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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패러디 빨간 구두

2005.06.14 20:12

책벌레공상가 조회 수:103 추천:3

extra_vars1 ...흑백만 있는 세상은 너무 단조롭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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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벌써 구두가 다 헤어져 버렸어요!"
하얀 옷의 카렌은 오늘도 바깥 외출을 하기 위해서 언제나 자신의 검은 구두를 신기 위해 신발장에서 검은 구두를 꺼내다가 문득 자신의 검은 구두가 헤어져 버린것을 발견하고는 할머니에게 외쳤습니다.
카렌의 외침을 들은 회색 옷을 입은 할머니는 재빨리 기어나와서 투명한 돋보기 너머로 손녀딸의 낡아빠진 검은빛 구두를 바라보고는 쯧쯧거렸습니다.
"저런 저런.... 카렌, 구두를 새로 사야 겠구나."
그러더니 할머니는 자신의 품에 손을 넣고 뒤적거리다가 은전 5셀트를 카렌의 손에 쥐여 주면서 말했습니다.
"랄프 아저씨 구두점에 가서 새 구두를 사려므라."
"네~~~! 감사해요~!"
은전 5셀트를 받아 든 카렌은 일단은 자신의 낡은 검은 구두는 신고, 즐거운 표정으로 깡총깡총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그리고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옅은 회색 간판이 걸려있는 랄프 아저씨 구두점에 도착한 카렌은 랄프 아저씨 구두점 문고리에 붙은 하얀색 표지판을 발견하였습니다.
[몸이 아파서 오늘은 영업을 쉽니다.]
"에.....신발 가게 문닫은 거야?"
카렐은 아쉬운 표정으로 구두점 유리 너머에 진열대에 나란히 진열되어있는 검은빛 멋진 구두들과 회색빛 폼나는 구두들 그리고 흰색빛 예쁜 구두들을 물끄러미 쳐다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낡아빠진 검은 구두를 슬적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휴우......."

그날따라 거리에는 옅은 회색빛 안개가 자욱하였습니다.

그 때.
안개 너머로 검은 그림자가 어스럼 거렸습니다. 그리고, 안개 너머로 검은빛 망토를 걸치고, 거무잡잡한 피부에 검은 머리에 검은 콧수염을 기른 한 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그 아저씨는 랄프 아저씨 구두점 유리 앞에서 물끄러미 코만 박고 멍하니 서 있는 카렐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카렐에게 정중하게 말을 걸었습니다.
"귀여운 아가씨, 구두가 가지고 싶으신 겁니까?"
그 말에 카렐은 뒤를 돌아 그 아저씨를 쳐다 보면서 말했습니다.
"아, 아저씬 누구시죠? 우리 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그 아저씨는 정중한 자세를 취하면서 말했습니다.
"아, 제 소개를 하는걸 잊고 있었군요. 저는 퇴역 군인으로써 전쟁이 끝나서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아가씨."
그리고는 검은빛 망토를 추스르면서 살짝 윙크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제가 특별히 귀여운 아가씨분에게만 특별 선물을 주도록 하죠."
그 아저씨는 자신의 검은빛 망토 속에서 하얀색 상자를 꺼내더니 그 상자를 카렐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카렐은 순간 머뭇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면서 물었습니다.
"이....이걸 왜 저한테 주는 거죠?"
그러자 아저씨는 살짝 윙크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귀여운 아가씨분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선물이라고 생각되요."
그 말에 카렐은 엉겁결에 그 하얀색 상자를 받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호기심에 하얀색 상자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나!"
상자 안에는 빨간 구두가 들어 있었습니다. 빨간 구두를 본 카렐은 그만 탄성을 질렀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나.........너무 이쁘다고.....해야 할까? 처음 보는 색깔의 구두이긴 한데........검은 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얀 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색도 아니고......"
카렐은 처음 보는 빨간 색에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한번 신어 보세요. 정말 어울릴것 같군요. 귀여운 아가씨."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걸어가서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너무.....이쁘다.........한번....신어 볼까?"
카렐은 난생 처음 보는 빨간 구두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고 있던 낡은 검은 구두를 벗어 버리고, 빨간 구두를 신었습니다.
빨간 구두를 발에 신어보자 그동안 별 볼일 없었던 카렐의 두 발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 모습에 카렐은 넊이 나갔습니다.
하얀 옷에 하얀 치마, 그리고 빨간 구두.
카렐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안개 너머로 총총걸음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회색 빛의 광장. 저마다 하얀색 혹은 검은색 혹은 회색 옷을 입은 피부가 하얗거나 거무잡잡한 사람들이 중앙의 거대한 회색 시계탑 주위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사이로 카렐은 총총걸음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로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카렐이로구나."
마을 사람들은 카렐에게 인사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시선을 카렐의 발밑으로 돌렸습니다.

순간,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경악을 하고 카렐에게서 물러나서 겁에 질린 채로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그 자리에서 실신을 해 버렸고, 어린 아이들은 요란하게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세...세....세....세상에....어떻게.....그....그...그런걸!"
"아....악마의 장난이다!"
"꺄악! 사람살려!"
"으아아아앙!!! 무....무서워!!"
카렐은 순간 당황했습니다. 도데체 마을 사람들이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다....다....다들.....왜....왜....왜......그러시는 거에요?"
그 말에 청년 하나가 손가락으로 카렐의 빨간 구두를 가리키면서 덜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그....그....구두 말이야.......도...도...도데체......어....어디서.....난거야! 하...하...함부로 상상하지도 눈으로 보아서도 안되는..........악마의 빛깔을 띄고 있는 그 신발을 말이야!"
그 말에 카렐은 겁에 질린 말투로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그....그건.....다른 마을에서 오신....군인 아저씨께서..........선물이라면서.......저에게......"

마침, 카렐에게 빨간 구두를 선물했던 아저씨가 광장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에워쌌습니다. 한 건장한 청년이 그 아저씨에게 따졌습니다.
"이봐! 너 말이야! 어쩌자고 카렐에게 그런 악마의 선물을 준거냐! 무슨 속셈으로!"
마을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그 아저씨를 잡아 먹을듯 으르렁거렸습니다.

아저씨는 잠시 뒤로 물러서서 폼을 잡더니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악마의 선물이라고 했습니까? 훗. 그건 누구의 기준에 따른 거죠?"
그리고는 다시 이어서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들, 눈이 있으면 이 마을을 한번 둘러 보시길 바랍니다. 도데체 이 마을에 아름다운 색이라곤 존재하는 것입니까? 바닥은 온통 검은 회색의 아스팔트, 건물은 온통 짙은 회색, 하늘마저 온통 옅은 회색. 여러분들마저 흑백, 온통 흑백 세상이 아닙니까?"
그리고는 다시 말을 했다.
"설마 당신들은 이 세상은 온통 흑백 세상이라고 밑고 싶은것은 아니겠지요?"
그리고는 카렐을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전 단지......저 소녀에게.....흑백 세상이 아닌 다른 색을 보여 주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마침,
마을 사람들로부터 소문을 전해들은 검은 옷을 입은 마을 시장이 급히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아저씨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이보시오 여행자객, 그대의 마음은 잘 알겠소. 물론, 나도 어렸을땐 이 마을이 아닌 색깔이 존재하는 마을에서 자라났긴 했지. 그래서 이 세상은 흑백 세상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소."
그리고는 마을 시장은 이어서 계속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마을에 있어서 색깔이란, 신앙 생활에 방해만 되는 요소이고, 마을에 혼란만을 가져올 따름이오. 이 마을에 색깔이 들어오게 된다면, 이 마을은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이오. 따라서, 우리 마을에서 용납할수 없는 색깔은 우리 마을에서 존재하여서는 아니되오. 내말 이해 하시겠소?"
그리고는 품속을 뒤적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죽고 싶지 않거든 당장 10초 이내로 이 마을을 떠나도록 하시오. 10, 9........"
그러나 그 아저씨는 떠나지 않고 머뭇거리면서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였습니다.
"아니 어르신, 제 말좀......"
"3...2...1...0."
마을 시장은 품속에서 검은 권총을 꺼내들어 아저씨에게 쏘았습니다.
타앙!
"으으으....."
아저씨는 그대로 검은 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아저씨!!!"
카렐은 재빨리 아저씨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아저씨에게 외쳤습니다.
"아저씨! 죽으면 안되요!"
아저씨는 검은 피를 흘리면서 간신히 카렐에게 몇마디 말을 하였습니다.

"귀....귀여운 아가.......씨........추...........춤을........추세.............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동시에, 카렐의 빨간 구두를 신은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어.....어머멋!"
카렐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카렐을 보며 카렐에게 악마가 씌였다고 겁에 질려서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카렐의 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카렐은 겁에 질리기도 했지만 내심 모를 뭔가의 묘한 분위기에 싸여 있었습니다. 무언가에 대항하는 반항심.....이라고 해야 하는 건?

마침내 마을 시장이 명령을 내렸습니다.
"뭣들 하는가! 당장 저 소녀를 잡아서 발목을 잘라 버려라!"
그러자 마을의 건장한 청년들이 카렐에게 달려들어 카렐의 양 팔을 잡았습니다.
그리고.......마을의 사형수가 도끼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사형수는 청년들에 의해 양 팔이 잡힌 카렐의 발목 위로 도끼를 힘차게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는 힘껏 카렐의 빨간 구두를 신은 발목을 내리쳤습니다.
콱!
"꺄아아아아아아악!!!"
카렐은 발목이 잘려나가는 엄청난 고통에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카렐의 춤은 멈췄습니다.
"아아..........너.......너.....너무 아퍼.............."
카렐의 잘려나간 발목에서는 피가 흘러 나왔습니다. 아니, 검은 피가 아닌, 붉은 피가 흘러나왔습니다.
붉은 피를 처음 본 마을 사람들은 순간 경악을 했습니다. 마을 시장도.
카렐의 잘려나간 발목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는 그대로 검은 회색빛의 아스팔트 바닥에 스며들었습니다.


순간,
하늘에 잔뜩 끼어있던 옅은 회색의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살이 마을을 비추면서 그동안 흑백이였던 마을에 색깔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이 입고 있는 옷들에서 색깔이 나타나고, 자신의 피부가 더 이상 창백한 하얀 색이 아니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으아아아아악!!! 사람 살려!!! 말세다! 말세!!!!"
"악마가 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어!!!! 크아악!!!"
"난 살고 싶어!!!!!"
비명과 절규가 마을에 가득하였습니다.


발목이 잘린 카렐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혼잣말로 한마디를 겨우 했습니다.
"정말........아름다운 하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