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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기다리는 소녀의 숲

2006.07.06 06:51

디지즈 조회 수:115

extra_vars1 귀참도, 그 또 다른 이야기. 
extra_vars2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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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않아, 떠나지않아. 그 어떤일이 있어도, 절대로.
반드시 돌아올께, 돌아온다고. 나를 믿지 못하겠어?

너의 그 가녀린 목에 걸려있는, 백금 목걸이.
네가 그곳으로 가기전에 나의 목에 걸어주었던 그것은
세월의 무심함에 지쳐서, 그 세월을 따라온 바람에 휩쓸려
한줌의 가루가 되었건만, 그것은 아직 너의 온기속에 있어.

돌아와, 돌아와. 제발 돌아와줘.


방긋이 웃으며 다시 만나자고 했건만, 그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건만
그 누구의 방해도 없었고, 그 누구의 시선도 없었던 그때.




나는 알고있는걸. 너의 백금목걸이에 새겨진 맹세는 반드시 시켜진다는걸.
그리고 네가 그 맹세를 지키는날, 난 너와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거라는걸.

이것이 잠시동안의 안녕일뿐라고, 그렇게 내게 말해줘. 제발.






나는 기다릴꺼야. 그래, 기다림은 잠시뿐일거야.

기다림. 그 뒤에 남겨지는것은 사랑일거야.







어째서지?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거야. 이렇게 나 여기에 있는데.
이미 내 손은 하얗게 질려서 산산히 바스러지고, 다리는 흙더미속에 묻혀서 굳어가고 있어.
설마 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 아니겠지? 제발.... 늦기전에 돌아와줘.
그 끝을 알수없는 숲의 그림자속으로 소리를 질러봐도, 돌아오는건 비명섞인 메아리.

이대로 가다가 나는 사리질것만 같아. 무서워.










이름모를 숲속 깊은곳으로 함께 떠났던 두사람은 이제 한사람이 되어 침묵하네.
주위는 온통 고요하구나. 그 무언가의 생명도 없이, 그곳에 남은것은 한개의 백골.
무엇이 그 백골의 생전을 비극으로 장식했는가. 가녀린 늑대울음의 환청만이 백골을 감싸고 있어.

오직 비극으로 가득찬밤, 고독함으로 가득찬 검은 숲속에. 그녀는 기다렸다네.

모든것이 열화되어 새하얗게 질려버리는 때에도, 그녀는 기다렸다네.

생명을 거부하는 그 무언가의 숲 그 한가운데, 너의 엘리제가 기다리고 있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 주위로 흩뿌려지는 나뭇잎이 붉어지고.
그것이 수십번이나 반복이 되었건만 오직 내 눈에 비치는 것은
그때와 변한것이 전혀 없는, 없었을것같은 이름모를 검은 숲의 고요.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기억해냈어.

네가 나를 여기에 남겨두고 떠날때, 나에게 보인 그 웃음의 의미를.
그래. 처음부터 너는 그랬던거야. 그랬기에 나에게 그런웃음을 보였겠지.
어땠어? 네가 나에게 남긴, 목걸이 아닌 그 무언가가 나와 함께 사라질때의 쾌감.
네가 내 몸속에 만들어낸 그 무언가가 내 가슴을 설레게 할때부터 넌 그랬겠지.
생명의 기척이 가득한 내 배에 손을 얹으며, 띄웠던 그 광기어린 웃음. 비웃음.
난 그때도 어리석었지. 너와 맺어질 그날을 기다린 나는 어리석었어.

이제 알았어. 넌 처음부터 날 혼자로 만들생각이었다는걸.

네가 날 여기에 남겨두고 떠날때, 난 그때 너와 함께 떠났어야 했어.
너와 함께, 나와 내 속에 있는 그 무언가와 함께 떠났어야 했어. 황천으로.

하지만 이미 나는 새하얗게 질려버렸으니 그럴수 없어. 남은것은 후회.

그래, 내가 이렇게 새하얗게 질렸을때야 넌 내 앞에 나타났어.

넌 그때처럼, 나 아닌 또 다른 여자를 또 다른 숲속에 남겨두고 왔겠지.
넌 지금 내 앞에서 그때와, 내가 기억하는 처음과 똑같은 웃음을 보였으니까.

매일같이 너를 기다리다, 질려버린 나는 이제 너의 웃음이 싫어.
미칠것같아. 죽여버리고 싶어. 웃지마, 제발 웃지마!

무간의 끝보다도 더 어두운, 이 검은 숲속 한가운데에 버려진 존재의
헛된것에 대한 하염없는 기다림, 가망없는 기다림을 너는 이해할수 있어?

죽여버리겠어. 설사 이 백골이 삭아서 삭아서 가루가 되어 서풍에 날려가도
나의 의지는 너만을 바라볼거야. 너의 죽음만을 기다릴거야.

네가 어떻게 쓸쓸하게 인생을 끝내는지, 구더기와 송장벌레마저도 외면한 너의 시신을
나는 지켜볼거야. 지켜보겠어.  

그리고 최후에는 너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겠어!
너의 그 썩어 문드러진 얼굴가죽을 잡아 채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