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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무한궤도(제1막)-(4)

2006.02.24 08:50

새벽을기다리는자 조회 수:306 추천:2

extra_vars1 굴러가는 무한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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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가는 무한궤도>

나의 작전이 개시되는 오늘, 지금 시각은 정확히 1944년 12월 17일 오후 5시.
3시간 뒤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Martin Grey)와 모건(Ian Morgan), 패트릭하사관(Norton Patrick), 그리고 마샬(Jerry Martial) 상병은 함께 할 지프가 총탄세례를 견뎌 내도록 철판으로 장갑을 더하고 있었다. 우리가 있었던 미 제28사단은 어제 독일군의 포격세례를 받고는 전투에 돌입했다고 한다. 전우들이 나를 대신해 전장에서 맹렬히 싸우고 있다고 하니 그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었다.

“이 정도로 붙여 놨으니 총격세례로 갑자기 차량이 폭파되는 일은 없을 거다. 다만 수류탄 따위에게 맞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일단 참모 막사 까지만 돌진하고 나면 이 차도 필요 없다. 그까지 안전하게 갔으면 좋겠군.”

패트릭 하사관이 한숨을 쉬었다. 작전에 참가할 장교들 대신 그가 자원한 것을 나와 모건, 그리고 먀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노턴 패트릭. 용맹하고 예리한 그는 얼빠진 다수의 장교보다도 훨씬 나았다. 하긴 곧 그는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었으니까……. 그가 이 임무의 수장이 되어 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마틴은 소총을 쥐고 수류탄을 던지거나, 우리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적을 제거하게나. 나는 캘리버 기관총으로 지원하겠네. 독일 놈들의 MG42가 영 불편하단 말이야. 하차한 후에는 브라우닝을 들고 지원하지.”

하사관이 구체적인 포지션에 대해 언급하자 옆에 있던 모건이 거들었다.

“전 마틴과 함께 스나이퍼 라이플로 충실히 제거해 드리겠습니다.”

“운전 후에는 톰슨을 사용하죠. 이전에도 쭉 톰슨을 사용했습니다.”

모건과 마샬이 뒤를 이어 말을 했다.

막상 상황에 부딪히니 약간 긴장되어, 그전에 보여줬던 유머감각이 살아나지 못했다. 나의 강철심장이 오랜만에 떨려오고 있었다. 깊은 숨을 내쉬고 상부에서 내려준 독일군복을 받아 들었다. 아군의 군복에 비한다면 뭔가 군인다운 멋이 풍겼다. 사병에게도 이런 좋은 군복을 지급한다니 상당히 부러울 따름이었다.

“모건이 장교복을 입게.”

하사관이 모건을 향해 장교복을 던졌다. 모건이 어리둥절해 한다. 사실 내가 입고 싶었다.

“아앗? 모건이요?”

내가 대뜸 반발했다. 저런 건 내가 입어줘야 멋이 난다 말이야.

“자네의 그 작은 키로는 장교복이 어울리지가 않아. 입구까지는 그래도 속이고 들어가야 한다 말이네. 자격 미달이야 으흐흐흐.”

염병할. 내가 스페인계에 키가 작다고 이런대서 박대당해야 하는 건가?

“병장님 안 됐어요. 후후후 옷 같은데 신경 쓰시지 말고 운전석으로 총 쏴 데는 놈 벌집 내는데 신경써주십시오.”

어쭈 상병주제에 기어오르네. 작전 개시 전에 가볍게 얼차려나 줘버릴까 부다.
모건은 장교복과 장교모자가 잘 어울렸다. 입만 안 열면 속아 넘어 갈 것 같다. 나머지 셋은 일반 보병용 군복을 입고 독일군 방한복을 착용 했다. 따뜻한 온기가 밖으로 빠지지 않아 상큼한 게 느낌이 좋았다. 어떻게 구했는지…….

지프에 탑승한 후 보급소의 보급 장교의 배웅을 받았다.
마샬은 지프를 울창한 전나무 아르덴숲 속으로 몰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아군 진영을 벗어 날 것이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먀샬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숲을 뚫고 있었다.

강하게 안면을 때리는 바람이 마치 수천의 화살이 피부를 내리꽂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무겁지만 상쾌한 공기. 무거운 느낌은 긴장한 때문일 테고, 상쾌함은 속도 때문일 것이다. 그 공기를 깊게 빨아들이며 긴장한 뇌를 깨웠다.
하사관과 나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난 옆에 앉아서 무지 차가울 것 같은 부착된 흑색의 캘리버 공랭식 기관총을 보았다. 탄약통과 기관총 사이로 탄약들이 이어져 있었다. 노리쇠도 당겨져 있는 상태. 한마디로 총을 갈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사관은 기관총을 잡은 채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말로 표현하지 못할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를 책임져야할 군의 충실한 군견은 어떻게 우리를 이 작전으로 이끌 것인가?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그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용맹한 지휘관(???아직 하사관인데, 하지만 곧 장교가 되니까)이다. 앞좌석에 앉아서 소총을 숨기고는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모건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을 보니 하사관의 상태와 별반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어젯밤 알았지만 마샬은 독일어를 꽤나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독일인 이라고 했다. 미국 군 지도부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했다. 대단하다. 대원도 그저 대충 정한 것이 아니었다. 도중 독일군이 말을 걸어온다 해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의 존재에 더욱 안도했다.

눈 덮인 숲길을 우렁찬 소리로 뚫고 있었다. 지프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지프는 몹시도 떨었다. 그도 느낀 것일까? 마샬의 손끝에서부터 핸들로, 그리고 차량 전체로 전해지는 떨림을…….  


얼마나 달렸을까? 아군의 참호가 보이지 않은 지 30분쯤 지났을 때, 최초로 독일군의 참호와 독일군들이 보였다. 그들은 우리를 유심히 처다 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고 있는 우리를 보고 의아해 하는 것이 당연했다. 안개가 별로 끼지 않은 맑은 날씨에 먼 거리까지 가시거리가 확보 되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말이다. 해가 지자 라이트를 켰고 아군임을 확인하기 위해 주위의 독일군들이 자주 접근 해왔다. 그럴 때마다 마샬은 유창한 독일어로 적군을 속였고(그가 뭐라고 했는지는 몰랐다), 그럭저럭 목표지점까지 이동하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갔다.

멈추었다가 섰다를 한 시간쯤 반복하며 지루하게 달렸다. 사실 지루할 리가 없었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며 달려 왔으니……. 해가 지니 좀 나았다.
전방에 긴 참호와 많은 수의 독일군을 보았다. 또 팬저 탱크 몇 대도 보았다.

“거의 다 왔군. 정신 차리고 준비하게나.”

거의 도착 한 듯했다. 멀리서 수십 채의 목재 건물이 보였다. 높은 건물은 아니었다. 1층짜리 작은 목재 건물들이 옹기종기 무리를 이루며 모여 있었다. 전방의 마을들을 버려두고 이런 곳에 몰래 지휘소를 세워 둔 것 같다. 일부러 나무도 많이 배지 않고 세워 놓았다. 더구나 깊은 숲속이라 공중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을 듯 했다. 참모들의 휴양소쯤인가? 그럴 리는 없겠지.

하사관에 말에 나는 약실에 8발 탄약을 넣고 노리쇠를 당겼다. 또 망원스코프를 조절했다.
나의 M1게런드 소총이 심하게 떨렸다. 하사관은 자신의 오른쪽에 장전된 브라우닝을 놓고 주머니의 수류탄을 확인하고는 뒷주머니 쪽에 있던 수통을 열어 물을 마셨다.
모건이 운전석 옆에서 마샬의 톰슨을 장전해 주었다.

“입구의 경비병과 마샬의 대화가 끝나고 문이 열려. 출발하자마자 권총으로 경비병을 제거한다. 그리고 차량으로 눈에 띄는 적군은 전부 제거해야 하네. 경비병에 몸에 대고 쏘는 게 소리가 적게 날 거네.”

마지막 충고였다. 10M 앞에 경비병 둘이 보였다. 지휘소 전체가 목책에 철조망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입구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열고 닫는 식이었고 입구에는 높은 감시 초소 두 개가 양 옆에 세워져 있었다.


마샬은 입구 쪽으로 차를 옮겼다. 서서히 지프가 멈추고, 경비병이 마샬에게 말을 걸어 왔다. 경비병은 하얀 피부에 수염이 덥수룩했다. 방한복을 착실하게 입고 있었다. 꽤 친근한 말투로 다가왔다. 코가 높고 눈이 파란 것이 독일인답게 생겼다. 프릿츠형 헬멧 때문에 머리색은 볼 수 없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이 경비병과 다가오고 있는 또 다른 경비병. 이 둘은 불과 몇 초 후 한 무리의 사체로 변해 있을 것이다. 마샬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안주머니의 수첩을 꺼내 경비병에게 보여 주었고, 그 옆의 경비병은 감시초소위에 있는 사병에게 손짓을 보낸 후 문을 열었다.

경비병이 경례를 하자…….


“탕” “탕”


나는 오른손으로 콜트를 꺼내 경비병 몸에 가까이 대고 머뭇거림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