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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단편]나의 아버지는 괴물이다.

2006.08.05 21:56

크리켓≪GURY≫ 조회 수:293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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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은 어릴적이었다. 너무 어려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일어서기도 힘든 그런 어릴적... 나의 부모님은 어느 영지의 소작농이었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그 영지에서 살던 시간은 아주 짧았다. 너무나도 짧았다. 전쟁이 일어나자 적국의 병사들은 우리 영지를 쳐들어왔다. 우리에겐 힘이 없기에 건장하신 아버지를 그 영지에 남겨두고 어머니와 나는 피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근처 영지를 지나던 우리는 산적의 습격을 받고 말았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나와 같이 있던 사람들은 대략 20명 정도 되었다. 그것도 모두 남자들은 전쟁터에 있고 여기의 20명은 어린아이들, 여자 그리고 늙은 노인분들이었다. 산적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재물을 다 빼앗아 버리고 잔인하게 한명씩 죽였다. 그때 느꼈던 분노 이상의 공포는 지금에서도 심장을 조여온다. 나의 어머니가 죽고 내 친구가 죽고 친구의 할머니가 죽고..... 결국 언젠가 나의 차례가 왔다. 이미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죽고 없었다. 어린아이에 불과한 나는 시끄럽게 울 수 밖에 없었다.

"쿠오오오!"

어디선가 들려오는 포효소리. 그때 산적이 칼을 들고 주춤하는 것을 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산적이 하나 둘씩 사라졌고 그것을 눈치챈 산적들은 긴장하여 서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때 난 나무 위를 넘나 들며 산적들에게 무서운 이빨을 들이내미고 있는 '어떤것'을 발견하였다. 손과 꼬리에서 떨어진 핏빛의 고기들이 산적들을 덥쳤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본 산적들은 저마다 공포에 찬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그것은 나무에서 그 육중한 몸을 떨어뜨렸고 커다란 눈과 누런 이빨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까전과 같이 울었다. 그것은 나를 보며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그 큰 꼬리를 나를 자연스럽게 말고 어딘가로 쏜살같이 뛰었다. 그곳이 어딘지는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초록색과 암갈색의 선들 뿐이었다. 나는 어떤 작은 동굴로 도착하고 난뒤 몇날 몇일을 계속 울었다. 배가 고팠다. 그것은 내가 배가고픈 것을 느꼈는지, 밖에 나가서 먹을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가져왔다. 붉은색의 그것은 아주 질겼다. 그리고 맛도 없었다. 내 뱃속으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크기도 컸다. 내가 그것을 뱉어내고 다시 울었다. 그러다가 나는 내눈에 빨간 물이 그것에서 흐르고 있는게 보였다. 난 그 물을 받아 먹었다. 어머니의 모유보다 맛있지는 않았지만 신비한 새로운 맛에 빨간 물을 핥아 먹었다. 그러자 나의 이러한 행동을 보던 '그것은' 다시 한번 포효를 지르더니 동굴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이 돌아왔을때는 커다란 항아리에 붉은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그것'의 도움으로 항아리에 있는 붉은 물을 마실수 있었다. 어느정도 마시고 난뒤 배가 부르다고 먹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것'은 나를 살며시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것'은 녹색의 눈꺼풀 속에 있는 커다란 검은 눈동자로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두려워서 쓰러져서 심장마비로 죽었겠지만 난 그 검은 눈동자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받은 그런 따뜻함을 말이다.

나는 그곳에서 1년동안 살았다. 옛날에 먹지 못하던 붉은 것을 먹을 수 있을정도로 말이다. 나는 그렇게 '그것'을 사랑하고 믿었고 '그것'또한 나를 사랑해하며 나를 키웠다. '그것'이 동굴에 왔을때 나는 무엇보다 기뻤으며 '그것'이 동굴안에 없을때는 무엇보다 두려웠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몇달이 또 지나갔다. 나는 여전히 붉은 것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붉은 물을 통해 내 입을 적셨고 붉은 것을 통해 내 배를 채웠다. 그렇게 살고 있던 어느날 점점 '그것'의 몸에 이상한 초록색의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의 눈에서 뭐가 아프다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슬퍼서 울었고 '그것'은 나를 따뜻한 눈으로 쳐다 보았다. 그리고... 그 초록의 물은 날이 가면 갈 수록 늘어만 갔고 어느날은 동굴밖에서 고통에 찬 포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래도 '그것'은 나를 위해 붉은 것과 붉은 물을 매일 얻어왔다.

몇일이 지나자 등과 팔에서 초록색의 물을 폭포처럼 뿜어내며 동굴안으로 '그것'이 들어왔다. 그것은 나를 보더니 누런 이빨을 들이내밀며 포효했다. 그리고 그 커다란 꼬리로 나 옆에 있는 바위를 후려쳤다. 나는 돌가루가 내 몸을 쑤시자 난 고통에 울었다. 침이 뚝뚝 떨어지는 입이 내 앞에 오고 나는 '그것'의 모습에 두려워서 울었다. 그때 갑자기 '그것'이 그어어 하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하였다. '그것'과 나의 눈은 마주쳤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이상한 눈...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뒤에서 나타난 은빛을 몸에서 뿜어내는 이상한 것들이 나를 보았고 똑같이 생긴 여러 것들이 '그것'을 끌거가기 시작했다. 은빛의 그것들은 손을 잡고 머리를 쑥하고 뽑아내자 그 안에는 사람이 들어있었다.

"뭐야? 어린애잖아? 이 괴물이 먹을려고 했던건가?"

"그런가 봐. 이봐 에델슨. 너 애가 없다고 징징거리지 않았냐? 어짜피 부모도 없을텐데 이 애 니가 가져라."

"징징거리긴 누가 징징거려? 그런데 이 애도 영주님께 보고해야 하나?"

"그냥 가져가."

그렇게 말하더니 나를 두 손으로 힘있게 들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20년이 지났다... 그 20년동안 에델슨 아버지와 부인... 그리고 내보다 훨씬 아래인 하인들에게 멸시당하며 살아왔다. 내가 그렇게 저택으로 가고난뒤 1년후에 에딜슨의 부인이 아이를 낳은것이었다. 지금 나보다 2살 밑인 그 녀석도 나를 하인 이하로 취급하였다. 나는 그래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에델슨이 나에게 괴물과 같이 있던 버러지자식이라고 할때도 있었다. 그때 만큼 그 괴물을 증오했던 만큼은 없었다. 하루하루를 괴물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살아오던 나는 문듯 과연 괴물 이전에 나는 누구와 있었는지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내 기억 저편의 무언가를 하나씩 끄집어내기 시작하였다. 하루는 너무 짧았고 일은 너무 힘들었다. 일은 나를 단련했고 내 기억은 나에게서 증오를 몰아내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어릴적 모든 것이 기억났다. 소작농 부모님... 산적들... 그리고 괴물의 모든것까지도... 그리고 난 칼을 들었다. 그리고 죽여나갔다. 에델슨과 부인 두려워 싹싹 빌고 있던 하인과 부인의 아들녀석까지도 그것을 넘어서서 나는 영주를 죽이고 이 도시의 모든 인간을 죽였다. 내몸에도 상처는 심했지만 나를 사랑으로 키워준 괴물을 그렇게 죽이고 이렇게 멸시를 하는 그들을... 인간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내가 모든 인간을 죽이고 붉은색 피가 내 칼에 묻어있는 것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

그리고 동시에 괴물이 나에게 이빨을 들이내밀고 쓰러지던 그 순간이 기억났다. 검은색 눈동자가... 나에게 했던 말이 느껴졌다. 혼란으로 가득하여 흔들리는 그 눈에서 나에게 보내는 단 한가지

'너를 사랑했다. 아가야."

나는 울었다. 지금이 되서야 알게된 그 눈빛의 의미를 보고... 나는 수만의 인간이 내 뱃속에서 사라졌고 수만의 더러운 인간들의 피가 내몸을 흐르고 있었다. 나는 괴물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나같은 녀석의 몸에 인간의 피가 흐르는것이 너무 악했고 나는 죽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여기저기에 보이는 시체를 생으로 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돼지고기를 굽거나 익혀먹던 나는 생으로 고기를... 인육을 먹자 내 몸에서 구역질이 났다. 나는 그 구역질이 아직 내몸에 있는 괴물에 대한 증오로 알고 끊임없이 인육을 먹었다. 피를 마시고 고기를 뜯고 눈에서 나오는 눈물은 피에 비쳐 붉은색이 되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느꼈다.


나의 아버지는 괴물이다. 그리고... 나도 괴물이 될것이다.

내 손이 아버지와 같이 녹색으로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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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GURY. Fir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