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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강원도 곡월면(曲月面) - 밤이 왔으니 거울을 돌리라(3)

2008.01.21 08:40

크리켓≪GURY≫ 조회 수:547 추천:1

extra_vars1 총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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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8월 12일 오후 5시


 


 


 "주연아! 주연아!"


 


 인규는 급히 문을 열어서 들어갔다. 집 안에서는 침낭에 들어가 흠칫 떠는 주연의 모습이 보였고 창문 옆에서 깜짝 놀란 표정의 석중을 볼 수 있었다.


 


 "주연아! 괜찮아? 어디 다친데 없어?"


 


 인규는 빠른 걸음으로 주연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주연은 새하얗게 질리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인규의 얼굴을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석중은 인규에게로 걸어가다가 인규의 등산화 한쪽에 묻은 피를 보고 멈추어 섰다.


 


 "인규 형님, 무슨 일 있었어요?"


 


 인규는 석중의 말을 무시하고 빠르게 되물었다.


 


 "석중아! 비명소리가 들리던데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석중은 인규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는 말하였다.


 


 "비명소리라뇨? 주연이랑 나는 지금까지 계속 가만히 있었는데......."


 


 인규는 다시 주연을 쳐다보았고 주연은 침낭 안에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규는 여전히 안심을 할 수는 없었지만 맥이 풀렸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 않았다.


 


 "젠장. 여기 정말 이상한 곳이야. 비가 그치면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겠어."


 


 "인규 형님, 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인규는 자신의 등산화 끝을 바라보았다. 등산화 끝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인규는 손가락으로 한번 만져보았다.


 


 "응?"


 


 분명 이 검게 물든 것은 아까 그 개를 차서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피가 변색 된 것은 이상했다. 인규는 가만히 변색된 피를 문지르다가 고개를 들어 석중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 대답은 석중의 물음에 답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는 어쨌든 무슨 마을인가봐. 창문으로 보이는 집 밑쪽에 언덕이 있는데 그쪽에 두 채 정도 더 있었어."


 


 석중은 인규의 발에 뭍은 검은 무언가가 신경에 쓰였지만 아마 인규가 말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다른 질문을 했다.


 


 "사람은 살지 않던가요?"


 


 "없었어. 아니,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없는 것 같아. 꽤나 큰 마을로 보이는데 말이야. 그래서 이상하지."


 


 인규는 석중에게 미친 개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하지 않았다. 석중 또한 인규의 등산화에 묻은 검은 것을 이상하게 보기만 하고 신경을 껐다. 그냥 진흙이라고 석중은 생각하였다. 인규와 석중은 조용히 주연을 돌아보았다. 주연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서 꼭 시체처럼 보였다. 걱정스러운 인규는 다가가서 말하였다.


 


 "주연아 괜찮아? 많이 추워 보이는데..."


 


 "괜찮아요, 오빠....... 그냥 어지럽고, 놀란 것 뿐이에요."


 


 인규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자기 때문에 놀란 주연에게 미안해 졌다. 석중은 다시 창문 쪽으로 갔고 인규는 주연 옆에서 벽을 등받이 삼아 눈을 감고 앉았다. 인규는 방금 전에 들려온 비명소리를 생각했다.


 


 '분명히 주연이의 목소리였는데.......'


 


 인규는 침낭 속으로 깊숙히 파고드는 주연을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통화가 가능한 지역이 아니었고 밧데리 까지 없었다. 인규는 거칠게 핸드폰을 집어던졌고 우석은 무덤덤한 얼굴로 인규를 보고만 있었다.


 


 "비가 아마 하루 안에 끝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형님."


 


 인규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힘겹게 말하였다.


 


 "내 생각에도 그래. 주연이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면 여기서 뜨자."


 


 석중은 인규의 모습에 걱정이 되었다. 인규 또한 주연처럼 추워보였고 피곤해 보였기 때문이다. 석중은 창가에서 떨어져서 인규에게로 다가갔다. 석중이 인규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려는 그 순간,


 


 -탕!


 


 산을 울리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이번엔 확실히 주연의 비명소리였다. 그녀는 들썩 거리더니 침낭속에서 귀를 막고 부들부들 떨었다. 석중과 인규 또한 총소리에 놀라며 서로 바라보았다. 석중은 다시 창가로 뛰어갔고 인규는 침낭의 주연에게 뛰어갔다.


 


 "꺄악!"


 


 인규가 다가가자 주연은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인규는 앉아서 침낭의 주연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주연아! 괜찮아?"


 


 그의 손이 닿자 주연은 경련을 일으키듯이 꿈틀 거렸다. 주연의 얼굴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이 창백해 져갔고 비명소리도 점점 커졌다. 인규는 꿈틀 거리는 주연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젠장! 도대체 뭐야! 주연아, 정신차려! 응? 정신차려, 주연아!"


 


 -치이이이익.


 


 그때 멀리서 라디오의 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규는 순간 그 소리가 아까 자신이 떠나왔던 집에 있는 라디오라는 것을 알아챘다. 인규는 여전히 주연에게 집중하며 시선을 석중에게 돌렸다. 석중 또한 라디오 소리를 들었고 인규를 바라보았다. 인규의 눈과 마주친 석중은 고개를 끄덕이고 라디오 소리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음산한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였다.


 


 -거울...... 밤이...... 돌...... 리라......


 


 석중은 그 남자의 목소리에 흠칫 떨며 말하였다.


 


 "뭐, 뭐라고 하는 거야?"


 


 -왔으니...... 거울...... 리라......


 


 "거울을 돌리라니?"


 


 석중은 주연의 비명소리를 듣지 않을려고 노력하며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인규가 갔었던 집 쪽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석중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려고 노력했다.


 


 "밤이...... 왔으니. 돌리라? 거울을 돌리라?"


 


 석중이 말을 완전히 알아듣자 신비하게도 더 이상 라디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바, 밤이 왔으니...... 거울을 돌리라?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석중이 다시 한번 생각 하고 있을 때 창가 앞 안개가 가득 낀 숲에서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렸다.


 


 "학학학...... 크릉."


 


 개의 소리와 비슷했지만 지치고 병든 것 같은 쉰 목소리였다. 잠시 후 숨소리가 거칠어 지고 수풀에서 스스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작게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끝나자, 마침내 석중은 안개 뒤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검은 개를 볼 수 있었다.


 


 "으악!"


 


 석중은 놀라며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개는 창문 넘어 들어오지 못하고 창문 밑 벽에 쿵 하고 부딫혀 집 전체를 울리게 하였다. 석중은 천천히 일어나 머리를 창문 밖으로 내밀었다. 창문 밑에서는 목이 돌아가 피를 흘리며 괴기스럽게 비틀린 개가 있었다.


 


 "학학학......."


 


 그 개는 아직 살아있었는지 연신 석중을 보고 일어서려고 했다. 석중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개를 계속 지켜보았다. 곧 그 개의 눈에서 천천히 한 방울씩 피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꿈틀거렸고, 하얀 눈이 피로 완전히 빨갛게 물들었을 무렵, 그 개는 눈을 감지 않은채로 죽어버렸다. 석중은 어지러움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크릉. 학학학......"


 


 또 다른 개의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석중은 황급히 창문을 닫았다. 바깥을 여전히 바라보며 창가에서 천천히 멀어지는 그 순간,


 


 -탕!


 


 다시 한번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을 집중하느라 주연에게 신경을 쓰지 않은 석중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주연은 크게 꿈틀 거렸다. 주연의 비명소리는 천천히 사그라들기 시작하였고 작아지는 목소리는 천천히 고통의 소리로 변해갔다. 마침내 비명소리가 없이 잠잠해지자 그녀는 흰 설원속에 버려진 것 마냥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무섭게 떨던 주연은 잠시 뒤 조용해 졌다.


 


 "주연아! 주연아! 정신차려봐!"


 


 인규는 그녀가 숨이막히는 듯한 고통의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부터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그는 새하얗게 변하여 들썩거리는 그녀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자 절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 이런 젠장! 아아아악!"


 


 인규는 머리를 쥐어 뜯었고 소리를 질렀다. 석중은 인규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하였다.


 


 "형님, 괜찮아요?"


 


 조용히 신음을 내뱉던 인규는 붉게 충열된 눈으로 석중을 올려다 보았다. 마침 주연 또한 비명소리를 멈추었었고 총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또 다시 조용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형님, 이것보세요."


 


 석중은 자신의 티셔츠에 묻은 검은 것을 보여주었다. 아까 개가 부딫히고 난 뒤 꿈틀거릴 때 석중에게 튄 피였다.


 


 "형님도 그 미친 개를 만난겁니까?"


 


 인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석중은 긴장과 공포로 물들었지만 침착하게 말을 내뱉었다.


 


 "형님, 일단 이곳에서 꼼짝하지 말아야 겠어요. 이 집 주위에 그 개들이 많이 있는 것 같으니 말이에요."


 


 인규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석중은 한숨을 쉬며 일어났고 창문 옆 쪽에 서서 고개만 내밀고 바깥을 살폈다. 인규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며 자신의 몸에 하나씩 깨어나는 감각에 정신을 차렸다. 가슴 한 쪽이 아련하게 아파왔다. 그는 이를 갈며 주연에게로 기어갔다. 주연이 정신을 잃기만 한 것을 보고 다행이라 여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석중아."


 


 "예? 예, 형님."


 


 인규는 여전히 바깥을 살피는 석중을 보며 물었다.


 


 "아까...... 무슨 소리가 들리던 것 같던데......."


 


 "아! 그, 뭐였더라? 거울을 돌리라고 하던데요?"


 


 석중은 바깥을 살피는 것을 그만 두고 라디오에서 들려왔던 소리를 생각했다. 누워있는 주연을 보자 라디오에서 들려왔던 소리를 모두다 기억해냈다.


 


 "밤이 왔으니 거울을 돌리라...... 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글쎄요."


 


 석중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말하였다. 인규는 거울이 걸려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저 어디가서나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거울이었지만 바깥은 비가와서 싸늘하고 집안은 어두워서인지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다. 무엇보다도 아까전에는 거울에서 볼 수 없었던 약간 불에 그을린 모습이 있어서 섬뜩하기도 하였다.


 


 "거울을 돌리라......."


 


 석중은 고민하는 인규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신경 쓰지 마세요, 형님. 우리는 그저 이곳에서 탈출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버젓이 보이는 거울을 두고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니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석중은 인규에게서 눈을 때고 다시 바깥을 살폈다.


 


 "아!"


 


 석중은 안개가 아까보다 조금 옅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옅어진 안개 속에서 검은 개의 그림자가 하나 둘 보이자 주먹을 불끈 쥐며 떨었다. 석중은 조금씩 욕설을 내뱉었다.


 


 -딸랑.


 


 그리고 멀리서 청명한 방울소리가 석중에게 들려왔다.


 


 


 인규는 거울을 향해 걸어갔다. 라디오에서 들은 거울을 돌리기 위하여.......


 


 그리고 그의 귀에도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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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re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