로 버무려진 뼈마디가 혈관과 엉키어 매달린 양다리.
조각난 뼈, 문드러진 얼굴, 잘려진 손가락과 혀...

성한 몰골로 죽은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이 이런 식으로 죽을 수 있는 것인가─
'그것들'은 나로 하여금 가벼운 구토감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을터….

보통사람이라면, 미쳐버리거나 토하거나,
제정신이 아니어야할 광경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하고 있었지만, 나는, 아니 나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 이미 그 마음은 허무와 권태로 인해 썩어버린지 오래 ───

지금,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붉은색으로 가득찬 이 정경만이 내세계의 전부였다.
지금, 광기로 점칠된 이 포악한 식사의 끝이 나려하고 있다.

"이..이 카메라 만큼은 절대 내줄까보냐..상황은 포착했으니..이제.."

호오…아직 끈질기게 살아 있는 인간이 있는 모양이다.
이제보니 경솔하게 나에게 접근한 그 남자인 것같다.
하지만 팔 한쪽은 이미 뜯겨져 나가 있고, 두 눈은 꿰뚫린지 오래다.
거기에─중심부에서 몸에 든 것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그것 또한 얼마가지 못할 테지.
어차피 그녀가 그것을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그럼 어서 죽어버려.

"으윽.. 나는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

콰직.

그것이 나에게 접근해온 인간의 말로였다.
그 끈질김은 칭찬해줄만 하지만, 운이 없는 남자로군.
뭐,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는 인간 따윈 없지만 말이야. 하하하.
이런 이런, 나도 저 광경을 보고서 들떠버린 것인가.

"키익─"

그것을 본 그녀의 입술에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뭔지 모를 희열에 손조차 떨리기 시작한다.
강한 느낌을 받아 손끝이 마비되어 가는 듯 보인다.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지고,
그것과 비례하는 쾌감은 그녀로 하여금 다시 한번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게 만든다.


"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어깨를 심하게 들썩이며 광기와 희열에 찬 목소리가 울부짖는다.
그것은, 미쳐버린 살인귀(殺人鬼)의 웃음소리였다.

무엇에 대한 즐거움인지,
무엇에 대한 기쁨인지,
무엇에 대한 행복인지,
무엇에 대해 재밌는 것인지,
왜 웃고 있는 것인지 조차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 그 해답은 그녀 자신 만이 알고 있겠지 ───


행위의 의미는 배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들은 죄가 없는, 말 그대로 피해자였다─아무런 이유없이 무참하게 살해된 것들.
그녀는 죄가 있는, 말 그대로 가해자였다─그저 순수하게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들을 농락했다.

그것은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무의미한 행위였다.
그렇다. 무의미(無意味).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이 그저 닥치는 대로 죽이기만 할뿐인 행위.
살(殺)이라는 행위에 도취되어 막을 길이 없는 귀신.
그것은 누구의 바람으로 탄생한 존재인가───

그리고, 나자신이 살아가는 것조차 무의미.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살아갈 의미가 결여된 나는 시체나 다름없었다.
─아니, 누구보다 나자신이 시체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에게는…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곳에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가 나 자신이라는 실감이 없었다.
눈으로 보는듯 했으나 '보여지는' 것이었다. 내 눈으로 본다는 느낌이 아니다.
단지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 지켜보고 있다.
이를테면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느낌.

나에게 있어 그녀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해선 기억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지 무언가 그녀를 보면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그 얼굴이,
어머니 같았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주 먼, 나의 어릴 적의 기억의 끝.

진상을 고하자면 처음부터 죽어 있었던 것은 바로 나다.
7~8살 경에 우연히 질병이 발병해서 그것을 말미로 죽었다.
물론 그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온갖 약을 다 써봤다.
그러나─죽은 인간에게 약이 들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금기(禁忌)를 범했던 것이다─인간의 고기를 먹여보자고.

죽은 인간의 고기든, 살아 있는 인간의 고기든 인육을 먹고 나을 병이었다면
진작 고쳤을 터. 애당초 죽은 인간에게 뭘 먹여 본들 살아날 리가 없지 않은가.
인간들이 전설이니 뭐니해서 떠들어 대는 것의 절반은 와전된 것이다.
인육을 먹은 건 사실이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살해당하게 된 경위는 따로 있다.
옛날 어느 도인이 전파한 주술(呪術)에 따르면 제물 20명의 사지(四肢)를 제단에
바쳐 그 피와 살을 죽은 이에게 덮어씌우는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죽은 이의 체내에 들어 있는 것을 제물과 바꿔치기로 이 일련의 주술
행위는 끝이다. …그런 짓을 통해 부활한 인간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모르면서.

간단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을 주민들의 폭거로 나는 불완전하게 되살아났고,
그 대가로 그녀와의 관계가 뒤바뀌었다. 주종관계를 예로 들자면, 그녀가 주인이
며 내가 종자여야할 상태가 주객이 전도해버린 꼴이랄까. 하지만 역시나 다를까
되살아나자 죽은 것은 말로 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거꾸로 과거의 비술(秘術)
을 복원시킨 공로자로 우대받으며, 그 비법을 전수받으러 온 인간들의 협박아닌
협박으로 고생하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지 않은가.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주민
들이 반강제로 '그 장소'에 끌고가게 된다. 세간에 그녀가 생매장당한 곳이라고
알려진 장소는 내가 다시 태어난 장소이기도 했다. 그 때 그대로 묻혔기에 다행
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순간을 노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제발로 죽을 곳에 찾아오다니! 모두 죽어버려! ───

사실 그녀는 복수같은 걸 바라지 않았다─원한을 품은 것은 나.
나는 그녀의 정신을 조종해 주민들을 죽이도록 했다─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그속에서 원래대로라면 미쳤어야 했던 것은 이쪽이었지만, 광기에 먹힌 것은 그녀였다.
아니, 서로가 정신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기에 나의 악의(惡意)가 옮은 것일터.
거꾸로 나라는 정신이 그녀라는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되살아난 나는 그저 예전의 기억을 가진 전혀 다른 존재에 불과하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내가 '태어난 것'을 방해한 이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을 뿐.
그 뒤 그녀와 함께 여러 곳을 순례하고 있다. 가급적 사람들 눈에 안띄는 마을을 찾아서.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 지 알 수 없으나 나는 몰라도 그녀는 살아 있는 육신을 가졌으니
언제 죽임 당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들의 눈으로는 괴물로밖에 안보이겠지만
그녀의 육체는 근력만 강화되었을 뿐─본래의 체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

어차피 나는 그녀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몸.
요컨대 말하자면 그녀가 죽지 않는 한─이 나도 죽지 않는다는 소리다.
나는 그녀에게 모성애를 강요하며 어리광을 부릴 뿐인 어린애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미쳐버린 것은 어느 쪽일까.

아아…, 이 피와 광기로 가득찬 윤회를 끊어줄 인간은 없는가.
나 자신의 힘으로는 기껏해야 그녀를 제어하는 것 뿐.
이대로 계속 인간을 사냥해봤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도.
무엇이 언제부터 잘못되었는 지 알수 없다.

내가 그녀에게 살인을 행하게 했던 무렵부터인가.
아니면, 우연찮게 의식을 되찾은 때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나에게 인육을 먹였을 때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나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못이었을까….

───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는 존재하지 않아야할 모순된 존재 ───

우연히 바라본 새벽의 하늘에는 붉은 색으로 빛나는 보름달이 이 밤의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여인과 그녀의 자식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이는 질병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어버렸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통탄해하며 금지된 주술을 부활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대가로 여러명의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죽어버린 자는 되살릴 수 없다.
죽은 자는 무(無)로 돌아 갈 뿐.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살아 있지도, 또한 죽어 있지도 않은 것.
그녀는 이미 육체라고 부를 수 없는 시체를 끌어안으며 언제까지나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한 때의 있을 수 없는 환영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채……
-룬 언그알레이Run an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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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것으로 두 모자의 이야기는 끝납니다.
후에 이들이 다시 등장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본래 단편으로 기획한 것이었으나 후에 속편이 나와버릴지도?

이쪽에 글을 올리긴 벌써 7개월 가까이 지났군요.
한동안 잠적 했었으나 이번을 기회로 다시 부활 선언...까지는 아니더래도,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에게 만큼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다른 작품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