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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패러디 망월영[亡月影]

2007.01.16 09:36

진월 조회 수:86 추천:1

extra_vars1 프롤로그[Prologue]. 토노 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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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암 - . 」


지루해. 정말 지지리도 지루한 나날이다. 왜 이렇게 21세기는 평번한걸까. 그런 의문을 띄우며 시야를 옮긴다. 펑퍼진 육중한 몸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씩씩하게 걷는 중년의 아저씨. 저사람도 생각할까. 이리도 반복되는, 꼭 뫼비우스의 띠와 같아보이는 이세상에 대한 의문을.


할지도 모르고, 안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개개인의 자유. 내가 꼭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중년의 펑퍼진 아저씨를 지나 매일 지나는 시가지로 나간다. 결국 보이는 것은 어제와 같은 횡단보도.


기묘한 생각에 잡혔다.


내가 저, 차들이 쉬익, 쉬익하고 드나드는 횡당보도로 달려들면 죽는걸까? 그러면 이 지겨운 삶의 반복도 끝낼 수 있는걸까?


「 큭! 」


정말 어찌보자면 멋진 소리기도 하나 - . 난 아직 죽고 싶지 않다고. 이거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들의 증세아닌가. 길가던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그 사람을 이리 답해줄지도.


「 빠른 시일내로 정신병원에 가보세요. 」


아니면 이럴지도.


「 ○○병원이라고, 제가 운영하는 정신병원입니다. 한번 들리십시오. 」


쓸데없는 잡념을 지운채 녹색불이 켜진 신호등을 본 후, 느긋하게 걷는다. 어차피 이리 느긋해봤자 신호등의 불은 바뀌지 않을테니까. 그런데 이 신호등을 관리하는 사람이 잘못 운영이라도 한 것일까. 녹색불이던 신호등은 반짝임도 보이기 전에 바로 적색불로 바뀌고 말았다.


「 하? 」


멍청한 되물음을 하며 신호등을 멍하니 직시해보았다. 아마 그것은 큰 실수.


 끼이이이익 - !


공기가 파괴되는 파열음이 들렸다. 그리고 나의 뇌는 인식했다. 그러나 그것을 대처하기엔 시기적으로 너무나 늦었다.


 쾅 - !


순간 시야가 교체되며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 보이는 것이라곤, 부울…근 하‥늘. 평소…의 하늘과는 다른…붉은 하늘이…보였다.


 


그것이 내가 죽기직전의 기억이었다. 아주 선명하게도 말이다. 몸에 감각이 있는 것으로 봐선 아마도 여긴 아직 현실…일 것이다. 장담은 못하지만. 서늘한, 아니. 원래는 따뜻한 듯 싶지만 서늘하다고 생각하는 바람이 불어왔다. 이것으로 보아 현재 계절은 여름. 그렇담 시기적으로 보아도 별 차이는 없었다. 그러니 판타지 소설과 같은 환생, 또는 염라계 같은 것에 왔을리 만무했다.


아니, 염라계의 바람은 원채 이런 것인가?


" 처음뵙겠습니다. 토노 시키군, 회복을 축하해요. "


순간 들려오는 소음에 눈을 뜸과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보이는 장면을 직시했다. 희가운을 입고있는 의사가 그 자신이 입고 있는 새하얀 옷과 같은 매트에 누워있는 소년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염라계일리 없다.


" 시키군. 선생님이 말한걸 기억해? "


" …아니요. 저는 어째서 병원에 있는거지요? "


토노 시키라 불린 소년은 자신이 어째서 병원에 있는지 기억을 못하는 듯 싶었다.


토노 시키?


소년의 이름을 되새김질 해본다. 뭔가 익숙한 이름, 생소하지만은 않다. 이 이름 - .


" 기억나지 않나보군. 자네가 도로를 건널때 자동차에 치여버렸다네. 가슴에는 유리파편이 꼽혀있었고, 도저히 살아날 것 같아 보이지 않았어. "


흰가운을 입은 의사는 자신이 생각해도 자랑스러운지 즐겁게 웃었다. 소년은 기분이 나빠졌는지 살짝눈을 찡그린다. 의사는 그것을 발견 못 하였는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지 그저 '실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 …잠이 오네요. 자도 될까요? "


" 아아, 그렇게 하세요. 지금은 무리하지 말고, 몸을 회복하는것이 좋으니. "


의사는 예의 의사들이 하는 전형적인 대사를 읊었다. 그의 말투는 수시로 바뀌었다. 경어체에서 반어체, 반경어체 등 말이다. 신기하다고나 할까? 그모양새가 웃겨 나는 살짝 웃음을 지은채 그쪽을 계속 주시했다. 소년의 얼굴을 일그러져 있었다. 뭔가 역겨운 것을 본 듯한 표정으로.


" 선생님,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


" 무언가, 시키군. "


" 어쩨서 그렇게 몸에 낙서 같은걸 하고 있는거죠? 이 방도 군데군데 금이 가있고 지금이라도 부서질것 같아 보이는데. "


의사의 연신 웃던 얼굴은 일순간에 무너졌으나, 금세 즐거운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저 '토노 시키' 라는 녀석은 무언가 눈이 좋지 않던가 정신환각증세를 일으키는 듯 했다. 아무리 주위를 쳐다 봐도 없는 금이어디서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렇기에 난 그것을 물어보아야만 했다. 꼭 물어볼 필욘 없었지만 심심했으니까.


" 역시 뇌에 이상이 있는것 같군. 신경외과의 도츠가선생에게 통보를 해주세요. 그리고 안구에도 손상이 있을지 모릅니다. 오후에는 눈검사를 다시 하도록 하도록. "


 철컥 -


의사는 여전히 즐거운 얼굴로 간호사에게 속삭였다.


" 이상한걸…. 모두 몸에 낙서가 되있어. "


소년은 중얼거렸다. 낙서라니. 아까 그 선인가, 뭔가를 말하는 것이렷다. 허나 이 주위엔 선이나 낙서하나도 없이 깨끗하다. 그런데 낙서라니. 소년은 자신의 침대매트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 뒤, 손가락으로 살며시 건드리다 멍한 듯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과도를 들며 찔러넣었다. 침대매트를 향해서.


" 무슨…행동이지? "


나의 중얼거림을 못 들었는지 소년은 과도의 칼날 부분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히 침대매트에 과도를 꽂아 넣었다.


- 쿵!


그것은 영화같은 일이었다. 소년이 몸을 맡기고 있던 침대매트가 깔끔하게 조각나 버린 것이었다.


" 꺄아아아아아 - ! "


소년의 옆, 정확히 오른쪽에 있는 여자가 비명을 질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간호사들은 어찌된 일인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소년이 과도를 들고있는 것과 소년의 침대가 조각조각 잘려나간 것을 보고는 그 쪽으로 달려가 소년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는 과도를 순식간에 빼앗았다.


" 어떻게 침대를 조각조각낸거지, 시키군. "


의사는 짐짓 심각한 얼굴로 침대를 조각낸 이유가 아니라, 그 방법을 묻고 있었다.


" 그 선을 따라 그리니 잘려버렸어요. 어째서 이병원은 금투성이인거죠? "


" 적당히 해주지 않겠나 시키군. 그런선따위는 없단말일세. 그리고 어떻게 침대를 조각으로 만든거지. 화 안낼테니까 가르쳐주지 않겠나. "


" -------그러니까 그 선을 따라 잘랐을 뿐이라구요. "


" ……알겠다. 그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지. "


선…이라. 도대체 무슨 말이지. 놀리는 건가. 순간 기분 나빠졌다. 저 소년에게 놀아났다는 생각에.


 철컥 -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가자 나는 조금 불편한 몸을 이끌며 소년에게 다가갔다.


" 아까부터 선이네 금이네 하고 있는데, 정말 보이긴 하는거야? "


조소어린 웃음을지으며 녀석에게 물어본다. 소년은 약간 불쾌한 듯한 시선을 보내며 짐짓 화났다는 표정을 지은다. 그것이 나한텐 그저 어린아이의 투정같아 보이기만 했다.


" 보여! "


아까의 놀아났다는 생각은 금세 증발한 듯이 나의 머리엔 그저 이 어린꼬마의 말을 믿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 그래, 보인다 - 믿어줄게. "


나의 말을 소년은 의심도 하지 않은채 믿는 듯한 눈치였다.


                                                                   - 프롤로그[Prologue]. 토노 시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