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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기묘한이야기]비상구

2008.01.01 20:19

엑스트라 조회 수: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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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모두들 빨리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영상기가 터지면서 생긴 불이 극장가 이곳저곳을 태우고 있습니다.”


거짓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는 목소리가 강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러자 이리저리 사람들의 함성으로 극장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다들 놀란 눈치였다. 아까 전부터 비상벨소리는 울렸으나, 그들은 설마하니 진짜로 불이 났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던 모양이었다. 막상 처하고 나니 어지간히 대처를 못했다. 그것을 빤히 두고 보다가는 큰일이 날 것을 알았기 때문인가. 소란을 바로잡기 위해서 그 극장의 종업원처럼 보이는 아가씨가 나타나 그들을 제지했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아직까지는 불이 크게 난 것은 아닙니다. 지금이라면 천천히 질서정연하게 간다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종업원처럼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차분함 이상으로 차가움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찌됐든 간에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말소리도 그렇고 듣고 보면 딱히 이곳 말고는 소란이 일어난 곳도 없다고 느껴졌다. 종업원은 사람들을 이끌었다. 사람들은 그를 따랐다.


당연한 이야기다.




모두가 비상구라고 써진 문 앞에 줄줄이 서있다. 아까 전부터 불이 났다고 하는데 정말로 난건지 모를 정도로 다들 차분해보였다. 아마도 그 종업원의 영향이 큰 것이 아닐까 싶다.


여종업원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 앞에서 크게 소리쳤다.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아무런 일도 없이 이렇게 안전하게 비상구까지 도착했습니다. 이제 안심입니다. 이곳으로 빠져나가기만 하면, 산겁니다.”


모두가 그 말에 긴장감이 싸악 풀린 모양이었다. 안정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나, 둘, 그 비상구로 들어갔다. 달리는 사람이 표지판에 새겨진 그 비상구로...




“이게 어찌된 일인가?”


경찰서장이 강하게 책상을 내치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다가 생각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동료들도 조금은 멍청하다고 할 정도의 표정으로 멍하게 있었다.


그러다가 그 중 한명이 벌떡 자리에 일어섰다. 경찰에서 요즘 가장 인정받는 엘리트였다.


“보고 그대로입니다. 사라졌습니다. 극장에 있었을 거라고 추정되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사건을 증발이라고 한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수가 증발해 버린 걸까.


그리고 무슨 이유로 증발해버린 걸까. 아는 사람은 단 한명, 아니, 단한명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