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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NIghtmare

2008.03.17 02:13

걍사는삼 조회 수: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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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mare -14》



 


"어이-! 흑랑!"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이른 아침이라기 보다는 그저 평범하지 못하는 아침에 부시시한 머리로 눈을 비비며 일어난 최아연이 맨 처음 부른 이름은 다름아닌 바로 문 앞에서 살짝 자고 있던 나였다. 내가 싫어하는 별명을 부르는 최아연한테 평범하다기 보다는 거의 자포자기 수준으로 지적했고, 최아연은 내 지적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휴-


 


"왜 부른거야?"
"씻고 싶은데 어떡해?"
"…화장실가면 되잖아."


 


 안그래도 꿈을 꾸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 엄청나게 몸이 피곤한데, 고작 자는 사람을 깨워서 하는 말이 씻고 싶어라는 건 일종의 괴롭힘이였던 것이였을지도 모른다.
 최아연의 질문에 아주 간단하고 100% 정확한 정답을 내려준 난 최아연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맨 처음엔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말똥말똥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러나, 서서히 최아연의 뇌가 아주 조심스래 내가 했던 말을 해석을 하는 듯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결국엔 누워있던 자리에서 튕겨져나와 내 멱살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봐. 흑랑. 지금 나보고 혼자서 저 좀비시키들이 바글바글한 곳을 가라는 것은 아니겠지? 응?"
"…잘 아네."
"야이-!! @#$%&!@#%$^&*!%$#@%^---!!!"


 


 후아- 역시 공포의 선도부 부장이라는 건가?
 내 대답에 온 몸을 부들부들 떨던 최아연은 기차화통을 5개 삶아먹은 목소리로 감히 여자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뱉어냈다.
 아, 이것이 무협소설에서만 나오던 일명 '사자후'라는 건가? 호오- 이 짐짝 알고 봤더니 무림인?
 여하튼간, 내 귀 옆에 엄청난 하이톤을 동반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는 최아연은 심드렁한 내 반응에 열받았는지 옆에 있던 책상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려 휘둘렀다.


 


"야이-!! @#^$@*@#%^* 개새끼!! 죽여버려! @#%^*@$%^같은 !$#^%&!^자식아--!!"
"뭐, 뭐해! 어서 말려!!"
"꺄악-! 아연아, 참아야해!"
"아연언니! 나의 우상이며 사부를 죽이지 말아요!!!"
"어, 언니. 진정하세요!"
"크아아아아--!! 놔아아아아아--!! #$%^&@$%^!!"


 


 나야 뭐, 아주 가볍게 피했지만, 엄청나게 폭력적으로 변해버린 최아연을 발견한 여자들은 전부 담요에서 뛰쳐나와 목숨을 걸고 그녀를 잡았다. 선생과 한연아는 책상을 들고 있던 양손을 잡았고 나연이는 최아연의 몸을 잡고선 버티고 있었다.


 아하- 저게 바로 폭주라고 불리며, 무협소설에서 나오는 뻔한 스토리를 빌리자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당하자 분노에 몸을 맡기고 주화입마에 빠질 각오를 하고선 적을 죽이려고 하는 무림인인건가?
 그나저나, 여자의 몸으로 여자 세명의 힘을 버티긴 힘들텐데(물론 힘을 쓰는 한연아를 포함해선 불가능이였다.) 그런데, 저 여자는 몸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을지 모르겠지만, 세 여자의 힘을 이기고 있는게 아닌가? 특히 한연아가 최아연을 제압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호오-"
"강현준! 너 빨리 언니한테 잘못했다고 안해?!"
"꺄앗?! 지, 진정해애애애--!"
"이이! 원인 제공자가 누군데 강 건너 불 구경하지 말란말이야!!"


 


 최아연을 말리느라 바쁠텐데 그 사이에 내가 감탄하는 소리를 들었나보다. 나연이는 나한테 아주 짧은 잔소리(?)를 했고, 나연이가 날 바라보느라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책상을 내려찍으려고 하는 최아연의 팔을 잡은 선생이 팔에 매달리다시피하며 애원했고, 역시나 팔에 매달리게된 한연아도 나한테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나저나, 한연아. 난 내 일이 아니면 강 건너 불 구경을 선호한다고. 뭐라고 하지마 내 취미거든!
 뭐, 하루종일 구경할 수도 있지만, 나연이가 힘들어하는데 이정도 해야겠다 싶어 최아연앞으로 다가가 녀석이 들고 있던 책상을 손으로 잡았다.


 


"쿠어어--!! 흑라아아아앙--!!"
"어이. 하아- 너 여기 3년 다닌 사람 맞아? 우리 학교는 교실에 세면대가 설치되어있잖아."
"……."
"……."
"……."
"……."


 


 내 말에 순간 얼음이 된듯 가만히 있는 네 명의 여자들.
 하아- 설마 잊고 있던거냐? 여자들 맞어?


 


"그러니까 혼자 씻으러 갔다와도 되는거잖아. 그게 잘못된건가?"
"……."
"……."
"……."
"……."


 


 폭주하던 최아연이 들고 있던 책상을 슬그머니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제서야 최아연한테서 떨어지는 세 여자들. 서로를 바라보며 멀뚱멀뚱 있던 여자들은 씻으려는지 교실 뒤에 있는 세면대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왠지 맛이 간듯한 여자들을 바라보던 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봐. 씻는 사람들이 비누랑 샴푸는 필요없어?"


 


멈칫!


 


"……."
"……."
"……."
"……."


 


 내 말에 또 다시 걸음을 멈춘 여자들. 정말로 여자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 사이에 있는 나연이를 봐서 저것들은 확실히 여자였다. 꾸물거리며 서로 눈치만 보는 여자들을 바라보던 난 근처에 있던 가방에서 어제 챙겨온 샤워용품을 꺼내 여자들한테 건냈다.
 내 손에 있던 샤워용품을 채가듯 빠르게 가져간 여자들은 우무쭈물거리며 세면대 앞으로 다가가 물을 틀고 각자 씻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쉰 난 고개를 돌리고는 책상에 기대어 앉았다.


 


"흐아아아암---"


 


 으으- 안그래도 어제 잠을 설쳤는데 아침부터 왜 내 멋대로 푹 자지도 못하고 일어나야 하는거야.
 내가 지금 하품을 하고선 잠을 충분히 자지못한 분노를 바로 원인 제공자한테 쏘아보냈다. 운동을 하던 한연아는 내 살기를 눈치챘는지 씻다말고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고, 살기의 의미를 알았는지 '하, 하하…'라고 소리를 내며 웃던 한연아는 내 눈초리에 고개를 돌려 마저 씻었다.
 정작, 내 살기를 느껴야했던 최아연은 민간인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이용해 내 살기를 무시했다. 좀비가 되어버리면 처참하게 죽여버리겠다고 속으로 곱씹으면서 여자들이 씻을 때까지 순간의 달콤한 잠을 취하려 했다.


 


"……."
'하아- 설마 여자들이란게 씻을 때 수건도 안가져가는 건가??'


 


 그렇다, 여자들이 지금 수건도 없이 씻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건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교복에 슥슥 닦으려고 하는 걸까? 뭐, 나로썬 현재 답이라는 것이 나오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가방을 뒤져서 정중하게 가져온(?) 수건들을 꺼내 여자들의 어깨에 하나하나 올려주었다.


 


"어래?"
"어이, 흑랑 이게 뭐지?"
"어머?"
"…고마워."


 


 그래, 고마워라는 말이 나와야지 이 개념없는 짐짝들아!! 대략 씻고 있으면서 모른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거지.
 아예 모른다는 말투. 그리고 손으로 어깨에 올려진 것들을 만져보고서야 무엇인지 깨달은 것 같은 세 여자였다. 단 한사람 나연이 만큼은 알고 있었는지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나저나, 흑랑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이봐, 최아연."
"왜… …아? 아 미안, 반사적이야."


 


 어찌하면 그것이 반사적이 되어버린다는거냐.
 마음 같아선 지금 들고있는 청혈도로 저 여자의 머리를 부셔버리고 싶지만, 일단 생존자니까 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분노를 잠재우고 잠재우고 봉인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내 자신을 진정시킨 후에 언제나 흑랑이라고 하는 그 여자한테 말했다.


 


"난 흑랑이라는 별명 안좋아해. 난 현랑(玄狼:검을현, 이리 랑-검은 늑대)이 좋단 말이야."
"……."
"……."
"……."
"……."


 


 씻고 있던 네명의 여자가 내 말을 듣고선 동작을 멈추었다. 엄청난 침묵. 내가 말을 해놓고선 이건 좀 뭔가 아니다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강하게 스쳤다. 뭐, 나야 공부따위와 생각따위에 얽메이는 성격이 아니니까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다름아닌 나연이였다. 나연이는 머리를 감다말고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 뒤에 다시 세면대를 바라보며 조심스래 입을 열었다.


 


"저, 저기 현준아."
"응?"
"흑랑이랑, 현랑은 같은 뜻이야."
"…What?"


 


 하하. 그렇게 싫어하는 영어가 불쑥 뛰쳐나올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나저나, 흑랑이랑 현랑이 같은 뜻이라니!!!
 자신의 말에 내가 정신공황상태에 빠져있자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나연이가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흑랑(黑狼)은 검을 흑, 이리 랑 자를 쓰는데 현랑(玄狼)이라는 뜻도 검을 현, 이리 랑 자를 쓰니까 같은 뜻이야, 현준아."
"……."


 


 아, 이건 무슨 전설의 XX 쿠루XX에서나 나올 법한 까마귀 소리와 동시에 왠 아주 느끼한듯한 목소리의 아줌마가 -용사는 할 말을 잃었다.- 라고 말할 때와의 비슷한 상황이람.
 나연이의 대답은 내게 엄청나게 싱싱한 충격을 주었다. 그, 그러니까 흑랑이랑 현랑이랑 같은 뜻이라 이거지?
 스스로의 질문끝에 나오는 대답은 Yes! 였다. 나연이의 말에 충격을 먹고선 가만히 있자, 나연이를 제외한 세 여자가 어깨를 심하게 들썩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웃음은 결국…


 


"크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 콜록 콜록!! 키키-- 현준이 바보같아-- 하하하하하--!!"


 


 박장대소로 변해버렸다. 이제는 거의 바닥에 쓰러져 뒹구는 세 사람인데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웃고 있는게 아닌가. 조용히 웃고 있던 나연이는 내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는지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날 쳐다만 보고 있었다. 나연이가 날 쳐다보는 시선조차 느끼지 못한채로 난 자지러지듯 웃는 저 세 짐짝들을 향해 살기를 풀풀 풍기며 쳐다보았다. 내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청혈도가 부르르 떨렸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 여자들은 죽이면 안된다. 생존자잖아. 그, 그러니까 뿌득! 좀비시키들 죽었어.


 


휙!


 


"아, 현준아!"
"하하하-- 응?"
"에?"
"어래?"


 


 결정을 마쳤다. 오늘을 위해 좀비들을 많이 잡아버리자고(라고 쓰였지만 실제론 분노에 의한 화풀이였다.) 1층에 있는 좀비들을 싹 쓸어버리자고 그렇게 결정을 마쳤다. 문을 열면 좀비들이 밀려들어올 것이다. 허나, 다행이도 좀비들은 계단은 오를 수 있어도 자신의 무릎위의 높이가 되어버리면 올라가지 못한 다는 것은 아주아주 예전에 알았으니, 아주 안전하게 창문을 열고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창문 가까이 있는 녀석들이 내 체취를 맡았는지 다가왔고 다가온 좀비들한테 (분노의)청혈도를 휘둘렀다.
 내가 창문에 올라가자 그제서야 여자들이 무슨일이 일어나려는지 알아채고선 날 바라보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움직이지 않고 말똥말똥 쳐다보는 여자들이였다. 여자들을 한번 쳐다보고선 창문에서 내려가려고 하자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덥석!


 


"가, 가면 안 돼!"
"?? 나연아?"
"어, 어제 죽을 뻔 했잖아! 호, 혼자는 무리야!"


 


 나연이가 두 팔로 내 옷을 꽉 잡은 채로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나라도 그때만큼은 나연이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연이의 힘을 무시하고 나가려했다.


 


"아, 안된다고 했잖아! 이 바보야!"


 


 내 의도를 알았는지 버티려고 하는 나연이였다. 여기서 세게 나가면 나연이가 창문에 부딫쳐 다칠지도 몰랐다. 그래서 난 힘을 주지도 못하고 창문에서 아주 꼴사납게 밀고 당기기를 하기만 했다. 우리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여자들을 무시하고선 난 나갈려고 했고, 나연이는 필사적으로 날 잡으며 다른 여자들한테 도움을 요청했다. 그제서야 가만히 있던 여자들이 움직여서 날 잡으려 했고 그 모습에 난 나연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연아! 난…! 어래?"
"아?"


 


 설마, 그때 내 발이 미끌어 질줄은 누가 알았는가. 내가 미끌어지자 당연히 날 잡아 당기던 나연이의 힘이 강해져서 뒤로 넘어가려고 했고 날 잡아당기던 나연이가 내 밑에 깔리려고 한다. 그 순간 나연이를 다치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몸을 돌려 나연이의 어깨를 잡아 안고선 나연이를 내 위로 올렸다. 그리곤…


콰당!!!


 …바닥에 부딫쳤다.


 


"……??"
"……?!!"
"……."
"……."
"……."


 


 바닥에 등짝부터 떨어진 난, 아픔을 호소할 수도 없었다. 너무나 가깝게 얼굴을 마주한 나와 나연이 사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두 사람을 바라보는 여자들조차 할말을 잃었는지 가만히 우리를 쳐다보았다.


 


"!!!"


 


 그제서야 난 상황파악을 해버렸다. 나연이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연이를 안고선 바닥에 넘어졌을 때, 그만 그 충격으로 나연이의 입술과 내 입술이 서로 부딫쳐버렸다. …즉 얼결에 입맞춤(Kiss)를 해버린 것이였다.
 아, 분명 내 기억이 맞다면 나연이도 나도 첫키스일텐데…
 아마, 나연이도 지금의 이 상황을 머리로는 깨우쳤을 꺼라 생각한다. 머리 나쁜 나조차 알아챘는데 성적우수인 나연이가 못 알아챈다는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였다. 머리로는 알아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나연이도 같은 것 같았다. 우리 두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던 세 사람이 곧 엄청나게 흥분을 하며 다가왔다.


 


"으, 으아아아--!! 흑랑! 무슨 짓이야!!" -최아연
"저, 저, 저, 저, 저--!! 입술 도둑놈!!!" -한연아
"현준아! 이건 너무 터프하잖아!!" -김은주 선생
"야, 최나연 괜찮아?"
"……."


 


 나한테서 나연이를 떼어다가 자신들의 사이에 집어넣는 여자들. 최아연의 질문에 나연이가 빨개진 고개를 푹 숙이고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연이를 바라보던 세 사람이 나를 향해 분노의 눈총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거 왠지, 내가 나쁜 놈이 되어버린 상황인 듯 했다. 뭐, 그건 그렇다쳐도. 너무나 더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원해야 할 상황에서 너무나 더워 고개를 돌리자 내 옆에 있던 거울에 얼굴이 비쳐졌다.
 아, 얼굴 빨개졌다…
 엄청나게 새빨게진 내 얼굴을 바라보던 난 고개를 돌려 나연이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쭈뼛쭈뼛 나연이한테 다가갔다. 그러자 나연이를 뒤로 보내며 날 가로막는 여자들이 한 마디씩 한다.


 


"이, 이 변태!"
"꺄아아- 현준이 변태야-- 저리가--♡"
"현준아, 아무리 니가 내 스승일지라도 이것 만큼은 안된다고 생각해."


 


 가지각색인 반응. 선생이라는 작잔 왠지 자신도 당해보고 싶다는 반응 or 즐기는 반응이였고, 최아연은 버럭 소리부터 질러대었고, 한연아는 무언가가 천천히 말하는데 왜 스승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의문이였지만, 일단 그것들 따윈 필요없었다. 여자들의 뒤에 있는 나연이의 상태로 보아, 현재는 사과가 불가능할꺼라고 생각이 되어 그냥 뒤로 물러서서 담요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내 모습에 자신들이 씻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여자들이 나연이를 이끌고 다시 씻으러 갔지만, 이미 나연이는 다 끝낸 상태라 결국 세 명이서 날 주시한 채로 씻고 있었다.
 아, 내가 나연이를 덮칠꺼라고 생각하는 건가? 저것들이 누구를 변태호로자식으로 몰아--!!
 여자들의 시선에 내가 살기를 담아 맞대응하자 내 살기를 느낀 한연아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씻었고, 민간인이라는 특권으로 내 살기를 눈치 못챈 선생과 최아연만 날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하아- 저것들 신경쓰지 말자. 말자. 말자. 말자.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묵묵히 담요를 챙겼다. 어느새 촉촉히 젖어있던 머리를 말린 나연이가 날 도와 담요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래, 지금은 나연이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네는 것만 생각해야했다. 이 악몽같은 학교에서 빨리 내보내주어야 한다. 그게 내 역할이다. 모든 짐들을 가방에 다 챙기자 그제서야 씻는 것을 마쳤는지 여자들이 다가왔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며 세면대에 다가갔다. 와이셔츠를 벗어 세면대 옆에 놓고선 씻기 시작했다.
 근데, 저 인간들은 사람 씻는거 첨보나? 왜 저리 날 쳐다보고 난리야.
 그렇다. 씻는 와중에 자꾸 등 뒤가 따끔따끔거린다. 왜 날 바라보고 있는 걸까? 생각해 다 씻은 뒤에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여자들을한테 말했다.


 


"뭐야. 사람 씻는거 처음봐?"
"…아, 아니 그, 그게 왜 옷을 벗나 해서."
"……."


 


 대표격으로 대답하는 최아연. 아, 겨우 그거였냐?
 그 여자들이 바라보고 있던 이유는 고작 내가 상반신 누드로 씻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머리카락에 맺혀있던 물기가 어깨를 타고 배쪽으로 내려가자 그 물방울의 흔적을 뒤쫓아가는 여자들은 검도를 해 알맞게 생긴 내 근육들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거참, 다 이 나이때 되면 남자들 전부다 근육이 있거든?
 아, 물론 내 나이때 남자들의 대다수가 살덩어리라는 것을 아주아주 나중에 알았다. 그나저나, 나연이까지 그렇게 유심히 쳐다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나랑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나연이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던 난 그냥 몸을 돌려 피범벅이 되어있는 와이셔츠를 물에 비볐다.


 


"아, 근데. 원래 학생은 목걸이 착용 금지인데, 흑랑?"
"…그래? 안 보이면 되는거지."


 


 최아연이 내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지적하며 말했다. 최아연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답한 나는 목걸이를 한번 만져보았다.
 흥! 니들은 양아치들이 학교규칙 지키는거 봤냐? 거참.
 게다가! 이것은 나연이가 내 생일날 사준 아주아주 소중한 것이였기에 뺄 생각은 개미허리만큼도 없었다. 그나저나 와이셔츠에 묻은 피가 생각만큼 빠지지 않는다. 내가 고생하고 있자 지켜보던 한연아가 다가와 와이셔츠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에- 어제 묻은 피가 많이 굳어있네, 게다가 상당히 많은 피잖아? 아, 최전방에서 싸운 사람이라 그런가?"
"……."
"이리줘봐. 흐음- 분명이 학교에서 여자들을 위해서 준비해 놓을텐데…."


 


 내 와이셔츠를 빼앗아간 한연아가 주위를 돌아보며 웅얼거렸다. 순간 여자들도 패싸움을 즐기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나연이를 바라보며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옆에 있는 한연아를 바라보며 그 생각을 다시 고쳤다.


 


"아! 여기있다-!"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다가가는 한연아가 그 무언가를 집어가지고 왔다. 무언가의 병에 담겨있는 액체를 내 앞에서 흔들며 말하는 한연아였다.


 


"있지 이것은 무즙인데. 옷에 피가 묻으면 그 즉시 빼야 하며, 이때 절대로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안 되거든? 얼룩진 바로 뒤라면 천 밑에 흰 천이나 티슈를 깔고 과산화수소로 두들겨준 후 찬물로 빨아주면 되는데 현준이는 그렇지 않고 오래 방치된 얼룩이라서 이 무즙을 거즈에 싸서 부드럽게 두드려주면 핏자국이 빠질꺼야. 또 생강을 잘라 그 단면으로 얼룩을 톡톡 두들겨 찍어낸 다음 세제 액으로 빨아서 표백해도 되고, 짭짤한 소금물에 담가두었다가 빨아도 잘 빠지니까 알아둬."


 


 열심히 설명을 한 한연아였다. 어째서 저리 잘 아는걸까? 여자라서 잘 아는 걸까? 아니면 그 기술가정이라는 과목때문인걸까?


 


"연아야. 어찌 그리 잘 아는 거냐?"


"……."


 


 내 질문에 잠시 날 바라보던 한연아가 웃으며 말했다.


 


"우와--!! 현준이가 드디어 내 이름을 불렀어!!! 히야--!"


 


 …고작 그것 때문에? 뭐 일단 그렇다 쳐도. 대답좀 해주시지?


 


"…아, 미안 너무나 기뻐서 말이야. 흠흠! 그러니까 나두 피 같은거 많이 뭍히거든 헤헤-"


 


 아네, 경험담이셨군요.
 그나저나 날 뻔히 바라보는 최아연과 선생이 내 옆으로 다가와, 아니 들러붙으며 말했다.


 


"흑랑! 나, 나도 내 이름 불러줘!!"
"현준아, 선생님--♡ 이라고 불러봐--"


 


 아놔, 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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