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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패러디 왈라키아의 밤

2005.06.24 01:37

다르칸 조회 수:101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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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브란 성, 이미 거친 화염 속에서 잿더미가 되어버려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지난 일주일간 성 내부에는 거친 폭염이 일었다. 오스만 투르크의 날랩 병사 5만이 그 일주일 전 날에 브란 성을 급습하여 약 1만 여명의 궁수들로 하여금 화시를 놓게 한 것이다. 이로써 약 800여명의 대공군은 성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질 못 하고 단지 불을 끄는 데에 급급해 일주일을 보냈다.

"하늘에 계신 주 아버지.

아버지의 뜻이 곧 나의 뜻이 되게 하시고

오늘 일용할 양식을 주시기에 이 한 몸 바치나이다.

내 자식과 아내를 보살펴 주실 것이며,

백성과 성을 지켜 주실 것을 믿나이다."

광휘가 내리쳤다. 고독히 자신의 방에서 은십자가에 대고 기도를 하던 블라드 대공의 앞으로 빛이 내리쳐진 것이다.

'힘을 원하느냐'

"..."

놀라 말문이 막혔기에 말을 할 수 없었으며, 눈이 부셔 눈을 감았기에 앞을 볼 수 없었다.

'나는 오랜 시간을 묵은 방관자일 뿐이다. 힘을 원하느냐'

"그,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상관 없었다. 지금 대공이 메달린 이가 설사 악마라 해도 지금의 그에겐 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 나타낸 이 광휘를 지금 그는 신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곧 너의 뜻대로 이루어 지리니, 방관자에게 힘은 없다. 네 날개를 뜯어 피의 검을 만들어라'

"?"

머릿 속에는 의문이 떠다녔다. 창조주가 방관자라니. 날개를 뜯어 피의 검을 만들라니, 알 수 없는 말만이 공허히 머릿 속에 맴돌 뿐이고, 지금 그의 문 밖에서는 전투 아닌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으므로 급히 나가야 했다. 주어진 기도시간은 끝났다.

"헬싱 경. 밖의 상황은 어떤가?"

"그, 그보다 지금 성 내에서 벌어진 일이 더 시급합니다. 당장 몇몇 중신들은 투르크 제국에 항복하겠다고 난리입니다."

"뭐?!"

겨우 800명 남짓 한 군대로 애초에 5만을 막을 수 있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단지, 유럽 왕국에서 파견 될 구원군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는 사절만이 지속해서 도착할 뿐이다.

"제길...빌어먹을 돼지들은 뭣들하느라 군사 2만도 못 보내는 거야?"

유럽 전역에서 모아도 2만은 순식간에 모여들 수 있다. 이미 그 이전 로마에서 만들어 놓았던 번듯한 길이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고 지금도 몇몇 길이 부서지고 파헤쳐졌긴 하나, 건재하여 그 길을 쓰는 군대도 상당수이다. 그러나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군사가 도착할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저 돼지들이 자기 속을 채우기 위해 고작 수백 명을 떼어주지 못 하는 것이라는 추측 뿐이다.

"내가 직접 가는 수 밖에 없다."

"예?"

"가장 날랜 병사 50여 명을 뽑아와라!! 헬싱경, 난 자네를 믿네."

중년의 기가 물씬 풍기는 그의 중후한 말투에서 기사 헬싱은 굳었다. 그만큼 그 뒤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을 정도의 독기가 내심 걸리는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훗, 그래. 알겠네."

헬싱이 사라지고 난 뒤에 블라드 대공은 거뭇거뭇해지기 시작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이 참 밝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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