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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뻥이죠?” 장난스러운 어조였다.
노인은 입을 다물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어. 봐. 말을 못하잖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사람들이 그
숲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이 끔찍한 전설 때문이고. 정말
잘 지었지, 그 전설. 저런데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이유로 정말 완벽하잖아. 생각해 봐. 세상에 그런 일이 어
떻게 일어날 수 잇겠나? 봐, K. 이것은 그저 전설일 뿐이고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야. 왜 그런 말을 지어내냐고? 숲을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이것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거야. 누군가 이 숲을 개발하지 못하게 말이야.
아마 그럴거야. 잊혀진다니, 실제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
냐? 안 그래?”
K는 고개를 숙였다. 왠지 들어가기가 꺼림직했다. 불길한
예감이 그의 머리를 스쳐 왔다. 그는 도움을 청하는 눈으
로 노인을 바라보았지만 모자 창의 그림자에 막혀 그의 눈
은 잘 보이지 않았다. 노인이 말을 하지 않자 기세가 붙은 P
가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니깐. 사실 이 마을의 주요 자산, 즉 주민들의 생계
수단은 저기 크게 뻗은 바로 저 산일거야. 영원의 숲인가.
저기 말이야. 여기 사람들도 많이 들어갈 거라고. 안 그래?”
노인은 요즘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젠 무슨 말을 해도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노인은 궐련을 하나 빼어 손에 들었다. 다른 손은 라이터
를 집으려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그것은 잘 잡히지가 않
았다. 노인은 마른 입술로 불붙지 않은 궐련을 붙잡으며
말했다.
“젊은이들. 자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저기는
들어가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네. 자네들, 자신들을 생
각하세.”
효과가 없을 거란 걸 알면서도 노인은 이렇게 말을 끝맺
었다. 그때까지 라이터는 찾지 못한 상태였다. 노인의 마
음은 조금씩 괴롭기 시작하는 상태였다. 이런 식으로 보
내어져 잊혀진―혹은 잊혀질―사람들이 수많을 지도 모른
다. 한 명도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들은 들어갈 것이
다. 노인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P는 노인을 그 젊은이 특유의 도전적인―이랄까. 노인의 입
장에서 보면 반항적인―표정으로 잠시 보고는 곧 K에게 얼굴
을 돌렸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노란 햇빛이 따가웠다.
“갈 거야, 말거야?”
K는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고민하는 표정일 것이다. 노
인은 캡의 햇빛받이로 가려진 K의 얼굴을 잠시 보다가 곧 하
늘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햇빛에 노랗게 변한 듯한 쌩 한낮이
었다. 뙤약볕 안에 있는 것일거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미
쳐버릴 정도로 맑은 새파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더없이 좋
은 날씨, 아니 사람 몇 명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거의 불지 않는 바람에 노인의 비쩍 마른 몸에 입혀져 있는 반
소매 반내의의 끝자락이 팔랑거렸다.
“가겠어.”
K가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노인은 고개를 천천히 내렸다.
“잠깐만 있어보게, 젊은이들.”
노인은 자신이 앉아있던 평상 아래로 팔을 길게 뻗고는 한 손
으로 뭔가 끄집어냈다.
먼지가 앉아 낡아 보이는 검은 공책과 꽤 좋아 보이는 엽총이
었다. P는 재빨리 그 엽총을 빼앗아들고는 이리저리 겨누어보
았다.
“이 총 괜찮은데요? 연발입니까?”
“어, 아니, 단발일세. 한번 장전에 최고 열두 발까지는 쏠 수
있다네.”
말이 끝나자 노인은 공책의 뒷부분쯤을 펴고 볼펜을 내밀었
다.
“자네들의 이름을 여기 적어두게. 그리고 돌아올 날짜와 남
길 말, 그리고 자네들이 일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남길 말
을 누구에게 전해줄지도.”
“아, 정말. 그 말 장난 아닙니까?”
노인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적기 싫다면 적지 말
라는 뜻이었다. 그 눈빛에 P는 흠칫 하더니 말했다.
“뭐, 까짓 적겠습니다. 나중에 돌아와 제 이름을 확인하죠.”
“그래주기를.”
P와 K는 차례로 그 유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를 적
었다. 노인은 다 쓴 그 공책을 집어 평상 아래에 넣더니 다
시 평상 아래에서 엽총에 사용될 탄약과 탄창을 여러 개 꺼
내어 P에게 주었다. P는 그것을 받아 자신의 조그만 가방에
넣었다.
“행운을 비네. 꼭 돌아오기를 바란다네.”
하늘이 너무 맑았다. 너무, 맑아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것을 죽여버리고 싶은 느낌. 미친 까마귀 한 마리가 숲 위에
서 푸드덕댔다.
다음 편부터 숲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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