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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역사 벚의 개화

2006.06.11 02:52

로케이트 조회 수:371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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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의 개화]

벚, 항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꽃이다. 벚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봄이라는 짫은 개화기간동안 활짝 피었다가 금방 시들어버려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안타까움이 그 아름다움을 더욱 더 높여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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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소식이 왔다. 오늘 정오에 놈이 식을 마치고 오는 길에 이곳을 지난다는 소식이었다. 이봉창은 서둘러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이라야 눈속임용 도구 명명과 그에게 바칠 소중한 선물, 그리고 이별할 때 사용할 수류탄밖에 없었지만, 그것을 양복 주머니에 집어넣는 이봉창의 손을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상해에 도착한 날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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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상해에 도착했다. 상해에는 아직 봄기운이 남아있었나본지 길가에는 벚이 피어있었다. 한참이나 벚을 바라보던 이봉창은 드디어 결심이나 한 듯 가정부(假政府, 과거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부르던 명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지키는 사람인듯한 청년이 길을 막았다. 그러나 독립을 위해 왔다는 봉창의 말
에 곧 길을 비켜주었다. 안으로 들어간 후 봉창은 걸상에 앉아 총무실인 듯한 방을 지키는 한 민단 요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요원은 의미를 이해했다는 듯, 그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들어가십시오."
민단 요원이 말하였다. 봉창은 한문으로 접객실이라 쓰여있는 방에 들어갔다.
"앉게."
걸상에 앉아있던 남자가 이야기했다. 봉창은 그의 앞에있는 사각 걸상에 앉았다.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김구라 하네.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봉창의 손이 명령도 없는데 유난히 떨었다. 신문에서나 본 백범 선생을 손이 안다는 듯이 손이 계속 떨었고, 자신을 떨게했다. 그러나 곧 봉창은 흔들리는 손을 억지로 멈추고 말했다.
"저는 일본에서 노동일을 하고 있는 이봉창이라고 하는데, 독립을 위한 일에 참여하고 싶어서 상해에 왔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노동자도 독립 거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까?"
"나라를 위한 일에 어떠한 신분이던, 어떠한 일을 하던 무슨 상관이 있겠나? 하지만 지금은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세나."
그말을 들은 이봉창의 손이 다시금 떨렸다. 하지만 또다시 손은 억지로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이봉창은 백범 선생과 헤어진 후, 가정부 건물 근처에 방을 잡았다.

이튿날 이봉창은 다시 가정부 건물로 갔다. 하지만 백범 선생은 경무국(경찰 사무를 총괄한 기관) 일로 바쁜 듯 그곳에 있지 아니했다. 다만 민단 요원 몆몆이 있었을 뿐이었다. 민단 요원들은 밥을 굶은 듯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봉창은 국수와 술을 사다가 요원들과 함께 점심삼아 먹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이봉창이 물었다.
"당신네들은 독립운동을 한다면서 왜 천황을 죽이지 않는거요?"
요원이 황당하다는 듯 젓가락을 놓으면 대답했다.
"일개 장군 하나 죽이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천황을 죽일 수 있겠소?"
"내가 작년에 일본에 있을 적에, 천황이 행차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만약 그 때 내게 폭탄이 하나만 있었다면 천황을 죽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였소."

백범은 저녁 늦게야 돌아왔다. 민단 요원이 이봉창이 다녀갔노라며, 그가 정오에 했던 이야기를 백범에게 들려주었다.
"음......"
아직 외출복 상태였던 백범은 고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한인 애국단((韓人愛國團,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조직된 항일독립운동 단체)은 테러와 무장활동으로 독립을 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백범은 서둘러 이봉창의 방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들어가도 괜찮겠나?"
백범이 무겁게 말했다. 안에서 조용히 문이 열렸다. 한밤중이었지만, 이봉창은 양복차림새를 하고있었다. 백범이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자네에게 1년 내외로 할 일을 준비해주겠네. 하지만 정부 살림이 어려워 자네의 일년 생활비를 대줄 길이 없다네."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철공일을 배워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본에서 기노시타 쇼죠(木下昌藏)라는 이름으로 살았고, 이곳에 오는 길에도 제 본명을 숨기고 왔습니다. 제가 일본인 행세를 하며 일을 하면 생활비 걱정을 없을 겁니다."
이봉창의 대답이었다. 백범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아니했다. 다만 백범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봉창이 말했다.
"제가 올해로 나이가 서른 하나입니다. 인생의 목적이 쾌락에 있다면, 지난 삼십 일년간 인생의 쾌락이란 것을 대강 맛보았습니다.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얻고자 하니 선생께서 저를 잘 인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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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약속했던 1년이 지났다. 백범으로부터 상해로 오라는 전보가 날아왔다. 봉창이 서둘러 상해에 도착하니 백범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백범은 먼저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그의 다 떨어져가는 옷
안주머니에서 수류탄 두개와 300원 수표를 꺼내어 이봉창에게 건냈다. 백범과 이봉창의 손이 모두 떨렸다. 봉창이 먼저 말했다.
"선생님! 제가 만약 이 돈을 가지고 제 멋대로 써도 선생님께서는 이곳에서 나오실 수 없으시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제게 선뜻 이런 큰 돈을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신임을 받는 것은 이번이 아마 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백범도 다시 무겁게, 그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무운을 비네."
떠나기 전, 민단 요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봉창의 한인 애국단 선서를 하였다. 민단 요원 모두가 엄숙히 식에 참여했다. 혈서를 끝으로 하여 식이 끝났다. 그리고 엄숙한 자리이건만 곡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곡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고국, 갈 수 없는 그 들판에 닿을만큼 모두가 크게 울었다. 아직 울지 않은 이는 봉창과 백범 뿐이건만, 백범마저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봉창도 손이 떨렸다. 모두 이별 전, 함께 사진을 찍기로 했건만,아무도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이 때,이봉창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제가 영원의 쾌락을 얻으로 가는 길이니 모두 웃으며 사진을 찍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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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이 조용하고도 크게 들려왔다. 천황이 온다는 신호였다. 이봉창은 급히 전보를 쳤다.
[1월 8일 물건을 전달 하겠음]
드디어 놈이 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봉창은 놈과 생사를 같이 할 생각이었다.
"지금이다!"
봉창이 수류탄을 던졌다. 맞았는지 아니 맞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봉창의 손이 떨렸다. 아니 그것은 떨림이 아니라 흔들림이었다. 이봉창은 손을 크게 흔들었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이봉창은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주변에는 벚나무가 있었다. 겨울인지라 꽃은 피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꽃은 다시 필 것이었다. 꼭, 봄이 다시 와서 벚은 활짝 필 것이었다. 활짝 다시 필 것이었다.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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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국사 수행평가로 만들었던 역사소설인데, 다시보니 새로워서 올립니다.
백범일지와 이봉창 연보를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냥 배껴온 것도 많다는..;;
아, 참고로 벚꽃은 일본의 국화가 아니랍니다.(물론 상징도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