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역사 살수에 뜨는 별 , 요하(療河)의 대치

2006.06.06 23:56

Kelf. 조회 수:337

extra_vars1 을지문덕 
extra_vars2
extra_vars3 119284-2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살수에 뜨는 별 , 요하(療河)의 대치

                                                  을지문덕. [ 乙支文德]

" 오호-. 문덕인가! 어찌 이토록 순식간에 왔느냐? "
문덕을 본 왕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 신이 타는말이 제법 명마 축에 드는 놈 입니다. 사정이 급한줄을 알고 요동을 떠나 잠시도 쉰 적이 없었나이다. "

" 그래? 경의 말이 짐의 애타는 마음을 알았나 보구나. "

왕은 곧 문덕을 가까이 불러 앉히고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 수양제가 백만군사를 내어 요동을 정벌한다는 소문이다. 과인이 이를 듣고 어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이며, 자리를 펴고 누운들 어찌 잠이 오겠는가? 경은 미리 이 같은 날이 올 것을 주장했던 사람이요, 또한 요동의 성곽을 방비한지 오래 되었으니 반드시 적을 물리칠 신묘한 계책이 있을것이로다. 어서 그것을 말하여 짐의 걱정과 근심을 일거에 없애 달라/ "

왕의 말에 문덕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 대왕께선 조금도 심려하지 마옵소서, 신이 요동으로 대임을 맡아 떠난지 어언 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그사이 요하의 수십 개 크고 작은 성들은 철통같이 보수되어 쥐새끼 한 마리 허락 없이 드나 들 수 없고, 각 성의 군사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거짓 적군을 만들고 여러 경우에 대비한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므로 군령과 병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마치 그림과 같습니다. 또한 성주들은 창고마다 곡식을 넉넉히 비축하여 2,3년은 농사를 안짓고도 능히 버틸수 있습니다. 성루에는 기계가 공구를 배치하고, 성 밖에는 철질려( 기병의 통행을 막기 위해 세운 찔레 잎 모양의 쇳조각. ' 질려 ' 는 찔레를 뜻함 )와 행마 (수레의 통행을 막기 위해 방책 위에 화살과 화살촉 등을 박아 만든 일종의 장애물 )와 해자 ( 물길로 만든 방어선)와 보루 , 돌제따위를 어지럽게 설치하고 성 주변 곳곳에 책과 구덩이를 만들어 풍우조차 함부로 범접할 수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

문덕의 대답을 들으며 대원왕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을 할 수는 없는일이였다.

" 경의 말을 들으니, 반 시름은 걷히나 저쪽 군사가 전대미문의 대병력이라 하니 중과부적을 근심하지 않을수 없구려. "

" 적군이 비록 백만이 넘는다고 하나, 이는 사방 각처에서 급히 긁어모은 오합지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군령이나 헤아리고 말깨나 타는 이는 일이십만 정도요, 나머지는 남북방에서 백정일을 하던 자와 농부, 심지어는 얼마전 아우른 교지, 일남과 부국의 어린아이들까지 섞여있다 합니다. 이들 태반이 평상엔 병기를 잡아본적 없는 자들이니 머릿수는 별 의미가 없사옵니다. 신은 양광이 소수의 정병으로 왔다면 오히려 놀랐을 터이나, 백만을 운운하니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

입을 다무는듯 하다가 곧 이내,

" 요하와 태자하에서 시일을 끌며 성문을 닫고 , 낮잠을 자면서 날짜만 보내도 수군은 금세 양식이 떨어져 스스로 자중지란에 빠져 물러날 것인데 무엇을 더 걱정하겠나이까? 양광의 백만 군사 따위는 얼마든지 물리칠 만 가지 계책이 신의 수중에 있으니 대왕께선 근심을 거두시고 베개를 높이 하여 모쪼록 옥체를 평안히 돌보십시오. "

자신에 찬 을지문덕을 보는 왕의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그제야 어린아이처럼 환한 표정을 지으며,

" 그대를 만나니 비로소 안심이 되는구나! 전날 억울하게 죽은 직예가 말하기를 나라에 문덕이 있어 천만 군사도 두렵지 않다고 하더니 과연 이제야 그 장담이 헛되지 않음을 알겠도다! "

하고서,

" 고승(高勝)의 후임으로 그대에게 우장군 벼슬을 제수하고 과인을 대신해 압록수 이북의 병권을 맡길것이니 경은 요동으로 가 힘과 지략을 다해 수군을 물리치고 위기에 처한 백성과 나라를 구하라! "

당석에서 벼슬을 높여 요동의 군국사무 일체를 위임하였다.
좌장군 건무와 더불어 나라의 상장군을 지내던 노장 고승이 늙어 죽은지 불과 한달 남짓한 때 였다.

"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신 우장군 을지문덕,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고 기필코 방약무도한 양광의 목을 가져다 바치겠나이다! "

문덕은 돈수재배하고 어전을 물러나 물 한모금 마시지 않은 채, 다시 쌍창워라에 올랐다.
그는 성으로 귀환하는 즉시, 주변 성의 성주들을 불러 모았다.
이때 요동 8성(城)으로는 북에서 신성(新城) , 현도성(玄X城), 개모성(蓋牟城), 요동성(遙東城), 백암성(白巖城), 안시성(安市城), 비사성(卑伺城 : 대흑산성)이 있고, 압록 쪽으로 치우쳐 오골성(烏骨城)이 있었다.
본래 요서와 요동 지역에는 구루(성곽)이라 불리던 크고 작은 성의 숫자가 무려 70여개나 되었다. 170여 고구려 전체 성곽 가운데 대략 3분의 1 이상이 이곳에 밀집해 있었던 것이다. 개중엔 요서의 무려라처럼 성이 아니라 라(蘿)로 불리던 오늘날의 초소 같은 자성들도 있었고,ㅡ 사람이 살지 않고 성곽만 구축해놓은 것 들도 많았다.
이처럼 규모가 작은 성들은 지역별로 큰 성에 부속된 참호와 요새의 성격을 띠었는데, 큰 성 성주의 책임 아래 관리되었다.
요동 8성은 성민이 살고 성주가 있는 큰 성들 이었다.

" 지난 수년간 우리가 이곳에서 애쓴 까닭은 바로 오늘과 같은 날을 위함이오. 하마터면 그간의 노고가 공연한 헛 일이 될 뻔 했는데 다행히 하늘의 뜻이 우리에게 있어 수나라 미치광이 양광이 군사가 내니, 고생한 보람을 얻고 나라의 대공을 세울 기회마저 얻었소. 보오. ㅍ대왕께선 당장 나에게 우장군 벼슬과 함께 요동의 군국사무 일체를 맡기시어 수나라 군사들을 물리치라 하셨거니와, 만일 공들이 나를 도와 혁혁한 무공을 세운다면 앞날 일은 당하지 않아도 능히 짐작할수 있지 않소? 어리석은 자는 위급한 때를 만나면 망할것을 두려워 하지만 현자는 기회가 도리어 그 때 있음을 안다 하였소. "

문덕은 성주의 면면을 하나하나 살피고 나서 다시 끊어진 말 허리를 이었다.

- Pin. Witten by Kelf.

고구려의 전투 시작은 지금부터라 할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