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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역사 [습작]나그네이야기

2006.02.27 08:18

초요 조회 수:252 추천:1

extra_vars1 달빛 
extra_vars2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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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_vars5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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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까지만 미치던 거세고 차가운 바람이 겨울에 가까워지자 더욱더 마르고 세차게 바위산을 깍아 내릴 듯

쳐 내리기 시작하였다. 밤만 되면 울리는 날카로운 바람소리는 더욱 날카롭고 거슬리게 계곡을 울리고 있

었다. 계곡 뒤의 칩엽수림은 야생동물의 소리조차 없이 조용하여 사무치는 고요함속에 바람소리만 거세게

울려 퍼지는 밤이다.

그때 멀리서부터 푸욱 푸욱 하고 눈을 밟는 소리를 뒤로 한 채 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다. 세찬 바람으로부

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옷의 외투를 꽁꽁 여민 채 한걸음 한걸음을 천천히 때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

다. 뒤로 이어져있는 긴 발자국, 그는 상당한 시간을 오로지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가

향하는 걸음은 머지않은 거리에 있는 조그마한 오두막으로 이어졌다. 세찬 바람 속에서 그는 더욱 단단히

옷을 여미며 허리춤의 도끼를 매만졌다. 도끼의 시퍼렇게 서있는 날이 그의 손을 거치며 약진하듯 떨려온

다. 그는 오두막의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에 이르자, 갑작스레 쿠웅 거리고 무서운 속도로 달리며 문을 발로

콰앙 하고 밀쳐 버렸다.

문은 발이 닿기가 무섭게 와지끈하고 부서졌다. 그는 남은 문을 도끼로 콰직 하고 찍어낸 뒤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밤의 설광에 비친 그의 눈빛이 매서웠다.

“이곳인가. 이곳이 내가 찾았던 곳이란 말이지.”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부동적이면서도 매끄럽기는커녕 덜걱대듯 오

두막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더욱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그의 눈과 도끼는 시퍼렇게 번뜩였다. 그가 그 오두

막의 중간에 섰을 즈음, 그는 발로 밑을 천천히 더듬고는

“여기다.”

하고 도끼의 세운 날을 정중앙으로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뿌적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오두막의 밑은 커다란 철 관이 나타났다.

“여기 있었군.”

그는 바로 무릅을 꿇어 도끼를 옆에 놔두고 양 손으로 그 철 관의 고리를 힘차게 잡아 당겼다. 끼기이익 하

는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철관의 단단히 닫힌 문이 처언 천히 열렸다. 문이 어느 정도 열리자, 그는 다시 도

끼를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문의 연결쇠를 내려쳤다. 노후 되 있던 금속 연결쇠는 도끼의 몇 번

휘두름에 맞추어 금새 틀이 벌어져 쟁강 하고 부서져버렸다. 연결쇠가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철문은 옆을

향해 쓰러졌다.

“후우”

하고 그는 일단 한차례 숨을 돌렸다. 그리고 한차례 손을 턴 뒤에 철 관속의 흙을 조용히 파내었다. 잠시 동

안은 손으로 파다가 옆의 도끼를 양손으로 잡고 날을 이용해 박 박 긁어내었다. 땅이 얼어 파내기가 어려움

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슬슬 도끼목마저 부러지리만치 나갔을 때 즈음일까. 그는 흙 속에서 무

엇을 발견한 듯 바로 손을 뻗어 땅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 속에서 작은 목걸이 하나를 꺼내었

다. 비로 흙이 잔뜩 엉겨붙어있었지만 그 목걸이는 달빛을 받아 금색으로 번쩍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훌

륭한 팬던트가 달린 순금 목걸이였다. 그 팬던트를 낚아챈 그 순간 그의 눈썹은 약간 미중으로 모였다. 그

러면서

“드디어 증거를 발견 한 것인가.”

하고 그 뒤로 이어, 바로 팬던트를 억지로, 다만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안에는 검붉은 색의 생채기가 묻어있는 한 여자의 사진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잘 보존 되어있는 그 사

진의 인물은 굉장한 흑발의 미인이었다. 그는 그제서야 눈썹의 긴장을 풀고 살며시 주머니에 그 팬던트를

넣었다.

“다행이 무사하다.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겠지만,”

잠시 눈동자의 떨림이 지나간 뒤 그는 다시 일어나 몸의 자세를 고쳐 잡고 한차례 기지개를 켠뒤 문 밖으

로 빠르게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다시 왔던 눈발자국을 따라 되짚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그는 눈 속으

로 사라져 갔고 그의 자취는 점점 대기 속에 흐릿해져 보이지 않다가 곧 형체 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의 뒤에 남은 오두막의 안은 한참동안 막혀있던 세찬 공기가 들어와 그 안을 진동시켰다.

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안에 있던 커다란 액자가 밑을 향해 약간 기우뚱했다. 그 액자안에는 한 남자가 팬

던트의 여자와 서있었다. 바로 그 사내였다.

그가 사라진 자리는 여전히 심하게 눈이 내리었고, 곧 사내의 뒤로 이어져있던 눈발자국 마저 눈속으로 사

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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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력을 높이기 위해 써 보았다가 장편으로 이어보려 했지만 역량의 한계로 포기한 단편입니다;ㅅ;

지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