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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후 삼국연의 (3)

2007.06.11 07:56

DRAGUNOV 조회 수:750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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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흥





“그러니 다시 말해서. 너희들의 주군은 이 놈이고, 네 놈들의 주군은 날 찾기 위해 왔다. 그 예기인가?”


유심이 팔짱을 끼고 양반다리를 한 체 한 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넷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제갈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멋대로 내 집에 쳐들어와서. 이 좁아터진 집에 5명이 자야 된다는 건가?”


“여...... 역시 그건 좀 무리겠죠? 헤헤.......”


장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건 관계 없잖습니까.”


제갈건이 말했다.


“내겐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유심이 인상을 찌푸렸다.


“난 너희들의 그 태도부터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거다. 알겠나? 멋대로 나를 말도 안 되는 싸움에 끌어들이더니 멋대로 나보고 동행하라고 하고, 멋대로 내 집에 들어와서는 멋대로 내 집에서 자겠다고?”


“그러니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릴 내용입니다.”


제갈건이 부채를 내려놓았다.


“지금 이 난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갈건의 물음에 유심은 눈을 감았고 다른 이들은 그런 유심을 주목하고 있었다.


“요점을 말해라. 돌리지 말고.”


“일단 대답해 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대충 안다만 난 너에게 그 어떤 대답도 해 줄 수 없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제갈건의 인상이 약간 흐려졌고 화희는 유심의 태도에 못마땅해 했다. 그것은 장혜와 황백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그 어떤 대답도 해 주실 수 없는 겁니까?”


“너희들이 난세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


유심의 말을 들은 4명은 모두 놀란 눈치였다. 어떤 말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제갈건도 매우 화난 모습이었다.


“우리는 ‘촉’의 부흥운동을 하고 있는 자로, 지금의 송과 북위의 싸움을 두고 볼 수 없는 뜻 깊은 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자 운동입니다. 우리는 이 난세를 평정하고 새 나라를 만들어 민심을 바로잡고 나라의 기틀을 다시 새워 만 국민이 원하는 낙원을 만들려는 정의의 단체입니다. 아직도 저희가 난세의 주범이라 생각하십니까?”


“아직도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너희가 난세의 주범인 것이다.”


제갈건은 유심의 말에 더욱 화가 난 모양이었다. 제갈건은 자신의 하는 일에 조금의 악행도 없었으며 모든 것은 백성을 위해서 한 일이라 생각했고, 그 뜻 깊은 일을 하는 자신에 자긍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 자긍심을 자신이 만나려 했던 유심이 부셔버린 것이다.


“어째서 우리가 난세의 주범이란 겁니까!”


“흥. 그럼 너희는 왜 새 나라를 세우려 하는 것이냐?”


유심의 갑작스런 물음에 모두 말문이 막혔다. 이윽고 제갈건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이 나라의 뿌리부터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유심이 고개를 저었다.


“글렀군. 너희들은 정말 제대로 글렀어. 내가 본 이들 중에 정말 최악이다.”


유심이 머리를 글적였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똑똑히 들어두거라. 지금의 어떤 난세든 그 원인은 권욕에 있다. 다시 말해 어떤 나라든 다시 피폐해진다는 예기다. 그렇다면 아무리 새 나라를 세운다고 해 봤자 그 결과는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겠는가? 그것은 새 왕권이다. 이로운자가 황위를 차지해 모든 제도를 개혁하고, 탐관오리를 쓸어버린다면 그것만으로 평화는 온다. 물론 북위의 세력도 있겠지만 적어도 송이 평화롭다면 북위는 저절로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가운데 송의 평화를 챙기지도 않고 도리어 부흥운동이니 뭐니 세상을 어지럽히려 하다니, 그것이야 말로 백성을 죽이는 일이다. 이것에 의해 싸움, 전쟁이 일어나고 그에 죄없는 백성들이 도살당한다는 것은 왜 모르느냐! 애초에 백성을 위했다면 그의 밑에서 신뢰를 얻은 다음 목만 배었으면 될 일을 너희는 굳이 백성들을 도살해가며 위험한 길을 걷고 지금까지의 나라들의 행보를 똑같이 걸으려 하고 있다. 그것이 옳은 것이며 난세를 바로잡는 일이냐? 아니면 내가 말한 대로 난세의 주범이냐?”


유심이 자신의 생각을 읊자 모두들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갈건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과연.......... 저희는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군요.”


“그렇다고 잘못된 길이라 할 수도 없다.”


“그건 또 무슨 뜻 입니까?”


“지금까지의 나라의 행보를 걷고 있었고, 이미 이런 운동을 만든 이상 돌이킬 방도는 없다. 거기다 너희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이미 ‘위’와 ‘오’의 부흥운동은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렇다면 난세는 어떻게든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내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더욱 좋은 상황에 너희들은 대처 할 수 있었으나 그 길을 걷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초에 너희들은 황실의 밑에 있던 자들인데 어찌하여 그들의 밑에서 훗일을 도모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한심했을 뿐이다.”


그때서야 모두들 유심의 태도에 대해 깨달은 모양이었다. 제갈건만이 눈을 감고 다시 생각 중이었다.


  구름에 가리던 달이 밝게 빛나면서 그들의 방안을 더 밝게 비추었다. 그리고 그 빛에 비춰진 유심의 모습은 위풍당당했다. 그리고 제갈건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때었다.


“역시 유심님. 제가 추천받은 대로군요.”


“누가 나를 추천했더냐?”


“성산의 태화님께서 당신이 훌륭한 주군이 될 자며 그 행실과 성격은 조조의 냉정함과 유비의 현명함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제갈건의 말에 유심은 약간 놀란 눈치였다. 태화라 함은 어렸을 적 자신을 돌봐주던 노년의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그 늙은이가 아직도 살아 있었나........”


“제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제가 이 부흥운동을 한다고 할 때도 그리 꾸짖으셨는데 그 연유를 물으니 아무 대답도 해 주시지 않아 당신께 물어본 것입니다. 단지 당신의 태도가 너무나도 불쾌해 잠깐 노하였던 것이니 송구합니다.”


유심은 조용히 듣기만 하였다.


“그래서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저희를 이끌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갈건이 고개를 숙이었다.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모두들 그를 보고 따라 고개를 숙이었다. 그것을 보는 둥 마는 둥 눈을 감은 채 신음 소리만 내었다.


‘그 늙은이가 나를 추천했다는 뜻은 그 늙은이의 부탁이기도 하다. 나는 그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다. 그리고 이 제갈건이라는 자. 보통 인물이 아니다. 어쩌면 이 난세를 해결할 영웅일지도 모른다. 그런 자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떡한다..........’


“알았다.”


유심의 입에서 허락의 말이 떨어졌다.


“정말이십니까?”


제갈건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알았다고 하였다. 그 늙은이의 부탁이라면야 어쩔 수 없지.”


“잘 선택하셨습니다.”


황백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망할 늙은이......... 끝까지 내 발목을 잡는 구나.’


유심의 속마음은 이러하였다.


“그럼 너희들의 세력의 위치나 그 범위, 어느 정도의 세력이 있는지에 대해 들어보아야 할 것 같은데?”


유심이 제갈건에게 말했다.


“저희는 지금 낙양에 있습니다. 낙양의 깊은 산 속에 진을 치고 있으며 어떤 습격에도 대처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군대의 수는 약 3천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그 기백과 실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그 범위 같은 건 미미합니다.”


유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반드시 제 힘으로 당신을 황제의 자리까지 올리겠습니다.”


‘황제라........ 하고 싶진 않지만.’


제갈건의 말에 유심은 이리 생각하였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황실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본 유심이지만 이렇게 사는 게 그에겐 더 편했고 괜히 귀찮은 일에 말려들기를 싫어했다. 물론 그는 병법에 능하고 무술에 뛰어나 장수의 기질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함부로 보이는 것을 싫어했고 또한 전쟁 따위가 내키질 않았다. 무엇보다 제정을 살핀다던지 그런 점에서는 정말 하기 싫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조조나 유비, 손견 등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거절하지 못함은 태화가 자신보다 더 현명한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자신을 촉 부흥운동의 주군으로 추천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요, 지금까지 이렇게 은둔생활을 해옴은 훗날의 이 일을 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밤이 깊었군.”


유심의 입에서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이제 자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혜가 말했다. 어느새 그녀도 황백처럼 말을 높였다.


“그럼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자야겠군. 일단은 대충 이렇게 자고 내일 아침 낙양으로 출발한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의 말투에서는 주군의 기백이 느껴졌다. 유심은 진정으로 주군에 걸맞는 자일지도 모른다. 화희, 아니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