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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패러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005.05.27 18:54

책벌레공상가 조회 수:786 추천:22

extra_vars1 그리곤 불태웠어....새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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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어요...
...제가 왜 여기에 쓰려져 있는 것일까요? 제 몸에 한뼘정도 눈이 쌓여 있었어요...눈을 털어내고 나니......제 주위에 타다 남은 성냥개비 몇개가 보여요......아마...어젯밤의 거센 눈보라를...성냥으로 이겨보려다가...할머니를 만났죠......
...저는 아마도...눈보라 속에서 얼어 죽었나 봐요. 사람들은 저를 보고는...그저 한 소녀의 시체가 길가에 놓여 있거니 하고 못본체 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겠죠......자신이랑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하지만 전 이렇게 다시 깨어났어요...제가 할머니를 만났을때......전 할머니랑 같이 돌아가고 싶었지만...할머니는 저를 가볍게 쓰다듬으시더니...도로 돌아가라면서 돌려 보내셨어요......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성냥을 팔아야 해요...
성냥 사세요......성냥 사세요......
......
성냥을 다 써버린 모양이에요......

......
발이......시려워요......어떤 개구쟁이 녀석이...제 나막신을 들고 도망갔어요......
추워요......지금. 하지만 전 집에 갈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성냥을 다 팔지 못하면 돌아갈 수가 없어요......

왜 사람들은 성냥을 사 주지 않는 것일까요?
제 성냥을 사 주었더라면......전 지금쯤 집으로 돌아가 우리집의 가족들이랑 같이 지낼수가 있을 텐데......제가 언젠가 성냥불로 통해 보았던 행복한 가정......식탁에는 온갖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고, 난로엔 따뜻한 불이 활활 타오르고, 가족들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한......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그런대로 행복하게 지낼 텐데......

추워요.......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어요......이젠......성냥도...없는데.......

아!
성냥개비 하나가 남아 있네요...겨우 하나 남아 있어요......이걸로 뭘 해야할까요?
......
저기 짚더미가 있네요......저 짚더미에 불을 붙이면......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따뜻해 지겠죠?

마지막 남은 성냥개비로 불을 당기고, 짚더미에 불을 옮겨 붙였어요......


......
불은 순식간에 번져 집 전체로 번지고, 옆집에서 옆집으로 번지고, 드디어는 온 마을이 불바다가 되었어요...


...이제 모두들 따뜻하겠죠? 아니, 적어도 추위에 떨 일은 없겠죠?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