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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흩날리는것도없고아무것도없이빈둥거리는일상

2006.01.08 18:43

모래알 소년 조회 수:175

extra_vars1 -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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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
[파괴]
[파괴]
[파괴]
[파괴]

숨을 고를 수 있을리 없다.
폐는 탐욕스럽게 산소를 요구하고 있다.
심장은 빠르게 펌프질을 하고있다. 이미 이것은 고동의 수준이 아니다.
전신은 떨고있다.
추위로부터 몸의 열을 유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발열작용 따위 역시 아니다.
나의 몸은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유산소운동' 따위를 한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뇌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주변을 둘러본다.
흩어져있는것은

손가락.
눈.
오른쪽 눈에서부터 왼쪽 입 꼬리까지 절단된 머리.
잘리우고 남아 바닥에 떨어져버린 머리.
시멘트조각.
피.
뇌수.
천.
종이.
관절과 반대로 꺾인 왼다리.
엄지발가락이 없는 오른발.
엄지발가락.
오른팔.
왼팔.
.....

눈앞의 '차가운 싸구려 고깃덩어리'와 잔해.

틀림없이 8초전까지만 해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지혜 있는 사람)'라 불리웠던 존재는
그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누구에 의해?
무엇때문에?

모른다.
아니, 누구인지는 안다.
이것은 분명 내가 일으킨 사건.
순식간에 빌딩하나와 인간이란 존재를 [파괴]시킨것은 나.
하지만 이것은 무엇때문인가.

오른팔을 본다.
단순히, 손톱이 의연중에 부러져 검게 변했다고 생각하였지만
이미 그 죽은 피의 색은,
그 '흑색'은 오른손 전체를 덮고 있었다.

모른다.
전혀 모르겠다.
이것은 무엇인가.
왜 이 '흑색'이  나의 팔을 감고,
나의 전신을 탐식하고 있는건가.

아침에 일어났을때에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모님께 인사 후 아침식사를 할 때에도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서기 위해 문고리를 붙잡았을때에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유히 등교길을 걷고 있을 때에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얼굴의 친구에게
하이파이브라는 것을 행했을 때에도
.
.
.

일어난것은 그 때다.

나의 친구는/
초등학교때부터 항상 같이 붙어다니면서 지내던 나의 친구는/

말 그
대로
[파괴]

었다....
.
.
.

지친다.
그로부터 얼마나 달리고 얼마나 [파괴]시켜온것일까.
난 단지 따뜻했었던고깃덩어리(前친구)를 보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인파를 해쳐가며 도망쳤던것 뿐인데..

내가 지나간 자리
그면적의오른편은(내오른손이있었던그곳은)
순수하게.
너무나 순수하게.
생명이 있든없든 상관없이.

[파괴]
되어있었다.

주위에 울려퍼지는 비명.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난 지금 걷고있다.
그 무엇도 나의 오른손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인파속을 걷고있다.

요컨데 그거다.
지금 '흑색'으로 변색되버린 나의 '오른손이었던' 그것에 닿는것은 모두 파괴당한다.
이유따위는 모른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것은 이 '오른손'이 다른 누구에게도 닿지 않도록 한 채로
이 인파를 벗어나는것 뿐.
애초에 난 왜 이 인파속으로 도망친거지?
왜 이런것이 나에게 붙어버린거지?

오른손을 본다.
본래 손톱 끝자락에만 존재하던 그 '흑색'은
이미 오른팔 전체를 탐식하고 나의 몸까지 먹기 시작하였다.

손톱에서 시작하여

오른손

오른팔관절

오른팔

우쇄골

우측폐

맹장

우측다리

성대

을 탐식하기 시작한다.

'촤악..!'

방심한 틈에 [파괴]된 알지 못하는 사람.
아니, 파괴는 아까전부터 계속 일어나고 있다.
도망은 아까부터 계속 치고 있었다.
여전히 인파속이다.
아무리 닿게하지 않으려 해도 달리는 도중이다.
인파를 해치는 중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닿지 않게끔 한다 하여도, 말그대로 인파는
'해침'
을 당한다.
그 누구도 이유는 모른다.
[파괴]당할 뿐이다.

무섭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일도,
이런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도 끄떡없는 내 자신도.
아니, 오히려 이런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도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내 자신이,
'흑색'에 덮힌
'한때나마 나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이.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동시에 간신이 묻어버린 쓸데없는 나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자른다.

이 팔을 잘라버린다.

이 '흑색'을 잘라버린다.

그렇다면 모든건 끝난다.

더욱 번지기 전에 잘라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살 수 있다.

별거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영화에서건 게임에서건 만화에서건

타인을위해 자신의 팔을 희생하는 장면을 많이 봐왔다.

봐왔다.

봐왔는데..

봐왔을 터인데..!!

봐오고!
봐오고!
봐오고!
봐오고!
봐오고!
봐왔을 터인데!!!!!

자를 수 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자르는 쪽이 당연 올바른 선택(답)이다.
팔 하나 없다고 죽지 않는다.
아니, 과다출혈이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빨리 치료를 하면 살 수 있다.
나의 오른편을 스칠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
팔 하나로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많이 봐왔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은,
그리고 마음 깊은곳에서 동경하지 않았는가. 용기있는 희생을,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 선택을,
나에게도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주저없이 희생을 선택할 거라고
아무 생각 없이 생각하지 않았는가.

그건,




imagination(상상)이다.
fantasy(망상)이다.
yearn·ing(동경)이다.

팔을 자를때의 고통을 생각해 보았다.
아플것이다.
당연하다.
고통.
난 비명을 지르겠지.
하지만 주변의 파괴당한것들보다는 덜 아플것이다.
...
팔을 잘린 뒤의 생활을 생각해 보았다.(한 건물에 내 팔이 스치고, 상점은 온데간데없이 파괴되었다.)
팔이 없다면(그것도 오른팔이)
밥먹는 것도 불편할 것이고(아니, 팔이 있어도 이상태여야 숟가락만 [파괴]될 것이지만 쓸데없는 생각은 뒤로 미루자.)
타자치는 것 역시 불편할 것이고(아니, 팔이 있어도 이상태여야 키보드만 [파괴]될 것이지만 쓸데없는 생각은 뒤로 미루자,)
일자리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아직 학생이지만)
주변의 동정어린 시선도 참을 수 없고(이미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친구하나 없을 것이며(이미 한 친구는 [파괴]되었다.)
심지어
일을 본 후 뒷처리하기도 힘들것이다.(비데는 잊자.)
...
..
.

()

씨끄럽다.
아픈건 아픈것이다.
파괴당한것들의 고통따위 내 알리 없다.
난,(나를   하고 싶다. 이런    을 한 나를    하고 싶다.)
나만 안아프면 된다.
주변따위, 내 알바 아니다.
주변이 죽어가도,
나만
안아프면 된다.

이미 '흑색'은 목까지 탐식해 들어갔다.
아직 이곳은 인파.
주변을 둘러본다.

흩어져있는것은

손가락.
눈.
오른쪽 눈으로부터 왼쪽입고리까지 절단된 머리.
나머지 부분의 머리.
시맨트조각.
피.
뇌수.
천.
종이.
관절과 반대로 꺽인 왼다리.
엄지발가락이 없는 오른발.
엄지발가락.
오른팔.
왼팔.
.....

눈앞의 '차가운 싸구려 고깃덩어리'와 잔해.

그동한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 벗어나 있던 내 시야에 다시 들어 왔다.

주위에 울려퍼지는 (나와 모두의)비명.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부 [파괴]되었다.
나의 오른편만 [파괴]된것이 아닌 모든것이 파괴되었다.
...
흑색은

성대의 탐식을 끝낸 뒤였다.
..
아마 이 음파가 닿은 모든 부분이 [파괴]되었을 것이다.
이미 팔 하나로는 끝나지 않을거다.
어쨌든, 난 살아있다.

살아있으면 그만이다.
살아있으면 그만이다
살아있으면 그만이
살아있으면 그만
살아있으면 그
살아있으면
살아있으
살아있
살아

.
.
.

'흑색'은 내 상반신을 뒤엎고 하반신을 탐식해 들어간다....!!

..
..
..
혹시
.
.
.
나의 두 다리
.
.
.

.
.
.
발바닥까지 '흑색'이 탐식한다면..
.
.
.
이 발바닥이 닿은 부분(세계)는
.
.
.
[파괴]
.
.
되는 것일까?
.
세계가 [파괴]된다면, 나는 살 수 있을까?

.........

이미 탈출구는 없다.
난 죽을 것이다.
안된다.
이미 '흑색'은 무릎까지 침투하였다.
여기서 날 [파괴]시키면 될까?
아니,
이미 [파괴]된 자들의 상황을 보면
2초정도는 모습을 유지한다.
2초라면
바닥에 쓰러질때까지의 시간은 여유롭게 잡을 수 있다.
바닥에 쓰러진 나의 '흑색'상체는..!!

서둘러야 한다.
뛴다.
다시뛴다.
나를 막는것 따위는 없다.

인파는 없다.
인파는 [파괴]되어있다.
모든것이 [파괴]되어있다.
달려야 한다.
찾어야 한다.
이 '흑색'이 발바닥까지 침투하기 전에 고층건물을 찾아야 한다..!!!

달린다.
나의 음파가 닿지 않았던 곳까지

-흑색은 발목까지 탐식하였다.

보인다.
음파가 닿지않은 부분과 닿은 부분의 경계에서 경찰들이 조사중이다.

-흑색은 발을 탐식하기 시작하였다.

날 발견한 경찰이 날 멈추어 세운다.

-발목으로부터 1cm 탐식완료

멈출리 없다.
불쌍하게도, 나의 상체와 맡닿은 그 경찰은 [파괴]되었다.

-발목으로부터 2cm 탐식완료

경찰을 뒤로 한 채, 한 (매우 높은)건물을 향해 달려간다.
다시 인파속이라, 나를 스친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파괴]되어간다.
뒤에서 총성이 들린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따위의 생각은 할 수 없다.
너무 늦게나마 이렇게 결심한 나를 비난할 뿐이다.

-발목으로부터 3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5cm.

맞았다
오른팔이다
왠지 아이러니
아프지만
계속 달린다
이정도 고통이라면 참을만 하다
아까 자를 걸 그랬다
잘려야 했다.
이미 지나간 일
지나간것 따위 생각해 봐야 쓸모없다
나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발목으로부터 4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4cm.

고통을 뒤로하고 건물내부로 들어간다.
엘레베이터(다행히 엘레베이터는 1층에 서 있었다.)단추를 발로 누르고

-발목으로부터 5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3cm.

엘레베이터에 탄 후 옥상버튼을 다시 발로 누르다..가 넘어질뻔 하였다.
넘어지면 안된다.
엘레베이터가 [파괴]될 것이다.
다시 단추를 발로 누른다.

-발목으로부터 6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2cm.

옥상을 향해 가는 엘레베이터
목표인 45층을 향해 엘레베이터는 열심히 상승한다.

5층
숨을 고른다.

10층
발의 '흑색'을 한번본다. 이미 나는 나체상태. 옷은 [파괴]되었다.

16층
그제서야 드는 무서운 생각

23층
나는 죽으러 가는 것이다.
어찌되도 죽기에 나는 세상을 구하기위해 죽으러 가는 것이다.

34층
희생..이라기에는 이미 의미가 탁해진 후.
훗, 하고 웃음이 나온다.

45층
문이 열린다.

-발목으로부터 7.5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0.5cm.

달린다

-발목으로부터 7.6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0.4cm.

건물 옥상에서 달린다

-발목으로부터 7.7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0.3cm.

저 허공을 향해 달린다

-발목으로부터 7.8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0.2cm.

저 허공을 향해 발을 앞으로 내지른다

-발목으로부터 7.9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0.1cm.

허공을 향해 멋지게 도약한다....!!!!

-발목으로부터 8cm 탐식완료 - 바닥까지 앞으로 0cm.
전신탐식완료.

허공
푸른하늘
차거운 바람이 나의 뺨을 스치고
전신은 중력에 떠맡겨지고


난 날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멍하니

푸른하늘을

시원스럽게 날고 있었다.


멍하니 날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제공시간은 적어도 4초정도는 될 것이다.
난 주저없이 나의 팔을 나의 심장쪽으로 끌여당겼다
흑색과 흑색은 맞닿았다.

모든것을 [파괴]시키는 '흑색'이
'흑색(나)'을 [파괴]시칸다....!!

..
.
.
.

파괴되는 시간은 2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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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지는 것은 '흑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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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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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파괴]하는 존재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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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것은 없다.
세상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평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