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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패러디 연금술사들

2005.06.20 02:41

책벌레공상가 조회 수:130 추천:1

extra_vars1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한 연금술의 기본은....등가교환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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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에 키가 작은 붉은 옷을 입은 한 소년은 육즁한 갑옷을 입고 있는 다른 거인과 함께 가축 냄새, 땀냄새, 먼지로 가득한 건물 안에 앉아 있었다. 창고가 아니라, 거의 가축 우리 같은 곳이였다.
'아무래도 나는 여기 저기를 뒤지고 다니는 운명인가보군. 십 년간 연금술을 공부한 대가가 겨우 이런 촌구석이라니!'
보고 있던 연금술에 관한 책을 건성으로 넘기면서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로이 머스탱 중사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의 삶과 공부는 오직 현자의 돌을 찾는 데 바쳐져 왔다.
처음에 그는 연금술에 빠졌고, 그리고 엄마를 잃었고, 그리고 연금술로 엄마를 되살리려다 동생의 육신과 자신의 오른팔과 왼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자신들의 신체를 되찾기 위해 국가연금술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금술을 연마했다. 덕분에 그는 연성진 없이도 자유롭게 연성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 생체 연성을 하지는 못했다. 연금술에서 중요한 등가교환의 법칙은 뼈저리게 학습하기는 했다. 그러나 등가교환의 법칙에서 자유롭게 연성이 가능한 현자의 돌은 아직 얻지를 못했다. 몇몇 국가연금술사들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국가연금술사들이란 철저히 비밀을 지키려는 사람들이여서, 자기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할 뿐 남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것을 두려워 했다. 어쩌면 그들이 '현자의 돌'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토록 침묵으로 일관하는지도 몰랐다.
그는 자신의 노력을 거의 '현자의 돌'을 찾는 데 쏟아부었다. 전세계의 현자의 돌이 만들어졌다거나 연구하고 있다는 마을이란 마을은 다 찾아다녔고, 연금술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섭렵했다. 그 책들 중 하나에서 그는 아주 오래 전에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 연금술사가 등가교환의 법칙을 무시한 연성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에 따르면 그 연금술사는 나이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지만, '현자의 돌'을 소유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야기에 깊은 흥분을 느꼈지만 믿기 힘든 헛소리 정도로만 생각했다. 나중에 국가 연금술사가 되었을 때, 로이 머스탱 중사가 그 책에 나오는 연금술사에 대해 말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동방 영토의 오아시스에 산다네."
로이 머스탱 중사가 말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는 나이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지만, 현자의 돌을 가지고 있다더군."
그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즉시 그에게 내려진 모든 임무를 거절하고 연금술에 관련된 책 몇 권만 챙겨 자신의 동생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이곳, 가축 우리 같은 창고에서 대상들이 여행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였다.
사하라 사막을 횡단할 대상들은 동방 영토의 오아시스를 거쳐갈 것이였다.
"난 반드시 그 빌어먹을 연금술사를 만나야 해. 그리고 그에게서 기필코 현자의 돌을 받아내겠어."
그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되뇌었다. 그러고 나니 가축 냄새가 한결 견딜 만해졌다.
그때 짐보따리를 든 한 청년이 그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와 말을 걸었다. 동방 사람 같았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동방."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읽고 있던 책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마음이 바빴던 것이다. 연금술사를 만나게 되면 아앙을 떨든 협박을 하든 어떻게 그에게서 현자의 돌을 받아내야 할지에 대한 온갖 잡생각을 하느라 바빴던 것이였다.
청년도 책을 한 권 꺼내더니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동방 언어로 씌어 있는 책이었다.
'어쨋든 다행이군.'
그는 생각했다. 어차피 그 책이 무슨 언어로 씌였든 상관은 없었다. 만일 이 청년도 동방 영토까지 간다면, 이 청년에게서 연금술사에 대한 무슨 정보라도 캐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산티아고의 앞에는 책을 읽고 있는 한 금발의 키가 작달만하고 붉은 옷을 입은 한 소년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육중한 갑옷을 입고 있는 거인이 있었다.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산티아고가 들어올 때 경계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로 좋은 길동무가 될 수 있을 텐데도 그 소년은 귀찮다는 듯, 그저 짧게 대꾸할 뿐이였다.
산티아고는 책을 덮었다. 키가 작달만한 소년과 비슷해 보일 만한 행동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우림과 툼밈을 꺼내 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이 놀라서 소리쳤다.
"우림과 툼밈이군!"
산티아고는 재빠르게 우림과 툼밈을 주머니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파는게 아니야."
산티아고가 말했다.
"그건 대단한 물건이야. 연금술사가 연금술을 사용할 때, 연금술을 증폭시키는 돌이지. 이 지구상에는 수백만 개의 돌이 있어. 하지만 그런 연금술을 증폭시키는 돌은 얼마 되지 않지. 물론 '현자의 돌'에 비하면 거의 모조품에 가까운 돌이긴 하지만....난 이쪽 세상에서도 그런 돌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왕이 나한테 선물로 준거야."
그 소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주머니 속에 손을 넣더니, 조그마한 붉은 돌 파편 하나를 꺼내어 흔들어 보였다.
"왕이라고?"
그 소년이 물었다.
"넌 왕이 양치기와 이야기했다는 걸 믿지 않는 모양이구나. 꼬마야."
산티아고는 그렇다는 이 사람과의 대화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으로 돌아갔다.

"크우워어어어!!! 누가 나더러 고개만 조금 들어도 보이지를 않는 꼬마라는 거냐아!!!!!"

그 소년은 잔뜩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폭주를 하였다. 그리고는 산티아고를 금방이라도 날려 버릴듯이 날뛰었다. 그 소년의 옆에 앉아 있던 갑옷을 입고 있는 거인이 간신히 그 소년을 붙잡고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진정해. 형."
이리저리 날뛰던 소년을 간신히 진정시킨 거인은 소년을 제자리에 앉혔다.
"난 '고개만 조금 들어도 보이지를 않는'이라는 말은 안했어."
산티아고가 대꾸했다. 그 말에 소년은 간신히 산티아고에게 말했다.
"난 꼬마가 아니라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최연소 국가연금술사로써,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칭호를 받은 에드워드 에릭 님이시다!"
"난 알퐁스 에릭이라고 해."
옆에 앉아있던 거인도 덩달아서 말했다.
"난 산티아고."
에드워드는 산티아고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도 나처럼 연금술사를 찾으러 가는 길이야?'
"나는 보물을 찾으러 가는 길이야."
산티아고는 불쑥 대답했다. 그리고는 괜한 말을 했다 싶어 이내 후회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의 말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난 또....그럼 뭐 됐네."
에드워드가 말했다.
"나는 연금술이라는 게 무언지 잘 모르겠다만......"
산티아고가 조심스럽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
산티아고는 조용히 걸었다.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뒤로 에드워드가 뒤따라갔다. 혹시 무슨 정보라도 얻을까 해서 줄곧 산티아고의 뒤를 쫓아갔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아까전 부터 '이제 곧 군대가 쳐들어올 거야. 어떤 영상을 보았거든.'이라는 에드워드로써는 납득이 안가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요란한 굉음이 들려왔고, 산티아고는 갑각스런 돌풍에 휩쓸려 땅바닥에 쓰러졌다. 먼지구름이 몰려와 달빛을 가려버린 것도 순식간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눈챂에는 커다란 백마 한마리가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토하며 앞발을 치켜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먼지가 조금 가라앉자, 강렬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백마의 잔등 위로는 온통 검은 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이 보였다.터번을 쓰고, 두눈만 빼놓고는 얼굴 전체를 검은 수건으로 가리고 있는 그의 왼쪽 어깨에는 매 한마리가 올라앉아 있었다. 사막의 전령인 듯도 했지만, 그 위용의 장엄함은 단순한 전령 이상이었다.
그 신비한 기사는 말안장에 꽂아둔 거대한 반월도를 뽑아들었다. 칼날이 달빛을 받아 번쩍였다.
"누가 감히 매들의 비행을 읽어냈는가?"
마치 동방 영토의 나무 오만 그루가 일제히 메아리치는 것과 같은 목소리였다.
"제가 감히 그랬습니다."
산티아고가 대답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에드워드는 그 순간, 총을 들고 아슈바르의 시민들을 무차별로 학살하던 군부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상황이 바뀌었을 뿐, 지금과 똑같은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긴 했다.
"접니다."
청년이 다시 한번 대답했다. 기사는 청년의 이마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그대는 새들의 비행을 읽어냈는가?"
"새들이 제게 말하려는 것을 읽었을 뿐입니다."
칼날은 여전히 그의 이마를 겨누고 있었다.
"알라 신께서 장한 운명을 바꾸려 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그 말에 갑자기 에드워드가 그 기사의 앞으로 걸어나오면서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계속 듣고있자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겠군 이거. 전에는 태양신 레트의 교주더니, 이제는 알라 신의 교주냐?"
그 말에 기사는 산티아고의 이마에 겨누고 있던 칼을 들어 잽싸게 에드워드의 팔을 내리치면서 말했다.
"무험하다! 어딜 끼어드는 거냐!"
그 광경에 산티아고는 순간 두 눈을 찔끔 감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살점이 베어지는 소리 대신에 금속이 부딛치는 육중한 소리가 났다.
그와 함께 에드워드의 오른쪽 옷자락이 찢겨지면서 오토메일이 드러났다. 기사는 화들짝 놀랐다.
"뭐...뭐....뭔가? 그 팔은?"
기사의 말에 에드워드는 두 손을 합장하면서 기사에게 말하였다.
"오토메일이라는 거다. 인체연성의 대가."
그러더니 연성술로 거대한 철퇴를 만들어내어 기사를 향해 휘둘렀다. 그와 함께 무언가 부숴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기사는 저 멀리 지평선으로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잠잠해 졌다.
에드워드는 산티아고를 향해 돌아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혼잣말을 하였다.
"연금술사 녀석은 도데체 어디 있는거야? 만나기만 하면....."

...에드워드는 자신이 철퇴로 날려버린 사람이 연금술사였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되어....
산티아고는 연금술사를 끝내 찾지 못하고 피라미드에 도달하지 못하여 결국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양떼를 치게 되었고, 에드워드도 연금술사를 찾지 못하여 현자의 돌을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갔다.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