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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역사 白의 土地(백의 토지)

2005.08.26 09:05

레크 조회 수:183 추천:1

extra_vars1 영원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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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토지 제 1화

작가의 말 : 일제의 치하의 한반도에서 일어난 기미독립운동(3.1운동)을 배경으로 그린 소설입니다.
이 곳 분들의 취향에 맞지 않을 지, 혹시 실력이 부족해서 읽기가 껄끄러우실 지 많이 걱정 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 4화를 마지막으로 끝나는 단편작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경복궁에 일장기가 꽂혀 나부끼게 된 때로부터 거의 아홉 해가 되어가는 해의 2월 중순의 어느 날(1919년 2월 중순), 해가 중천에 떠있는 이곳은 바로 영산강을 끼고 있는 나주의 한적한 어느 농촌. 무궁화나무가 무성한 곳의 한 원두막 속에서 슬픈 고구마의 구수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따, 성님. 고구마가 다 타겄어라.” 상현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허허, 참. 고구마는 약간 탄 맛이 제 맛이라구 그래!” 길현이 말했다.
그 둘은 얼굴 맵시와 풍채가 천지차이라, 아우인 상현은 납작코에 이목구비도 뚜렷하지 않을뿐더러, 키도 매우 작았다. 그에 비해 그의 형인 길현은 달랐으니,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풍채도 매우 뛰어나서 마을 아낙네들이 그를 마음 속 깊은 짝사랑을 수놓기도 한다. 이렇게 그들의 외모는 천지차이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그런 데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아니하는 것 같다.
“성님, 그거 아시유? 우리 옆집 기철 성님이…….” 상현은 다급히 말했다.
“그래, 기철이가 뭐 어찌하였다고 그래? 혹시 한양 가서 난리 피운 것은 아니겠지? 그 녀석, 요즘 집안 형편도 모르고 기방에 들락날락 거리더니만…….” 길현이 고구마를 먹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기철 성님이 이번에 종로 경찰서에 형사로 가셨다니께요!” 상현은 흥분하며 말했다.
“오, 그래? 기방 가려고 돈이 모자라서 그 짓거리까지 하는 건가? 하긴 그 게 아니더래두 요즘은 땅 있으면 왜놈들이 막 뺏어가니, 농사도 못 짓고……. 오히려 형사가 낫겠구먼!”
이 말에 상현은 먹고 있던 고구마를 다급히 놓으며
“성님, 그 게 뭔 망발이어유! 순사 오면 개죽음이랑께요!”
“아, 미안하다. 그나저나 상현아, 한양에 경성학교로 복학하러 가는 날이 얼마나 남았지?” 길현이 고구마를 입에 넣은 채로 말했다.
“열흘요.”
“그래.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집안도 살리고, 조국도 살려야지. 그치?” 길현이 상현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예, 그래야죠. 그만 먹으려구요?” 상현도 일어선다.
상현과 길현 모두 자리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느 한 소년이 그들을 향해 달려온다.
“어? 남기야. 무슨 일 이길래, 급히 달려와? 한양에 같이 댕기는 날도 열흘씩이나 남았는데…….” 상현이 남기라고 불리는 그 소년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남산 형님이, 형님이…….” 남기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을 했다.
“그래, 동경(東京)에서 뭔 일인데 그랴?” 상현이 남기에게 물어본다.
“남산 형님이 동경에서 며칠 전에 독립선언에 참여하다가 헌병한테 끌려갔어. 아마 사형선고를 내리겠지. 이 왜놈들, 왜놈들…….” 남기가 눈물을 적시며 말하다가 맥없이 말을 놓고 만다.
상현과 길현은 충격이 커서 그런지, 눈물도 아니 나오고 그대로 우두커니처럼 맥없이 앞을 바라만 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남기는 무슨 일이 또 있는지, 계집아이처럼 훌쩍거리며 떠난다. 그리고 길현과 상현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집을 향해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