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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奇妙)인간존재下

2009.09.13 04:20

물망초 조회 수:437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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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은 하나인가. 아니면 두개인가. 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찬반이 많이 갈린 논제이다.
그러나 마음과 몸이 하나이든 두개이든 현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1000원짜리 밀크셰이크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보다.>


 


아히바라 리카가 죽었다. 그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학생들은 꽤나 충격을 받았다. 모두가
유능함에 극치를 이루었던 학교의 톱이 죽자, 허탈함을 느끼는 게 분명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완벽하고도 완벽한 아히바라 리카가 어째서 그래야만 했는 지에
대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도 바라는 일이 이렇게도 쉽게 이루어 질 수 있
을 만큼 인과율이 가볍지 못한 것이 지구라는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아히바라 리카는
고깃덩어리처럼 잘게 잘게 썰려서 집에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살인에 사용된 무기는 톱이
었다고 한다. 경찰은 범인을 사이코패스로 생각하고 수사방향을 그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한
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몇일이 지나도 범인의 단서가 될 만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완벽한 범행이라는 것이다. 완벽한 범행으로 아히바라 리카는 세계에서 이탈
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리카라는 존재는 이제 아예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만약에 그게 사실
이라고 한다면 나는 아히바라 리카보다는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살아있다. 리카는?


 


고깃덩이.


 


아히바라 리카는 인간이라고 하기에도 불쾌한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그건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그건 존재감이 없다. 그래. 아히바라 리카는 존재가 사멸당했다. 잠깐. 잠깐.


 


존재의 사멸?


 


이건 정말로 걸작이다. 내가 생각해도 걸작같은 말을 꺼냈다. 아히바라 리카같은 천재의
존재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나의 부활이다. 그런데 인간존재는 겨우 그정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예상 밖이었다.아히바라 리카는 살아있었다. 인간존재로서 남아있었다.
학생들은 리카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 주위에 사람들도 학문을 하는 자들도 리카를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것 마냥 말을 꺼내곤 했다. 그렇다면 리카는 아직 없어진 것이 아니다.


 


나는 확신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아히바라 리카를 의식하고 있는 이상은 아히바라 리카라는 존재가 사라진 건
아니다. 있었던 것을 없었다고는 할 수 없던 것이다. 나는 집에서 아히바라 리카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사교성이 짙은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히바라 리카의 존재감은 오히려 나를
월등한다. 나는 내방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조용히 '인간실격'을 읽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살아있는 면서도 존재하지 않고 죽어있으면서도 존재하는 인간이 얼마나
많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살아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자이다.


 


"그 말대로야."


 


뒤에서 능청거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히바라 리카다.
나는 최대한 인상을 쓰고 아히바라 리카를 맞이한다.
"의외로 너의 존재는 오래가는 모양이다."
"의외가 아니야. 세상에는 얼마든지 이런식으로 존재하는 인간들이 있어. 인간의 존재라는 건
그리 쉽게 지워지는 게 아니야. 자기가 다시 환생해서 살고 싶어하는 인간들은 사실 그렇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존재하기도 하는 거야."
아히바라 리카는 활짝 웃었다. 나는 살인자처럼 최대한 험악한 얼굴을 한다.
"그런데 어째서 천재인 네가 이런 짓을 내게 권유한 거지?"
"그건 네가 날 죽여서 진짜로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준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곤란해서 말이야. 그 외에도"


 


호기심.


 


"나도 어느정도 나의 존재가 확립되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
아히바라 리카는 정말로 최악이다. 그런 말을 하지 않고서는 그녀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확실히 네가 죽은 순간 너의 존재가 사라진건 아니라는 건 알겠어. 하지만 정말로 네가 죽
었다면 그런정도의 이해로는 할 수없는 것이 존재했을 거야."
나는 마음속에도 없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인간존재란 쉽게 설명하기는 힘든
것이다.
"그렇겠네. 확실히 나라도 죽는 건 사양이야. 이렇게 내기를 이기는 재미도 못보고 말이야."
아히바라 리카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나는 험악한 얼굴을 하였다.
"그래. 하지만 너무 일을 크게 만든 거 아니야? 이미 경찰도 난리를 치고 있는 상태고."
"그런건 별로 걱정할 거 없어."
과연 천재라는 존재란 이런 것인가. 아히바라 리카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런 것이다.
"알아서 처리할 수있으니까."
"아. 그래?"
아히바라 리카는 활짝 웃는다. 그 미소에는 후광이라도 비춰지는 듯 해서 눈이 부쉴 수준이다.
"아무튼간에 너는 내기에 졌으니까."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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