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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강원도 곡월면(曲月面) - 밤이 왔으니 거울을 돌리라(1)

2007.08.08 09:01

크리켓≪GURY≫ 조회 수:575 추천:3

extra_vars1 점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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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8월 12일. 오전 11시


 


 


 


 "에구 더워라. 아니 형님. 왜 이곳을 올라오자고 했습니까?"


 


 "조금만 참아라. 곧 정상이니까."


 


 "그냥 내려가면 될 것을. 이 더운 여름날에 왜 완등을 하는 겁니까?"


 


 "땀 흘리고 좋잖아?"


 


 "허이구. 아침 부터 이게 무슨 고생이야."


 


 남자는 투덜 거리며 천천히 산을 올라갔다. 정상에 가까워 지는 지는 모르지만 잠깐 쉴까하고 멈춰 선 곳에서 바라보니 온통 산지 밖에 없었다. 흐릿하게 나마 멀리 양양군이 보이는 이 산의 이름은 점봉산이었다. 산악 동호회 회원으로 몇번 만나게 되었다가 형, 동생 하고 지내게 될 정도로 가까워진 인규와 석중이 산에 오르게 된 이유는 사실 다른 것에 있었다. 같은 산악 동호회에 있는 주연이라는 여자를 속된 말로 꼬시기 위해서 아름다운 폭포를 찾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주연의 집이 양양군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가깝지만 가보지 못한 산이 점봉산이라는 것 까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특히 인규는-점봉산의 용소폭포에서 이벤트 준비를 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일주일간 점봉산의 용소폭포에 들리며 이벤트 연습을 하고 내려왔는데, 오늘은 그냥 내려가는게 아니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인규 형님. 그건 그렇구, 주연이 꼬시고 난 뒤엔 한턱 크게 쏘는거 잊지 마십시오."


 


 "걱정마라. 내가 그런것 까지 잊어버리게?"


 


 "옛날에 몇 번 당해봐서 그럽니다. 내가 밤 세워서 준비해줬는데 입 싹 닦고 나르더군요. 허참."


 


 "알았다. 걱정마라니까. 니가 원하는 곳에다가 2차 까지 쏘마."


 


 "와우. 2차는 기대 안했는데. 고맙수."


 


 그리고 그들은 다시 천천히 산을 올랐다.


 


 "저기 보이냐? 저 바위 뒤가 정상이다."


 


 "안보이는 데요?"


 


 "머리는 들고 봐!"


 


 석중은 한숨을 내 쉬고 힘겹게 얼굴을 들었다. 가까운 곳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다.


 


 "인규 형님. 점심은요?"


 


 "난 없어."


 


 "네? 나도 없어요!"


 


 "뭐? 아 이런, 젠장. 너 말대로 그냥 내려갈걸 그랬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내려가기에는 너무 높은 곳 까지 올라와 버린 상태였다. 1분만 더 오르면 정상에 밟게 되는 곳이니 그들은 허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안되겠다. 오르고 난 뒤에 바람 몇번 쐬고 바로 내려가자."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맴 돌았다. 바람이 귀 밑에까지 스쳐 지나가자 그 시원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멀리서 양양군이 희미하게 보이고 푸른 색으로 도배된 것 같이 아름다운 산들이 주위를 풍경으로 서있었다. 바야흐로 그들은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정상에서의 바람은 시원하였다. 그 오르기 까지의 더위는 사라지고 피곤함과 배고픔을 잊어버릴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들은 멀리 보기도 하고 주위 경치를 구경하기도 했지만 곧 배고픔이 현실로 찾아왔다. 그들은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배를 만졌고 한숨을 쉬고 내려 갈 준비를 하였다.


 


 "어? 선배?"


 


 석중과 인규는 깜짝놀라 뒤로 돌아보았다. 인규와 석중이 준비해 놓은 이벤트의 대상자다. 주연은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여긴 왠일이에요? 이런 곳에 만날 줄이야."


 


 "그... 그 보다 넌 왠일이야?"


 


 주연은 쑥스럽게 웃으며 그들이 올라온 길 쪽으로 손가락을 가르켰다. 그 쪽엔 용소폭포가 있는 방향이었다.


 


 "산도 오를 겸, 폭포에서 쉴 겸해서 왔죠. 아니, 그냥 놀러 왔어요. 집에서 가까우니까요."


 


 "그... 그럼 폭포도 가봤어?"


 


 "네. 십이폭포랑 용소폭포 둘 다 가봤어요."


 


 인규는 좌절하였고 석중은 속으로 낄낄 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석중의 모습은 속으로 웃는 것이 드러나서 얼굴에 보여졌기 때문에 주연은 의아하며 석중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인규는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석중은 하하 하고 웃으며 인규에게 어깨 동무를 하였고 말하였다.


 


 "괜찮아요. 사실 준비한게 많았거든요. 하하하."


 


 인규는 주연 모르게 등을 세게 후려 쳤지만 석중은 몸이 우람했기 때문에 아파하는 기색이 없었다. 주연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갑자기 인규의 배에서 나는 소리에 입을 열다가 멈추었다.


 


 -꼬르륵.


 


 인규는 자기가 한 없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였다. 석중이 어깨 동무를 풀자 석중의 배에서도 같은 소리가 났다. 주연은 당황하며 말하였다.


 


 "점심 안 드셨어요?"


 


 "하하... 안 싸왔더라구."


 


 주연은 인규와 석중의 팔을 잡고 끌며 말하였다.


 


 "그럼 같이 점심 먹어요."


 


 "아니야, 됐어. 너도 먹어야 하잖아."


 


 "사실 오늘 너무 많이 싸와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랐거든요. 같이 먹으도 될 것 같아요."


 


 "그... 그런가? 그럼 뭐..."


 


 인규는 석중의 짐에서 돗자리를 꺼내어 폈고 3명은 돗자리에 앉아서 점심 도시락을 열었다. 정말로 여자가 먹기에는 너무나 많은 양이 있었다. 물론 밥 뿐만 아니라 종류별로 여러가지의 반찬들이 있었다. 그들은 도시락을 먹으며 이제 까지와는 다른 느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듯 그들의 눈에는 이상한 점이 눈에 띄였다.


 


 "흐음... 왜 사람들이 모두 혼자지? 보통 등산을 혼자 오지는 않잔아."


 


 "운동왔을 수도 있죠."


 


 "야. 운동 하러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이 어디있냐?"


 


 또한 그들은 말도 없었다. 정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호 하는 목소리도 없었고 그에 따라 잔잔하게 울려오는 메아리도 없었다. 순간 그들은 시원한 바람이 싸늘한 바람으로 변함을 느끼고 몸을 가볍게 떨었다.


 


 "주연아. 오늘 별로 날이 안좋다. 빨리 먹고 내려가자."


 


 "그래요. 제가 생각해도 오늘은 너무 이상해요."


 


 "어이 춥다. 형님은 안춥습니까?"


 


 그들은 다시 서로 이야기를 하며 집중해 들어갔고 도시락의 밥도 천천히 없어져갔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은 어슬어슬 거리며 돌아다녔다.


 


 "제가 올 때 지름길을 봐뒀거든요."


 


 "지름길? 이런 곳에 왠 지름길?"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 너무 둘러서 가는 길이라 쫌더 빠른 길은 없을까 하고 찾아봤거든요. 험하긴 하지만 한 곳이 있더라구요. 이곳을 자주 오르시는 할아버지 덕분이 아니었다면 그런 곳은 찾지도 못했을 걸요."


 


 "좋아. 그쪽으로 내려가자."


 


 그들은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작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 황급히 짐을 정리하고 그들이 올라온 길과는 반댓길로 내려갔다.


 


 


 


 그들이 정상에서 내려 간 얼마 뒤. 그들이 보지 못한 작은 바위 뒤쪽에는 쓰러져 있는 표지판이 있었다.


 


 - 5일 전에 발생한 산불로 출입을 금합니다.


 


 정상은 빠르게 시들어갔고 사람들은 먼지같이 사라졌다. 표지판은 그을린 모습으로 정상 한 가운데에 우뚝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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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짐을 되살리는 자


 


By the cre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