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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세단어]죽음

2007.03.04 18:14

영웅왕-룬- 조회 수:118 추천:2

extra_vars1 하늘, 마음 ,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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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방안에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의 마음은 방 바깥에 존재하는 하늘을 상상하곤 했지만, 창문도 출입구도 없는 그 방안에서 소년은 하늘을 볼 수도 빛을 쬐일 수도 없었다. 그 소년에게 친구라고는 매일같이 음식을 들고 좁은 쥐구멍으로 찾아오는 난쟁이가 전부였다. 소년은 절망하는 마음이 되어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방안을 바라보지 않고 내면의 마음으로 시계를 돌렸다. 초침이 돌아가듯 자연스럽게 들여다보여지는 그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내면이 처음에는 마치 강물에 떠있는 소금쟁이 처럼 잡기 힘들었으나, 점점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 어느정도 해답이 보이는 듯 했다. 어느 날 소년은 난쟁이에게 말했다.


-굉장해, 내가 스스로 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어!-


그 소리를 들은 난쟁이는 평소의 푸짐하고 넉살 좋던 표정을 뒤로하고 방금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지옥에서 솟아나온 듯한 귀신같은 모습으로 소년의 귀를 잡아끌었다. 소년의 고작 엄지손가락 만한 난쟁이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맹렬하게 소년의 귀를 끌어당겨서 마침내 소년의 귀가 신체의 일부에서 사체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한쪽 귀가 뜯기고 피가 솟구치는 광경에 이성이 마비된 소년은 극도로 아파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자신의 귀를 뜯고 씨익 웃으며 반대쪽 귀로 향하는 난쟁이의 행동에 공포에 질려버렸다. 그는 평소의 자신의 친구가 아니었다. 마치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온 저승사자 같았다. 크기는 저렇게나 작지만 소년의 공포에서 가질량을 얻게된 난쟁이는 마치 키가 하늘에라도 닿을 듯 소년보다 더욱 커졌다. 쑥쑥 자라나던 키는 마침내 방의 천장에 닿는 다고 생각하던 소년의 기대를 저버리고 계속해서 자라났다. 다만, 여전히 손은 난쟁이 일적 그대로. 그 괴기한 현상이 현실임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이 좁고 캄캄한 방이 그날은 그렇게 크고 거대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결국 나머지 귀 마저 거인이 된 난쟁이의 손에 뜯겼다.
그 후 거인은 다시 난쟁이로 돌아와서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주고는 쥐구멍을 통해 사라졌다. 하지만 소년은 쥐구멍으로 사라진 난쟁이가 사신같이 느껴져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밥 먹어.-


몇칠 후 난쟁이는 다시 찾아왔다. 음식물은 뭔지 모르게 삶아져 있었는데 귀가 떼어진 후로도 난쟁이의 목소리는 뇌수를 타고 전달되는 양 머리속을 윙윙 자극했다. 덕분에 의사소통에 아직 큰 문제는 없었고, 소년은 공포심에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먹었다.


아작-


무언가 씹는 소리가 울리고 소년은 익숙한 감촉과 흘러내리는 뜨뜻 미지근한 액체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런 빛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소년의 시계는 이미 그것을 보고 뇌로 전달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온몸이 흥분되며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 했다.


-아……아아아아악!!!!!!!!!!!!!!-


마침내 참지못하고 소년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나왔다. 속사포처럼 터져나오는 비명이 듣기 거북했는지 난쟁이는 어느새 소년의 몸을 타고 올라와서는 소년의 입가로 다가왔다. 그리고 다시한번 씨익 웃으며 손을 뻗었다.


부욱-


입술이 찢어졌다? 라고 생각한 순간 소년은 더이상 소리가 나오지 못하고 무언가에 막힌걸 깨달았다. 그런데 이 부욱 하는 소리는 뭐란 말인가? 재갈이라도 물렸다면 읍읍 이지만 이건 마치 입이 통째로 닫혀진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떼려고 해도 옴짝달싹 안하는 입술에 소년은 자신이 씹고 있던 한때는 자신의 귀였던 물건을 내던지고 피로 적셔진 입가를 닦으며 느껴지는 이질감을 느꼈다. 소년의 동공이 크게 한번 열렸다. 이 감촉. 그것은 바로 실이었다. 난쟁이는 자신이 느끼지도 못하는 찰나에 순식간에 입을 꿰매버린 것이다. 소년이 다시한번 시계의 초점을 난쟁이한테 맞추자 난쟁이의 손에는 약간의 노란색 실과 골무. 그리고 골무에 꽃혀있는 가느다란 바늘이 보였다. 그대로 소년은 기절했다.


-고통스럽니? 괴롭니? 내면을 들여다 봐! 네놈의 잘난 내면을!-


기절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깨어나려는 순간 난쟁이는 마치 모든걸 꿰뚫어 본다는 듯한 목소리로 켈켈 하고 웃어젖혔다. 내면을 보라고? 그래, 내면을 바라보면 이 모든것에서 해방될지도 몰라! 소년은 어렸고, 난쟁이의 말에 어느새 충실하게 따랐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마음은 굳게 닫혀 더이상 열리지 않았고, 소년은 당황스러웠다. 얼마전만 해도 들여다 보는게 조금씩 가능한 내면이 마치 두꺼운 철문처럼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안보이니? 크하하하! 그렇다면 예전처럼 꿈꾸던 하늘을 상상해보려무나.-


난쟁이의 광소에 소년은 겁에 질리면서도 내면이 열리지 않자 포기하고는 하늘을 상상했다. 그렇지만 이번엔 하늘색의 바탕 위에 떠오른 뭉게구름은 온데간데 없고 괴물이 나타나며 하늘이 무너지는 상상이 나타나 소년은 기겁하며 상상을 그만두었다. 코로만 숨을 몰아쉬던 소년의 몸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어때? 네놈이 상상하는 하늘은 멋진곳인가? 네놈이 상상하는 내면은 멋진곳인가? 네놈이 바라보고 있는 이 세상은 멋진곳인가? 네놈의 시계는 이미 정지해있어. 더이상 돌아가지 않는 초침에 매달려서 말이야!-


난쟁이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소년에게 하늘은 더이상 멋진 곳이 아니었다. 악마와 괴물이 튀어나오고 붕괴되는 그런 곳은 두번다시 상상하기도 싫었다. 내면 또한 두껍고 차가운 철문으로 닫혀있었다. 그가 상상한 따스한 빛을 발하는 내면이 아니었다. 접근하기도 싫어졌다. 이 세상은 언젠가 편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부모님의 잔소리. 세상에서의 살아가는 나날. 그런 것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공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마치 어디선가 괴물의 촉수가 혀를 날름 거리며 자신의 몸을 곧장이라도 부셔버릴 것 같았다. 어둠컴컴 해서 자신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난쟁이는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초침은 돌아가지 않는다? 확실히 소년이 이곳에서 있은지 꽤 되었지만 시간이 흘렀단 느낌을 받지 못했다. 단순히 배고프면 밥을 가져오니까 그래도 시간이 흐르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소년은 흐느꼈다. 그러면서 점점 어둠속에 동화되듯 자신의 색을 잃어갔다. 빛이없어도 보이던 것들이 차츰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뚱아리도. 그걸 보고 소년은 다시한번 절규하며 통곡했다. 마침내 소년이 사라졌다. 비명과 절규의 통곡도 사라졌다. 소년이 있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난쟁이는 희미하게 웃었다. 마치 사신과도 같은 그 웃음에는 진득한 무언가가 베어나오고 있었다.


-자, 오늘은 누굴 먹으러 가볼까.-


난쟁이는 더이상 난쟁이가 아니었다. 어둠컴컴한 공간은 어느새 흰백색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고, 난쟁이라고 추정되던 것은 검은 안개로 변해 쥐구멍으로 쏘옥 하고 들어갔다. 아니, 검은 안개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의 흰백색 공간을 채우던 어둠 그 자체였다.


-조심하지 않으면 어둠에 먹혀버리지~나와 놀자. 나와 놀자.-


장송곡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로 크크큭 하며 어둠은 사라져갔다. 흰 공간은 여전히 흰 공간이었다.


#


"진현아! 진현아!"
"죄송합니다 부인……면목이 없습니다."
"진현아! 진현아!!!!!"
"여보, 이제 그만둬. 진현인 분명 좋은 세상으로 갔을 거야."
"으아아앙아아아!!!!!"


길고 기다란 통로의 의자에 앉아있던 부인은 들것에 실려나오는 한명의 환자를 보면서 절규했다. 그녀의 옆에 있던 남자 또한 슬픔의 빛을 감추지 못한 채 부인을 위로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40대 초반의 남자는 절망의 빛을 드리우며 수술실에서 실려나가는 환자를…아니, 시체를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그는 의사였고, 수술 도중 실수로 두 귀를 잘랐고, 마취가 풀려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막기 위해 입을 꿰멨다. 마치 괴물 과도 같은 그 형상. 결국 진현이는 수술 도중 어이없게도 과다출혈로 죽고 말았다.하지만 의사는 미안하다는 말을 흐리면서도 연신 입가로는 웃고 있었다. 케케켁 거리며 웃었다. 아무도 없어지자 그는 더욱 크게 웃었다. 영안실로 안치되기 위해 가는 진현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한가지 익숙한 노래를 불렀다.


"조심하지 않으면 어둠에 먹혀버리지-나와놀자. 나와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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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쉐. 적어도 참가상은 노릴 수 있다..30분만에 써버리고 퇴고한번 안거친 작품..올렸습니다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