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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기묘한이야기]편지

2008.01.19 00:29

엑스트라 조회 수:50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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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생물(生物)이라면 아시다시피, 세계에 생(生)을 가지고 태어나 뇌와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물론 뇌를 잃기 전까지는 다른 일반인과 같이 느낄 수 있는 확실한 뇌와 심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뇌가 없습니다. 뇌를 잃은 사람입니다. 오직 심장만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숨만 붙은 식물인간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원래 존재했던 것을 잃은 장애인간이라 말하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왜’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논리인은 제가 어떠한 일을 계기로 하여 소위 말하는 장애인이 돼버린 것인지 의문을 제기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저는 그런 분들을 위해서건, 저를 위해서건,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실 자세만 갖추고 있다면, 달이 수 백번동안 암흑의 존재에게 먹히고 다시 자라고 먹히는 순환의 시간이 얼마가 흐르든지, 저는 저의 사연을, 얼마든지 마치 알몸을 보이듯이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밝히겠지만, 저는 어려서부터 다른 애들과 다르게 몸이 매우 약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생긴 불치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괴로웠던 건, 남과 다르게 몸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다른 애들과 같이 놀지 못했다는 것에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게. 저는 몸의 조건과 저의 태생적인 내성성에 비롯하여 필연적으로 저는 다른 애들과 같이 행동하고 놀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제게 다가 오려고 하지 않았고, 저도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발전성이 없는 관계가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부터 그게 심화되어 저는 저의 벽에 갇힌 고립된 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점차적으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걸 느끼고, 인간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요. 어느 정도였냐면, 나중에 천사의 소개로 알게 된 다자이 오사무가 쓴 ‘인간실격’을 보며 ‘이건 나다.’라고 느껴서 불멸의 밤을 새웠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결국에, 저는 ‘친구’라고 불리는 사람을 단 1명도 얻지 못 한 체,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저의 행동패턴이나 그들의 행동패턴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었고, 그에 따라 저의 내성적인 성격은 점차 심화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그때부터 저는 무언가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삶이라는 건 아주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책을 읽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떠들고 있을 때, 저는 혼자 갈 수 있는 세계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이 이후에 알아보니, 이걸 학문적용어로 현실도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때뿐만이 아니라, 저는 거의 매일같이 책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로 바쁘셨습니다. 저로 인한 병원비에 따라서 돈이 더욱 많이 필요하게 된 까닭입니다. 이 세상은 돈을 중시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개한테나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발을 씻고 잠이나 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돈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절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애매한 것들보다 확실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부입니다. 일찍부터 돈의 중요성을 안 저는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붙어버렸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군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로 인해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주말에나, 그것도 고작 몇 시간 밖에 보지 못할 정도로 제게는 옆의 짝보다 먼 존재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불우한 가정환경이 제게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즐거웠습니다. 적어도 읽는 동안은 현실의 세계와 같은 우울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책은 언제나 저를 위해 팔을 열어줄 좋은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자 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저는 이 책들하고만 대면한 체 벽을 쌓고 겨울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부터가 뒤틀려진 인간들. 언제부터인가 저는 인간을 악으로 몰아 간 것 입니다. 그렇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인간의 행태는 고작 햄스터만도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게 점점 더 저의 고립을 초래해 왔고, 그때마다 저는 책만이 나의 친구라는 것에 확고부동한 의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저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가버렸습니다. 천사는 존재했습니다. 구원의 메시아는 제게 미소를 지어주었던 것입니다.


고전 작품 중에 괴테가 쓴 파우스트란 책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그 파우스트가 된 듯 한 온몸이 짜릿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그 어떠한 감동적인 책에서도 느끼지 못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성스러운 것에 구원받은 파우스트는 저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반에서도 인기가 상당했던 아이가 쉬는 시간에 제게 말을 건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소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사교성을 높이려는 인기 독점력이 강한 여자의 마음이 담기지 않은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거짓말을 제게 재연하는 게 아닌지 싶어서 속으로 마음이 편치 못했었습니다. 의심이 란 건, 하지 않으면 손해입니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필요하다면 거짓말을 할 준비가 돼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 건 그녀의 말에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가 그런 모습을 지었던가요. 그녀는 말했습니다. ‘인생은 참 재미없지?’라고.




정확히 그 때부터 저와 그녀는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사귀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삶이란, 어차피 하나의 과정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태어남의 선택에 대해서 상당히 못마땅해 했습니다. 태어나고 못 태어남은 지극히 우리의 의지에서 벗어난 일입니다. 그에 비하면 자살이란 건, 위대한 특권이라는 겁니다. 우리의 의지에 따라 우리의 생명을 끊는다. 듣고 보면, 그건 가슴이 다 두근거리는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적어도 병균이나, 다른 사람이나, 알지 못한 것들에 당할 바에야 제 손으로 생명을 거두어 가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말씀드리자면, 인간기피증이 그 이후로 살아진 것은 아닙니다. 갈수록 저는 인간에 대해서 회의를 넘어 살인까지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전 천사와 만난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녀를 욕되게 할 수는 없으니 분명히 말해두겠지만, 인간을 강아지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나 그랬습니다. 저는 정말 그 모습을 보며, 제 정신이 아닌 미친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야 물론, 어느 정도 동물의 권리를 보호를 하자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개를 인간보다 위의 등급으로 세운 건 뭡니까. 개를 위해서 몇 백 만원짜리 스테이크를 준비하면서, 뭡니까. 그 뭐라 할 수 없는 분노를 설명할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이래서 인간의 언어구사능력이란 것이 중요한 모양입니다. 아니, 아무리 어휘력이 뛰어난 사람도 이 분노를 확실히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만. 가히 저는 부유층의 향락에 이를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에 눈에 뛰는 행동. 특히나 고위층의 마음을 거슬리는 행위를 할 자신도 마음도 없었습니다.




다른 인간은 몰라도 그녀는 달랐습니다. 그녀도 저를 남과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통했습니다. 그녀는 이걸 가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아? 사랑하는 두 사람은 강한 끈으로 연결돼있어, 헤어진 후에도 결국에는 서로 만나는 거래. 그러니까! 우리 둘은 과거에도 만났었던 거고 현재에도 그래서 만난 거고 ,에 그러니까. 미래에도 만나게 돼 있는 거야! 멋지지 않아?’ 그랬습니다. 멋졌습니다. 그런 꿈은 멋졌습니다. 천사의 말을 못 믿을 수는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의심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만, 천사에게 만큼은 달랐습니다. 천사는 천사입니다. 제가 어디까지나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보는 건 다름 아니라 인간입니다. 우리 둘에게 남은 건 의심이 아니라 그야말로 공유 그 자체. 단지 그뿐이었음을 말해두고 싶습니다. 게다가 저의 절약정신도 그녀 앞에서는 무력했습니다. 서로를 믿고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에게 인간의 더러운 성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확실하게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행복했습니다.




우리들은 아이들의 눈을 피해, 자주 비밀 쪽지를 날리곤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내용을 들키지 않아서죠. 여기서 그 암호를 여러분께만 잠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ㄱ은ㄴ으로 ㄴ은ㄷ으로 이런 식으로 앞의 글자와 바꾼 후에 읽는 거야. 이히히. 이러면, 들킬 일은 절대 없을 걸?’ 예를 들면 바당은 사랑으로 해석됩니다. 우리들만의 언어가 탄생한 것 입니다. 저는 안 그래도 이 세상이 원하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데서 상당히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이로써 저는 약간이나마 저항을 한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은 무심도 하셨습니다. 저는 병이 더 심해져서 결국 병상에 누워버리고 말았습니다. 천사는 그래도 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3년 동안 저를 돌봐주려고 매일같이 제게 왔습니다. 울음이 다 터져 나올 것 같았습니다. 태어난 이후로 눈물 따위 흘려본 적 없던 내가 기뻐서 미칠 것만 같아서 그랬습니다.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저의 모든 것을 바쳐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장을 꺼낼 수 있다면, 그녀에게 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신은 무심하셨습니다. 저의 천사는 저의 건강에만 신경을 썼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암이었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결혼 전에 그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수술을 잘만 하면,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젠장. 그 수술만 제대로 했어도. 살아날 수 있었을 겁니다. 제가 그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아십니까? 알 리가 없습니다. 저는 부처님이고 알라고 예수건 마리아건 뭐든지 불러서 몇 시간 동안을 기도만 드렸습니다.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무엇입니까. 저는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수술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눈물은 이미 말라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겨울, 다음에 더 큰 겨울이 있을지 누군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천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인간도 아니었습니다. 그건 단지, 살아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몇 개월이지나,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더니 거의 항상 매일 고통으로 앓았습니다. 옆에서 보면,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저를 돌봐주었던 그녀보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했습니다. 했지만, 그녀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새 1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날도 그녀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그때. 그녀가 제게 속삭였습니다. ‘있잖아.  나 이제 정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괴로워. 이렇게 말하기만 하는데도. 말뿐인데도 이젠 숨이 차. 나 이제 내가 아니게 돼버렸어. 나인데도 내가 아니게 돼버렸어. 우습지 그거?’ 그리고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 또한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나 나나. 난 그녀의 허리에 두 팔을 걸치고 꼭 안았습니다. 뺏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무엇한테도. 그런데 그녀가 그 힘든 몸을 움직이며 나의 등을 꽉 잡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예전에 말했지? 난 자살이란, 인간의 특권이라고. 그런데 말이야. 그게 아니었어.’ ......


‘진짜 특권은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한테 죽는 거야.’ 그리고 그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부들거리며, 그러나 나를 꼭 안고는 ‘죽여줘?’라고 말했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저의 뇌를 잃은 것입니다. 제 손으로 없앴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자살방법만을 생각했습니다. 희망이 없다면, 죽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저는 한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녀의 서랍에 있었던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 앞면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습니다.


‘ 1950/7/10 소영이가 미래의 그에게’


1950이라면, 정확히 그녀가 5살이었을 때입니다. 저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5살짜리가 미래의 사람에게 편지를 쓰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저도 가끔씩 그런 걸 쓴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도 분명 제가 아닐게 분명했습니다. 그러면 누구일까. 호기심에 저는 편지를 뜯었습니다.


‘수디극 팔ㅎㅎㅔ샤’


이건, 암호였습니다. 그녀가 내게 남긴. 어처구니가 없는 암호였습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서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 말은 즉, 이건 우리가 만난이후에 썼다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한 난 편지지를 보았습니다. 아, 역시나. 몸을 진정시키며 생각했습니다. 이 편지지는 바로 ‘어제’ 나온 것입니다. 과거에 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놀랬습니다. 그런데, 잠깐. 어제라고? 나는 깜짝놀라 고개를 들어 올렸습니다. ‘아. 아.’ 이제까지의 소망이 이제야 들릴 것이었을까. 그런데, 왜 나는 벙어리같이 아무 말도 못하는가. 눈물이라도 아직은 나올게 있었습니다. 입이라도 아직은 토해낼게 있었습니다. 발이라도  갈 만한 정도는 됬습니다. 손이라도 '그녀'를 안을 정도는 됬습니다. 그곳에는...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