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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패러디 김밥 한 줄

2007.02.02 02:35

똥똥배 조회 수:168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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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 모구 모동에 김밥집이 있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날리는 파리를 쫒고 있었고,
아저씨는 인상을 쓰며 담배를 뻑뻑피워 대며 말했습니다.
"더럽게 장사 안 되네."
이에 아주머니가 아저씨를 쏘아보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있으니까 그렇잖아."
"네 년의 김밥이 더럽게 맛없어 그런 거잖아!"
그때였습니다. 한 허름한 차림의 청년이 김밥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예, 어서 오세요. 손님."
오랜만에 맞는 손님이라 아주머니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청년은 수줍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습니다.
"김밥 한 줄요."
순간 아주머니 얼굴은 일그러 졌습니다.
그리고 아저씨가 외쳤습니다.
"꺼져!"
하지만 아주머니가 아저씨를 말리며 말했습니다.
"여보, 그래도 오랜만의 손님이잖수."
그렇게 말하며 아주머니는 김밥에 달걀과 우엉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김밥 나왔습니다."
단무지 밖에 없는 김밥이었지만 청년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1000원을 떨리는 손으로 내고는 가게를 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도 다음 날도 찾아와서 김밥 한 줄을 먹었습니다.
아주머니는 강적이라 생각하고 서서히 곁들어 내주는 된장국의 농도를 옅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된장국이 물이 다 되어갈 즈음 청년은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귀한 손님인데 좀 잘 해줄 걸 그랬나?"
"1000원가지곤 장사도 안 돼!"
암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갑자기 좋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고물상에서 허름한 식탁을 가져온 아저씨는 거기에 예약석이라고 붙여놓고,
그것을 궁금해 하는 손님들에게 청년의 슬픈 사연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 사연을 들은 손님들은 감동하여 식사를 하였고,
가게에는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시가를 쭈욱 빨기 시작했고,
아주머니는 돈 방석을 안고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났습니다.
어느날 한 청년이 그 가게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밥 백줄!!"
순간 가게의 모든 시선은 그 청년에게로 쏠렸습니다.
아주머니는 단번에 그 청년을 알아보았습니다.
"아니, 당신은..."
아주머니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눈에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도 담배연기가 매워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청년을 예약석으로 인도했습니다.
손님들은 모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경악했습니다.
청년이 김밥 백줄을 1분 만에 먹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청년은 벌떡 일어나 가게문을 박차고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도 식칼을 들고 쫒기 시작했습니다.
손님들은 주인이 없는 사이에 가방에 김밥을 쑤셔 넣기 시작했습니다.
김밥집 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