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낚시

2007.04.29 15:02

검은독수리 조회 수:281 추천:1

extra_vars1 107308-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이하 내용의 인물, 사건, 장소는 사실 무근 입니다.


-----------------------------------------------------------------------------
                                        낚 시


 


 어느 날, 대구 시내에 있는 어느 한 빌라에 꾀나 잘 생긴 남자가 이사를 왔다. 남자의 이름은 호영, 호영은 얼굴도 잘생겼지만, 키도 182cm 정도로 큰 편이었고, 운동도 어지간히 해서 적한한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옷을 잘 차려 입어서 말 그대로 킹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멋진 남자였다. 호영은 빌라 사람들의 집을 하나씩 방문하며 떡을 나눠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호영이 이사 온 집의 바로 맞은편에 사는 여자에게도 떡을 돌리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첫눈에 호영에게 반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의 외모가 그녀의 이상형과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에 비해 한참 부족한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을... 여자는 마음이 아팠지만, 호영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덧없이 시간이 흘러 1주일이 지나갔다.




‘딩동~!’




 여자의 집에 누군가 찾아왔다. 여자는 때마침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고 있던 중이라, 머리에 수건을 묶고, 타월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여자가 문에 다가가 말한다.




“누구세요~?”




“앞집 사는 남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갑작스러운 호영의 방문이었다. 여자는 깜짝 놀라 외쳤다.




“아!! 자, 잠시 만요!!!”




 여자는 부랴부랴 자기 방으로 뛰어가 놀랄만한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최대한 예쁘게 빗어 넘긴 후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거울을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고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호영은 등 뒤에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여자의 심장은 호영의 갑작스러운 방문 때문인지 아니면 호영에 대한 여자의 마음 때문인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겨우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




“어쩐 일이시죠?”




“경미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놀랍게도 호영은 이미 여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여자, 아니 경미는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바보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속에서 막연하지만 아주 작은 희망의 불빛이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호영은 뭔가 망설이는 듯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마침내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붉은 장미 한 다발을 그녀에게 내밀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첫눈에 당신에게 반했습니다. 저랑 사귀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경미는 정말 심장이 터져 버리는 줄 알았다. 호영이 자신에게 교제신청을 하다니,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가슴속 한편으로부터 끝없는 행복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경미는 두 번 생각 할 것 없이 호영의 제의를 수락했고, 그리하여 경미와 호영은 서로에게 한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경미는 호영과 데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와 함께하는 모든 것이 전부 즐거웠고 그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러갔다. 그가 그녀와 함께 웃어줄 때 보이는 눈웃음, 살며시 그녀를 안아줄 때 느껴지는 따뜻한 가슴, 그녀가 고개를 기대도 충분한 어깨, 그녀를 바라볼 때 보이는 눈동자,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배려해 주고 이해해주는 인자한 마음씀씀이까지 호영은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경미는 이제 마음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3달이 지났다.




 호영과 경미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며 밤거리를 배경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둘 사이는 3달 만에 완벽한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 너한테 할 말 있다.”




 호영은 맨 처음 경미에게 교제신청을 했을 때처럼 뜸을 들이며 말했다.




“...응?! 뭔대?!”




 경미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호영의 모습에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많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이게 맞지 싶어서...”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오빠... 무섭게...”




 그녀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속으로는 호영의 태도가 무척 두려웠다. 그가 마음이 돌변하여 자신을 버릴까봐, 이제 그만 만나자고, 헤어지자고 말할까봐 무서웠다. 사실 경미는 그동안 호영과 사귀면서 호영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자신의 외모 때문에 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호영을 바라보는 다른 여자들의 눈빛이 못내 불안하기만 했다. 그래서 언제나 호영에게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호영에게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고 또 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호영이 갑작스럽게 무게를 잡고 이야기를 하니까 그런 공포심이 고개를 치켜든 것이었다.




“...사랑한다. 나랑 결혼하자”




 하지만 걱정과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너무나 뜻밖의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믿기 어려웠지만, 그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다. 물론, 그녀도 호영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프러포즈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경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는 너무나 맑은 검은색이었다. 그녀는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주기로 했다.




 호영은 결혼하기 전에 상견례도 해야 하고 혼수도 준비해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하기에 앞서 먼저 외국으로 여행을 가자가 제안했고, 경미도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났다.


 경미는 호영과 데이트를 하고 먼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별 생각 없이 혼자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힐끔 힐끔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은 검은색 옷을 입고 모자까지 검은색으로 푹 눌러쓰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사람이었다.


 경미는 애써 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며 거의 도망가다시피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일을 며칠이나 더 겪게 되었고, 결국 그 일을 호영에게 말했다. 호영은 그러면 자기랑 같이 집에 가보자고 했고, 그들은 데이트를 끝마치고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호영과 함께 집으로 향하자 그 기분 나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경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어쩌면 자신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혼자서 집에 가자 또 다시 그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경미를 향해 손을 휘저으며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리며 경미를 향해 다가오려 했다. 검은색모자로 가려진 그의 얼굴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끔찍한 흉터가 있었다. 경미는 잔득 겁에 질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도망쳤다.


 그 다음날부터 경미는 한사도 호영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호영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기 전까지는 집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고, 그와 데이트를 하는 와중에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했다. 호영은 그런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가 지켜주겠다고 속삭였다. 경미는 이제 호영 없이는 못살게 된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경미는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미루어진 해외여행도 이제 2주일 정도 후면 출발하기로 했다. 그녀가 안정을 되찾고 1주일 정도 후였다. 그 날도 어김없이 호영과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호영이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급한 일이 생겼다며 어디론가 가 버렸고, 경미는 하는 수 없이 혼자서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지난번에 자신을 위협하던 그 사람이 집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서있었다. 경미는 덜컥 겁이 났지만 그래도 용기를 짜내어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봐요!! 도대체 왜 자꾸만 날 찾아오는 거죠?! 당신 경찰에 신고 할 거 에요!!”




“...저...저는 당신을 살려주려고 그러는 거 에요. 제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입고 있던 검은 옷을 벗었다. 경미는 그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지만,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사람이 여자였다는 점과 그 여자의 몸에 새겨진 끔찍한 흉터들 이었다. 그 여자의 얼굴에 새겨진 찢겨진 흉터들은 누군가에게 맞아서 생긴 것처럼 보였지만, 몸에 있는 흉터들은 누군가 그녀를 죽이기 위해 칼로 후벼 판 흔적처럼 보였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여자는 한쪽 눈마저 없는 상태였다.


 말 그대로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흉측한 몰골이었다. 검은 옷을 입고 있던 여자는 말했다.




“당신이 만나고 있는 그 호영이라는 남자는 인신 매매 범이 에요!! 저도 예전에 그 사람이랑 만나다가 그가 결혼하자고 했고, 결혼하기 전에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그 길로 그 남자일당에게 납치당했고, 저를 납치한 남자들은 저를 발가벗긴 채로 수술대 위에 묶어놓고 불법적인 시술로 저의 한쪽 눈을 빼내고, 가슴과 배를 갈러 간의 일부를 뜯어가고, 콩팥까지 때어가 버렸어요! 그들은 철저하게 제 몸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전부 다 갈취해 갔어요!!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제가 수술대에 묶여 마취제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섬뜩하게 생긴 칼로 내 몸을 후벼 파는 일당들에게 당하여 고통과 신음으로 몸부림 치고 있을 때 그가 냉소를 터트리며 했던 말을...”




‘아~ 못생긴 년이랑 놀아준다고 너무 힘들었어~’




“...당신도 저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그 남자랑 헤어지고 경찰에 신고하세요!! 안 그러면 당신도 저랑 똑같은 꼴이 될 거에요!!”




 그녀는 매우 절실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그리고는 홀연히 자취를 감쳤다. 경미는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혼란에 휩싸였다. 경미는 집에 오는 내내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호영에 대해 점점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도대체 어떻게 못생긴 자신에게 첫눈에 반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자신은 자신이 생각해도 절대 한눈에 반할 만큼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호영 말고는 단 한명의 남자에게도 눈길한번 받지 못했을 만큼 추녀였다. 그런데 어떻게 호영은 자신에게 한눈에 반할 수 있단 말인가... 현실적으로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을 지배하자 경미는 호영을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가 정말 끔찍한 흉터투성이인 몸으로 자신에게 그녀자신이 당한 일을 호소한 여자의 말대로 자신을 납치하여 몸속의 장기들을 빼다 팔아먹으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인신 매매 범인지 그게 아니라면 순수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뿐인 한명의 평범한 남자인지... 경미는 제발 그 여자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것 이길 기도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날이 되어 경미는 호영에게 전화를 걸어 그와 예전에 약속했던 해외여행약속을 취소하자고 했다. 호영은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느냐고 거듭 물어봤지만, 경미는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호영은 경미에게 다시 전화해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했고, 곧장 그녀의 집으로 찾아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그래?! 여행을 취소하자니?!”




 호영이 경미의 집을 찾아오자마자 꺼낸 이야기였다. 그런 그의 다급해 보이는 행동이 경미로 하여금 호영을 더욱 의심하게 만다는 계기가 되었다.




“오빠, 솔직하게 말해줘... 왜... 나를 사랑해?!”




 경미는 호영을 시험하기 위해 그렇게 물어보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제발 그가 인신 매매 범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뿐인 평범한 남자이기를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 그대로인 호영이기를 간절하게 바랬다.




“...그..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왜 너를 사랑 하냐고?!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  그냥 널 사랑하니까 사랑한다는 거지...”




 호영의 목소리는 약간 경직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경미의 눈길을 피했다. 극도로 긴장을 하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경미는 그런 호영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오빠 지금 거짓말 하고 있어, 당신... 인신 매매 범이지?! 당신이 팔아먹은 여자한테 이야기 다 들었어!! 어서 정체를 밝혀!!”




 경미는 어디서 났는지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내 호영에게 겨누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스프레이를 든 손은 떨리고 있었다. 호영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급격하게 표정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했다. 그는 입 꼬리를 한쪽만 올리며 비웃는 듯, 비릿한 미소를 만들었다. 그 미소에 경미는 눈앞이 깜깜해 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지금까지 봐온 그의 모습은 거짓이었다. 그녀를 속이기 위해 철저하게 그녀를 기만한 것이었다. 경미는 생각했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사람이... 그렇게 믿고 싶었던 사람이... 인신 매매 범이었다니... 정말 믿고 싶지 않아... 이건 꿈이야... 거짓말이야... 누가 그렇다고 이야기 해줘...


 일순간, 호영의 몸이 일렁이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곤 어느새 경미의 심장부에 칼이 꽂혀져 있었다. 이제 그녀는 정말로 눈앞이 깜깜해지는 고통을 느꼈다.




“퉤!!, 못 생긴 년이 눈치는 빨라 가지고...”




 호영은 심장부에 칼이 꽂혀진 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미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때마침 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호영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전화기 저편에서 아주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일은 어떻게 됐나...”




 호영은 한숨을 내쉬곤 담담하게 말했다.




“아, 실패했어, 아무래도 지난번에 죽이지 않은 년이 화근이 됐나봐, 덕분에 허탕만 쳤지.”




“...그런가...? 그 말은 이제 슬슬 ‘미끼’를 바꿔야 될 때가 됐단 이야기로군...”




“이, 이봐!! 그건 곤란하지!!! 이러지 말자고 한번 실수를 했을 뿐이야 난 아직 팔팔해!!”




“떡밥이 오래되면 물에 흐트러지는 법. 죽고 싶지 않다면 이 바닥을 떠나라 호영.”




 호영은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굉장히 당황스러워 했다. 아무리 일에 실패했다고 해도 자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다니,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호영은 이제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었다. 이제가지 해온 일이 이런 짓뿐이었는데 이제부터 무슨 짓으로 밥 벌어 먹고 살지 막막하기만 했다.




“자!! 잠깐만 기다려줘!!!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이미 ‘물고기’는 도망쳤다. 그럼 다시 보는 일 없길 바란다. ‘미끼’여.”




 전화기 저편에서는 이제 더 이상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일정한 신호음만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호영은 핸드폰을 집어 던지며 성질을 부렸다.




“젠장!!! 이 빌어먹을 년 때문에... 응?! 이 년 어디 갔... 컥!!”




 놀랍게도 죽었다고만 생각한 경미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게 호영에게 화가 되었다. 경미가 자신의 심장부에 꽂혀있던 칼을 뽑아 호영의 등에 찔러 넣은 것이었다. 이제 호영은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제 숨을 할딱거리며 죽어가고 있는 경미와 함께 저 세상으로 가게 되었으니까.




“자... 잠시 나마... 사랑... 했...어... 안녕.... 같이... 죽... 자...”




 이제 호영의 눈앞도 깜깜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