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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강원도 곡월면(曲月面) -밤이 왔으니 거울을 돌리라(2)

2007.08.12 05:34

크리켓≪GURY≫ 조회 수:503 추천:3

extra_vars1 광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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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8월 12일 오후 4시


 


 


 "아! 비온다."


 


 "이런, 비를 피할 곳도 없는데..."


 


 주연의 말을 따라 지름길로 간 그들은 만들어져 있는 길이 전혀 없고 완전 숲 지대를 건너 지나야 했다. 주연은 이렇게 힘든 길을 가게 만들어서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뒤에 있었다. 거기다가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비 까지 내리니 시야는 어둡고 좁아져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소나기인가? 빗발이 점점 심해져."


 


 "장마인가 본데..."


 


 그들이 있는 곳은 나무로 우거지고 수풀이 허리까지 덮을 정도로 어지러운 곳이 었다.


 


 "주연아. 일단 이렇게 라고 하고 있어."


 


 인규는 짐에서 비옷을 꺼내어 주연에게 주었다. 주연은 망설이며 말하였다.


 


 "하지만 인규 오빠와 석중이는..."


 


 "하하. 괜찮아. 비 정도야 뭐. 그렇지 않아?"


 


 인규는 기어코 주연에게 비옷을 주었다. 인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석중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왜 그래 석중아?"


 


 석중은 멍하게 서 있었다. 인규가 천천히 다가가자 석중은 자세를 약간 구부정하게 하더니 손을 올려 눈 위에 대었다.


 


 "형님. 저거 집 아닙니까?"


 


 "무슨 말이야? 여기에 왠 집이 있다고..."


 


 "음... 제가 보기에도 집 같은데요?"


 


 비옷을 차려 입은 주연이 석중의 옆에 붙어서 석중이 보는 곳을 따라 보았다. 안개 같이 희뿌옇게 흐린 저 멀리에 무언가가 보였다.


 


 "정상에서도 집은 보지 못했어."


 


 "형님. 일단 저기까지는 가보죠. 집 이던 아니던 어차피 본전 아닙니까?"


 


 석중은 한 발 나아가며 말하였다. 인규는 주연이도 가자고 하고 석중 또한 집이 보인다고 하기에 가자고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좋아. 일단 저기 까지 가보자. 안돼면 구조 신호라도 보내야지."


 


 그들이 있는 곳은 이상하게도 휴대폰의 통신이 가능한 지역이 아니었다. 요즘 거의 모든 산에서 통화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규는 휴대폰을 꺼내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역시나 안되는지 주머니 속에 쑤셔 넣고 집으로 보이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가 지름길은 맞을까?"


 


 "그 할아버지 말씀으론 오래전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하는 데요?"


 


 "그런데 지금은..."


 


 길이란 보이지 않는 곳을 석중은 둘러보았다. 하늘엔 검은 먹구름이 가득 끼어 차갑게 비를 떨어 뜨리고 있었다. 그들이 집 쪽으로 걸어가면 갈수록 집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아주 초라하고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롭지만 비를 피할 수 있어 보였다. 4개의 큰 나무 사이에 위치한 집은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 않았다. 길 조차 사라진 곳에 있는 집은 벽돌로 만들어진 집이었다. 석중은 먼저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인규가 석중의 등을 치며 말하였다.


 


 "사람은 없을꺼야."


 


 "그렇겠죠?"


 


 석중은 집이 무너질까 걱정스러워(그만큼 집은 컸지만 위태로워 보였다.)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밖의 외형과는 다르게 안은 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지하실의 창고와 같이 싸늘한 공기가 밖으로 나와 3명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석중은 흠칫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창문이 밖을 보여주고 있었고 한 쪽 벽에는 거울이 하나 걸어져 있었다. 그들은 일단 구석 쪽에 짐을 풀어놓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인규의 옆에 주연이 앉았는데, 인규는 주연이 몸을 떠는 것을 느끼고 말했다.


 


 "추워?"


 


 "괘...괜찮아요."


 


 인규와 석중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인규는 석중에게 어떻게 할지 물어보았고 석중은 아 하는 표정으로 짐을 뒤적였다.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침낭이 있었다. 인규는 놀랬다는 표정으로 석중을 보고 말했다.


 


 "너 이런 것도 가지고 다녀?"


 


 "옛날에 부모님이 등산 할 때마다 챙겨주시니, 요즘엔 없으니까 허전해서요."


 


 인규는 끄덕이고 침낭을 주연에게 주었다.


 


 "비옷을 벗고 여기 들어가서 푹 잠이나 자둬."


 


 "하지만 오빠랑..."


 


 "괜찮아. 괜찮다니까..."


 


 인규는 불편해 하는 표정의 주연을 억지로 침낭속에 넣었다.


 


 - 콰과광!


 


 밖에서 천둥번개가 크게 쳤다. 주연은 비명을 지르며 침낭속에 쏙 들어갔고 인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갔다. 석중은 자연스럽게 주연의 옆에 붙어 앉아 주연을 살폈다.


 


 "형님과 내가 있으니까 무서워 하지 말고 잠을 자둬. 그래야 비가 그치면 쉽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인규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고 있었다. 끊임없이 천둥번개가 내려쳤고 비는 폭포수 처럼 떨어졌다. 그러다 돌아서서 주연에게 갈려고 할 때 멀리에 무언가가 보였다. 인규는 그곳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고 곧 석중을 불렀다.


 


 "저거... 집 아냐?"


 


 "어... 그렇게 보이는 데요?"


 


 인규는 바깥 풍경을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혹시 여기 마을 아닐까? 지금은 이렇게 숲으로 덮혀 버렸지만 말이야."


 


 "에이... 설마요. 저게 집이라고 확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인규는 석중이의 얼굴을 잠시 서서 보다가 주연의 옆에 걸어가 주연이 벗어 놓은 비옷을 자신이 입었다. 석중은 인규가 무슨 짓을 할 지 알아 차리고는 인규의 행동을 만류하였다.


 


 "형님! 그냥 여기 계세요."


 


 "저기 까지만 갔다 올게. 창문을 통해 보이잖아?"


 


인규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황급히 나갔다. 석중은 창문에 붙어서 인규가 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인규가 몇 발자국 채 가지도 않았는데 희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져 더이상 석중이 보지 못했다. 석중은 흠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주연의 옆에 가서 앉았다. 주연은 아직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 석중이 잠을 자지 않는 주연에게 말했다.


 


 "푹 자두라니까?"


 


 "괜찮아... 피곤하진 않아. 그냥 좀 추웠을 뿐이야. 지금은 괜찮아..."


 


 "어쨋든... 푹 쉬어."


 


 "응..."


 


 


 


 


 인규는 무심코 뒤로 돌아 보았을 때,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닌데 벌써 부터 집이 흐릿해 진다고 느꼈다. 안개가 잔뜩 끼인 것이다. 인규는, 마침 바람이 휙 불어 벗겨진 비옷의 모자를 다시 쓰고 앞으로 돌아보았다. 그러자 큰 나무만 어렴풋이 보이고 그 이상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에 당황했다. 인규는 앞에 손을 천천히 휘저으며 천천히 나아갔다.


 


 -우루루루...


 


 천천히 걸어가다가 오른 발이 쑥 빠지는 것에 놀라며 막 팔을 휘저었다. 인규는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왼손에 차갑고 딱딱한 것이 만져져 놀라며 엎어졌다. 황급히 일어나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벽돌이었다. 인규는 지금 어느 집의 옆에 서 있는 것이다.


 


 "역시... 이곳은 마을인가 보군..."


 


 순간 안개가 확 개이며 시야가 조금 밝아졌다. 꽤 걸어 왔는지 석중과 주연이 있는 곳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가 밑으로 떨어질 뻔 한 곳을 볼 수 있었다. 절벽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작은 언덕이었다. 그리고 그 언덕 밑에는 인규가 있는 곳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어지럽게 자라있었고 2채의 집이 더 보였다.


 


 "그런데 왜 이런 곳이 있었다는 걸 모르지?"


 


 마을이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끼이이...


 


 인규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어디선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규는 벽을 짚으며 한 모퉁이를 돌아갔고 그곳에는 마치 인규를 맞이하는 듯이 열려있는 문이 있었다. 나무를 기둥으로 하고 제멋대로 박아넣은 철판문이었다. 인규는 집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 컴컴한 그곳에 인규는 어둠에 친숙해 지게 가만히 서있었다.


 


 -콰과광!


 


 천둥 번개가 치고 그 빛에 의해 인규가 있는 방이 잠깐 밝아졌다. 인규는 그 잠깐 동안에 작은 책상과 그 위에 놓여져 있는 라디오를 발견했다. 인규는 나중에 날이 밝으면 다시 와보자 하고 집을 나갔다. 안개 때문에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길은 대략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서 석중과 주연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학학학..."


 


 인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인규가 나왔던 집 옆에 작고 은 무언가가 꿈틀 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다가오는 검은 무언가는 마침내 인규 앞에 보여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개였다.


 


 "학학... 크르릉... 학학학..."


 


 오른쪽 앞다리를 심하게 절고 꼬리는 축 쳐져 있었다. 두 눈은 따로 놀고 있었으며 머리가 향한 방향도 기이했다. 앞으로 걸어가기 위해 앞다리로 몇 번이나 휘저었지만 처참하게 풀썩 하고 쓰러졌다.


 


 "학학학..."


 


 개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듯 부르르 떨며 온 몸과 다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인규는 침을 꿀꺽 삼키고 개를 쳐다보았다. 개의 배는 볼록하였고 절고 있던 다리는 무언가가 삐쭉 하고 뛰어나와 있었다. 침은 질질 흘러 땅을 적시고 있었다. TV에서 보던 광견병인 것 같았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인규의 시선이 올라가 개의 눈을 스쳐 지나갔다. 개의 검은 눈 동자는 빙글 빙글 돌고 있었다. 인규가 조용히 숨을 쉬자 개의 눈동자는 갑자기 멈추었고 천천히 내려와 인규를 쳐다보았다. 인규 또한 개와 눈이 마주쳤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크르릉! 쿠와!"


 


 개가 발작하듯이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처음엔 땅을 기듯이 다가 왔지만 어느 순간 일어나 달려 오고 있었다. 물론 다리 한 쪽이 비정상이기 때문에 오는 내내 몇번이나 넘어졌지만 결국 인규의 앞까지 다가와 달려들었다.


 


 -퍽!


 


 인규는 놀라며 다리로 개를 차버렸다. 그 개는 소름끼치게도 고통의 비명소리 조차 내지 않고 그대로 날아가 근처에 나무에 부딫혀서 떨어졌다. 인규는 개에게 다가가 내려다 보았다. 마치 날카로운 것으로 벤 것 같이 배 쪽에는 긴 선이 남아있었고 개가 몇번 움찔 거리자 그 사이로 피가 흘러 나오며 내용물이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인규는 도저히 보지 못하여 뒤로 돌았다. 그 때문에 그는 보지 못하였다. 검은 개가 피까지 검게 물들어가고 있는 것을 말이다. 인규는 아까의 일을 생각하며 불편한 듯 인상을 지으며 다시 석중과 주연이 있는 집으로 걸어갔다.


 


 "꺄아아악!"


 


 인규는 휘둥그래진 눈으로 발을 멈추었다. 주연의 목소리였다. 인규는 위험한 것을 무릅쓰고 온 몸에 힘을 내어 뛰어갔다. 인규가 지나간 곳. 그곳은 검은 안개가 천천히 꾸물꾸물 올라와 가려졌다. 그리고 곧 주변의 안개와 같이 하얗게, 흐리게 변했다.


 


 


 


 -딸랑. 딸랑.


 


 언덕에서는 무언가가 올라 오고 있었다.


 


 -휘익. 휘익.


 


 휘파람 소리를 내고 작은 막대기 끝에 달린 알록달록한 색의 천들을 흔들면서... 인규가 뛰어간 곳을 향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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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인간은 없었다....


 


By The Cre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