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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무언가

2006.06.29 09:32

쿄우 조회 수:188

extra_vars1 오전 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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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22분>
"따르르르르르르르르릉"

시끄러운 시계소리가 나의 잠을 깨운다.
나의 이름은 이두호(李逗虎).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직업은... 그냥 직장없이 떠돌아다니는 20대의 청춘(백수)랄까..
2년전 사고로 인해 직장을 빠진 그 공백기간을 체우기 힘들어 스스로 나왔다.
뭐.. 나로선 잘된 일이다. 어차피 지긋지긋한 일들 뿐이었으니까.
오늘도 태양은 동쪽에서 뜨는구나. 악몽같은 지난일들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 같다.

<오전 9시 정각>
하아.. 백수생활을 하다보니.. 끼니도 시원찮다.
하루 세끼중 두끼는 라면으로 떼워야 한다니...
오늘도 역시 라면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된다. 시작이랄 것도 없지만 말이다.
가만 보자.. 오늘은 아르바이트라도 한번 구해볼까..?
뭐..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귀찮기야 하겠지만 하루 세끼는 꼬박꼬박 먹을 수 있겟지..
뭐야 이 똥컴.. 부팅하는데 뭐 이렇게 오래걸려?
하기야.. 이녀석과 함께한 시간도 어연 6년째가 되어가니. 이럴 만도 하다.
젠장. 집에서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글렀군.
대충 씻고 겜방이나 가서 아르바이트 자리나 찾아봐야겠다.

<오전 9시 38분>
밖으로 나왔다. 오늘의 날씨는... 그다지 덥지많은 않군.
여름이라고 치기엔 조금 선선하고.. 또 봄이라고 하기엔 약간 뜨거운.. 그런 날씨다.
겜방까지 걸어가는데 20분.. 버스타고 가는데 6분..
그래. 차라리 900원을 아끼자. 안그래도 적자 생활에...
오래간만에 걷는 거리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시장.
나는 시장의 생선비린내가 그저 마냥 좋기만 하다.
웬지.. 나쁘지가 않다. 다들 나를 이상하게 보긴 하지만서도..
어디선가 많이 맡아온 냄새들.. 나에겐 마냥 좋기만 한 냄새들이다.

"따다다단~! 따다다단~!"

....이 구질구질한 벨소리... 알바를 시작해서 바꾸고 마리라..
으음... 형진이네...?

"전화 받았다."
"자식.. 건방지네..? 오랜만에 전화해줬는데 말이지."

송형진(宋炯瑨). 내 둘도 없는 불알친구다. 이녀석이 전화한 이유는...
보나마나 뻔한 일이겠지. 술먹자..

"술먹자 두호야!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도 할겸.."

역시.. 시작은 항상 이렇다. 술이야.. 뭐.. 네가 쏜다면 말이야..
거절할 사람은 아니지 나는. 2년동안 백수생활을 하다 보니 웬만한 빌붙기는 다 알지.
이런 저런 말들로 형진이를 꼬셔서 오늘 밤 10시에 자주가는 포차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래 두호야. 그럼 오늘 밤 10시, 이모집 포차에서 보자."
"오냐. 그럼 그때 보는거다."

"뚜...뚜...뚜..."

어디보자... 겜방이 이 근처 2층 건물이었는데.... 옳지.. 저기구나.
걸어걸어서 겜방에 도착했다. 녀석과 통화하느라 한바퀴는 돈 듯 하지만...

<오전 10시 15분>

"저기.. 카드 하나만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손.. 어??"
"어라..? 너는..?"

이런 우연이.. 이녀석.. 고등학교 동창녀석이다. 예진이.
한동안 안봐서 그런지.. 녀석이 많이 변한 탓인지.. 많이 예뻐진듯 하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에도 예쁜 녀석이었지만..
그래. 내가 예진이 참 많이 괴롭혔지.

"두호 아니니?"
"그래. 예진이 맞지? 하하. 이런곳에서 보다니, 우리도 참 인연인가봐?"
"악연이겠지!"

장난스런 말투로 웃으며 대답하는 예진(실제로 순간 아직도 악의를 품은듯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의 대화에 빠져서 아르바이트 찾는 일도 잊고 있었다.

"아참.. 그건 그렇고.. 두호 네가 웬일이야? 소문 듣자하니.. 너 백수됐다든데?"
"아아.. 좀 됐어. 2년정도 됐지.. 백수가 된건.."
"아하~ 그래서 지금 일자리 찾으려고 겜방와서 알바검색하러왔구나?"

이자식.. 눈치는 무진장 빠른 녀석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내 비밀을
몽땅 파헤칠 정도로 눈치가 무지 빠른 녀석이다.
여전히 눈치를 빨리 채는걸 보니..
탐정해도 될 것 같은걸.. 예진이와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아르바이트 검색을 해볼까..
검색을 한지 20분 정도 지났을까.. 아직도 눈에 띄는 문구는 없다.
배달, 서빙. 이런건 너무 흔해서 하기가 싫다. 좀더 색다른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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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 중국집 배달원 구합니다. (면허소지자조회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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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 급구..? 다른 게시물 보다는 조회수가 월등히 높다.
제목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조회수가 마음에 들어서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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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1 아르바이트생 급구!!!<hot>              조회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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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을 급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010-115-xxxx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뽑는 기준은 통화 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단 하루입니다.
보수 : 일당 10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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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당 100만원...? 당장 전화해 봐야겠다. 010...11..5...xxxx!

"뚜루루루루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 달칵"

"여보세요? 아르바이트 구하시는분 맞으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차가운 목소리다. 얇고 갸냘픈 목소리의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뭐랄까... 가수..같기도하고.. 성우인가..?

"네 그렇습니까.. 일을 하고싶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리게 되었는데요.."
"아.. 그러시군요.. 그럼 간단한 질문 몇가지만 드리겠습니다."
"예? 아.. 네."
"귀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요?"
"...? 네?"

뜬금없이 이상한 질문이다. '귀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요?' 라니..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나..? 두말할것 없이..

"아뇨.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두번째 질문입니다. 나이와 신체 사이즈를 알려주세요."
"아.. 저는 이두호라고하구요. 호랑이가 머물다 간 꿈을 할아버지께서..."
"이름은 됐습니다. 키 몸무게 나이만 알려주세요."

그여자가 말을 끊고 다시 질문했다. 약간 화가난 말투였다.
그래서 난 고분고분히 내 나이와 신체사이즈를 알려주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을 채용하겠습니다.
오전 11시 40분까지 강남구 대치1동에 있는 OO빌딩 5층으로 오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이렇게 통화의 내용은 끝났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당 100만원이라면.. 꽤 위험을 무릅쓸만 하다.
100만원이라.. 100만원이라.. 나는 예진이와의 인사도 잊은채
100만원에 대한 생각만 하며 겜방을 나와
강남구 대치1동에 있는 OO빌딩을 향해 출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