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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기묘한이야기]도플갱어

2008.02.17 04:58

엑스트라 조회 수:51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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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느낀 게 큰 것이 하나 있다. 그건 세상엔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니 이봐, 잠깐. 그게 정말로 일반화될 수 있는 진리야? 어떤 천재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논리라는 걸로 모든 일을 해명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렇게도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에 정말로 논리로 모든 일을 해결해버릴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논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논리랑은 다른 좀 더 높은 언어로 정의하는 게 맞겠다. 그러니까 굳이 가장 근접하게 표현한다면, 그건 일종의 신력(神力)이다. 그리고 바로 그 신력을 가진 존재는 천재가 아니라 신이다. 그러니까 요약해서 말하면, 논리라는 건 어디까지나 한계를 가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이고 그러한 논리는 신이 아닌 인간의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논리라는 것뿐만 이아니라 모든 용어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의미가 내포되곤 한다. 이건 좀 내용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완벽하지 않은 인간에게 나온 작품은 어디까지나 완벽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말이 이래저래 얽혀서 여러분들이 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쯤 해두고 나는 여러분과 함께 약간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한다. 그럼 들어가 보자. 기묘한 이야기 속으로...




도플갱어




푸른 하늘, 밝은 태양, 적당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 누구라도 이러한 날씨에는 가슴을 쫙 피고 하늘이라도 날듯이 싱글벙글 할만도 싶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아침부터 기운이 다 빠져 시체같이 핼쑥한 얼굴로 계란을 씹는 사람이 보인다. 그저 씹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눈은 명태눈처럼 동그랗게 뜨고 코를 벌렁거리며 입 운동을 한다. 단순히 씹을 뿐이다. 표정에 맛을 음미하는 느낌이라든가 감촉을 느끼려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그저 가위가 폈다가 오므린 것처럼 턱을 상하로 움직이고 있다. 기계처럼 턱으로 분쇄하고 꿀꺽 삼킨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어서 아직 뜨거워 김이 오르는 밥 위에 올린다. 그후 아까전과 같이 김치를 씹는다. 눈은 명태눈처럼 동그랗게 뜨고 코를 벌렁거리며 다시 입 운동을 시작한다. 거기에 의미란 별로 없어 보이고 물론 즐거움같은 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살기위해서 먹는다. 그 외의 의미란 그에게 존재하지 않는 건 같다. 아니 이 인간은 아주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저 엄마가 줬다. 그래서 먹는다. 단순히 자신의 의지랑은 상관같이 그저 주니까 먹는다. 주니까 먹어버린다. 그런 결함을 가진 걸로 보인다. 의지란 전혀 없다. 그저 존재하니까 존재하는 존재물이다. 꺼억~ 밥을 다 먹고 나서 자리에 일어난다. 시계를 본다. 단조로운 모양새를 가진 전자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 있어도 너무 있어서 한숨자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역시 무리다. 아무래도 무리다. 자려고 해도 엄마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방을 멘다. 가방을 어깨에 짊어진다. 그리고 그때서야 그는 뭔가 만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마치 잃어버린 심장을 찾아내기라도 한 듯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금세 표정은 딱딱한 인형과 같이 굳어졌다. 진짜 별 수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인사는 한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 오거라 그건 마치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지만, 느낌은 와 닿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면, 전부가 문제랄까. 안심한다. 규칙화된 패턴 그밖에 행동은 예전에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에 와서는 엄청난 모험이다. 그는 황토색의 손으로 문고리를 집는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니, 어서 빨리 돌려버리고 나가야겠다. 무의식중에 그는 그리 생각한 듯 재빨리 돌려 재낀다. 그런데 그때 뜻밖의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의 불규칙적인 헛소리였다. 아, 그러고 보니 인간아. 어제는 왜 화장실 불을 키고 끄지 않았어?전기세가 나가니까 항상 잘 점검하라고 했잖니? 에?무슨소리세요?저는 어제 마지막으로 화장실가고 나서 불을 확실히 끄고 갔는데요? 어머,애좀봐 그러면 대체 누가 불을 키고 안껐다는 거니?너지너 너말고 또 누가 있니, 너처럼 정신없이 사니까 지구가 문제인거니 네?네?네?무슨소리세요.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에요? 그런거니?아무튼 좀힘든거니?  그걸로 그들의 대화는 끝이었다. 소년은 엄마의 이상한 행동에 진저리를 내며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엄마는 항상 이상하다. 아니, 애초에 인간이란게 이상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인간의 습관적 행동에 위배돼도 너무 위배돼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 원래부터 엄마와 자신과의 사이가 안 좋다는 걸 감안 해봐도 너무 심했다. 이번에 엄마는 엄마가 아닌 엄마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소년은 학교에 갔다. 학교가 아니라 이곳은 감옥이지. 교실에 이르자 소년은 푸념처럼 말했다. 어쩌면 그건 진리일지도 아니면 역시나 헛소리일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수업이 시작된다. 그에게 있어선 이미 세계는 아수라로 바뀐다.


딩동됭동~ 경쾌한 소리가 들리더니, 와아아아아~ 하는 함성소리가 어디선가 터져나온다. 그거야 어찌됐든 쉬는 시간이다. 소년은 자리에 앉아서 그 동태같은 눈갈로 주위를 휘리릭 돌아본다. 먹이를 찾는 듯 보이는 게 진짜 동태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돌아오자 그 동태같은 눈을 그 사람에게 맞춘다. 놀랐다. 소년은 말한다. 무슨 일이야?라고 그러자 그녀석 갑자기 손을 그 소년의 목에 두른다. 그리고 코를 씩씩거리며 열을 낸다. 누가 봐도 화난 사람이다.  야 이새끼가 누굴 바보로 아나.개자식이. 대변좀 싸는데, 물을 끼얹어? 배짱한번좋더구나?이개새끼 그러더니 무작정 책상에 소년을 냅다 던져 버린다. 꽈르르르~ 볼링장에서나 들을법한 소리가 들린다. 아프지만, 소년은 몸을 일으키고 해명한다. 무무슨소리야 난 몰라. 난 화장실에 간적도 없고 난 여기 있었어. 정말이라고!!! 그래도 이개자식이!!! 꽈르르르르르~ 책상사이로 소년은 다시 한 번 날라 간다. 소년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소년은 한참을 화장실에 있었다. 자신은 결백했다. 있지 않았으니까 그럴 수 있을리도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 증거를 보여줄 수가 없었다. 최악의 우연이었다. 젠장할 소년은 울분을 어디에 터트리지도 못한 체 그렇게 거울을 바라보면 혼잣말했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뭐야?울고있어? 손으로 눈 밑을 만진다. 역시그대로다. 보통 때와 같다. 눈물 따윈 조금도 흘리지 않았다.




밤이 됬다. 처음에 그곳으로 가자. 그곳엔 아까전의 불쌍한 소년이 엄마와 대면하고 있다. 그 부엌에서 둘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엄마가 말한다. 성공했니?성공했니? 응.했어.성공했어.해냈어. 그래,했구니.했구니.아,왜이리도어렵니. 괜찮어.할 수 있어.분명그래.잘할 수 있어. 그렇니?그렇니? 그래그래.그렇다니까 그러니?정말?인간말잘할수있니?




하아아아아!!! 온몸이 땀에 젖어있다. 소년은 뭘하고 있었을까. 소년만은 안다. 자신은 꿈을 꾸고 있었다. 끔찍한 꿈을 꾸고 있었다. 엄마가 그 소리에 놀라 후다닥 달려온다. 왜그러니?괜찮아? 아,괜찮아.괜찮아. 정말괜찮아?땀이너무많이나는데? 응.처음이라서 놀랬어. 아,그랬구나.처음이라서놀랬구나. 응.꿈은처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