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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하드고어(Hardgore)

2006.08.13 22:49

거지의깨달음 조회 수:238 추천:1

extra_vars1 미치광이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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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고어(HardGore)

미치광이 단장[下]

왼쪽 눈에 실밥을 꼬매고, 오른 쪽 팔이 없으며 등이 굽어버린 곱추 존 커넬이 라이즈 극단에 들어온지 한 달 정도 쯤 지났다. 한 달이 라이즈 극단을 많이 바꿔 놓았다. 우리 극단은 돈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고 명성과 인기를 얻었다. 우리의 명성과 인기가 어느 정도라고 묻는 다면 우리 공연을 보고 싶어 초청을 하는 마을이 한 두 곳이 아니니 대충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 촌 구석 마을들은 라이즈 극단이 석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있으면 이런 시골 촌 구석 마을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대 도시를 상대로 공연을 펼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하는 내 꿈이 지금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열 걸음만 다가서면 꿈이 손에 잡힐 듯 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이 생겨 버렸다. 그 일은 어젯 밤 공연에서 벌어졌다.    

어젯 밤 공연은 어떤 마을에서 초청이 들어와 열었던 공연이었다. 이곳 마을 주민들도 다른 마을 주민들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모두들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눈을 가졌고 너무 흥분해 심장 박동소리가 내 귀에 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난 그때 오늘도 쉽게 공연을 마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공연은 시작 때 부터 조금 틀어져 버렸다. 보통 주민들은 메인 이벤트를 빨리 요구하는 게 정상인데 이 주민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자들인 것 같았다.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자들은 우리 같은 벼락치기 극단에게는 아주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다. 한 달 동안 이런 일이 발생 하지 않았기에 우린 꽤나 큰 당황을 맞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처음에는 어느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재주들을 펼쳤다. 외바퀴 자전거를 타고 무대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거라든지 눈을 감고 칼 던지기 등등..우린 아주 기본적인 공연을 펼쳐갔다. 관중석에서는 서늘함과 냉기가 느껴졌다. 이런 건 내가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빨리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곱추, 존 커넬이 필요했다.  

나의 공포스럽고 웅장한 소개와 함께 등장한 곱추는 이 분위기를 조금 바꿔놓았다. 관중들의 입에선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흉측한 곱추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지른 다거나 천막 밖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또 다른 것을 보여달라는 기대의 눈빛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쌍둥이 난쟁이를 내놓는다면 이 분위기는 다시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 이런 위기가 다가 올 줄이야 상상 조차 못했다. 난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무언가가 내 가슴을 조아오고 있어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관중들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아무것도 내놓지 않자 그 기다림의 미학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불만을 터트리며 천막 밖으로 빠져나왔다. 천막을 나서면서 터져나오는 불만들은 내 가슴에 불을 질렀다. 쉽게 꺼지지 않을 불길이었다. 불길은 번지고 번져 온 몸으로 퍼져나가 내 몸음 마비 되었고 화염 속에 타들어만 갔다.  

난 어젯 밤의 일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해졌다. 환한 대낮이었지만 나에겐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아무런 대책 조차 세우지 못한 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지도 모른다. 아니, 또 발생할 것이라고 난 확신한다. 내가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한다면 수많은 도시의 주민들과 맞부딫힐 것이다. 도시의 주민들은 시골 촌 구석 주민들 보다 순수하지 못하다. 너무나도 더러워 더 이상 더러워 질 수도 없는 사회에 몇 십년 동안 찌들려 살아 왔으니 담력도 커졌을 것이고 저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닌 흐지부지한 것에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충격적이고 상상 조차 해보지 못한 그런 것을 선보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메인 이벤트만 충격적이면 안된다. 모든 이벤트가 전부 메인 이벤트 같아야 한다. 적어도 그냥 이벤트가 지금의 메인 이벤트인 곱추 정도는 되야 한다. 메인 이벤트는 그런 이벤트 보다 더 충격적이여야 하고...메인 이벤트를 보고 심장 마비로 죽어버리는 관객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워야 한다.

어젯밤 이후로 초청해오는 마을도 없을 것 같으니 준비 기간은 널리고도 널렸고 준비를 위해 필요할 자금도 충분히 있으니 여유를 갖고 생각 해 보자. 지금 내 밑에 있는 단원들은 총 여덟 명이다. 쌍둥이 난쟁이 위그와 리너, 곱추 존 커넬, 나머진 기본기만 익힌 흐지부지한 단원들이다. 쌍둥이 난쟁이와 흐지부지한 단원들을 모두 곱추 존 커넬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조금 안될 일이지만 이때까지 내가 돌봐준 값으로는 적당하다고 본다. 일단 대책 방안은 정해졌다. 이젠 이 방안을 어떻게 실행 시켜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 해 보자. 이 부근에 유명한 갱(Gang)에게 돈을 주어 죽지 않을 만큼 패달라고 할까? 아니다. 갱은 믿지 못하 겠다. 그들에게 죽지 못할 만큼 패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굶주린 사자 앞에 맛나는 토끼를 갖다 놓은 것과 같다. 그렇다면 킬러(Killer)를 고용 해 볼까? 아니다. 그들에게는 무리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전업으로 삼는 그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 고문해달라는 것은 개미를 죽지 않을 만큼 밟으라는 것과 같다. 사람을 고문하는 것을 전업으로 삼는 자가 있다는 소문도 듣긴 들었지만 정말 있는 지 없는 지 확실치가 않다. 그래도 아주 작은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절벽에 솟은 나뭇가지를 잡듯이 놓지 않을 것이다.  

난 고문자를 찾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고문자가 존재한다는 정보는 얻을 수 있었으나 그의 위치는 얻을 수 없었다. 어둠의 세계에서 사는 자라면 어둠의 세계에서 찾는 게 가장 쉽고 그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어둠의 세계의 어디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독불장군이다. 아무리 큰 조직이라고 해도 그 고문자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한다. 고문을 하는 것이 천하고 천한 것이지만 어찌보면 어둠의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전업으로 삼는 고문자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를 알면 알 수록 난 그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알면 알 수록 미지의 세계에 사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위스키 한 병을 사기 위해 마을을 나섰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한 전단지가 내 발에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난 그런 전단지를 손에 쥐었다. 그 전단지에 적혀있는 글자는 위스키를 사러 가야한다는 내 생각을 잊게 만들어 주었다.


누군가를 죽지 않을 만큼 혼내주고 싶습니까?
누군가를 고문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습니까?
그렇다면 저를 찾으십시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위치: 프론트 2번가 전봇대 앞.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의 벽 대부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는 전단지가 붙어 있었고 무수히 많은 전단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전혀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대 놓고 홍보를 할 줄이야. 어둠의 세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어둠의 세계에서만 살아간다는 이 생각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하하하.."  

"하하하!"  

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종소리가 마을 곳곳에 퍼지는 12시에 프론트 2번가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딱 하나의 전봇대가 있었다. 그리고 전봇대 앞에는 허름하고 낡은 건물이 위치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은 밖과 너무나도 달랐다. 새하얀 벽지,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책상, 책상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촛불, 그리고 신사복을 말끔히 차려 입어 단정하고 신사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금색 머리의 청년. 내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아무래도 잘못 찾아 온 것 같았다. 하지만 프론트 2번가 전봇대 앞에 위치한 건물은 이 곳이 틀림 없다.

"어서오십시오. 고문소를 찾아온 걸 환영합니다. 전 고문자 블러드 테페스라고 합니다."

잘못 찾아 온게 아니었다. 대 낮부터 늦은 밤까지 세상은 날 너무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밖으로 내색 하지는 않았다.  

"잘못 찾아 오지 않았군. 미스터 테페스, 당신이 아홉 명 정도 고문해 줘야 겠소. 너무 많을..."  

"하하! 물론 해드리죠. 아! 죄송합니다. 제가 고객님의 말씀을 끊어버렸군요. 신사적이지 못한 행동을 해버렸네요."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가 신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을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난 꾹 참았다. 난 그가 요구하는 액수를 지불했고 그는 내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고문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좋소. 나 역시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내가 안내하겠소."

그는 자고 있는 여덟 명의 단원들을 그의 고문소로 옮겼다. 전부 자고 있었기에 쉽게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들을 모두 검은 의자에 앉히고 질긴 가죽으로 그들을 묶었다. 그는 그들에게 주사를 나줬다. 난 그것이 마취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건 고통을 배로 주죠. 엄청난 고통을 느끼긴 하지만 죽지는 못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난 그의 웃음을 보고 오싹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자고 있는 단원들을 모두 깨웠다. 그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누구 부터 고문을 할까요?

"가장 끝에 누워있는 녀석 부터 고문을 시작해 주시오. 아까 주문 한 대로 고문 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꽤 주문이 특이하네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전 언제나 고객이 원하시는 대로 해드립니다. 고문에 필요한 재료들 역시 전부 있으니 다행이네요."  

"단..장님! 이게 무슨 일이죠! 단장님!"  

겁을 잔뜩 먹어버린 위그가 소리쳤다. 위그의 아랫도리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너희들은 내게 밥값을 한다고 생각하거라. 마음 편히 먹어. 달라지는 건 너희들의 외모 뿐이다. 미스터 테페스, 어서 시작 해 주시오."  

그가 가장 먼저 고문하는 자는 리틀 빅이었다. 그는 정말로 내가 주문한 대로 고문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코를 절단 하는 것이다. 그는 노련한 솜씨로 나이프를 휘둘러 우뚝 솟은 코를 절단했다. 절단된 부분에서는 많은 양의 선혈이 흘러내렸다. 내 귀에는 리틀 빅의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난 그런 그에게 말하였다.

"조금만 참거라. 한 순간의 고통이 평생의 부와 명예를 갖다 줄거다."  

그는 잘린 코를 왼쪽 뺨에 꼬매었다. 그에게는 여유가 흘렀다.

"하하, 코를 잘라 볼에 이렇게 꼬맬 생각을 하시다니 고객님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시군요. 다음은 뭐더라..?"

그는 리틀 빅의 혀를 냅다 잡아 못을 찍었다. 못은 혀를 꿰뚫었고 관통한 못은 살점에 박혀 혀를 입 안으로 집어 넣지 못하게 했다. 리틀 빅은 죽지 않았다. 그리고 이빨을 모조리 뽑아버렸다. 아주 끔찍한 일이지만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베토벤의 교향곡을 흥얼거리며 고문을 했댔다. 그 후에 시작 한 고문은 재료가 조금 필요한 고문이었다. 그는 크고 작은 누런 거머리가 들린 통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허벅지 부분을 찢어 거머리를 강제로 몸속에 집어 넣었다. 꿈틀거리는 거머리가 붉은 피와 뼈로 이뤄진 몸 밖으로 빠져 나오려 했지만 그의 손이 그것을 저지했다. 거머리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래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정도로 역겨웠다.  

"이 거머리는 어떨 때 입 속에서 나올 수도 있고 대변과 함께 나올 수도 있죠."  

리틀빅은 이미 기절해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고문 당할 사람은 플롯, 그 다음은 머글, 케빈...그렇게 여덟 명의 고문이 끝나버렸다. 고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정도였다. 그는 아주 짧은 시간에 노련하고 뒷 끝 없이 끝냈다. 어둠의 세계에서 왜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는 손에 묻은 검붉은 피를 씻어냈다. 그의 신사복에는 피 한 방울 물들지 않았다.    

"아..그런데 고객님께서는 분명 아홉 명을 고문해달라고 하셨죠? 주문한 종이에도 아홉 번 째 고문 방법이 적혀있는데.."  

"맞소. 단원들은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 이젠 극단의 리더만 남았군."  

미스터 테페스는 구석에 놓인 톱을 쥐었다.  

"전 항상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