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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이벤트]크리스마스, 아직도 이 나라는,

2006.01.26 05:11

타마마이등병 조회 수:399 추천:6

extra_vars1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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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장 옆에 낡은 천을 덮고 그 밑에서 살고 있는, 여자아이와 그보다 더 어린 애기 동생의 이야기입니다. 그 애가 살고 있는 나라는 지금 전쟁중입니다. 비행기가 매일 들락날락하면서 폭탄을 쏟아 붓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자아이는 살아갑니다.
  천막 안에 동생을 눕혀 놓고 여자아이는 언제나 쓰레기장을 뛰어다닙니다. 고철이랑 아직 쓸 수 있는 것들을 주워 모읍니다. 그래서 고철들은 고물상에게 팔아서 넘깁니다. 자신이 주운 고철이 얼마어치인지도, 그리고 자신이 주워 모은 고철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얼마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나 고철을 가슴 한 아름 안고 가도 늙어서 허리가 꼬부랑 고물상 할아버지는 동전을 세 개 줍니다. 그 돈을 받아 쓰레기장에서 주은 작은 동전 지갑에 넣고 단추를 채웁니다. 동전이 둘이면 초콜렛이 한 개입니다.
  배가 고파서 고철을 줍는 것이 힘들어지면 그때서야 쓰레기장의 거대한 쓰레기산에서 내려옵니다. 동전 지갑에 들어 있는 동전 세 개가 가슴을 뿌듯하게 만듭니다. 잠시 고민합니다. 이대로 초콜렛을 사 먹을까, 아니면…….
  매일 여자아이는 똑같은 고민을 하지만, 결국 매일 쌀 한 줌을 사고 맙니다. 쌀을 한 줌 사고 나오는 길에 가게 아주머니가 여자아이를 불렀습니다.
  “얘, 여기로 와 봐.”
  여자아이가 다가가자 가게 아주머니는 초콜렛을 하나 쥐어 주었습니다. 신이 나 돌아가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가게 아주머니는 중얼거렸습니다. “불쌍한 것.”
  그렇지만 여자아이는 듣지 못했습니다. 벌써 밖은 어둑어둑합니다. 해님이 하늘을 빨갛게 만들 때 쯤, 집에 도착해 여자아이는 입으로 쌀을 꼭꼭 씹습니다. 그렇게 하고는 동생에게 입으로 쌀을 떠먹여 줍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빼빼 마른 동생은 얼마 삼키지 못하고 다시 토해냅니다. 그럼 여자아이는 다시 꼭꼭 씹어서 동생에게 먹여줍니다.
  사 온 한 줌의 쌀은 잠시후에는 동생의 입으로 들어가고, 이제 한 번 떠먹일 정도의 쌀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울지도 않고 잘 받아 먹고 있는 동생이 대견합니다. 아기가 새근새근 잠이 들자, 쌀을 씹고 있는 여자아이의 입 속에 군침이 돕니다. 눈을 딱 감고 얼른 한 입 삼켜버립니다. 그리고는 동생을 힐끗 훔쳐보았습니다. 다행히 동생은 잠에서 깨지 않았습니다. 여자아이는 조금 안심합니다.

  다음 날 여자아이는 이상한 기분으로 깨어났습니다. 밖을 보니 눈이 오셨습니다. 그래서 울상이 됩니다. 이런 날은 고철을 주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한 번 쓰레기 더미 위에 올라가 아무 것이나 주워 봅니다. 낡아서 떨어진 운동화를 주웠습니다. 지금 신고 있는 슬리퍼보다에 비하면 훨씬 말짱합니다. 여자아이는 슬리퍼를 버리고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던 시린 눈이 이제는 조금 덜합니다. 꼭대기에 있는 뭔가를 발견해 퐁당 퐁당 뛰어갔더니, 전지로 돌리는 라디오입니다. 전지도 들어 있습니다.
  다른 고철을 줍는 것은 포기하고, 시려운 발을 동동 구르며 작은 천막 안으로 들어와 라디오의 재생버튼을 꾹 누릅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라디오에서 소리가 나옵니다.
  ―네, 이제 오늘만 지나면 크리스마스로군요……
  지지직 거려서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대수로운 일은 아닙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크리스마스에 대해 재잘재잘 즐겁게 말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그 날 처음 알았습니다.
  ―착한 어린이들은 벌써 기대가 되겠어요.……이번 해에도 산타클로스가 착한 어린이들한테 선물을 나눠 줄까요?
  ―물론이죠. 동생을 잘 돌보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그리고 울지도 않는 착한 어린이한테는 반드시 한 밤 중에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선물을 양말 속에 넣어 줄 거에요.
  ―산타클로스한테 소원을 빌어볼까요? 아직 저도 마음은 순수한 아이라구요. 저도 하루 빨리 우리나라가 전쟁에 이겨서 더 잘 살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즐거워 보입니다. 라디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하하호호. 듣고 있는 사람도 빙긋 웃음짓게 만드는……분위기. 이제 그만 고철을 주워야 할 시간입니다. 해가 높이 떠서 눈이 녹으면 발은 훨씬 더 시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여자아이는 주워온 슬리퍼에 묻은 눈을 탁탁 텁니다. 아가는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쓰레기 산에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여자아이보다 먼저 올라 온 소녀가 한 명 있었습니다. 흰색. 예쁜 원피스에선 빳빳한 풀먹인 냄새가 납니다. 소녀는 냄새가 난다고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는 여자아이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얘, 너 여기 사니?”
  그 말에 대답하기가 멋쩍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산 위로 올라오는 길에 주웠던 고철을 뒤로 숨깁니다.
  “저기, 내가 줍는 것 도와 줄게. 내 가정교사는 아무도 같이 놀지 못하게 한단다. 가정교사의 말에 따르면 나를 뺀 아이들은 모두 지저분한 잡종들이래. 그래서 도망나왔어. 난……난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
  여자아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소녀는 대뜸 쓰레기장에 떨어진 플라스틱 바가지를 주워들었습니다.
  “이게 고철이니? 난 고철이 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건, 플라스틱이야.”
  “그래? 흐음, 고철은 어떤건데?”
  여자아이는 쭈뼛거리며 손에 들고 있는 고철 몇 점을 내보였습니다. 소녀는 여자아이의 고철줍기를 하루종일 도와주었습니다. 어둑어둑해져서야 고철줍기는 끝이났습니다. 여자애가 도와준 덕분에 오늘은 평소의 두배나 주울 수 있었습니다. 여자아이가 머뭇거리는 동안 소녀는 땀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하하, 재밌다. 내 인형 마리아나랑 노는 것 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 그런데 이거 왜 주운거야?”
  여자아이는 달라는 뜻으로 팔을 벌렸습니다. 하지만 그 소녀는 도리질 했습니다.
  “내가 가져다 줄게. 너 혼자서는 다 들지 못할거야.”
  소녀의 고집은 의외로 완강했습니다. 할 수 없이 고철상에게로 가서, 동전 다섯 개를 받고, 가게에서 쌀 두 줌을 샀습니다. 이제 돌아가라고, 정말 고마웠다고 말해도 소녀는 막무가내로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난 너희 집에 가보고 싶어.”
  집을 보여준다는 것이 신경쓰이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고집이 너무 세서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계속 옥신각신하다가는 아기가 울게 됩니다. 배가 고파서 울게 됩니다. 할 수 없이 발걸음을 타박타박, 뒤따라 오는 소녀도 타박타박.
  “너 산타클로스를 아니?”
  고개를 끄덕.
  “있지, 산타클로스가 착한 어린이한테 선물을 준단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하지만 난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메리(메리는 내 애완 강아지란다)한테 심술을 부린 적이 있거든.”
  그 말을 듣자 여자아이도 동생을 주려고 샀던 쌀을 한 입 먹은 일이 죄진 듯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발걸음을 점점 빨리 해 천막에 도착했습니다. 아기는 이미 깨어 있었지만 울 기력도 없는지 시진해서 눈만 연신 깜빡거리고 있습니다. 얼른 여자아이는 입에 쌀을 넣고 꼭꼭 씹기 시작합니다. 자꾸만 천막을 둘러보는 소녀가 신경 쓰입니다.
  “여기에 너랑 이 아기만 사니? 엄마나 가정교사나, 인형은 없어?”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소녀도 쌀을 씹는걸 도와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배를 가득 채운 아기는 금새 쌔액쌔액소리를 내며 잠들어버렸습니다. 아기가 잠자는 것을 보며 여자아이를 향해 자기 인형 마리아나의 오똑한 코에 파란 눈이 얼마나 예쁜지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던 소녀도 깜짝 놀라더니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이 많이 친해졌기 때문에 헤어지는게 아쉬웠지만 여자아이는 손을 흔들어 소녀를 배웅해 주었습니다.
  소녀가 가버리자 이제 할 일이 없어진 여자아이는 배를 깔고 엎드려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지지지……직!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러게요. 펑펑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여자아이는 하루종일 눈 때문에 시렸던 손을 호호 녹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눈 님, 오지 마세요. 멀리 멀리 가세요.”
  ‘그리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그 날 한 밤중에는 폭격이 있었습니다. 쾅쾅 소리는 멀리 산 너머에서도 들려오고 바로 옆에서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라디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란 눈 대신 하늘에서 통신을 방해하기 위한 종이끈들이 내려오고 폭탄이 내려왔습니다. 여자아이는 아기의 귀를 가린 채로 울다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잠이 깬 여자아이는 발치에 뭔가가 사그락 거린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슴이 뜁니다. 누가 다녀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자아이는 기대에 찬 손을 천천히 밑으로 내렸습니다. 그리고 뭔가를 붙잡았습니다. 커다란 양말입니다. 그리고 그 양말 안에는…….
  여자아이는 양말을 집어 뜯을 기세로 선물 상자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몇 번 흔들었습니다. 타가닥 타가닥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초콜렛 같습니다. 여자아이는 떨리는 손으로 끈을 잡아 당겨서 떼어냈습니다.
여자아이보다 예쁘고 여자아이보다 고운 밀랍 인형이 나왔습니다. 인형의 코는 오똑하고 눈은 파랗습니다.
그래서 여자아이는 마침내 눈물을 또르르 흘렸습니다.

  여자아이는 자신이 주워 모은 고철이 폭탄으로 만들어져 하늘에서 떨어지는 데에 쓰인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고장난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옵니다.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조심하세요, 그리고 울지도 마세요
You better not pout
시무룩해 있지도 마세요
I'm telling you why
왜 그런지 말해 줄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He's making a list
그는 목록을 만들어서,
He's checking it twice
그는 두 번 확인해요.
He's gonna find out
그래서 발견해 낼 거에요,
Who's naughty or nice
누가 나쁜지, 혹은 착한지.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산타할아버지는 자고 있을때도 보고 있어요,
He knows when you're awake
깨어 있을때도 알고 있구요,
He knows if you've been bad or good
착한 일을 한 것도 나쁜 일을 한 것도 모두 알고 있어요.
So be good for goodness sake
그러니까 착한 어린이가 되세요.

So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조심하세요, 그리고 울지도 마세요
You better not pout
시무룩해 있지도 마세요
I'm telling you why
왜 그런지 말해 줄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The kids in girl and boyland Will have a jubilee
여자아이도 남자아이도, 축제를 즐기세요
They're gonna build a toyland
장난감 동산을 만들어 보세요,
All around the Christmas tree
크리스마스 트리 주위에서요.

So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조심하세요, 그리고 울지도 마세요
You better not pout
시무룩해 있지도 마세요
I'm telling you why
왜 그런지 말해 줄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오고 계시니까요!

  그러나 전지가 다 한 모양인지 결국 꺼지고 맙니다. 쓰레기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폭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린 입구에는 예쁜 원피스를 차려입은 한 소녀의 몸뚱아리가 누워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아직도 이 나라는 전쟁중입니다.













  후기.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소재들이 너무 감춰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지만, 이만 여기서 줄일게요. 후, 다른 걸 쓸걸. 막상 쓰려고 하니까 써지지를 않는군요. 그래도 오랜만에 불타올랐다. 앙골모아 쓰러 가야지.