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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패러디

2005.12.24 01:52

제이 조회 수:76 추천:1

extra_vars1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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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마스터.

"......"

-마스터!

"엉?"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깬 소년이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은 오후 11시. 오전 0시가 되면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까지 돌고있는 도서관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마스터는 내 존재는 까맣게 잊어버린건가?

"....엉?"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소년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야... 에르세시스. 무슨 일인데?"

-... 마스터는 내게 너무 무관심한것같다. 가끔은 내 생각도 좀 해주는게 어떻겠나?

".... 아, 맞아. 그러고보니 밥준지 하루가 지났구나."

-...마스터 눈에는 내가 식충이로 보이나?


하마트면 순간적으로 '그럼 뭐였냐'고 물을 뻔 했다.

이 말하는 검의 이름은 에르세시스. 과거엔 뭐라고 불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이 붙여준 이름은 에르세시스였다.


"... 그래서, 무슨 일인데?"

-슬슬 새로운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꼭 남 얘기 하듯이 말하네. 게다가 결과적으론 간단히 「밥줘」라는거잖아."


말로는 투덜거리면서도, 표정은 언제나처럼 웃고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소년은 클레이모어를 꺼냈다.


"자, 밥."

-... 마스터, 혹시 어딘가 아픈데가 있는건가? 설마, 죽음이라는게 다가오는건 아니겠지? 마스터! 제발 죽는다는 말은 하지 말-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 검은, 마스터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사용한.... 마스터의 추억이- 설마, 죽는건 아니겠지? 마스터.


언제나처럼 머리띠나 줄거라고 생각했던 마스터가 숙련도가 98씩이나 쌓여있는 클레이모어를 선뜻 내준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몇달 전에 얻은 정보에 의하면 사람은 죽을때가 되면 갑자기 안하던짓을 한다고 하니, 에르세시스의 걱정도 당연한 일이었다.


"...... 나 원... 추억이 담겨있으니까, 주는거야."

-...?


무슨소릴 하는건지 못알아듣겠다는 표정이 된 에르세시스에게 소년이 웃으며 말했다.


"뭐... 넌 아직 모르겠지."

-...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이 클레이모어에는, 「제이오메가」라는 인간의 추억이라는게 담겨있어."

-... 그 이름. 마스터의 이름이 아닌가?


제이오메가. 그런 이름을 가진 현 주인은 첫 대면에서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그와 동시에 마스터 본인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처음엔 거의 40세가 넘어선 몸이었기에 못미덥다는 말 외에는 할말이 없었지만, 밀레시안은 환생을 통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에 조금이나마 믿음직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뭐... 5년 이상 써온 검이니까, 네게 주는거야."

-그런 물건을 어째서?


제이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남아있었다. "미안해서"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약하게나마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무슨 뜻인지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더이상 쓸 수 없는 '검'을 들고다니는건, 검에게 실례니까."


이 마스터는 지금 무슨 소릴 하고있는걸까? 에르세시스는 약간 이상한 소릴 들었다는 듯 한 표정이 되서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는 곧 피식 웃으며 클레이모어를 내려놓았다.


"수명이 다한 검을 들고다니는건. 오히려 비참하게 만들 뿐이야."

-비참하다...고?

"검이란건 베기위해 만들어진 물건. 그런데, '더이상 아무것도 벨 수 없게 되버린 검'은 장식에 불과하잖아."

-...... 마스터는 전투시엔 날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도 장식에 불과한건가?

"넌 식충이지."

-너무하다, 마스터!


버럭 화를내는 에르세시스. 그런 에르세시스의 반응을 보며 '푸큭'하고 웃어보인 제이는 손을 휘저었다. "농담, 농담." 반은 진심이었지만 말이지... 라는 말은 입 안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넘어가버렸다.

더이상 쓸 수 없는 검에게.

단지 짐으로 전락해버린 검에게 다른 검을 이용한 싸움을 보여주는건 마치-


"날개를 잃은 새에게 하늘을 보여주는 거랄까... 싸움중 팔을 잃은 전사에게, 새 파티원이 대신 들어와 활약하는걸 보여주는 꼴이랄까..."

-무슨 의미지?

"마치, '너따위가 없어도 우리 일상은 변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것같은 기분이 들어. 미안해져."

-.... 그건 어떤 기분이지?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입을 다문 채, 더이상 수리해서 쓸 수도 없게 되버린 클레이모어의 검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건 배우지 마."

-.......


"그런건 안배워도 돼. 쓸데없는거니까."라고 말하며 제이는 검지손가락을 뻗어 클레이모어의 검날에 가져다 댔다.


"그래, 그런건- 안배워도 돼. 아니, 배우면 안돼."




-어...어째서인가.


에르세시스의 목소리는 크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에 담긴것은 분노와 두려움.


-마스터가 말해주지 않았나...... 그런건 검을 비참하게 만들 뿐이라고.......

"시끄러워."


꽈악.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시끄럽다구. 시끄럽단말야" 에르세시스와 마찬가지로 제이의 목소리 역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에 담긴것은 분노나 두려움이 아니었다.


-마스터가 말해주지 않았나....! '수명이 다한 검을 들고다니는건. 오히려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너따위가 없어도 우리 일상은 변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것같은 기분이 들어. 미안해진다'고! 그런데 어쨰서 마스터는 나를!

"시끄러워, 시끄럽단말야! 제발 닥쳐! 빌어먹을!"

-대답햇! 마스터- 아니, 제이! 대답을-!


챙강!


흰색의 바스타드 소드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 젠장!"


에르세시스의 수명은 이미 열댓번도 휘두르기 힘들정도였다.

그런 자신을 가지고 녀석이 한 말은


-최소한 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며 죽고싶다.


"누가 그렇게 할것같아? 웃기지마, 잃고싶지 않아, 널 잃고싶지 않아, 절대로 널 쓰지 않을거야, 절대로. '검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그딴건 안해도 돼! 단지, 내 옆에 있어!"


제이가 에르세시스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에르세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했다 하더라도 손에서 떨어져있는 한 제이에겐 들리지 않았다.


"절대로 널 쓰지 않을거라구!"


잔뜩 화를 내며 제이는 에르세시스를 검집에 꽂아 가방 속에 쑤셔넣었다.




-마스터.

"방해하지 마!"


누굴 향해 외치는 걸까.

눈앞에서 길을 가로막는 스켈레톤에게?


-마스터...

"시끄러워!"


수명이 다해가는 에르세시스에게?


카앙!


-뒤!


제이의 해머가 스켈레톤의 머리를 박살내버리는 순간, 등 뒤에서 달려드는 해골늑대.


'이런!'


챙그랑!

해머를 놓쳤다.


"제길!"


멀다.


-마스터, 나를!


너무 멀어서, 그리고 해골늑대와는 너무 가까워서 줍기위해 몸을 돌렸다간 해골늑대에게 공격당하는게 먼저다.


-마스터! 쓸데없는 고집은 적당히 해둿! 마스터의 목숨이 우선이다!

"넌 닥치고 있엇!"


팟!


벌써?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해골늑대쪽에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젠자아아아아아앙!"


채앵!

새하얀 검광이 일었다.




"망할 놈."

-바보같은 마스터.

"시끄러워."

-정신을 통해 이야기하는것이기에 시끄럽진 않다. 오히려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는 마스터가 훨씬 시끄럽지.

"망할 놈, 쓸데없이 말대답이나 하려고 밥처먹었냐."

-지식이다. 그리고 처먹다니, 표현이 안좋군.

"처먹는게 처먹는거지, 그럼 뭐야."

-좀 더 품위있는 표현은 없는건가?

"너한텐 '처먹는다'도 과분해."


별 의미없는 대화.

캠프파이어 키트로 만든 작은 캠프파이어.

드래곤 유적지와 반호르를 잇는 길목에 불을 피우고 앉은 제이와 에르세시스의 무의미한 대화.


"멍청이."

-그래도 마스터는 살아있지않나.

"... 넌 죽고?"

-글쎄.


에르세시스의 몸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었다. 바스타드 소드는 해골늑대를 베는순간 이미 부러져버렸고, 에르세시스는 이미 몸의 반 이상이 사라져 있었다.


-기억엔 없지만, 아마... 정령계로 돌아가버리겠지. 죽음은 아닐거다.

"...."

-...... 당신을 만나게 될 다른 정령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군.

"뭔데. 전해줄께."

-마스터는 짠돌이니까 가능하면 값싼물건만 요구하라는 거지. 안그랬다간 막 다뤄서 금방 망가질... 잠깐, 마스터! 해머는 치워! 더 부수면 진짜 위험하다구!

"바보..."


에르세시스는 피식 웃으며 제이를 향해 말했다.


-... 뭐... 어차피 더이상 무리인가...안녕이다, 마스터.

"기다려! 아직... 아직 할 말이-"

-......


에르세시스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가지 말란말야- 주인...주인으로서 명령하고있잖아 망할 정령아! 가지 말라고! 이정돈 퍼거스도 수리할 수 있단말이다! 당장 돌아오란말야!"


부러져버린 바스타드 소드에서 정령의 기운은 이미 사라져버린지가 오래였다.


"야, 이 망할자식아아아아아!"


기분나쁠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는 하루였다.



/


끝났습니다.

어정쩡하게. 마지막 부분, 다른데 올릴떄엔 없애버릴까봐요.

[데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