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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감자 고개 엑셀!! [ACT2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2007.02.02 13:26

널널한놈 조회 수:501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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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2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그녀의 첫 일과는 역시나 짜증나는 아침으로 시작된다.


 


따라라라랑!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시계. 그것은 가뜩이나 잠이 부족한 그녀에겐 지옥과도 같은 것이었다. 중학생이었을 땐 10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던 버릇이 박혀 있어서 알람이 있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잠을 설치지 않았으나...


2년전부터 약간은 말도 안되는 명목으로 그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 생긴 이 잠 부족 현상...


 


“으으... 안된다구... 아직은...”


 


불룩하게 이불을 감싸고 엎드려 알람에 짜증을 부렸지만 어쩔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알람을 끄고 잠에 든다면 이것 또한 곤란한 일이었다.


누가 깨워줄 사람이 없으니깐...


결국 신주희는 스스로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쳇.”


 


본래 그녀의 집은 부산에 있었다. 오토바이 도매 겸 수리 일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덕에 언제나 바이크를 일상처럼 보아왔고, 호기심에 몇 번 타본 적도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그 시절 그녀에게 있어서 바이크는 일상 속의 재밌는 놀잇감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가지 못했다.


 


“......”


아침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언제나 벽에 못 박아둔 아버지의 바이크 키를 본다.


그것이 이제 그나마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흔적이었다.


옛날부터 모터 GP의 선수를 꿈꾸던 아버지. 물론 그 꿈을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는 바이크엔 자동차에 견줄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입에 달고 다녔다. 자동차는 크기의 제약 때문에 갈 수 없는 곳이 있지만, 바이크는 다르다고...


서킷은 물론이거니와 사막과 정글같은 오지에서도... 바이크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따르릉~


 


갑자기 침대 옆의 탁자에 놓여진 전화가 울렸다. 이에 그녀는 별다른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전화기를 집어들어 받았다. 누군지 약간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띡!


“모닝콜 감사히 받들지요~ 반장 나으리.”


[뭐.. 뭐야? 지금 집에 있었던거야?]


“왜?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


 


그 말에 이윽고 방 전체가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작렬했다.


 


[뭔 소리 하는거야!! 이번주 4일 연속 무단 결석을 해놓곤! 난 별로 상관하기 싫었는데 이놈의 반장이라는 직책은 그걸 용납 못하는 모양이더라! 내가 빠진 것도 아닌데, 담임한테 엄청 혼나고!]


 


그 우뢰같은 호통에 그녀도 아차차 하는 생각이 뇌리를 단번에 스쳐갔다.


 


“아! 미안, 미안. 하하하... 잠깐 부산에 내려갔다 왔거든.”


[부산? 아... 아버지 뵈러 갔었구나.]


“응, 4일치 결석은 보고서로 떼우면 되니깐 상관 없겠지만... 진짜로 미안해~ 너도 우리집이 어떤지 알잖니~”


 


그녀의 집은 거의 바이크와 바꿔치기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대단한 메카광들이 모인 곳이었다. 뭐 그중에 정상적인건 할아버지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서야 유명한 정비공이었다는 소릴 듣고 기겁했다. 게다가 증조부께서는 우리나라 바이크 산업의 시초라고 할 정도로 열정적인 분이셨다고...


그렇다. 이 대물림과도 비슷한 이 바이크 사랑은 3대를 이어온 것이었다.


 


“원랜 아버지 일 도와드리러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거였는데... 내가 타고다니는 스쿠터 있잖니, 그 배달용. 그걸 같이 가지고 갔더니, 아빠가 이상하게 기겁을 하듯 달려드는거야. 나중엔 거의 해부를 하다시피 모조리 분해해놔서... 다시 재조립 하고 하는데 좀 시간이 걸려서 말이지... 하하.”


 


물론 분해와 조립이 단 8시간 동안 이루어졌다는게 엄청난 행운이면서도 아버지의 실력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됬지만... 뭐 나쁘진 않았다. 아니 더 좋아졌다는 느낌?


 


[하, 하긴. 너 그 스쿠터 없으면 생활비 못 벌잖아.]


“그래 뭐, 이 반점에 얻혀사는 짓도 이제 그만둬야 되는데 말이야 헤헤.”


 


실실 웃으며 그녀는 시계를 흘겨보며 말했다.


 


“이런, 벌써 7시 30분이야? 슬슬 나와야겠어. 전화 끊는다~”


[어디 가다가 중간에 내빼지 말라구.]


“헷, 내가 그랬냐?”


뚝.












 


 


“나왔냐.”


“네. 그간 저 없느라 곤란하진 않으셨어요?”


 


그녀는 교복을 대충대충 입는둥 마는둥 한 상태에서 가방만 걸치고 나온 상태였다. 갑작스런 부산행 덕분에 주인아저씨께도 여러모로 곤란하게 한 것도 있거니와, 이런 식으로 게으른 상태로 보인다면 더 죄송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뭐 그런식으로 급하게 교복을 입긴 했지만, 학교 교복 자체가 나름 맵시가 있고, 은둔형 외톨이같은 부류들이 좋아할 법한 디자인이라 외관상 그리 나쁘진 않았다.


 


“글쎄. 다만 그 고갯길 영감은 신경질을 내더군. 역시나 그 바이크를 가지고 무단으로 내뺀게 그렇게 화가 났나보더군.”


 


김주일씨. 이 쾌속반점의 주인장. 눈을 뜬 듯 만듯한 서글서글한 인상이 참 착해보이는 아저씨이다. 그녀와는 상경 이후 쭉 같이 살아온터라 지금은 거의 아버지와 딸같은 분위기. 나이차가 엄청 나는데도 저기 감자 고개에 사는 영감과는 거의 스승과 제자를 보는듯한 막역한 사이다. 어쨌든 그것 때문인지 그녀는 이 반점에서의 2년을 새벽녘마다 저 험한 감자 고개를 억지로 타고 내려와 자장면을 배달하는 일로 채우고 있다.


물론 그걸 하는 대신에 숙박비는 무료라고...


 


“그것 뿐만이 아니지. 영감보다도 학교에서 오는 전화때문에, 아주 죽는줄 알았다.”


 


스쿠터 헬멧을 쓰던 그녀가 그 말에 두 손으로 헬멧을 붙잖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헤, 그건 진짜 죄송해요. 다음부턴 그런 일 없을꺼에요.”


“아, 뭐 그렇다면 그렇지만... 어쨌든 오늘 일은 빼준다.”


 


그 말에 주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봤다.


 


“네? 그래도 되는건가요?”


“부산 다녀온지 얼마나 됐다고... 게다가 오자마자 영감한테 배달도 했잖느냐. 잠도 못잤을텐데.”


“에... 그래도...”


 


그녀의 말을 자르듯 주인장 아저씨가 말했다.


 


“피로가 쌓이면 사고내기 쉬운 법이다. 그러니 오늘은 쉬어.”


“뭐...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쩔수 없네요.”


 


우웅.


갑자기 교복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확인을 한 주희는 흠칫 놀라며 말했다.


 


“40분? 아아.. 늦겠는데. 저 지금 빨리 가볼께요!”


 


주희는 그대로 CT100에 재빠르게 올라타고, 단숨에 시동을 걸고 엑셀을 당겼다.


 


바아앙!


 


급출발도 참으로 특이한 그녀의 스쿠터를 그렇게 빠르게 멀어졌다.


 


“흠...”


 


김주일은 그녀가 오늘 새벽에 있던 배달을 다녀온 후, 잠시 그 스쿠터를 살펴본바 있었다. 부산에 있는 그녀의 집이 오토바이 정비 센터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요새 부산 지역 클럽의 몇몇 라이더들의 입소문을 탄 꽤 유명한 메카닉(주1)인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엔진이 갑자기 변했어. 새로운 걸로 단건가. 확실히 전엔 이런 파워를 내진 않았는데... 어느 물을 탄 엔진인지 참 궁금하군.... 게다가... 서스펜션(주2)부분도 바뀌었었지.”


 


CT100의 경우 본래 보텀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가졌다. 이 서스펜션은 노면의 흡수력이 좋지만 쿠션 스트로클이 짧아서 모터사이클에서 쓰는 텔레스코픽 방식의 서스펜션이 가지는 뛰어난 주행 안정성을 가지지 못한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 CT100이라는 기종 자체가 비즈니스 성향을 크게 띄는 스쿠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 CT100은 본래의 서스펜션에 뭔가를 개조한 느낌이 들었다. 그 기술은 어디서 보지 못한 것이라 잘 몰랐지만, 완충 부분도 상당히 개선한 모양이었다.


 


“이거... 영감이 심혈을 기울여 숙성시킨 CT100을 이정도까지 만들다니 놀랍군.”








 


 


 


“으웩. 속이 이상해...”


“왜 그래? 오늘따라 피곤해보이네.”


 


3교시 영어가 끝나는 쉬는 시간에도 주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영단어가 어느정도 귀에 들어오긴 했지만... 으, 기말고사가 언제였지?”


“3주 후야.”


 


그녀는 의외로 학업에 신경쓰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운동 신경도 좋아 몇 번 체육 부활동도 해본바 있고, 바이크 모는데 지장이 없도록 잘라버린 보이쉬한 단발머리는 여고인 이곳의 특성상 그녀를 갑자기 인기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유씨. 어서 영어노트를 빌려주시게.”


 


마치 동네 총각이 담뱃불 빌리는 말투의 주희에게 지유는 약간의 푸념을 늘어놓았다.


 


“너는 왜 이렇게 남정네 분위기가 나냐? 말투도 그렇고. 목소리도 좋으면서...”


 


결국 부산과 새벽의 배달로 이어진 4일치 피로는 등교길 다운힐 주행을 한계점으로 그녀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고개의 서쪽 건너편에 있는 그녀의 고등학교는 거리상으론 그녀의 가게완 그리 먼편은 아니었지만, 감자 고개의 존재는 참으로 큰 것이었다.


 


“에이, 상관없어. 여자의 자존심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야.”


 


감자 고개를 구간으로 거치는 버스는 이미 4년전부터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고개를 타는 것은 불가능 하므로 돌아서 가야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버스로 5분이면 가는 거리를 15분가량 더 늘리게 되기 때문에 역시나 곤란...


그녀의 헛소리에 2학년 8반의 반장 최지유는 등을 살포시 두드려주며 말했다.


 


“이년이 속이 안좋다더니 헛소리만 늘어놓네... 양호실 가보는게 어때?”


“으으... 몰라~ 그냥 잘래.”


 


칭얼대는 어린애를 보듯 지유의 마음은 뭔가 찝찝했다. 보통 아프다면 바로 양호실로 달려가 드러눕는 녀석이었는데,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오늘 뭐 나한테 찔리는거 있냐?”


 


그 말에 주희는 고개를 들어올려 뚱한 표정으로 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그냥...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닌데, 양호실까지 갈 필욘 없잖아? 게다가 오늘은 일도 없으니 집에 빨리 가서 쉴 생각이고.”


“아...”


“게다가, 찔리는게 있냐고? 내가 왜 그런게 있겠냐?”


 


그 말에 지유는 딴청 피우는 듯한 눈으로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지난주, 8천원.”


 


표정이 바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의자를 슬그머니 뒤로 빼고 일어나 말했다.


 


“역시나 양호실을 가는편이...”


턱!


 


후다닥 도망치려는 그녀의 계획은 가녀린 한 여고생의 손길에 무산되었다.


 


“자네, 어딜 그리 급히 가는겐가?”


“윽.”










 


 


 


그래도 하교길은 속 편하게 나올 수 있었는지, 교문에 비친 그녀의 표정은 해맑았다.


 


“아, 상쾌하다~ 역시 소화제 하나로 이렇게 뚫리다니....”


“넌 참 체질이 특이하단 말이야... 약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뭐 굳이 약 먹지 않아도 됐을지도?”


“쳇... 그렇게 말할 필요까진 없잖아?”


 


4일 동안 본이 아니게 학교를 빠지는 바람에 방과후 담임한테 한바탕 곤혹을 치뤘지만, 일부러 부산에서 올라와 자취하여 살고있는걸 그녀의 담임도 잘 알고 있었고, 다녀온 곳도 부산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금방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동안 학교를 안나오는 바람에 부활동 보조에 지장이 생긴 것 때문에, 육상부와 체조부를 왔다갔다하며 사정을 이야기 하느라 역시나 곤혹을 치뤘다.


물론 술술 다 해결되서 다행이긴 했다.


 


“흠... 오늘 하루. 많이 까탈스럽긴 했지만... 일이 싹 해결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하긴 너도 참 바쁘구나. 난 공부만 할 줄 알지 너처럼 발이 넓지 않거든.”


“물론이지. 내가 갑자기 없어지면 곤란한 곳이 많다고!”


 


이윽고 교문을 나선 주희는 왼쪽 편의 보관소로 뛰어가며 지유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나 간다~ 저녁에 나 집에 있으니깐 전화해!”


“알았어!”


 


그렇게 보관소로 뛰어가는 주희에게 잊은게 있는 듯 지유가 다시 불렀다.


 


“아, 참. 신주희!”


“왜?”


 


용건은 간단명료했다.


 


“안 갚으면, 이자 붙힌다.”






 


 


[END]









[주1] 메카닉




레이스 참전 차량을 정비 또는 관리하기 위한 모든 전문 기술자들을 통칭하는 말.




[주2] 서스펜션 (Suspension)




차체의 현가장치 또는 완충장치를 말하며 보통 쇼바라고 부르는 명칭은 shock absorb(쇼크압쇼바)를 줄인말이다.


서스펜션의 역할은 주로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을 흡수하여 승차감을 좋게 하는것이며 다른 하나는 요철이 심한 노면을 주행할 때 차륜의 불규칙적인 운동을 제어하여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임으로써 구동력, 제동력을 확실하게 노면에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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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가 극도로 올라가는 시기엔 하루에 한화씩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죠.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