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기묘한이야기]환각

2007.12.31 20:31

엑스트라 조회 수:454 추천:3

extra_vars1 124212-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환각 

 


“우어어어!!! 도망쳐야해! 괴물이 와! 괴물이!”


한 남자가 하얀색의 병원 옷을 입은 체 복도를 활보하며 그렇게 악을 질러 됐다. 어제 처음으로 만난 환자였다. ‘정신병원’이란 무서운 곳이라는 환상을 깨준 사람이었다. 친절하게 미소를 지어 주었었다. 그런데


“도망쳐야해!!! 도망쳐!!! 괴물이와!!! 동굴동굴한 알사탕이 오고 있어!!!”


지금은 무슨 소린지도 모르는 소리를 내뱉고 있다. 마치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만 한다는 것처럼 그렇게 모두가 들릴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소리 지르고 있다.




“젠장! 한동안 조용하나 했더니!”


원장과 동료의사들이 몇 명이 나타났다. 이렇게나 큰 소란이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어이, 애송이! 뭐하고 있어? 눈앞에서 구경이나 하고? 가서 말려야 할 것 아니야! 저 미친놈을!”


어제 처음 온 나보다 2년인가 더 근무했다고 은근히 까부는 선배나부랭이가 눈을 부릅뜨고 내게 말했다. 분명 나의 일은 환자를 돌보는 것이다. 이것도 그 일중의 하나다. 역시 일어나서 잡는데 도움이 돼야겠지. 그 때가 돼서야 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역시 잡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좀 더 듣고 싶었다.




잡는 일은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금방 일은 마무리가 됐고 그는 자기방안 침대에 묶이게 됐다. 그러나 일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 가지 더 큰 문제, 방에 들어가 있어야 할 환자가 방에 나올 수 있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 일도 금방 마무리 됐다. 누구도 그런 사실은 없다고 했고, 그렇다고 특별히 일을 일으킨 사실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원장은 결과주의자로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별 문제가 없었으니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대장이 그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도 다른 말은 못했다.




난 그 난리를 친 환자에게로 갔다. 내 담당이기도 하고 오늘의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이 끝난 직후 바로 대면했다. 환자는 아직 마취약의 효과가 남아 있는지 힘이 없어보였다.


“도대체, 자네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란을 피웠지?”


심문하는 투로 내가 물었다.


“사실을 알려주려고요. 사실을!”


헐떡이며 그 환자는 말했다.


“무슨 사실? 네가 본 허상?”


“허상이 아니에요! 그건 사실이라고요!”


“사실이라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아! 이 말에 화가 난 모양이다. 눈을 부릅뜨고 날 쳐다보고 있다. 그러더니


“당신들은 항상 그러죠.”


라고 체념한 듯 말한다.


“무슨 소린가?”


“무슨 소리인지, 확실히 말해드리죠. 당신들은 말이에요. 항상 자신의 상식에 어긋나거나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에서 벗어나거나 자신들의 꿈에서 벗어나거나 하지 못하게 자신들의 현실을 지키려고만 해요.”


“뭐야?”


“당신들이 잘 하는 것들. 우리는 잘 못할지 몰라요. 그러나 우리는 그 대신에 얻은 것이 있어요. 장님은 눈이 안 보이는 대신 귀가 발달하듯이 우리는 당신들이 발달한 것과는 다른 것이 발달해 있어요. 모두가 그래요. 어느 쪽이 발달하면 어느 쪽은 발달하기 마련이에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듣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 어느새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 이것보세요! 뉴스에서 그 녀석들이 나왔어요!”


그 녀석들, 자칭 우리가 외계인이라고 불리는 그 녀석들이 사정없이 사람들을 손가락하나로 박살내는 것이 보인다.


“역시 있구나. 하하하...”


웃으며 나는 말했다.


“네?”


“있잖아. 정말. 동굴동굴한 사탕”


그 문을 열어 준건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